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 66 ­ 왕은 고독할 수도 있다 (66/243)

〈 66화 〉 66 ­ 왕은 고독할 수도 있다

* * *

<근데 칼고랑="" 왜케="" 호흡잘맞냐=""/>

방장이랑 칼고 듀오하니까 걍 상대 개박살내던데

저거 프로들도 잡히는 mmr이잖아

둘이 왜케 궁합 잘맞음?

콜도 엄청 간결하게 치는데 다 알아듣고...

나랑달:콜 같은 건 둘다 게임 이해도 높으니까 그럴 수 있음. 근데 근접전 연계기 꽂는 건 진짜 지리더라ㅋㅋ 저렇게 하려면 무조건 연습 필요한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smatafuc:역할분담이 잘되는듯. 방장이 가드브레이킹하면 칼고가 마무리치는 느낌? 엄청 매끄럽긴 하더라

냥냥코로:궁합이라고 하지마 진짜

­노칼영원해:노르드육수련 피꺼솟zzzzz 응 이미 칼고랑 사귀기 시작했어~ 할거 다했어~ 결혼생각중이야~

­냥냥코로:죽어

antlr98:저 구간이면 저정도 합은 다 맞출 수 있습니다. 너무 호들갑이 심하시네요. ㅎ;

­거북선인:네다음삐숍ㅋㅋ

­antlr98:저 퀸입니다^^

­거북선인:네다음똥말ㅋㅋ

­antlr98:닉까보세요 친추걸테니까

<방장 낚시대회="" 진심임?=""/>

초코칩 같은 개소린줄 알았는데 ㅈㄴ 꾸준히 미니까 진짜같네; 칼고한테 영업할 정도면 진심인거 아님?

솔직히 피셔맨 살까 고민되는데...ㅋㅋ 진심이면 방장이랑 낚시 같이 할 수 있다는 거잖아

서윗각설:최근 방송시간 피셔맨 비중을 좀 보셈. 이게 진심이 아니면 뭐냐고

꺆뀨륚띠:진짜 같이 할 수 있을까요?

­아이도:노르드식 개소리일 가능성이 농후함.

칙촉촉칙촉촉칙:초코칩은 살아있다.

<솔직히 피셔맨="" 보고싶은사람="" 개추ㅋㅋ=""/>

일단 나부터ㅋㅋ

또라이몽:좆까 병신아.

<킹까지 얼마나="" 걸릴거라고봄=""/>

오늘보니까 일단 시즌중에 킹 다는건 확정인거같은데

방장이 나이트폴을 너무 안해서 확신을 못하겠다.

그래도 곧 시즌말인데 피셔맨 강점기 끝나겠지? 방장도 사람인데 킹 욕심은 있을거아니야

검방커신:솔직히 칼고랑 듀오하면 일주일 내로 가능할듯

감나라배나라:이 글보고 안함 ㅅㄱ

노르드랑칼고랑:칼고가 듀오 이용권 쓰면 금방 찍지 않을까?

###

칼고:듀오 ㄱ

Nord:??

Nord:잠 좀 주무십쇼.

칼고:4시간 자고 왔습니다

칼고:식사 하셨죠? 바로 가죠.

Nord:피셔맨 하셨어요?

칼고:다운은 받았는데

Nord:피셔맨을 볼모로 잡고 권력을 휘두르는 꼴이 아주 보기 안 좋습니다.

칼고:그래서 대회 안 열거에요?

Nord:ㅡㅡ;;

Nord:업보 조심하십쇼.

칼고:노르드님 만난 걸로 이미 청산 했습니다 ㅎ

그야 킹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기는 했으나.

이렇게, 마치 누가 목에 폭탄 목걸이를 걸어 둔 것처럼 급하게 올릴 필요는 없었는데.

이래서 입을 함부로 놀리면 안 되는 것이다. 원할 때 듀오를 해주겠다는 약속.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낸 제안이다. 칼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스트리머를 피셔맨으로 끌어들이면, 뭔가 유입이 조금이나마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던진 권유였다. 대회가 아니더라도 저 재밌는 게임이 이렇게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건 슬픈 일이지 않은가.

듀오를 하는 것 정도야 내게도 버거운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랭크 등반 컨텐츠를 할 거면 믿을 만한 파트너와 함께하는 편이 좋기도 했고.

뭐, 여러모로 윈윈이 가능한 플랜이었다는 소리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지.

오판의 대가는 크게 돌아왔다.

칼고와 함께하는 랭크 등반... 마라톤이 며칠 째 이어지는 중이었다.

"바이킹 스태 상황 어때요?"

"오링에 왼팔 부상. 근데 곧 마법 떨어지는 거 조심해야 돼요."

대답을 듣고 칼고가 달려나갔다. 아마 적 플레이어에게 달라 붙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적병을 피해 적 방어선을 빠르게 돌파하는 모습이다. 저대로 두면 금새 고립되어 죽을 게 뻔했다. 여기선 이쪽도 과감하게 아군 라인을 끌어올려야 했다.

"글로 창잽이랑 검방 갑니다. 궁병이 안 보이는데. 이거 메이지 둘일 수도 있어요."

"완전 법죽 각이었는데 아쉽네요."

"개소리말고 라인좀 올려봐요. 바이킹은 제가 마무리할 테니까.

피로에 쩔어 점점 멍해지는 머리와 달리 감각은 날이 서있다.

왼쪽. 방패를 정면에 내세운 적이 빠르게 돌격해온다. 실드 배쉬. 거리를 허용하면 대검으로 받아치기 어려운 공격이다. 대놓고 받아주기 보다는 흘려내는 게 상책이었다. 다행히 변수로 활용할 수 있는 병사들은 주변에 차고 넘친다.

크게 움직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빠졌다. 방패를 들고 달려드는 적 플레이어와 내 사이에 아군 병사가 위치하게끔.

애꿎은 병사를 가격한 적 플레이어의 목을 잘라내기 직전이다. 공격을 캔슬하고 몸을 틀었다. 빈틈을 포착해 쇄도한 창이 왼팔을 스치듯 지나갔다. 일격필살을 노린 움직임이다.

검방에 창. 한 번에 상대하기는 꽤나 까다로운 조합이었다. 달려드는 움직임을 보면 아마 풀 컨디션. 정상적인 구도라면 폭주가 터지기 전에는 상대하기 힘들겠지.

그러나 이 전장에서 싸우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니었으므로.

무리하게 달려들기 보다,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 방식으로 전투를 끌고 나가면 된다.

방패에 가격당해 쓰러진 병사 쪽으로 이동하여, 검방 유저에게 대검을 휘두른다. 모션이 빠른 약공격이다. 힘이 부족한 일격은 쉽게 막아낼 수 있을 터. 이건 움직임에 제약을 주기 위한 공격이다.

그 사이 스탭으로 적과의 위치를 조율한다. 검방과 창병의 위치를 나란히 두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크게 방향을 뒤틀었다간 빈틈이 노출될 게 뻔했다. 일부러 방패를 향해 공격을 이어가는 척, 창병의 견제를 유도한다. 거리 조절을 잘 하는 게 포인트다. 대쉬 공격이 닿을까 말까 한 미묘한 간격.

기습을 실패해 초조한 상대가 급하게 창을 찔러올 때쯤.

강공격. 대검 모션의 슈퍼아머로 창 끝을 받아내고 대검을 내리친다.

피격판정에 의해 화면이 빨갛게 물들며 흔들렸다. 사거리 차이 때문인지 카운터가 성공했음에도 일격에 잡지 못했다. 조금만 더 빨려 들어왔으면 킬 카운트가 확실했는데. 과연 랭크가 랭크인지, 정확히 끝 사거리를 노려오는 모습이다.

화면 가장자리가 붉어진 상태로 유지된다. 꽤나 깊은 상처를 입었다. 창병을 잡지 못했다는 것만 제외하면 설계가 잘 풀렸다. 한 명을 빈사 상태로 몰면서 폭주까지 발동했다면.

사실 이보다 잘 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빈사 특성을 의식해, 빠르게 이쪽을 마무리하기 위해 검을 들고 달려드는 적 플레이어의 측면에서.

거대한 도끼가 나타나 방패 째로 왼팔을 갈랐다.

과연. 벌목꾼이라 놀림받는 저치들도 호쾌함 하나만큼은 알아주는 것이다.

기습에 무너진 적 플레이어의 숨통을 끊었다. 이걸로 상대 전열은 완전히 박살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열이 필요한 광전사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으니.

화면 속에서 피에 물든 광전사가 포효했다.

###

<노칼듀오 켠왕이냐?=""/>

방송시간 왜저럼? 거의 10시간 가까이 박고있네ㅋㅋㅋ 켠왕선언했냐?

ㅇㅇ:ㄴㄴ 그런거없이 계속하는중 연승 기세타서 그냥 하는듯

­ㅇㅇ:몇연승째임

­ㅇㅇ:아까 4연승하다가 한번 끊기고 지금 다시 3연승 중임 킹 커트라인 바라보고있던데

Fellma*:똑같은 질문만 몇번째보냐 ㅅㅂ 검색을 쳐해

­ㅇㅇ:갤에 상주하는 니가 병신인게 아닐까?

­Fellma*:나갤에 글싸는게 내 직업이야 씹련아

<노르드 진짜="" 킹="" 가겠다=""/>

이번시즌 여자 킹 최초아님?

프로라는 새끼들도 퀸에서 빌빌대지않았나

저결보고 킹 갈거같긴했는데 진짜 가나봄

아메바13*:gb소속 Luna가 킹 찍긴했음. 원래 판수 많은 프로라 매번 퀸~킹 왔다갔다하긴 하는데, 애초에 여성 유저중에서 꾸준히 킹 달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 여러모로 화제될만한 일이긴 한듯

­ㅇㅇ:루나 또 킹찍었음?? 전에 갤에서 룩까지 떨어졌다고 지랄하던애들 봤는데

­아메바13*:매번그럼. 기복이 심하기도하고... 솔랭 상위랭크에선 수틀리면 던지는 인간으로 유명함.

­ㅇㅇ:아니 프로생활 어케함?

­ㅇㅇ:와꾸랑 실력이 되니까 인성 개빻아도 팬이 많지 ㅋㅋㅋ

한량*:ㅋㅋ 얼굴도 안깐 인방충인데 여자 킹인걸 어케 믿냐. 여성 킹이라고 존나 홍보했던 년들 중에 대리 논란 안터진 사람이 얼마나 될거같음? 지금 노르드 빨아대는 무뇌새끼들 나중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궁금하다 ㅋㅋㅋㅋ

­ㅇㅇ:공식대회에서 보여준게있는데 뭔 대리야 ㅂㅅ년이 남 잘되는 꼴을 못보네

­한량*:ㅉㅉ 무뇌새끼가 온라인 대회라 캠도 안깠는데 그걸 어케아냐고ㅋㅋ

<칼고 시청자="" ㅈㄴ많이="" 늘었다=""/>

원래 엘튜브 주력아니었냐? 생방 왜케 많이봄

지금 만 명이 넘게 보는데ㅋㅋㅋ 칼고 생방은 노잼아니냐? 올웨폰할때만 잠깐 봤음

ㅇㅇ:노르드랑 듀오+킹 달성 직전

­라플레시아*:오 뭐야 둘다 킹 가는거임?

­ㅇㅇ:그런듯. 며칠전부터 봤는데 점수 비슷한 상태로 시작함

미노*:저결 인터뷰때 노르드가 언급하고 평청자 많아지긴 했음ㅋ 둘이 듀오할때 말많아져서 재밌어

­ㅇㅇ:원래 씹선비같았는데 욕하니까 꿀잼

ㅇㅇ:일단 둘다 ㅈㄴ 잘해서 볼맛나긴해 콜도 간결하고 게임 맥을 너무 잘잡음

###

게임의 승리를 알리는 깃발이 펄럭이며 사라졌다.

평소 같으면 메인으로 돌아가야 하는 화면이 잠시 버벅이고. 검게 변한 화면 한 가운데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체스말이 튀어나왔다.

왕을 상징하는 화려한 왕관.

나이트폴 랭크의 정점.

킹이었다.

[노르드! 노르드! 노르드! 노르드!]

[킹(진짜) 킹(진짜) 킹(진짜) 킹(진짜) 킹(진짜) 킹(진짜) 킹(진짜) 킹(진짜) 킹(진짜) 킹(진짜) 킹(진짜)]

[진짜 오늘 찍었네ㅋㅋㅋㅋㅋ]

[파멸적 연승ㄷㄷㄷㄷ]

[이번시즌 최초 여성 킹아니냐?]

[에? 칼고의 영압이...?]

채팅창을 가득 채운 도배 문구. 전부 소화하기가 힘든 건지 컴퓨터가 버벅이는 게 느껴졌다. 휴식 없이 몇 시간을 연이어 달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기계도 지치는 것이다. 축 처져버린 내 몸뚱아리처럼. 게임 중에는 뚜렷했던 정신이 게임이 끝나는 순간 즉각적으로 퍼졌다. 무슨 약을 복용한 것도 아니고. 어쩌면 휴식을 주지 않는 주인을 대신해 억지로라도 신체 리듬을 바꾸고 있는 걸까.

렉 때문에 자꾸 버벅이는 채팅창을 바라봤다. 처음보는 도배가 가득했다.

킹르드, 황르드, 빛르드... 낯 부끄러운 채팅이다. 방송을 보면서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했나. 글자로 만든 그림 따위도 섞여있었다. 이런 건 준비하고 있어야 칠 수 있는 거잖아.

확실히 오늘은 게임이 잘 풀렸다. 그만큼 연승을 이어나갔으니 킹 랭크를 달성한 것도 충분히 예상할만한 일이었겠지. 계속된 도배에 웃음이 나왔다. 어느덧 놀랄만큼 늘어난 시청자의 수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아무튼, 기분이 좋은 건 숨길 수 없었다. 나 또한 언제나 킹을 바라본 한 명의 게이머였으니까.

목표를 달성한 여운을 만끽하고 있을 때, 안식을 깨는 방해가 들어왔다.

"노르드님?"

"네. 퀸고님."

"뭔, 뭔고요?"

"왜 그러세요. 퀸고님."

퀸고는 말이 없었다.

랭크를 왜 올리는가. 게임 내 보상이라고 주어지는 잡것들을 위해 그 힘든 길을 올라갈리가 있나. 랭크는 저랭크를 놀리기 위해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재밌는 조롱은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농담이에요, 칼고님. 킹까지 몇 점 남으셨죠?"

"...대충 60점 정도."

"아하. 3연승만 더 하시면 되겠네요."

"여기까지 같이 왔는데 배신하는 거 아니죠? 우리 낚시의 우정이 있잖아."

아직 한 적도 없으면서.

"그럼요. 제가 응원해드려야죠."

"응원말고, 듀오나 좀 더­"

"방송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칼고님 응원하러 가보겠습니다. 호스팅 넣어드릴게요."

"아니 잠깐 뭔 소리­"

띠링­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방송을 종료하고 칼고 쪽으로 호스팅을 넘겼다. 만 명이 넘는 시청자. 원래부터 칼고의 방송을 보던 시청자를 포함하면 잠깐이나마 이만 명을 넘을지도. 홀로 고독하게 킹 랭크 등반을 진행할 칼고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칼고의 방송이나 보다가, 기분 좋게 잠들어야겠다.

* *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