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41 - 숨길 수 없는
"자, 이제 예선전 하이라이트입니다. 사실 진행할 때마다 월등히 발전하는 대회의 수준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번 대회만 해도 이미 상위권에 위치했을 사람들이 예선전에만 가득합니다. 이쯤되면 예선전도 가볍게 집고 넘어가기 힘들 거든요."
"저번 대회 우승자인 파랑 선수가 리그에서도 훌륭한 모습은 보여줬기 때문에 기대감이 훨씬 커진 감이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차기 슈퍼스타가 나올 수도 있는 대회가 됐습니다. 솔직히 해설자인 저는 본선보다 예선전 하이라이트를 볼 때가 더 흥미로울 때도 있습니다. 본선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예측불가의 전략들이 많이 사용되니까요. 지금 모여계신 시청자분들도 그런 걸 기대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스틴의 공식 채널이다. 특별한 이벤트와 공식 대회가 있을 때만 활성화되는 채널이 생방송을 개시했다.
방송을 시작하고 불과 몇 분만에 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모여들었다. 꽤 오랫동안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대회인 탓이다.
저스틴 결전 대회.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저결'이라는 약칭까지 붙었다. 최근 리그가 없어 조용했던 커뮤니티에 불을 붙인 불씨이기도 했다.
중계를 위해 자리한 해설진들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나이트폴 리그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바로 알아볼 면면들이다. 공식 대회라는 점을 의식한 걸까. 프로 리그를 중계하는 전문 해설가들이 자리한 모습이다.
[오 예선부터 해설함?]
[학규형 머리뭐임ㅋㅋㅋㅋ 거의 기름칠을 해놨네]
[왜 해설이 벌써나와]
[칼고 파이팅!]
[예선전은 쌈마이가 제격인데 ㄲㅂ]
[원래 예선이 개싸움이라 꿀잼인데]
오늘은 본선이 진행되는 날이 아니었다.
저스틴 결전 대회는 본래 본선 시작에 앞서, 예선전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본선에 진출한 선수들을 재조명하며 대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마련된 자리인 셈이다.
이 자리에 전문 해설자들이 나타난 것도 이전과는 다른 일이었다.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대회가 거듭할 때마다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방식도 변화한 모습이다.
처음엔 단순히 편집한 영상을 논스톱으로 방영하는 수준에 불과했으나, 그게 생각보다 더 큰 화제를 불러 모았기 때문이다. 점점 규모가 커지던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와서는 하이라이트 공개가 아니라 녹화된 예선전 경기를 중계하는 수준이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네, 반갑습니다 여러분들. 채팅창을 보면서 중계하는 맛이라는 게 또 색다르거든요.
오늘은 예선 중계가 있는 날입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 입어 예선까지 중계하는 날이 왔네요. 이번 대회에 지원한 참가자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모든 경기를 중계해드리지는 않는다는 점 양해바랍니다."
"오늘 공개될 경기는 예선전 경기들 중에서 제작진이 하나 하나 검토해 선정한 경기입니다. 설레발을 치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긴 합니다만, 짧게 들은 바로는 수준 높은 명경기가 넘쳐난다고 하네요. 기대하고 지켜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원한 플레이어가 251명이다.
32강으로 진행되는 대회의 특성 상 예선전에서만 무려 200명이 넘는 탈락자가 나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전 대회와는 달랐다. 100명이 모인 저번 대회만 해도 역대급 규모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 두배가 넘는 수치다.
양보다 질이라지만, 양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거기에 포함된 내용물의 질도 좋아지는 법이다. 해설자의 말마따나 예선전에서 엄선된 경기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본선진출자 나옴?]
[몇명 유출됐던데 ㅋ]
[나간다고 입턴 스트리머들 전부 입 다뭄ㅋㅋㅋ]
[큰거온다 ㄷㄱㄷㄱㄷㄱ]
[수준올라갔으면 저번처럼 예능은 없나]
[사람많아졌다는데 병신 하나둘 없겠냐고 ㅋㅋ]
높아진 기대감과 함께, 중계진을 비추던 화면이 전환되고.
드디어 예선전의 첫 게임이 시작됐다.
"다음은... 아, 파피루스 선수와 노르드 선수의 경기입니다. 파피루스 선수는 저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죠. 저스틴에서 스트리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기도 하구요. 도끼창의 긴 사거리를 잘 활용해 지난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입니다. 8강에서 아쉽게 패배했지만, 상대가 파랑 선수였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명예로운 패배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상대하는 선수는 노르드 선수입니다. 저희 작가들이 선수 개개인에 대한 코멘트를 남겨줬는데요. 이 선수에 대한 주석이 상당히 깁니다. 무려 여성 퀸 유저라는 게 첫 번째네요. 저스틴 시청자 여러분들 중엔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실 거 같습니다. 최근 스트리밍을 시작했다고 하니까요. 김학규 해설은 들어본 적이 있나요?"
"네, 최근 커뮤니티에서-"
몇 차례의 예선 경기가 지나간 다음이었다. 기대감을 불러 모았던 만큼 경기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사실 이전 대회에서 예선전의 하이라이트를 공개할 당시에는 시청자들도 훌륭한 경기력을 기대하지 않았다. 랭크 제한이 낮았던 터라 전투의 박진감보다는 실수에서 나오는 유쾌함이 더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그런 분위기도 뒤바뀐 듯 했다. 앞서 공개된 경기의 출연자들 중 킹 랭크의 유저만 벌써 네 명째다.
이미 경기의 수준이 본선을 방불케 했다.
파피루스와 노르드의 전투가 방영되기 직전이다. 중계 화면은 양측에 두 선수의 빌드를 비춰주고 있었다.
"노르드 선수의 빌드가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난전에 특화되었다고 평가 받는 광전사 빌드를 결전에 그대로 들고온 느낌입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극단적으로 생존을 도외시했다는 점 일까요. 원래 빌드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전투 중 회복이나 부상 방지 특성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건 정말 말 그대로 광전사네요."
[노르드! 노르드! 노르드! 노르드! 노르드!]
[저,, 무친련 낚시만 쳐하더니 대회나왔잖아]
[여자라매 방패나 들것이지 빌드뭐냐ㅋㅋ]
[파피루스 대진운 개꿀빨았네]
[믿을게 없어서 방장 말을 믿음?]
[배당머임? 역배충들 다 주거]
[스벅 엘튜브나온 걔네ㅋㅋ 잘하던데 할만할듯?]
[양학 영상이니까 잘해보이지 매시즌 킹 턱걸이하는 파피루스가 우습냐?]
승부에 대한 채팅창의 의견이 갈렸다.
수만 명의 시청자가 모인 채팅창이다. 당연히 시청자도 다양했다. 평소 저스틴을 잘 보지 않는 시청자부터, 매일 저스틴에 상주하는 저수들까지.
저번 대회에서 8강 까지 진출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파피루스 쪽으로 추가 기울었다. 경기 전 진행되는 시청자들의 승부 예측이었다.
8 대 2, 7 대 3 정도일까. 노르드의 방송 경력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꽤나 후한 평가라고 볼 수 있으리라. 맞닥뜨린 상대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빌드에 대한 해설진의 코멘트가 끝났다. 공격 쪽으로 유난히 돌출된 노르드의 빌드와는 달리 파피루스의 빌드는 밸런스에 충실한 견실한 형태였다. 해설들의 판단도 자연스레 파피루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애초부터 도끼창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대검이었다. 극단적인 형태의 빌드가 변수를 만들더라도 그게 대회에서 통할지는 의문이었다.
이미 편집을 마친 영상이다. 빌드에 대한 평가가 끝나자 화면은 곧바로 붉은 평야에 선 두 플레이어를 비춘다.
하늘에서 바라본 두 전사의 사이로 긴장감이 흘렀다. 결전의 순간이다. 화면에 집중한 시청자들의 채팅이 줄어들 때쯤, 나팔 소리와 함께 두 전사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다.
방어를 도외시한 전사가 있는 이상, 승부는 오래가지 않을 터였다. 아마 첫 충돌에서 승패의 행방이 결정될 확률이 높았다. 그 순간을 짚어 내기 위해 해설자들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눈 앞으로 다가온 격돌의 순간.
아니. 그 이전이다. 서로의 무기가 격렬한 충돌음을 내며 맞닿기 전, 먼저 움직인 쪽은 광전사였다.
육중한 대검이 붉은 노을을 반사하며 허공을 갈랐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첫 수였다.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말을 잃은 해설진의 침묵 사이로, 무기를 던짐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달려든 광전사의 주먹이 파피루스의 머리를 강타했다.
킹에 가장 근접했다는 퀸 랭크의 유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무너져 버린 신체의 균형을 바로 잡지 못하고 반격을 위해 내민 손이 허공을 허우적거렸다.
광전사는 망설이지 않았다. 가시가 달린 건틀릿을 내리치고 또 내리친다. 나이트폴의 꽤나 현실적인 그래픽은 파피루스의 얼굴이 박살나며 튀어나오는 선혈을 여과 없이 송출했다.
안타까움을 느낀 걸까.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던 옵저버의 카메라가 슬쩍 시점을 전환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마치 붉은 노을 빛에 저 일방적인 폭력이 가려지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예선전의 하이라이트였다.
<노르드 양학충이라는 새끼들 다 어디갔냐?>
봤냐? 관전기록 뒤지면서까지 플레이 분석해놨더니 인방충 양학러빠는 말똥새끼라고 깐 고닉들 내가 다 캡쳐해놨다 ㅅㅂ
딱 보면 그냥 존나 잘하는거 모르겠냐? 진짜 장도리로 뚝배기 깨버려야됨 보는 눈도 없는 새끼덜
ㅇㅇ:병신임? 캡쳐 ㅇㅈㄹㅋㅋㅋㅋ 뭐 고소라도 할라고?
-ㅇㅇ:이새끼 캡쳐된 고닉임 내가암 ㅇㅇ
-ㅇㅇ:응 익명이야~ 뭔 개지랄을 해도 몰라~
네네키미*:병신들 대가리는 노르드좌가 대검 던져서 다 깨버렸구욘
-ㅇㅇ:대회에서 주먹질이 나오는게 실화냐 씹ㅋㅋㅋㅋㅋㅋ
-ㅇㅇ:대검 던질때 해설들 벙찌는게 ㄹㅇ 하이라이트임
거북선인*:ㅋㅋ 갤에 센세한테 까불었다가 대가리 깨진 증인들이 널렸는데 무슨 양학
<오늘자 반박불가 저결 씹캐리한 유저>
그건 바로 Nord11 ㅇㅇ
맨날 저결 8강도르 내세우면서 방송에서 뻗대는 인방충새끼 주먹으로 대가리 깨고
킹랭크 비매 플레이로 유명한 씹굴좆굴 모가지 절단한 상남자 광전사 플레이어 누구???
이번 대회는 노르드좌가 캐리한다
냥냥코로*:언냐...나이제여한이없어...낚시방송만해도조아
-ㅇㅇ:그건좀;
-ㅇㅇ:낚시만 안하면 방송인 원탑인데
-Dmflaw*:낚시가 머임?
-ㅇㅇ:노르드좌가 방송하는 좆도 근본없는 씹노잼 쓰레기겜
ㅇㅇ:근데 노르드 이년도 인방충아님? 무슨 일반 유저인것처럼 써놨네
-나랑야스하자*:응 센세는 착한 인방충이야~
-ㅇㅇ:대충 눈치껏 빨아 ㅅㅂ련아
-ㅇㅇ:느그씹 내로남불 오지네
검방커신*:데굴데굴하고 붙는건 ㄹㅇ 심리전의 정수였음 안본 갤럼있으면 꼭 봐라
-ㅇㅇ:좆굴씹굴 그래도 킹아님? 노르드가 글케 잘하나
-검방커신*:대회보면 걍 판수늘리면 무조건 킹 가는 실력임
<그래서 노르드 본캐닉 뭐냐고 나틀딱들아>
게임 열심히 분석했다던 틀딱 고인물들 많은거 알겠는데
그래서 노르드 본캐 닉 뭐임??? 그거 알아내려고 뒤져본거 아니냐? 뭐 좁혀지는게 없어 ㅅㅂ
아메바13*:일단 신상안밝혀진 킹랭크 유저로 좁혀놓고 찾았는데 빌드 유사한 사람은 없다고 보면됨. 애초에 광전사 빌드할라고 새로만든 부캐인듯.
개인화면으로 관전들어가면 노르드가 츠바이 손잡이부터 검신까지 훑는 모션을 습관처럼 누름.
이게 키보드로 보면 컨트롤+t키임. 이거랑 비슷한 습관가진 유저가 킹랭크에 한 명있거든. 근데 그쪽은 애초에 대방패 유저고 모션도 컨t가 아니라 컨 b나 c연타하는 거란 말이야. 그래서 아직까지 본캐 못찾음
-ㅇㅇ:킹랭크유저 다 관전해서 습관을 찾았다고? 진짜 뭔 지랄이냐ㅋㅋㅋㅋㅋㅋ
-ㅇㅇ:나틀딱들은 '진짜'다
서윗각설*:방송에서도 존나 물어보는데 본인 나이트폴 한달차 뉴비라고 주장하는 인간임ㅇㅇ 고인물들 분석보면 지금 킹랭크에 있는 유저 부캐가 아니라 옛날에 랭크돌리던 틀딱일 가능성이 높다. 플레이하는 거 잘 보면 틀딱들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 확 될거임ㅇ 경력직 고인물냄새 찐하게 나거든
-마나도롱뇽*:마법사 혐오가 플레이에 배인게 딱 나틀딱 감성이긴함
-ㅇㅇ:아닌데? 마법사는 정상인이라면 다 혐오하는데?
-마나도롱뇽*:네다틀^^
<어차피 노르드는 오래못감ㅇㅇ>
투핸디드 던지는 임팩트때문에 가려진감이있는데 본선진출자들 면면이나 한번 봐라
노르드는 끽해야 본선진출이 한계임ㅇㅇ
갤 한두번보냐? 지금 갓르드 퀸르드 황르드 하는 새끼들도 노르드 지는순간 돌변해서 욕박을거 뻔히보인다 ㅋ
여자가 뭔 나이트폴ㅋㅋ 이지랄하면서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둬~ㅎ
ㅇㅇ:니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