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3화 〉 73 ­ 괜히 열 내지 마 (73/243)

〈 73화 〉 73 ­ 괜히 열 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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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소모는 눈에 띄지 않는다.

아니. 육체와 정신을 구분하는 애매한 이분법도 이제는 구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정신력이라는 단어를 아직도 흔히들 쓰고 있지 않나. 나중이 되면 정신력도 체력의 일종으로 HP에 포함될지도 몰라.

요는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문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아무리 새겨도 부족한 것이다. 마음 편하게 측정 가능한 무언가였으면 좋겠건만, 혈압이나 혈당치 따위와는 다르게 이건 측정하기조차 힘들었다. 얼마나 쌓이든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보면 암세포와도 비슷한 것 같은데.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알기 힘든 점부터, 지들끼리 덩치를 키우는 꼴도 그렇다.

그저 평소처럼 일상을 영위하다, 어느날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결과로 나타나면­ 그때쯤에서야 '아,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구나.'하는 거지.

예를 들면... 탈모라던가.

그러니까 그런 결과를 마주하기 전 스트레스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현대인이라면 가져야 할 일종의 소양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지극히 대중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이었다. 음주와 게임. 내가 술을 마시는게 대부분 혼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건전한 해소법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술 쳐먹고 어디 깽판이나 치고 다니지는 않잖아.

홀로 있는 걸 즐긴다는 것. 그게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렇게 된 이상 인간에겐 의외로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아무튼 컴퓨터라는 친구가 있으면 뭔가 즐길 거리가 부족하지는 않았으니까.

소주 한 병에 게임. 더 뭐가 필요하나.

이게 섹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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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 없음???=""/>

어제 교육 컨텐츠로 불질러놓고 오늘은 방송을 안한다고...??

진짜 뭐하자는거지 나 진짜 죽어버릴것같아 밖은 춥단말이야... 당장 방송켜!!!

smatafuc:응 이미 그렇게 얼어뒤진새끼들 천지야 ㅎ

poutou66:공지없으면 안하는거겠지

­아이도:공지도 방송 몇분전에 올리는 인간인데ㅋㅋ

<안녕하세요 담배빵입니다.="">[47]

어제 선생님 말씀듣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노르드 선생님한테 배웠는데 계속 나딱이면 방송 볼 면목이 없잖아요ㅠㅠ

그래도 배운거 생각하면서 하다보니까 뭔가 갈피가 잡히는 것 같아요! 원래 게임 지면 팀 탓만했는데, 고칠 게 보이니까 제 플레이를 복기하게 되네요. 확실히 뭔가 달라진 것 같아서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오늘 게시판을 봤는데 제 얘기도 좀 있더라구요. 채팅창은 괜찮습니다. 솔직히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선생님이 개인 메세지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오히려 좋아요 ㅎㅎ

다음 주 교육 방송까지 종종 들러서 연습 근황 올려볼게요. 응원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노르드발닦개:씨1발새끼야 너 센세랑 갠톡하는거 자랑하러왔지

­내어깨에담배빵:아니에용 ㅠㅠ

냥냥코로:죽어

­내어깨에담배빵:헉..

검방커신:존나부럽다

­내어깨에담배빵:ㅎㅎ 너무좋아용

­검방커신:약올리냐? 10련이네이거

또라이몽:님 닉 진짜임?

­내어깨에담배빵:ㅎㅎ;

<요즘 채팅="" 10창나는="" 이유="" 찾아왔다="">[68]

방장 유명해지니까 인방커뮤에서 떡밥 오지게 굴리고 있음. 원래 전체검색으로 노르드찾으면 대부분 나갤에서 언급됐는데, 요즘 보면 그갤 새끼들 비중이 ㅈㄴ 높아졌다

원래 여자 스트리머들 대상으로 타겟잡고 ㅈ같은 떡밥 돌리는게 걔네들 일상이거든. 캠이든 노캠이든 허위사실 날조하면서 몰아가는 새끼들임.

빠르게 대처해야될듯?

dowonein77:어우 씨1발 개 좆,같은 새끼들이네ㅋㅋㅋㅋ 들어갔다가 토할뻔

서윗각설:그걸 여기가 왜 퍼다 나르냐? 똥물 보여주겠다고 가져오면 멀쩡한 물만 더 조지는거야. 진짜 조져버리고 싶네 이새끼

­cjqwk77:모르고 있으면 해결되냐? 방송 채팅창에 직접 영향이 가는데. 그냥 알려서 고소를 하든 뭔 대처를 하든 하는게 좋지ㅋㅋ

­서윗각설:유명하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까는 새끼들인데 뭔 ㅈㄹ이야 병,신련아. 고소하면 더 시끄러워지고 방송 십,창날 거 모르겠냐? 니 그갤하는 새끼인거 티 존나나니까 걍 꺼져

거북선인:왜 가만히 겜하는 사람한테 ㅈㄹ이지

­나랑달:그냥 유명하면 달려드는거 같은데?

한량23:자꾸 그갤 그갤하는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고ㅋㅋ 논란되는게 뭔지는 암?

나이트폴 지금 시즌에 킹 달성한 여성유저가 노르드 한명임ㅇ근데 그 한명 신상을 아무도 몰라. 뭐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는데 캠방을 하는 것도 아니야. 자기 입으로는 지금 계정이 본계라고말해ㅋ

전시즌 기록 아무것도 없는 인간이, 킹 랭크 찍었는데 여자ㅋㅋㅋㅋ 솔직히 겜 좆도모르는 년이 대리불러서 올렸다고 말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양심적으로 이걸 본인이 플레이하는 거라고 어떻게 믿겠냐고. 믿는 새끼들이 대가리 깨진 흑우새끼들 아니냐?

­감나라배나라:어후; 한량이 안보이더니 칼을 갈고 왔네

­한량23:논리적으로 반박을 해보라고ㅋㅋ

­감나라배나라:뭘 반박을 해 ㅅㅂ련아 없는 논란 만들어서 제시하는데 증명해야되는건 그쪽아님? 방송이나 대회 인터뷰만 봐도 니 말 개소리인건 다 알겠다. 느그들 본진으로 꺼져 더럽히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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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촉촉칙촉촉칙:이건 너무 칙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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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 Love:노르드님 제 저스틴 부계정에

Nord Love:저컴 게시판 관리자 권한 주실 수 있나요

Nord:^_&@@

Nord:넹 근데ㅠ왜요?

Nord Love:요즘 게시판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관리가 필요할 것 같아요

Nord:*_* 헉

Nord:편집하시느랄바블ㄹ텐데갠차나요?

Nord Love:네...

Nord Love:지금 한잔하셨죠

Nor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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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르륵­

투명한 잔에 투명한 액체. 소주잔에 데코레이션이 많은 이유를 알겠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투명한 술 안에 무언가 담겨 있다는 건 나름의 운치가 있겠지.

잔을 비우고 다시 베타코드 메세지를 확인했다.

그렇게 심한가?

주제가 뭐든 간에 인터넷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이상 싸움이 끊이질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커뮤니티란 그런 곳이다. 검을 대신해 키보드를 앞세운 투기장. 나는 그렇다고 커뮤니티에 규제나 제한 따위를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건 필요 없어.

쪼르륵­

우물만 파는 새끼들은 다 음습하다고, 커뮤니티가 폐쇄적일수록 활동하는 새끼들도 그렇게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들끼리 지키는 룰이 많으면 집단에 소속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또 거기만 아는 밈이니, 드립이니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심지어는 은어까지 만드는 지경에 도달한다.

꿀꺽­

그럼 끝이지. 우물 안 개구리끼리 물고 빨고. 대개 비슷한 성향의 인간들만 남으니 잘못을 지적할 제삼자도 사라진다. 자기 의견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없으면 인간의 시야는 비극적인 수준으로 좁아질 수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는, 천치들의 모임. 처참한 친목질의 세상이다. 그게 인간 지네지. 고어 필름은 다른 곳에서 찾을 게 아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우물벽을 쌓는 게 아니라, 그딴 건 다 허물어뜨리고 강처럼 넓게 만드는 편이 좋은 것이다. 댐이 마지노선이야. 규모가 크면 규제가 많아도 정화작용이 가능하니까.

그러니까, 나는 규제 같은 건 하기 싫었는데.

쪼르륵­

아. 병이 비었다. 한 병을 더 깔까, 말까.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지금도 적당히 취기는 올랐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한 병만 더­ 음.

<요즘 채팅="" 10창나는="" 이유="" 찾아왔다="">[87]

이 글이구만.

게시판에 들어가자마자 한 눈에 들어왔다.

조회수나 댓글은 많은데 추천수는 처참하기 그지없는. 보통 논쟁거리가 되는 글들이 이런 지표를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남의 집이 불타는 걸 보는 건 재밌었는데, 역시 불구경은 멀찍이 해야 되는 것이다. 우리 집이 불타면 그건 그냥 비극이다.

내용을 보자.

좀 어지럽나. 잘 안 읽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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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갤? 그갤이 뭔데. 나갤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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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 친구 글이 형편없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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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요지는 근래 내 채팅창에 분탕이 많았던 이유가, 특정 커뮤니티에서 내 방송이 타겟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커뮤니티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 않은가. 개별 게임, 심지어 인기가 거의 없는 게임의 커뮤니티도 있는 판에...

아, 생각해보면 피셔맨은 커뮤니티가 없었다. 잘 만든 게임인데. 역시 상품은 마케팅 싸움이다. 홍보를 안하니까 인기가 없는 거야. 나라도 열심히 선전을 해줘야­ 아. 생각이 딴 데로 새 버렸나.

아무튼 범람한 커뮤니티 중 인터넷 방송을 다루는 커뮤니티가 없을 리가 있을까. 그리고 거기서 내가 언급되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대회 때만 하더라도 내가 언급된 나이트폴 커뮤니티 글을 저컴 게시판에 그렇게 퍼다 나르더만. 그 정도로 규모가 큰 커뮤니티에서 언급될 정도면 나도 이미 훌륭한 네임드였다.

사실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것도 처음은 아니었다. 몇 살이더라. 군대를 전역한 다음이니까­ 한 스물 넷쯤인가.

당시 내가 언급되었던 곳은 폐가에 가까운 곳이라 대충 말하는 꼬라지만 보고도 서로 누군지 알아보는 커뮤니티였다. 좆망겜 시절의 나갤. 보이는 놈들은 대개 그놈이 그놈이요, 아이피를 보고도 대충 게임 닉을 짐작할 수 있던 때.

그걸 생각하면 우물에 쳐박혀 있던 건 나였을지도. 아니야, 거긴 룰은 개뿔 인간도 없었으니까 우물이라기보단 하수도에 가깝지.

역시 너무 호들갑이다. 커뮤니티에서 서로 애미 애비 거리며 팔아먹는 일도 즐비한데, 이름 좀 날렸으면 창남이 될수도 창녀가 될수도 있는 일 아닌가. 익명의 탈을 뒤집어 쓴 인간은 원래 그렇다.

스크롤을 쭉 내렸다. 어지러운 와중에 유난히 긴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 기억하고 있는 닉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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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쪼르륵­

논란이다.

털어서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있겠나. 사실 나오는 게 없더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게 하는 것쯤이야 동네 개새끼도 할 수 있는 일이지. 땔감 조금 패서 불을 붙이면 되는 일 아닌가. 뭐가 계기가 되었든 악의를 품고 덤벼들면 켕기는 일 한두 개 만드는 건 아주 간단했다.

여지를 안 주면 돼? 아주 쉽고 좆같은 말이야.

꿀꺽.

그래. 커뮤니티에선 무슨 말이든 할 수도 있지.

개새끼, 소새끼, 뭐 없는 새끼. 이런 면전에서 못할 말들 많지 않나. 저것도 그런 것이다. 댓글 하나.

게임 좆도 모르는 년이 대리 불러서...

꿀꺽. 꿀꺽. 꿀꺽.

쿨한 척은 그만두자.

진짜 좆같은 호로새끼가 말을 함부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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