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85 준비해, 내가 말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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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플랫폼대전="" 정식코치="" 하는거야??=""/>
그냥 스벅 개인 코치해주고 빠질 줄 알았는데
왜 팀게임도 잘함??? 빡오더하는거 지리네 ㄹㅇ
정식으로 봐주기로 한거임?
나랑달:몰러 방송에선 별말없었음. 방장 성격상 몇번인가 더 봐주기는 할거같음. 배빵이 챙기는거보면 의외로 신경많이쓰는거같은데
검방커신:제발 코치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 좆같은 게임들 안 볼 수 있잖아...
피셔조아:좆같은 게임들 ㅇㅈㄹ ㅋㅋ 개나소나 다하는 게임보다 유니크하고 좋구만
검방커신:지럴마 ㅆ1발 낚첩새끼들 다 대가리 효수해서 고성에 걸어둬야댐 ㄹㅇ
<방장 본캐닉뭐냐고=""/>
무능한새끼들아 어떻게 아직도 못찾고있냐
방장은 왜 숨기는거야? 본캐 영정당했나
노르드발닦개:응 센세 노르드가 본캐야~ 씹재능충이라 한번에 이해하고 다 잘하는거야~ 음해ㄴ
또라이몽:똘끼 생각하면 그쪽이 가능성 높아보임
DefoSSS:eu섭 은둔고수라는게 학계정설임
진리킼:왜 eu섭임근데
DefoSSS:플레이도 그렇고 게임 용어 말하는게 틀딱냄새가 너무 짙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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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망e:오늘 다들 수고하셨어용~ 첫 팀겜인데 재밌게했네용
해빙기70:재밌었습니다 ^^
스벅:형님 채팅에서 노익장이 묻어나오시네요 ㅎ;
해빙기70:뒤진다
돌쇠야:모두 수고하셨습니다.
Dallon:너무 좋았네요 ㅋ 대회도 이대로 가면 참 좋을텐데
스벅:ㄹㅇㅋㅋ 선생님 오더 내려놓은 판도 꽤 잘풀리던데? 아직 쟁 저랭크라 그런가
Dallon:아뇨 오늘걸린애들 전적서칭하면 다 룩 이상이었어요.
스벅:캬
스벅:근데 사실 갓르드끼고 지는게 이상하긴해
쪼망e:진짜 너무 잘하셔서 놀랬어요
돌쇠야:신앙심이 생겼습니다.
쪼망e:근뎅 다음 연습에도 와주시나용? 팀겜봐주시면 너무 좋을것같은데
스벅:아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네
스벅:지금 어디가셨나? 나중에 갠톡으로 물어볼게요
스벅:오늘처럼 궁병 잡고 전체적으로 봐주시면 최곤데ㅋㅋ
돌돌주주님이 메세지를 입력하고 있어요...
돌돌주주:나 왔다!
돌돌주주:왜 다들 말이 없어
돌돌주주:나 오늘 약속 취소해서 그런거양? 충치 땜빵넣는거 더 미루기는 힘들었단 말이야 ㅠ
돌돌주주:나 왕따야? 왕따된고야??
돌쇠야님이 메세지를 입력하고 있어요...
스벅:십련이 치과가는 거라면서 새벽 두시에 들어오고 앉았네~ 사실 술쳐먹고온거지?
스벅:라고할뻔.
스벅:
돌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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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야!"
입을 다무는 이모티콘과 함께 채널이 마비된 모습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메세지가 올라오지 않았다. 치과 좀 갈수도 있지, 그거 하루 좀 미뤘다고 유치하게. 그리고 기왕 외출한 김에 남자친구를 만나고 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녀는 스벅의 일침이 아니꼬왔다.
괜스레 충치를 갉아내고 덧씌운 왼쪽 어금니를 혀로 더듬었다. 부드러운 이물감이 덮인 탓에 여전히 자신의 치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목덜미로 흐르는 단발을 쓸어내렸다. 새벽까지 외출한 뒤라 그런지 목덜미가 끈적했다.
한번 의식하고 나니 땀이 흐른 몸 곳곳이 의식되기 시작했다. 타이트하게 허리를 조이던 치마부터 대충 끌어내렸다. 옅은 분홍빛을 띄는 블라우스마저 벗어던지자 그제야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열어둔 창문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아직 낮의 온기가 새벽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계절이었다. 그녀는 찬 공기가 맨살에 달라붙는 감촉을 느끼며 다시 핸드폰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채널 채팅방은 조용했다.
갑작스레 자리를 비웠나하고 시선을 돌려 채널 목록을 바라보면, 초록색 불이 들어와있는 모습이다. 아직 다들 온라인으로 접속해있는 상태였다.
그럼 그렇지. 아직 새벽 두시밖에 되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방송을 한다는 사람들의 정신이 가장 또렷할 시간이다. 그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방금 전까지 채팅을 하던 걸 보면 방송은 종료했을 테니까.
"응?"
채널 목록에 접속해있는 사람이, 일곱 명.
대회 참가자는 분명 여섯 명인데.
목록을 다시 훑던 그녀의 눈이 익숙하지 않은 닉네임에서 멈춰섰다. 'Nord'. 제각기 고유한 프로필 사진을 달고 있는 가운데 유일한 기본 프로필이 오히려 부각되어 나타났다.
노르드?
금새 머릿속이 의문으로 가득찼다. 그녀가 아는 노르드는 단 한사람밖에 없었다. 최근 저스틴에 초신성처럼 떠오른 스트리머. 다른 사람의 방송은 거의 보지 않는 터라 직접 시청한 경험은 없었지만, 방송을 켤 때마다 항상 상위권에 위치했던 탓에 기억에 남는 닉네임이었다.
매번 보던 스트리머만 노출되던 방송 목록의 상단에 프로필도 설정하지 않은 사람이 툭 튀어나온 것이다. 그 이질스러운 모습은 그녀에게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아마, 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평균 시청자가 이천에서 삼천 명 사이를 오가는 그녀의 방송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수치였다.
그런 사람이 여기 왜 있는거야.
궁금증이 피어올라 채널 메세지 내역을 쭉 읽어봤다.
오늘 저녁에 초대를 받아 들어온 모양이다. 노르드가 직접 남긴 메세지는 단 한 문장도 없었다. 자정을 넘어서 올라온 다른 사람들의 채팅을 읽어보면, 아마 연습을 도와주는 조력자로 참가한 것 같았다. 팀의 코칭을 맡는다고? 뭐 얼마나 잘하길래.
입이 삐죽하고 튀어나왔다. 자신의 자리를 완벽히 대체한 것 같았다. 완벽한 오더였다느니, 지원이 훌륭하다느니... 모두 극찬 일색이다.
어차피 실전에선 내가 뛸 텐데 저게 다 무슨 의미가 있다고.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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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라고? 내가 이걸 왜 아직까지 하고 있지."
[ㅋㅋㅋㅋㅋㅋㅋ 현타on]
[낚시 초보쉑 처음보는 손맛에 정신못차리죠??]
[게임 잔잔하니 재밌어용ㅎㅎ 라디오처럼 틀어놓기 좋네요]
[아니 그럼 라디오를 듣지 왜 겜방을 켜놓는데]
[칼고님 목소리가 좋아서ㅠ]
[우욱 씹]
[ㅅㅂ 이새끼는 볼때마다 여청자왜케많아]
이젠 채팅창을 보면서도 손이 움직였다. 미끼를 끼고, 낚싯줄을 정리하는 기본적인 루틴이다. 최적화가 산으로 간 괴상한 게임은 이런 연속된 동작마저 까다롭게 만들었다.
키보드의 좌측 하단부에서 우측 상단. 거리가 멀었다. 뭐가 이리 불편한지. 애초에 이런 기본적인 동작들의 단축키가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에러나 다름이 없었다. 익숙해졌음에도 불만이 튀어나왔다.
이쯤 되면 이런 불편함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 망할 게임은 단축키 설정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세부적인 키를 변경하는 게 불가능했다. 방향키 따위의 기본적인 키 설정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열받는 부분이었다. 그딴 건 안 바꾼다고.
또, 또 이렇다. 게임에 대해 불만을 토하면서도 묵묵히 게임 플레이를 반복하고 있는. 한창 게임을 진행하던 도중 시청자가 썼던 채팅 하나가 머리에 맴돌았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게 인생이나 다를 바 없네.'였나.
확실히, 편의성과는 동떨어진 이상한 게임이다.
휘릭
이제는 제법 익숙한 본새로 낚싯줄이 날았다. 처음엔 이 과정만 해도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가. 미끼를 끼고 기뻐하며 낚싯대를 휘두를 때마다, 낚싯줄은 이상하게 엉켜 버리기 일수였다.
그걸 몇 번이나 반복한 다음에야 낚싯줄을 정리하는 기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쓸데없이 넓은 맵을 제작할 시간에 제발 튜토리얼이나 만들어 달라고.
평소엔 지나치게 친절한 요즘 게임의 툴팁들을 보고 불만을 털어놓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걸 그리워하고 있다니. 그 게임들과 피셔맨을 합쳐 반으로 나누면 딱 적절한 수준의 게임이 나올 것 같았다.
이건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미끼를 찾지 못해 서성이던 게임의 초반부를 생각하면 아직도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 그런 불편한 요소들 때문에 이 게임을 이렇게 오래 붙잡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스트리머를 하며 플레이하고 클리어한 게임이 몇 개였던가. 어느샌가 빠진 매너리즘을 이 요상한 게임이 조금씩 깨부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뭔가 약오르는 것이다. 집요하게 게임을 추천해오던, 동료 스트리머가 떠올라서. 거봐라 하며 조곤조곤하게 말 해올 게 뻔히 보였다.
별로 감정이 담겨있지도 않은 목소리가 왜 그리 사람을 자극하는 걸까. 분명 당한 게 많기 때문일 것이다. 빌어먹을 년.
이번엔 포인트를 잘못 잡았을까. 영 입질이 오지 않았다. 잔잔한 강은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 고요한 수면 아래에 물고기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게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어쩌면 그래서 잡히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낚싯대가 흔들리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게임의 분위기에 맞게 조용하던 채팅창이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무슨 일인가 하고 바라본 순간, 유난히 눈에 띄는 닉네임이 눈에 들어왔다.
[Nord11:피셔맨 꿀잼]
...노르드였다.
느닷없는 유명인의 등장에 채팅창이 시끌벅적하게 올라갔다.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마치 동물원의 숨겨진 인기 스타처럼.
왜, 동물원에 가면 유명은 한데 우리 밖으로 나오는 일이 드문 녀석이 꼭 하나씩은 있지 않은가. 저스틴에서 노르드는 그런 존재였다.
"저 사람 방송 껐어요?"
[네]
[ㅇㅇ]
[아니 노르드 텐련아 방송이나 켜]
[방송끈지 얼마나됐다고 키래]
[그냥 24시간 방송해!!!!]
[합방잘봤어용 오더 엄청 잘하시던데 ㄷㄷ]
합방. 오더. 노르드와 매칭시키기 힘든 단어들이다. 최근 방송을 켜면 리듬 게임이나 듣도 보도 못한 고전 전략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던 인간이다. 오늘 교육 방송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그 뿐이었다.
합방은 그렇다 치더라도 오더는 뭐지. 저 인간이 팀전을 들어갔다고? 칼고는 그 모습을 쉽게 떠올리기 힘들었다. 영상 후원을 막아두고 진득하게 게임에 임했더니,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 무슨 합방 했나요? 오더했다는 건 무슨 소리야."
멘트가 끝나자마자 한번에 채팅이 쏟아졌다. 한 줄 문장으로 우수수 쏟아지는 정보들을 종합하는 것도 일이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플랫폼 대전 팀 연습을 노르드가 도와줬다는 이야기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플랫폼 대전에 대한 것도, 노르드가 그런 연습에 코칭을 맡았다는 것도.
대답을 들었음에도 의문만 더 커졌다. 여전히 입질이 오지 않는 터라 궁금즘만 몸집을 불릴 때였다. 노르드가 다시 채팅을 쳤다.
[Nord11:피셔맨 하고 싶어요]
"...하면 되잖아. 누가 못하게 막았어?"
그러고 잠시간은 새로운 채팅이 없었다. 원래 채팅을 거의 치지 않는 인간이다. 저렇게 연달아 채팅을 치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잠깐 정적이 이어지자 채팅창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아무튼 새벽 시간이다. 늦게까지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어플만 켜놓고 잠드는 경우가 많은. 새삼스레 강가에 떠오른 달이 눈에 들어왔다.
미끼를 잘못 골랐을까. 아니면 포인트가 문제일까. 몇 분을 기다려도 입질은 오지 않았다. 가끔은 이럴 때가 있는 것이다.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칼고는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아직 시간은 남았으니, 우선은 포인트를 바꿔보는 게 좋겠다. 하천에 들어오며 봐둔 지점이 몇 군데인가 있었으니까.
낚싯대를 정리하고 일어선 시점이다. 불현듯 노르드가 다시 나타났다. 꽤나 느릿해진 채팅창에서 노르드가 써낸 채팅이 이전보다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칼고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Nord11:전 자러감. 방송끝나고 갠톡보세요.]
저렇게 써갈기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갠톡이라는 말에 반응한 시청자들이, 새벽임을 잊고 피라냐처럼 달려들기 시작한다.
칼고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저거 일부러지. 미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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