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화 〉49 - 목마름을 해소해 (49/243)



〈 49화 〉49 - 목마름을 해소해

<미친놈들아 방장 칼고랑 합방 시작했다>
지금 이 귀중한 시간에 여기서 뻘글쓰고 앉았냐???
당장 칼고방으로 뛰어가라.

노르드발닦개:??? 센세 방송 안켰는데?
-나랑달:그니까 칼고방으로 가라고 ㅅㅂ
-노르드발닦개:아니 어떤 ㅁ1친룐이 지 방송 안키고 합방을 하냐구요;;
-감나라배나라:느그 주인...

꺆뀨륚띠:진짜 정신나갈거같아요.

화살한방울:ㅋㅋ 이 글보고 저격할라고 바로 나이트폴켰는데 방장이 방송을 안켰네ㅋㅋㅋ




"들리시나요?"

"아, 아. 안녕하세요~."

이어폰을 타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하도 들은 탓인지, 그 목소리가 낯설지만은 않았다. 굳이 따지면 친숙하기까지 했다.

다만 묘하게 끝말이 늘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왜일까.

아니, 본인이 노르드를 알면 얼마나 잘 안다고. 칼고는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우스워 고개를 흔들었다.

[와 목소리 너무 좋으시다]
[진짜 여자셨네 ㄷㄷ]
[게임 캐릭터랑 너무 매칭이 안되욬ㅋㅋㅋ]
[칼고님 캠좀 켜주세요ㅠㅠ]


갑작스런 합방 요청이었다.

방송을 보긴 했으나, 그는 노르드라는 인간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도통 판단할 수 없었다. 그가 본 영상의 대부분은 별다른 멘트 없이 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만 나왔기에 그랬다.

차분하게 방송을 진행하는 스타일인가 하면, 가끔씩 튀어나오는 영문을  수 없는 개소리에 판단을 유보하게 된다.

대부분 홀로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이었다. 사람과 어울리는  좋아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았는데.

예의 삼아 건낸 말에 갑작스레 합방을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일이 성사되는 건 빨랐다. 그로써도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도 미묘하기 짝이 없었다. 방송을 켜도 되냐는 칼고의 물음에 흔쾌히 그러라고 대답하더니, 정작 본인은 방송을 키지 않고 진행하겠다는 게 아닌가.

이유를 물어보니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댄다. 칼고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었다. 대체 어느 세상에 방송을 안 키겠다고 약속하는 스트리머가 있다는 건지.

의문이 떠오르는 와중에도 익숙한 세팅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시청자들에게 갑작스런 합방을 발표하고, 난리난 채팅창을 정리하는데 약 30분이 흘러갔다.

사람을 기다리게 한다는 초조함에 보낸 메세지에는, 그저 웃는 표시를 한 이모티콘만 답장으로 돌아오더라.


"그, 지금 노르드님 랭크가 어떻게 되시죠?"
"크... 아, 저는요. 지금 퀸이요. 567위."

...크?

무슨 소린가 하는 의문을 애써 지웠다. 칼고는 자신의 랭크를 확인했다. 퀸 542위. 대회 참가  쌍검을 사용하면서  높은 곳까지 복구하긴 했으나 킹으로 복귀하지는 못했다.

컨텐츠를 한다며 한동안 모든 무기를 번갈아가며 사용했던 업보가 랭크에 짙게 배어있었다. 그래도 노르드와 비슷한 순위라는 건 다행이었다. 듀오를 하기엔 매우 적합한, 동일한 티어였으니.

갑작스레 성사된 합방치고는, 제법 적절한 매칭이었다.

"좋네요. 저도 지금 비슷하거든요. 일단 가볍게 듀오 돌릴까요? 혹시 원하시는 무기 있으시면 맞춰드릴게요."

나름 올웨폰 유저라 자부하는 만큼, 칼고 자신은 랭크 게임에서도 아군 조합에 대해 신경쓰는 편이 아니었다. 마법사가 다수 끼어있는 기형적인 구도만 아니라면야. 언제나 승리의 가능성은 열려있었다.

그러나 퀸이나 킹 랭크의 유저들 중에서는 아군 조합을 민감하게 의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조금만 조합이 흐트러져도, 과감히 정비 단계에서 게임을 취소할 정도로.

노르드의 방송에서 그런 모습은 보지 못했으나 지금은 첫 듀오를 돌리는 순간이다. 원하는  있다면 맞춰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하. 그러엄 제 빌드 해주실 수 있나요?"
"...노르드님 빌드를요? 가능은 합니다. 링크 주시면 바로 확인해볼게요."

이건  예상치 못한 대답이다.

간단히 무기를 고른다거나 일반적인 빌드를 말할  알았는데. 조금 놀랐으나 그게 당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폼으로 올웨폰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아니다. 킹 랭크에서 웨폰마스터로 유명한 네임드 유저에게 박살난 이후, 승부욕에 가득 차 온갖 빌드를 플레이 했던 칼고였다. 그는 노르드가 어떤 빌드를 가져오든 무난한 수준으로 소화할 자신이 있었다.

설령 자신을 이길 때 활용한 극단적인 광전사 빌드라고 할지라도.


띠링-

잠깐의 정적을 깨고 나이트폴 메인 화면에 노르드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빌드의 링크였다.

링크를 클릭하기만 하면,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빌드 설정창으로 넘어가는 구조였다. 칼고는 바로 링크를 클릭했다.


'마법사죽이기'.

마법사 죽이기...?

의문스러운 이름을 넘기고 장비와 특성을 빠르게 훑어본 칼고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저, 선생님? 링크 제대로 보내신 거 맞나요?

꼴깍-

"씁. 아, 네. 마법사죽이기 맞지요오?"

"네. 맞기는 한데... 이거 장비랑 특성이 조금 이상한데요."

"그게 제가 만든 빌드거든요. 요새 마법사들이 너무 판치니까아. 마법사는 기가 막히게 잘 잡아요. 제가 열심히 피드백하면서 완성했습니다. 헤,"

"...주무장 단검에 보조 무장 석궁 사용하는 게 맞다구요?"

"아하. 그게 궁금하셨구나. 어차피 제대로 된 백병전은 안하니까요, 단검으로 요로케 무빙하면서 졸렬한 마법사 친구들을 찾는 거예요. 그담엔 칼고님도 잘 아실 테니까."

이론은 알겠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니다. 캠을 키지 않아서 다행이다. 칼고는 지금 상황에서 표정관리를 할 자신이 없었다.

천천히, 마른 세수로 얼굴을 쓸어내린 다음 말을 이었다.

"선생님, 혹시 마법사 혐오 하시나요?"

아니면 나를 싫어하거나.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마법사 혐오 안 하는 나이트폴 유저가 어딨나요?"

칼고는 조용히 빌드 창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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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고죽여버릴거야>
왜 칼고 앞에서 저렇게 나긋나긋하게 말하는거야...? 나한테는 한번도 저렇게 말해준적 없으면서...
칼고가 잘생기고 능력도좋고 게임도잘하고 돈도많아서 그런거야...? 왜 소통을 저렇게 열심히 하는거야...? 나도 퀸 랭크 찍어서 방송 시작하면 저렇게 대해주는거야...? 나 못참아... 이렇게는 못살아... 가질수없다면 부셔버릴거야...

smarafuc:누가 얘좀 어떻게 해봐요...

아이도:냥냥이가 드디어 질투에 눈이 멀었구나. 언젠가는 이렇게 될  알았지. 다 노르드의 업보인게야.
-DefoSSS:무당 선생님. 어떻게 해야  원혼을 보내줄 수 있을까요?
-아이도:예수님께 기도를 드립시다.
-DefoSSS:예첩이었네 씹;

노르드발닦개:근데 진짜 센세 왜케 스윗하냐? 목소리 변한거 나만 느낌??? 진짜 나도 미쳐버릴것같아 왜 방송도 안키고 칼고 방에서 ㄱㅈ탕트ㅠ자차주츶ㅁ투느치지프자이우즈
-antlr98:진정 좀 하세요...

한량23:ㅋㅋ 피빨아먹는 박쥐련 본성나온거지. 스벅때도 그러더니  끗발있는 남성스트리머만 보면 바로 달려드네~~ 아닌척하는 것들이 더함
-한량이견주:우리 한량이 밥안줬더니 또 화났어?
-서윗각설:거 개새끼 입마개좀 잘 채우고 다닙시다.


<방장 술마신거 맞지?>
목소리 애교부리는거 뭐야...? 나진짜 죽어버려
방송도 안키고 술 마시고 한다는  남캠이랑 합방...?
이게 ntr이라는 거구나
그동안 방송 안 킨것도 우리 버리고 다른 새끼들이랑 놀러다닌거 아니야...?

나랑달:아니ㅋㅋㅋ 애들 단체로 정신놔버렸네
-dowonein77:내 속도 부글부글 끓는데???

감나라배나라:칼고 금발태닝양아치 남캠행ㅋㅋㅋㅋ
-나랑야스하자:어느날 초코칩단에게로 배달되는 센세의...
ㅗㅜㅑ
-냥냥코로:선넘지마 씨발련아 진짜 뒤지기 싫으면
-나랑야스하자:ㅈㅅ;;

<마법사죽이기... 칼고가  전설의 빌드를 전수받는건가>
너무 위험한 탓에 일인전승으로 이어지던 그 빌드를 이어받는것인가, 칼고. 이것으로 너는 진정한 '올.마.스.터'가 되었다.

거북선인:패배 조차  각성의 순간을 위한 것이었나
... 무서운 놈이다. 칼고

또라이몽:병신들 지랄 깝싸네


<마법사 혐오가 너무 만연하네>
이게 맞나 싶다. 메이지 확장팩이 나이트폴  2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것도 지워버리고... 사실 이게 더 역사왜곡 아니냐?

대체 왜 역사를 부정하는거야. 마법사 나오고 프로리그 전략도 넓어지고 랭크도 재밌어진게 사실인데.

나는 이건 정치적인 음모라고 본다. 마법사 혐오를 조장해서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다는 거, 이제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거라고 본다. 더이상 숨지말고 나와라!!!

검방커신:네다메^^
-마나도롱뇽:또또 그냥 넘어가려하네 ㅡㅡ
-검방커신:메좆따리 메좆따 ㅋㅋㅋㅋ

antlr98:마법사 같은 건 나이트폴에서 없어져도 되지 않을까요?
-마나도롱뇽:척화비 세우는거보니 딱봐도 나틀딱 냄새가 나네ㅋㅋ 팩트는 마법사 때문에 유입 많아지고 갓겜됨~
-antlr98:워해머로 대가리 깨부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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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단검 쓰기는 해요?"

"잡조올 정리할 때-. 패링하면서 쓰시면 돼요. 아, 방금 정문 성벽타고 궁병 하나 지나갔네요오."

"제가 잡았습니다. 감지 안 걸리는  보니까 법사 아직 진 그리는 중인가 보네요. 정문 뚫을 각 보이나요?"

꼴깍-.

"두명 잡았어요. 공성만 기다리면 금방 뚫리겠네요. 궁병 잡았으면 변수도 없고..."

"그럼 먼저 침투해서 각 좀 볼게요.
...이거 은신 잘 먹는 거 맞아요?"

"네. 병사들 눈만  마주치면 다 지나간다니깐요~.
제가 다아 해봤슴니다."

"아니, 병사들 말고 유저들한테요. 지금 근처에 바이킹 돌아다니는데요."

"그~거는 은신이 안되죠. 죽으시겠네요."


색 바랜 화면을 바라보면서, 칼고는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컨셉이 명확한 빌드는 선호하는 바였다.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도 쉽고, 방향성이 뚜렷한 덕에 게임 이해도가 높다면 무난한 일인분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건, 컨셉이 좀 과한  아닐지.

그런데도 별다른 불만을 표할 수 없는 것이다.

벌써 세 판째.
이 급조된 듀오는 연승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콰직-

리스폰을 기다리는 흑백 화면이다. 관전자의 시점으로 광전사를 바라보는 칼고의 눈에 박살나는 고성의 정문이 보였다.

이른 시간이다. 공성 병기를 두고 이런저런 공방이 오기는 일반적인 게임의 양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는 눈이 정확한 퀸 랭크의 유저들이라면, 곧 게임을 포기하고 항복해올지도 모른다.

그럴 만도 했다. 수비를 위해 배치된  플레이어를 정면에서 박살냈으니.

...사실, 그는 게임이 흘러가는 양상보다는 다른 게 훨씬 궁금했다.

"리스폰되면 마법사 좀 봐주세요오."

꼴깍-.


"...근데 노르드님, 아까부터  드시는 거예요?"

"물이에요. 제가 목이 좀 말라서."

"아니, 목소리에서 술냄새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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