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39 - 세월을 낚는 거야 (39/243)



〈 39화 〉39 - 세월을 낚는 거야

-Nord11 님이 방송을 시작하셨습니다.

[오오]
[믿고 있었다고!!]
[며칠째 연속 방송...? 제가 아는 센세가 맞나요?]
[오늘은 나이트폴 하시나요?]
[응 꺼져 어부 강점기야^^]


방송 시작을 알리는 알람과 동시에 들어온 시청자들이다. 어두운 대기화면이 송출되는 가운데,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물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아ㅅㅂ]
[이젠 그냥 방송대기화면이 낚시터네ㅋㅋㅋㅋ]
[대깨낚 쒸,,불,,,련]
[오늘은 일찍 키셨네요^^ 좋은 낚시합시다]
[집에 일찍와서 보쌈 시켰는데 ㅎ; 타이밍 좋네요]
[채팅창 틀니냄새 실화냐?]


몇 분 지나지 않아 대기화면이 전환되었다.

구름이 낀  조금은 우중충하게 느껴지는 하늘이다. 회색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물가에 수를 놓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떨어질  같았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익숙한 솜씨로 의자를 펼쳤다. 낚시를 하기엔 최적의 날씨였으므로.

바로 낚싯대를 꺼내들었다. 이전에 보던  낚싯대가 아니었다. 광택이 나는 매끈한 검은색의 몸체에는 낚싯줄이 감긴 릴이 달려 있었다. 그는 곧장 줄을 풀었다.


그제서야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한 걸까. 노르드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낚시를 할 거예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겠죠 선생님]
[낚시 강점기 언제 끝나는데 ㅆ1발]
[어허 거 싫으면 안보면 될것이지.. 낚시의 참맛을 모르네]
[노인네는 꺼지세요]
[니들도 틀니끼게 만들어줘?]
[저도 피셔맨 켰읍니다 ^^]

채팅창의 열기가 뜨거웠다.  할 때보다 시청자가 많지는 않았으나, 속도는 더 빠르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느덧 친낚시파와 반낚시파의 대립이 일상처럼 되어버린 채팅창이다. 채팅창의 투닥거림도 하나의 컨텐츠라고 볼 수 있다면, 노르드의 방송은 컨텐츠가 넘쳐나는 방송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리라.

정작 방송을 하는 사람은 그 다툼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렇듯, 노르드는 채팅창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낚시 바늘에 떡밥을 꿰기 시작했다.

"돈을 모아서 낚싯대를 바꿨거든요. 제가 몰랐는데 릴이라는 게 달려있으면 엄청 편하다고 하네요. 여러분들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낚시를 안하는데  참고함]
[참고 방송이나 보라고 새끼야]
[혹시 루어는 안하시나용?]
[바다는 안나가시나?? 바다 낚시가  다른 맛인데,,^^ ㅎ]
[어휴 낚갈들 또 신나서 염병떠는거 봐라 ㅉㅉ]
[이제 그만 본업으로 돌아오십쇼 누님]


미끼는 낚시용으로 판매되는 글루텐이었다. 노르드가 낚싯대를 구매하면서 함께 선택한 물건이기도 했다. 잉어가 잘 낚인다나.

사실 설명서에 표기된 이름이 모두 영어인 탓에 나머지는 알아보지도 못했다.

꽤 비쌌으니까 제 값을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구매한 미끼였다. 원래 투자를 해야 그만큼의 리턴이 돌아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노르드는 아까워하지 않고 떡밥을 뭉쳤다.

낚싯바늘을 날리는 순간이다.

멀리 던지겠다고 강하게 힘을 줬다가는 막대형의 찌에 걸려 줄이 엉켜버리기 십상이다. 과하지 않게, 부드럽게 밀어넣는다는 느낌으로 던지는  최선이다.

이제는 꽤나 익숙한 일이기도 했다.

노르드의 손에서, 낚싯줄이 부드럽게 밀려나가고.
꽤나 자연스럽게 날아간 바늘이 수면 위로 떨어졌다.

낚시꾼의 업무는 일단 이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나머지는, 고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리는 일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리라. 기다림이야 말로 낚시꾼의 업이었으므로.


의자에서 자세를 바로  노르드의 시선이 채팅창으로 향했다.


[뭐야 낚싯대 바꿨네]
[오늘은 처음보는 곳이네용. 새로 열린 곳인가요?]
[방장 혹시 대회 중계할거임?]
[뭔대회? 낚시도 대회를함??]
[낚시말고 나이트폴 10련아;]
[중계를 왜함? 그시간에 한마리라도 더 낚아야되는데]
[낚첩새끼들 진짜 낚시바늘 목에 걸어버리고 싶네]
[낚첩이 아니라 나첩이겠지 중세종자새끼야ㅋㅋ]

"대회 중계는 안 할  같네요. 그때 할 일이 있어서."

채팅창을 바라보던 노르드가 곧장 대답했다. 그토록 채팅을 무시하던 평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낚시를 그렇게도 싫어하는 몇몇 시청자들이 툴툴대면서도 노르드의 피셔맨 방송에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나이트폴을  때는 거의 배제하다시피 소통을 멀리했던 노르드가, 낚시 방송에서만큼은 시청자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나눴기 때문이다.

소통에 목마른 시청자들이다. 오죽하면 게시판에 간혹가다 달리는 노르드의 댓글에 수십 명의 시청자가 달려들었을까.

비싼 떡밥이 효력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찌가 흔들리는 게 빨랐다. 채팅창을 보는 한편 찌에 분산되어 있던 감각이 그걸 바로 인식했다. 노르드는 곧장 낚싯대를 붙잡고 들어올렸다.

손에 감기는 맛이 가벼웠다. 기대감이 빠르게 솟아오른 만큼 가라앉는 것도 금방이었다. 그래도 얼굴은 확인해봐야겠지.

노르드가 낚싯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비틀어 올렸다. 확실히 힘이 약한 놈인지, 금새 뭍으로 끌려 나왔다.

손 한 뼘을 겨우 넘는 크기의 잉어다. 그래도 정산을 하면 떡밥 값은 메꿀 수 있을 것이다. 노르드는 옆에 세워둔 양동이에 잉어를 던져 넣었다.


[월척이요]
[월척은 니기럴,, 담배갑따리네 에잉]
[첫끗발이 개끗발인데요 뭐ㅎ 오히려좋아]
[반응속도는 기가막히네]
[미끼 훔쳐먹히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많이 컸네~]
[아재 지랄하지말고 주무세요]


흘끗 채팅을 훑어본 노르드가 다시 떡밥을 뭉쳤다.

다행히 낚싯바늘에 손상이 가지는 않은 모양이다. 저번에는 겨우 두 마리째를 낚을 무렵 바늘이 날아가는 바람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것도 고작 주먹만한 피래미를 잡다 그르친 일이다. 그 후로 낚싯대를 바꿨지만, 재수가 없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을 터였다.

피셔맨의 게임 플레이는 비교적 간단한 루틴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플레이어는 낚시를 하고, 낚은 물고기를 게임 화폐와 교환한다. 교환된 화폐로 새로운 낚시 도구를 구입해 다시 낚시에 나가는 것이 반복된다. 이렇다 할 시나리오나 이벤트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직관적이고 단순한 방식이라고도 말할  있으리라.

노르드는  단순한 패턴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애초에 낚시라는 게임 소재를 봤을 때부터 극적인 연출이나 스토리 따위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꽤나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낚시터의 정경을 즐기며 느긋하게 낚시를 즐기는 것. 그것으로 족했다. 화려한 액션이나 긴장감 같은  나이트폴에서 충분히 즐겼으니까.

새로운 낚시터가 열리고, 잘 빠진 낚싯대를 구매한다. 그런 소소한 성과로부터 얻는 작은 보람이 기꺼웠다. 노르드의  넓은 게임 취향은 이런 게임도 기분 좋게 수용했다.

어쩌면 나이트폴과 대비되는 느긋함 때문에 더 매력있게 느껴지는 건지.

떡밥을 끼운 바늘이 또 한 번 허공을 갈랐다. 저번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 떨어진 수면에 작게 파동이 일어났다. 낚싯대를 조심스레 거치대에 걸쳐둔 노르드가 살며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흐릿한 하늘이다. 아직까지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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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 지원자가 몇 명이라구요?"
"200명이 넘는다던데. 사실 그것도 쳐낼  쳐낸거야."
"아니, 뭐가 그렇게 많대요? 저희야 관심 높아졌다니까 좋기는 한데... 저번엔 100명 조금 넘는 수준아니었나?"
"저번 대회 우승자가 TDC 선수로 데뷔했잖아. 원래 유명한 건 맞았는데, 아무튼 데뷔하게 된 건 결전 대회였으니까. 그것때문에 이번에 프로 지망생들이 엄청 지원했다는데."
"그럼 수준도 장난 아니겠네요."



저스틴 코리아의 기획 팀은 지금 나이트폴 결전 대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예상보다 지원자가 훨씬 많았다. 몇 차례의 대회를 거치며 나이트폴 공식 대회로 승인을 받은 영향일 것이다.

연이은 대회에서 유명 방송인들과 네임드 유저가 참가하며 규모가 커진 덕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사람들의 관심도도 높아져갔다. 심지어 지난 대회의 우승자는 프로리그 진출에 성공해 꽤나 훌륭한 모습으로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으니, 이번 대회에 쏠리는 관심이 얼마나 클지.

이미 지원자의 숫자부터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251명.

룩1 이라는 랭크의 제한이 있었음에도 그랬다. 심지어 지원자의 대부분은  랭크 이상의 유저들이었다. 프로 지망생들이 대회에 지원한다는 사실을 듣고, 룩 유저들이 발을 뺀 탓일까.

언젠가 단순히 즐거움을 목적으로 개최되었던 대회의 규모가 범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이미 결전 대회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석했다. 프로리그가 진행 중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대회 진행을 맡은 운영 측에선 대회 신청자 명단이 유출되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회에 지원한 참가자들은 또 어떠한가.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마지막 준비에 한창이었다. 단순히 흥미로 참가한 사람도 있었으나, 프로의 등용문으로써 미래를 걸고 지원한 사람들도 꽤나 많았으니까.


바야흐로 폭풍전야다.

그 긴장된 상황 속에서, 대회 참가자로 지원한  명의 스트리머가 있다.


"아...  피래미."

그녀는,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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