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59 - 권장사양이 아니라 최소사양 (59/243)



〈 59화 〉59 - 권장사양이 아니라 최소사양

<노르드 방송 첨보는데 이거뭐냐?>
왜 이상한 낚시나 쳐하고있음???

아니 개쩌는 나이트폴 플레이 기대하면서 들어갔는데 씹ㅋㅋ

목소리 좋아서 계속 틀어놓고는 있는데...
나이트폴은 언제하는 거임?

ㅇㅇ:원래 그럼. 방송 흥하면 시청자 털어내려고 저러는거같음... 며칠간 털어내고 시청자 좀 줄면 키지 않을까
-ㅇㅇ:??? bj가 시청자를 왜 쳐냄?
-ㅇㅇ:그걸 알면 미친년이라고 하겠냐고

 낚는 중이야.

나랑달*:그냥  좋아서 낚시 하는거임.. 그래도 낚시겜하면서 방송 런타임은 길어졌어..나이트폴 보고 싶으면 나중에 와라..

<칼고 엘튜브에 본선 편집영상 올라왔다>
본선무대 개인화면 짜집기한 편집본임. 탈락하고 바로 올린 영상이랑 비슷한데 노르드 화면이랑 교차편집된듯? 편집  장난아님.

대회 여운 남았을 때 봐라. 화면 돌아가는거 ㄹㅇ 미친 수준임.

ㅇㅇ:뭐임 노르드 개인화면 따로 받은거임?
-ㅇㅇ:ㅇㅇ 연락해서 허락받고 영상도 받았다고함. 지금 2세트까지만 올라왔는데 나머지는 노르드 쪽에서 올라오지 않을까.
-ㅇㅇ:노르드도 엘튜브함?
-네네키미*:영상 거의 안올라오는데 구독자만 느는 채널있음 ㅎㅎ

삐까소*:칼고 시점으로 보면 페이크모션 구분이 전혀 안되는데? 어떻게 츠바이를 저렇게 쓰냐
-ㅇㅇ:칼고가 잘하던거였음ㅋㅋㅋ 저거 뚫고 1세트 따내긴 했잖아


<야 노르드 엘튜브 채널 이거 맞냐?>
씨발 잘못 들어간줄 알았다

최근 영상들 죄다 나이트폴이 아니라 이상한 낚시겜 영상임 애초에 업로드 간격도 이상하고
댓글에서 틀냄새 진하게 나는데 컨셉 사이에 진짜들도 제법 많은듯;

이게 팬튜브가 아니라 공식 채널이라고?? 이새끼 뭐야 대체

냥냥코로*:낚시영상 재밌는데 욕하지마
-ㅇㅇ:재미를 떠나서 존나 이상하잖아ㅋㅋㅋㅋ

ㅇㅇ:그거 한두개 보다보면 묘하게 중독성있음  잔잔하게 라디오처럼 들으면  잘옴. 대신 알고리즘 씹창나서 추천 영상으로 낚시터 존나나옴 ㅇㅇ
-써엄*:아니 나이트폴 방송인 아니야?
-거북선인*:원래 낚시 전문 스트리머인데요.


<노르드 영상은 팬튜브로 봐라>
팬튜브 중에 이미 영상마다 몇만씩 가볍게 찍는 엘튜브 있음. 편집도 깔끔하고 노르드 방송 하이라이트도 액기스로  뽑았으니까 걸로 가서 봐라.

어제 방송한 것도 새벽에 바로 올라옴 사실상 이게 공식채널 느낌이야

ㅇㅇ:본인 허락은 받은거임?
-ㅇㅇ:뭔상관ㅋㅋ 수익창출만 안하면 됐지
-ㅇㅇ:아니 거기로 조회수빨리잖아;
-ㅇㅇ:그걸 내가 왜 신경씀? 재밌으면 됐지

서윗각설*:누구 말하는건지 딱 알겠네 거기 편집 꽤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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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침이다. 따뜻한 커피  잔에, 엘튜브를 보는 여유.

칼고의 엘튜브를 보는 중이었다. 박진감이 넘치더라.

확실히 직접 하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내가 플레이 했던 장면인데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저렇게 긴박한 순간이었나 싶기도 하고. 칼고의 시점으로 바라본 광전사는 꽤나 흉악한 느낌이었다. 커스터마이징 효과를 여기서 확인한다는게 조금 웃기기는 했지만.

원래 일인칭 시점으로 플레이하다 보면 자기 캐릭터를 볼 일이 없었다. 빌드를 만질 때는 마네킹처럼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니까. 편집 효과에 따라, 흑백이 되었다가 빨갛게 변했다가... 영상미가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참고가 되지는 않았다. 따라 할 수가 있어야지.

대회를 핑계로 밀어두었던 일이 쌓아둔 과제처럼 한 번에 밀려왔다. 그래봤자 방송하고 편집하는 일 뿐이지만, 편집 일이라는 게 끝나지가 않는 것이다.

녹화를 떠둔 대회 영상을 재생시켜 보는 일만 해도... 말을 말자. 하소연을  시간에 편집점 하나라도  잡는 게 이득이겠지.


이럴 때면  사소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너무나 무겁게 다가온다. 빨래를 해야 된다. 조금 이따가는 저녁을 또 먹어야 된다. 청소, 청소를 안 한지도  된 것 같은데.

귀찮아. 너무 맹렬하게 귀찮아.

하기 싫은 일을 앞두고 있을 땐 애새끼마냥 다른 곳으로 눈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Nord:칼고에몽님

대답해. 이 시간에 내 시답잖은 문자를 들어줄 사람은 너랑 스벅밖에 없단 말이야.

칼고:뭐요

아, 대답했다.

Nord:물어볼게 있는데
칼고:ㄴ

...말도 안 했는데. 분명 인터뷰로 호감도 작을 잘 해두지 않았나. 왜 이렇게 사람이 까칠한지. 말을 걸 때마다 툴툴 대는 게 갈수록 심해지는 느낌이다. 좀 친해져서 그런가.

Nord:말도 안했는데 왜 차단해요

칼고:소금뿌리기 전에 물러가세요

Nord:ㅡㅠㅡ
Nord:ㅠ_ㅠ
Nord:8_8
Nord 님이 메세지를 입력하고 있어요...

칼고:아
칼고:뭔데요

Nord:칼고님은 엘튜브 영상 편집 어떻게 하시나요.

읽어놓고 답장이 없었다. 영업 비밀이라 대답하기 힘든 건가.

칼고:편집자님이 만들죠

뭐야.

Nord:칼고님 올웨폰유저 아닌가요?

칼고:? 맞는데 왜요

Nord:영상 편집은  안해요?

칼고:???
칼고:무슨 맥가이버칼이에요? 그게 뭔 상관임 대체

실망이다.

푸른 고양이로봇처럼 만능인  알았는데. 편집을 외주로 맡기다니... 칼고에몽이라는 이름이 아까웠다.

Nord:ㅡㅠㅡ
Nord:그럼 편집자는 어떻게 구한 거예요

칼고:팬카페에서 상금 걸고 편집영상 공모전해서
칼고:우승한 사람 편집자로 뽑았죠




편집자.
지금 내 머리를 가장 복잡하게 만드는 화두였다. 어쩌면 방송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그랬을지도 모른다.

엘튜브를 개설하고, 내가 편집에 기울인 시간은 방송시간보다 길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경우다. 그래 놓고 나온 결과물도 전혀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효율이 안 나와도 이렇게 안 나올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계속 구독자와 조회수가 늘어나는   신기한 일이었다. 아마 대회의 영향력이겠지. 채널 운영이 궤도에 오르지 않는 이상, 냉정한 시청자들은 분명 금방 떠나갈 것이다. 지금 조회수가 올라간다거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초조함이 커지면 커졌지.

그러니 결국 편집자를 구하긴 해야 한다는 건데...

걸리는 게 많았다. 편집자가 붙는 순간 방송은 더이상 내 개인적인 취미가 아니게 될 것이다. 일종의 사업이라고 해야 할까.

계약 내용에 따라 많은 것이 변화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임금을 주고 영상 편집자를 고용한다는  변하지 않는다. 내게 방송에 대한 책임이  얹어질 것은 확실했다. 적어도 편집자에게 편집을 위한 소스 정도는 제공을 해야 될 것 아닌가. 지금처럼 방송 주기를 내 멋대로 정하기도 힘들어지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차라리 현상유지를 바라게 된다. 편집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잠을 설치더라도 마음은 편했으니까. 게임을 할 때는 그리도 쉬운 리스크 관리가, 현실에선 왜 이리 힘든지.


아니, 사실 그 이전에 더 큰 문제가 있다. 편집자는 또 어디서 구하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다. 책임감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죄다 설레발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칼고:지금 편집자 구하세요?

고민이 된다고.

Nord 님이 메세지를 입력하고 있어요...

칼고:근데 노르드님 정도면 메일로 문의 엄청왔을텐데
칼고:다 마음에 안들었나?

뭔 소리야.

메일? 아.

Nord:확인을 안해봤네요

칼고:야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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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6:07 생선낚시 매드무비뭐냐ㅋㅋㅋㅋ]
-매드무비 브금 나오는게 ㅈㄴ웃기네ㅋㅋㅋㅋ
-나이트폴 모가지따듯 생선을 낚는 여자...
[email protected]참참참 아니 본업을 하러 가라고ㅋㅋ

[2:17 ㅗㅜㅑ 포인트. 귀르가즘주의]
-센세 나죽어ㅓㅓㅓㅓㅓ
-ㅗㅜㅑ 귀에 속삭이네 asmr인줄
-이거 한시간 편집본 만들어주세요

[시간늘려도  보니까 멘트친거 전부 올려주세용]
-ㄹㅇ 본점이 너무 영상을 안올려
-소문난맛집(지점)

[7:32 여기 노래 흥얼거리는 거 맞지? 무슨노래야?]
-뭔 90년대 락발라드를...
-센세 춘추가??
-어허 응애하지마세요 우리 센세 틀딱아닙니다

[근데 노르드님 허락 받고 올리는건가요?]

딸깍.

마지막 댓글을 훑고는 마우스가 멈췄다.

허락.

그녀도 허락을 받고 싶었다. 허락이 아니어도 돼. 당장 영상을 내리라고 말해도 좋았다. 그저, 노르드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답장만 해준다면. 그거면 충분했는데.

습관적으로 브라우저의 탭을 바꿨다. 알람 설정을 해놓고도 하루에 수십 번씩 확인하는 메일함이었다.

받은 메일함 0.

답장은 오지 않았다. 메일함은 여전히 공허했다. 그녀의 마음처럼.


차광 커튼은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녀의 방은 한낮인데도 캄캄했다. 의자에서 껴안고 있던 무릎을 내리자 페트병이 툭하고 발에 치여 밀려났다. 2L짜리 생수의 페트병이었다.

굴러간 페트병이 줄줄이 세워둔 빈 병을 건드렸다. 그걸 보고 있자니 왠지 목이 말라왔다. 마지막으로 물을 마신  언제였지. 그러고 보면 화장실도 안 간지 오래된 것 같은데. 생존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인지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그런데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의자에서 등을 굽힌 채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번엔 다른 탭으로 이동했다.

노르드의 저컴 게시판이었다.

<칼고 영상 개쩌네 진짜>
영상 너무 잘만듬. 방장 진짜 존나 포스있게 나옴
7분쯤에서 칼고-방장으로 시점 전환될 때 색 반전되면서 전부 빨갛게 변하는게 ㄹㅇ 하이라이트같다. 진짜 광전사라는 느낌  살린듯...

대회 뽕이 사라지질 않는다

antlr98:저도 그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네요. 노르드라는 플레이어의 색깔을 한번에 각인시킨 것 같아요. 세 번정도는 돌려본듯...

smatafuc:칼고 조회수 잘나오는 이유가 있더라ㅋㅋ 편집자가 영상 너무 잘살림. 이건 누가 만져도 멋있게 나올거같긴한데

또라이몽:저런 영상들 숨겨놓고 본인 엘튜브에는 낚시영상만 올리는 무1친련이 있다는게 사실인가요??

마지막 댓글을 보고 주연이 눈쌀을 찌푸렸다. 몹시 불쾌한 심정이었다. 저게 어딜. 누구한테 감히.

자연스레 키보드로 손이 간다.

-냥냥코로:언니한테 말조심해 영상도 알아서 다 올리실거야

댓글을 남기고도, 불쾌한 기분이 사라지질 않는다.

그녀는 최근 노르드 게시판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작 방송을 좀 안킨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피셔맨을 한다는 이유로 노르드를 함부로 말하는 족속들이 늘어났다. 유입이 늘어났기 때문일까.

마음 같아서는 게시판에서 상주하며 저런 쓰레기들을 모두 쳐내고 싶은데. 노르드는 게시판 관리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보기만해도 분노가 끓어오르는 어그로 댓글에도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았다. 단순히 게시판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일지도 몰라.

마치, 마치 내 메일처럼-

 안되는 생각이 머리를 잠식한다. 잠이 부족한 탓이겠지. 새벽 방송을 모두 보고 나서 편집까지 하느라 한숨도 못 잤다. 혹시 오늘도 방송을 킬지 모른다. 그걸 보려면 지금 자야겠지.

컴퓨터를 종료하려던 순간이다.

띠링, 하고 메일이 왔음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Nord11(1)

노르드의 메일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환호성인지 비명인지 모를 괴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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