〈 37화 〉37 - 기다림의 미학
<방장 10련아 방송켜라>
제발 방송좀켜!!!!!
기다리면서 엘튜브 영상 반복재생으로 백번은 돌린거같아...
안키면 나 뛰어내릴거야 참고로 아파트임 저층아님
노르드발닦개:센세 이걸로 10킬째ㅋㅋ
나랑달:대체 몇명이 뒤지는거임?
-chikpugg:다 뒤지는거 기다리는듯 ㅎ
감나라배나라:그저께 엘튜브 올라온거 네번째 돌려보는중ㅋㅋ
-포퐁도동퐁:겨우 네번?? 난 열번넘게돌림
<게시판 보고 있는거 다 압니다>
선생님... 저희들이 뭔가 잘못한게 있나요?
일단 사과부터 박겠습니다.
하지만 일주일동안 방송을 안키는 건 아무래도 지나친 형벌이 아닐까요?
제발 학대를 멈춰주세요.
검방커신:사실 센세가 방송 공지한적도 없잖아... 이대로 사라지면 어캄
-한량23:ㅋㅋ이래서 듀라한새끼들은 빨면안됨 까놓고 잠깐 한철장사하다가 사라지면 어떻게 찾을건데?? 신상 안 깐년들은 언제 잠적해도 모르는거임ㅋ
-노르드발닦개:이 좆같은년은 볼때마다 분탕질이네. 그냥 꺼져. 좋다고 모인 사람들 엿먹이지말고
냥냥코로:언니무조건방송다시킬거에요저는믿고있어요언니다시보기로풀영상돌려보고있어요엘튜브도광고스킵안할게요제발방송켜주세요
-melian67:숨 좀 쉬고 말해라;;
-아이도:좆냥이 특임 그러려니 해
-smatafuc:이년은 맨날 보이냐... 백수임?
<방송안키면 누구 손해?>
지금 한창 입소문 나서 시청자 불러모을땐데 ㅋㅋ
방송 안키면 누구 손해???
이래서 게으른 사람들이 성공을 못하는거임ㅉㅉ
째까중:방송 못보는 내 손해 ㅅㅂ
-비신스벅:응~ 나이트폴 방송하는 사람만 수천명이야~ 이딴 방송 안봐도돼~
-화살한방울:저격 못하는 내손해
칙촉촉칙촉촉칙:초코칩...
-antlr98:그만 놓아주세요;
<노르드 최근전적.gd>
방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초코칩단들은 잘 알겠지만 방장이 겜을 아예 안하고 있는건아님.
knightfallgd.tb/kight/Nord11 링크 참조.
보면 랭크겜을 돌리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음.
근데 게임수가 엄청 줄었거든. 아마 현생이 바뻐서 겜 한두판씩만 돌리고 방송은 안키는것같음.
따지고 보면 니들 방장 나이도 모르고 뭐하는지도 모르잖아 ㅎ;;
그래도 엘튜브 영상은 올린거보면 곧 돌아오지않을까?
서윗각설:정보글 개추. 방송할 때 시간대보면 대학생인 것 같지는 않던데. 뭐 방송안한지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게시판 상주하는 애들이 과하게 호들갑떠는 경향이 있긴함.
-꺆뀨륚띠:호들갑? 진짜 정신나가는 거 한번 보실래요?
-서윗각설: ;; 무서우니까 존댓말로 그러지마라
-노르드의발닦개:ㅋㅋ장난치는줄아나보네
미황상:근데 스벅도 얘 잠수타는 이유모름?? 둘이 안친하나
-인포밈:누가 도네로 존나물어봤는데 모른다함. 사적으로 연락할 정도로 친한건 아닌듯?
다리벌리고울어라:응 다 알아. 노르드 32세 어장관리 마스터인 농염한 미시 스타일인거 이미 본인 입으로 밝혔어~
-나랑달:지랄좀하지마라 좀.. 개역겹네
-설명을좋아하는벌레:팩트)팩트다.
-Yuindd1:사실이긴해
<방장 대회나간다고 개소리하던 새끼들 다 어디감?ㅋㅋ>
대회? 염병을 하고 자빠졌네
대회고 나발이고 ㅅㅂ 퀸 랭크 유지는 되겠냐? 게임 거의 한두판 씩만 하더만
생각만해도 열이 뻗치네
째까중:근데 다른 계정으로 준비할 수도 있잖아
-아이도:킹퀸 구간에 방장 빌드를 쓰는 다른 계정이 없음. 부계 숨길라고 작정하고 안쓰는거면 가능성이 없는건 아닌데... 누가 그렇게까지 숨기겠음? 애초에 주 빌드아니면 점수 유지도 힘들텐데
-서윗각설:나갤 노인네들은 방장 플레이보고 몇 시즌전에 하던 복귀 유저라고 분석함 ㅇㅇ 념글에 있으니까 한 번 가서 봐봐 꽤 신빙성 높아보임
달밤에불붙이기:왜 화를 내세요 :(
-안녕고래44:^^^^^^^^^^^^^^^^^^
-달밤에불붙이기:무서운 사람이네;;
-yuindd1:채팅창에 빅딕맨 도배하던 악질새끼가 화내지마세요 이지랄ㅋㅋㅋㅋ
<나 초코칩>
오늘도 초코칩을 기다리고 있어.
노르드가 방송을 키지 않은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금요일부터였다.
방송 경력이 얼마 되지도 않는 신입이다. 다른 누군가 같았으면 시청자가 모이지 않는 탓에 그만두었다고 생각할만큼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노르드는 그런 경우와는 거리가 멀었다.
처음부터 화제를 불러모으며 시작된 방송이다.
시청자 수는 물론이고, 저컴에 게시판을 개시하자마자 인기 게시판의 순위권에 도달할 정도로 빠르게 사람이 모였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방송을 그만둘리는 없을 터.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생각해봤자, 노르드가 일주일간 방송을 키지 않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게시판을 불태워봤자 집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신상정보를 아는 것도 아니었으니 더는 뭐라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팬이 되어버린 시청자들의 마음만 애타게 타들어가는 가운데.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노르드의 방송 시작 알람이 울리는 것이었다.
금요일. 정확히 일주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선생님 믿고 있었습니다]
[뭐하다이제오는거?]
[10련...대답이없는년...사람 애간장태우는년...]
[진짜 어디가둬놓고 방송시켜야된다ㄹㅇ]
[왔으면 됐음]
[휴방할거면 공지라도 써주십쇼; 제발]
아직 마이크를 키지 않았는지 방송은 조용했다. 평소처럼 곧장 나이트폴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아무 소식도 없이 휴방을 시작한 탓인지 평소보다 시청자가 적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그동안 쌓인 초조함을 채팅으로 풀어내는지 채팅창이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아, 아. 들리시나요?"
<냥냥코로 님이 10,000원 후원!>
-언니기다렸어요방송키기만해주세요제가돈은많지않지만계속도네해드릴게요
"...예.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리할 게 있어서."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였다.
노르드는 방송에서 특별한 리액션을 하지 않았다. 도네이션에는 물론이고, 게임을 할 때에도 그랬다.
침착함이 묻어있는, 방송이 끝날 때까지 평이하게 유지되는 목소리. 여느 방송인이라면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치부될 그 특징은 노르드에겐 하나의 개성이었다.
적을 마주해 무기를 휘두를 때, 예기치 못한 기습을 받았을 때, 멋진 플레이로 멀티킬을 성공했을 때.
방송의 극적인 순간에도 목소리에 아무런 동요가 느껴지지 않았던 탓이다. 또 잔잔한 목소리로 초코칩 따위의 괴이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그랬다.
이쯤되면 그 목소리가 하나의 컨텐츠가 된 셈이다.
이 스트리머가 어떤 상황에 쳐해야 감정의 동요를 보일까-하는,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유도했으니.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공지도 없이 사라졌다가 돌아온 일주일만의 복귀 방송이다. 누군가에겐 매우 짧게 느껴질 일주일이지만, 노르드의 방송을 기다린 몇몇 시청자들에겐 길게 느껴질 일주일이었다.
길고 긴 기다림에 지친 시청자들이 한껏 불만을 쏟아냈다.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뭔가 작은 죄책감이라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역시. 노르드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늦었네요. 다음엔 공지라도 남기고 가겠습니다."
[다음??다음????]
[다음에도 잠적한다고? 진짜 무친련인가]
[환기는 무슨 ㅅㅂ 창문이나 열어]
[센세가 그렇다면 그런거지 어딜 토를달아 애새끼들이]
[님 잠수함임?]
채팅창이 다시금 달아올랐다.
오늘은 평소보다도 심했지만, 노르드 방송의 채팅창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게임을 하지 않을 때 스트리머의 멘트가 극단적으로 적어지는 탓이다.
시청자들은 그 적막이 유지되는 동안 채팅으로 방송을 채웠다. 주제가 바뀌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조금이라도 흥미가 될 법한 주제가 떠오르면, 순식간에 전환하여 불을 붙인다. 노르드가 나이트폴을 시작하기 전까지 유지되는 현상이었다.
그러다가 매칭이 잡히면 귀신 같이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방송의 흐름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매칭이 잡히지 않는다.
[왜 매칭안잡힘?]
[불태우기 피곤하니까 이제 겜좀해]
[아니 나이트폴 안킨거아님?? 아직 대기화면인데]
[방송 한두번보나; 게임 잡혀야 화면넘기잖아]
[한두번본다 씨뱅아 방송을 안하는데 어케봄?]
여전히 방송 화면이 컴컴했다.
지금쯤이면 들려와야 할 나이트폴의 웅장한 배경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뭘 하고 있는 건지, 마우스를 클릭하는 딸깍하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조용한 물소리와 함께.
[님들 물소리 안들림?]
[빨리 겜켜ㅓㅓㅓㅓㅓ]
[뭔소리 들리는데 뭐냐이거]
[노화가 좀 심하나보네]
[이어폰껴봐 진짜 들림]
시청자 중에도 소리를 포착한 사람이 있었다. 채팅창에선 삽시간에 이 소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졸졸, 물이 흐르는 것 같은 소리다. 마치 비가 온 뒤 강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였다. 매우 작은 탓에 이어폰을 껴야만 간신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해결되지 않는 호기심은 커져만 갔다. 화면이 검은 탓에 소리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간다. 온갖 추측이 섞인 채팅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그제서야, 방송 화면이 전환된다.
어두운 밤이다.
도심지의 밤이 아니었다. 새까만 밤하늘에서 달과 별무리가 선명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스며드는 빛이 어두운 밤을 조용히 밝혔다.
한 남자가 휴대용 전등을 켰다. 그리 밝지 않은 조명이 은은한 빛을 뿌리는 달과 함께 조용히 풍경을 비춘다.
작은 크기의 하천이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인지 갈대처럼 높이 솟은 풀들이 남자의 허리춤까지 올라왔다. 손으로 풀을 뿌리치며 나가자, 은은한 조명 빛 아래 달과 별을 품은 하천이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냈다.
아름다웠다.
적막함을 채우는 소리들이 있다. 얕게 흐르는 하천의 물소리, 이름 모를 벌레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풀잎이 스치는 소리.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리였다. 남자는 그 소리들을 들으며 손을 움직였다.
평평한 지형을 찾은 모양이다. 조심스레 휴대용 전등을 내려놓는다. 매고 온 가방으로 손을 옮겨, 이런저런 물건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익숙한 일인지 어둠 속에서도 망설임이 없는 움직임이었다. 금방 정리를 마친 남성이 마침내 기다랗게 빠져나온 장대를 꺼내들었다.
투박한 낚싯대였다.
"오늘은 조용히 낚시 게임을 할 거에요."
풍경과 어울리는, 노르드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고.
화면 속 남자는 조용히 낚시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일주일만의 복귀 방송은 낚시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