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90 원숭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 * *
"점령전을 생각해봅시다. 공성과 수성. 공세에 맞서 수비측은 시간을 지연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애초에 승리 조건에서부터 심리적 우위를 가진 거죠.
거기다 지리적인 이점도 있습니다. 역으로 점령 당하기 전까지는 고성 내 대부분의 오브젝트를 수비에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수성하는 입장에서, 아군은 압도적인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유리한 지점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그럼 공성은 어떨까요. 이 어긋난 구도에서 공성측에게 주어진 무기는 많은 병사들 뿐입니다. 아시겠지만 일정 주기에 맞춰 등장하는 병사들의 물결이 레드가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특징이에요. 따라서 공세에 힘을 실어 밀고 나갈 타이밍은 병사들이 리젠되는 때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오더라는 건 전부 이 웨이브를 조절하는 일입니다. 이걸 이해하고 계셔야 돼요. 레드는 어느 웨이브에 공격을 집중할지 조절하는 거고, 블루는 그걸 읽어서 대처하는게 기본입니다. 다른 디테일한 팁들 모두 이 기본적인 원칙에서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여기까지, 이해하셨나요?"
"네... 넵."
[전혀 이해못했죠?]
[쪼숭이]
[왜케 본격적임??]
[손캠 켜주세요 16트]
[ㅅㅂ 원숭이 기어다니는거 개열받네 진짜]
[얼빠진 쪼망이 커여워]
[아니 저것도 모르고 팀겜한거야?? 기본이잖아]
[니는 웨이브 신경쓰면서 겜하냐? 룩만 봐도 무지성으로 들이박는 새끼들이 태반이구만ㅋㅋ]
[솔랭은 저런거 몰라도 피지컬로 올릴 수 있지. 까놓고 룩 상위까지는 걍 갈수있음ㅎ]
[손캠 켜주세요 17트]
[여기 노르드방송아니야 ㅂㅅ아;]
어지러운 상황에 그녀의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성공을 위해선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 준수해야 된다는 자기계발서의 조언이 있지 않나. 제목이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는 게 흠이지만 아무튼 그녀의 머릿속에 깊게 남아있는 문장이다.
그래서 그녀는 성공을 위해 방송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다. 다른 스트리머에 비해 자신만의 강점이 없다는 생각에 절실하게 떠올렸던 것이다.
타고난 센스를 가지고 화려한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거나,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시청자들을 웃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그런 능력이 없었으니까. 결국 방송인 쪼망이 내세운 건 시청자와의 소통이었다.
그건 곧 그녀가 생각한 자기 방송의 일원칙이 되었다. 어느 때라도, 채팅창을 외면하지 않을 것.
그러나 칠천 명의 채팅을 감당한다는 건... 그동안 전혀 상정하지 못했던 일인 탓에.
교육을 듣는 동시에 채팅을 확인하는 쪼망의 머리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사르륵
종이책을 넘기는 올드한 효과음과 함께 또 한장 페이지가 넘어갔다. 이해하기 힘든 센스의 자료는 그렇다 치고, 노르드의 강의는 꽤나 전달력이 좋았다. 안 그래도 좋은 목소리에 적당한 속도와 정확한 발음이 더해진 덕분이다. 저걸 준비하는 과정에도 많은 노력이 있었겠지.
노르드는 합방이 성사되기 전부터 쪼망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나이트폴 경력은 오래 됐는지, 팀 게임 경험은 있는지, 다른 빌드에 대한 이해도는 있는지... 대부분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녀에게는 적잖이 부끄러운 일이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으면 나이트폴에 대해 공부라도 해둘 걸 하는, 뒤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나이트폴의 세계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깊었다. 알면 알수록 오히려 막막함을 느낄 만큼.
많은 시청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게임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날려먹는 건 막아야 하는 일이었다. 그녀에게도 나름의 절실함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교육 내용을 이해하느라 바빠서, 처음의 긴장감이 거의 사라졌다는 건 희소식이었다.
"...따라서, 블루 사이드의 주된 전략은 몰려오는 웨이브를 지워내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병사들을 일정량 이하로 줄여버리면 적 공세도 자연스레 지연되니까요. 아시겠지만 전투 상황에서 병사를 끼고 구도를 만들면... 아."
능숙하게 이어나가던 노르드가 갑작스레 말을 멈췄다. 메모장을 켜놓고 열심히 내용을 받아적던 쪼망도 고개를 들어올렸다.
뭐가 문제인지 대충은 짐작이 갔다. 이전부터 여러 차례 물어봤던 점이니까.
"네... 제가 메이지 원 빌드라서, 헤헤."
조금 주저하면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나이트폴을 시작한지 일 년도 지나지 않았다. 방송을 시작하고서, 시청자들의 추천을 받아 손을 댄 것이 처음이었다.
대부분 FPS 게임에만 관심을 가졌던 그녀였기에 나이트폴을 처음 접했을 때는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튜토리얼과 일반 게임을 거치며 몇 번이나 허무하게 죽어나갔던가.
그때 메이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의 나이트폴 인생은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매번 일찍 죽어버리는 탓에 화면이 흑백으로 유지되는 게임을 재밌다고 계속 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녀는 노르드와 나눴던 메세지를 뚜렷하게 기억했다. 메이지밖에 하지 못한다는 자신의 채팅에, 몇 분인가 답장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 기묘한 정적에 발을 동동 굴렀던 것이다. 그 순간엔 스벅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노르드님은, 아마 높은 확률로 '메혐'이라고.
...사실, 그녀는 메혐이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들었다. 매판 마법사가 튀어나오는 마당에 어떻게 그걸 혐오할 수 있는 건지. 궁금증에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 메이지 유입을 배척하는 무리가 있다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알게 됐다.
정말로,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흠... 아예 근접전 경험이 없으신 건가요?"
"어... 아예 없는 건 아니구... 그, 튜토리얼이랑요. 컴퓨터랑 할 때 몇 판 해봤어요. 근데 적성이 없는 것 같아서"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요?"
"네?"
"사실 쪼망님이 근접 빌드에 숨겨진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에? 아뇨아뇨. 저 튜토 병사한테도 두 번인가 세 번 죽었다구요! 무기를 든 사람이 앞에 있으면 너무 긴장돼서, 머리가 하얗게... 지금도 메이지 할 때 그렇게 많이 죽어요. 그니까 제가... 으응."
쪼망은 급하게 이어나가던 말을 멈췄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낮추는 꼴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낮은 자존감을 너무 대놓고 드러내는 건 아닌지. 누가 보더라도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을 듯 싶었다.
그러나 노르드에게 말한 건 전부 사실이었다. 그녀는 적의 칼 끝을 목 앞에 두고 심리전을 나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을 생각하는 것도 정신이 없는 판에, 어떻게 적의 움직임까지 읽는다는 건지. 복잡한 와중에 침착함도 유지해야 하지 않나.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쪼망은 그런 것보다,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되는 메이지가 편했다. 전장의 커다란 움직임이야 그녀로써도 읽어낼 수 있었다. 적의 칼이 눈 앞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않는다면 그걸로 족했다.
그녀의 교육을 맡은 선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번 대회에서 무리하게 빌드 변경을 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런데 오더를 잡으려면 다른 빌드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시험 삼아 경험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은데요."
"앗, 네. 그럼 선생님 말씀대로 할게요! 랭크 게임에서 해보면 될까요...?"
"아뇨. 거의 처음이라고 하시니까...
아. 제가 괜찮은 빌드 하나 알려드릴게요."
그러고는 마우스가 딸깍하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쪼망은 근접 빌드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적극적으로 빌드 변경을 밀어붙이지는 않는다는 것일까.
형편없는 빌드 운영으로 선생님과 시청자의 눈치를 보게 될 그림이 훤히 그려졌다. 그래도 지금 자신의 하찮은 플레이를 보여주면, 그걸 몇 만명이 지켜보는 대회에서 보여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런 것 하나 하나에 안도감을 느끼는 제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칼든 쪼망 ㅋㅋㅋ 큰거온다]
[뭔 빌드 추천한다는거임?]
[검방일듯 젤 무난함]
[검방이 뉴비가 쓰긴 은근 어려운데..]
[답은 거북이다]
[근데 걍 궁병시키면 안돼나요? 쪼망님 에임 좋아요]
[똘주가 활빼면 개폐급이라 안돼]
[아니 애초에 오더 때문에 시킨다잖아 난독들아]
노르드는 아마 빌드 링크를 복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간만에 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채팅창은 노르드가 추천한다는 빌드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송출 화면에 비친 제 모습이 이전보다 초췌하게 느껴졌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거라면 좋을 텐데. 캠에 비치지 않게 옆으로 치워둔 참외가 조금씩 말라가고 있었다. 역시. 못 먹는다고 했잖아, 유정아.
띠링
"링크 받으셨나요? 보내드렸는데."
"네. 받았어요. 바로 확인해볼까요?"
"그러세요. 이렇게 된 김에 일반 게임 한판 돌리고 가죠. 뒷 내용은 이어서 설명드릴게요."
"아, 네."
쪼망은 나이트폴 메세지로 받은 빌드 링크를 클릭했다.
무슨 빌드일까.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마지막으로 근접 빌드를 사용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 지경이다.
기왕이면, 창이나 할버드처럼 사거리가 긴 장병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패를 들고 심리전을 하는 것보다는 먼 거리에서 먼저 공격하는 쪽이 훨씬 마음이 편할 테니까.
빌드를 불러오는 로딩이 끝나고, 노르드가 보낸 빌드의 상태창이 화면에 나타났다.
시작점부터 메이지와는 다르다. 난잡하게 선택된 특성들이 그녀에게는 전부 생소했다.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할지 몰라서, 쪼망은 먼저 빌드의 이름을 확인했다. 보다 직관적인 빌드이기를 바라면서.
"마법사죽이기...?"
뭘 죽여?
직관적이기는 했다. 다만 그 정도가 너무 과했을 뿐.
"쪼망님을 위해 준비했어요."
그 이름에 반응했는지 노르드가 곧장 입을 열었다.
반응이 너무 빨랐다. 분명 이전과 똑같은 높낮이의 목소리인데, 들뜬 것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밝은 목소리로 노르드가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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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토를 뒤집어 쓴 인형(人?)이 전장의 그림자에 숨어들었다.
내쉬는 숨이 가볍지 않았다. 상반신을 전부 감싸는 두꺼운 망토 위로 가빠르게 뛰는 흉부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가 조금씩 흔들렸다. 누군가 봤다면 바로 존재를 파악할만한, 눈에 보이는 떨림이다.
이내 스스로의 떨림을 의식했는지 점차 호흡이 가라앉았다. 다행히 그림자가 만들어낸 작은 소리는 전장의 거대한 소음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림자는 이제 움직이지 않았다. 요란스러운 바깥과 별개로, 그림자의 주변은 조용했다. 외부와 별개의 영역으로 나눠진 듯했다. 전장 한복판에서 작은 침묵이 몸을 웅크렸다. 한동안은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외성이 함락됐음을 알리는 웅장한 나팔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림자는, 그제서야 웅크렸던 몸을 펼쳤다.
한번 다리를 움직인 이후로는 머뭇거림이 없었다. 마치 목적지를 알고 이동하는 것 같았다. 검은 그림자가 일정한 보폭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빠져나간다.
간혹 푸른 옷을 입은 병사들이 근처를 지나갔으나, 호흡을 멈춘 그림자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전장을 향해 걷는 병사들은 흔들리는 그림자를 다시 바라보지 않았다. 마치 전장의 혼돈 속에 녹아든 것 같았다.
주저 없는 발걸음은 내성 깊숙한 곳에 홀로 선 작은 탑 앞에서 멈춰섰다. 쌓아올린 벽돌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왔다. 잠시 탑을 올려다보던 그림자가 다시 발을 움직였다. 탑의 입구로 향하는 움직임이다.
그림자는 조용히 탑을 올랐다. 움직이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계단을 밟는 소리가 울려퍼지지 않았다. 정적이 무겁게 깔린 탑에서 소리 없이 그림자만 흔들렸다.
어느 순간 그림자가 멈춰섰다. 한쪽 발을 다음 계단에 올려놓고서, 올라가던 자세 그대로 움직임을 정지했다. 잠깐 사이에 탑의 정적 속으로 그림자가 몸을 숨겼다.
그러더니 허리춤으로 손을 옮겼다. 들어올린 손에서 못보던 석궁이 존재감을 내비쳤다. 여전히, 탑은 고요했다.
작은 바람 소리가 들려온 건 찰나였다.
흐읍
목에 화살이 박힌 병사 하나가 쓰러졌다. 털썩하고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바람 새는 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무거운 정적을 깨우기엔 너무나 작은 소리였다. 탑은 금새 조용함을 되찾았다.
그림자는 다시 탑을 올랐다.
발이 무언가에 걸린듯 몇 번인가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럴 때면 그림자의 손이 항상 석궁을 붙잡았다. 침묵 속에서 바람 소리만 얕게 맴돌았다. 정상에는 도달하지 않는 소리였다.
높지 않은 탑이다. 그림자가 정상에 도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외탑의 꼭대기에는 작은 문 하나가 있었다. 갈망하던 목적지에 도착한 탓일까. 그림자는 망설이지 않고 발을 움직였다. 문을 향해 달려드는 모양새였다. 석궁에 걸린 화살촉이 횃불의 빛을 반사하며 번뜩였다.
어설프게 잠긴 문이, 그림자의 손짓 몇번에 손쉽게 열리고.
열린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빛을 보며, 그림자가 조금씩 일렁였다. 망토가 만들어낸 음영에서 노란 안광이 섬뜩하게 흔들렸다. 마침내, 사냥감을 포착한 까닭이다.
이윽고.
공기를 가르며 화살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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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내뱉은 한숨이 그녀의 심장까지 가라앉았다.
뒤늦게, 손등부터 타고 흐른 전율이 그녀의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짜릿했다.
[와 ㅅㅂ 잠입액션임?]
[아니 에임 왜케좋아]
[이거 무슨 빌드임???]
[노청자가 이 빌드를 몰라? 나가 뒤져라 걍]
[노르드 시청자 아닌데요..]
[암살맛 느껴버렸죠?? 이제 씹게이 메이지로 못돌아가는 몸이 되어버렸죠??]
[병사들 앞 그냥 지나가는데 모르네ㅋㅋ 뭐냐 이거]
[킷따ㅏㅏㅏㅏㅏㅏ]
채팅창의 열기가 그녀의 여운을 더했다.
방금 게임에서, 채팅창을 본 적이 있었나? 방송 중에 이 정도로 게임에 몰입했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플레이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노르드의 말에 따라, 홀린 것처럼 적 메이지에게 향했다. 사방에 가득찬 적이 그녀에게 짜릿한 위기감을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메이지를 쐈을 때의... 그 느낌은...
"쪼망님?"
"네, 넷!"
"잘 하셨어요. 처음 플레이하는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역시 자질이 있으셨네요."
"아뇨! 노르드님 말씀 따라서 플레이한 것 뿐인데요! 저, 저 혼자선 절대 못했을 거예요."
"옆에서 직접 알려줘도 못하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정말 잘 하셨어요."
극찬이었다.
쪼망은 노르드가 저런 식으로 누군가를 칭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처참했던 지난 팀 연습은 제외하더라도, 노르드가 직접 참가해 비교적 기분 좋게 풀렸던 첫 연습 때도 그랬다. 간단하고 의례적인 칭찬을 몇 번인가 들었을 뿐이었다. 이처럼 감정이 담긴 칭찬은 처음이다.
그게 지금 자신을 향하고 있다니.
생전 처음 플레이한 독특한 빌드로, 메이지를 암살할 때의 쾌감. 그 격정이 식기도 전에 노르드의 칭찬이 더해졌다. 그녀의 마음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숨을 죽이며 적병 사이로 지나가던 스릴 넘치는 순간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것들 모두가 짜릿한 흥분이 되어 그녀의 심장으로부터 퍼져나갔다.
"으음, 기세를 타서 한판만 더 해볼까요? 쪼망님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하셔서, 저도 한번 더 보고 싶네요."
"네, 네! 바로 매칭 돌릴게요!"
흥분에 가득 찬 쪼망이 망설이지 않고 매칭을 돌렸다. 방송 화면에 나오는 그녀의 얼굴이 상기된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의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는, 신이 난 모습이다.
밝은 목소리로 뭐라 말하는 쪼망의 목소리 사이로, 아주 작게 다른 소리가 섞여들었다.
노르드의 웃음소리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