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101 우물 밖으로 튀어나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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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망e:다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돌쇠야:고생하셨습니다.
스벅:굿굿
스벅:오늘 하이라이트 싹다 돌려보고 잔다ㅎ 내일 휴방할 예정
돌돌주주:볼거 별로 없을텐뎅 ㅋㅋ
스벅:?
스벅:님은 핫클립이나 보셈ㅋ 이달의 개그영상 1위 축하하고
Dallon:존나 웃기긴해
Dallon:이번대회 진짜주인공답다
돌돌주주:ㄷㅊ
해빙기70:다들 고생했어요.
스벅:형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스벅:코치님들도 감사합니다 소정의 상금과 선물이 전달될 예정입니다
돌돌주주:어우 이모티콘 낡은거봐
스벅:? 쪼망님이랑 같은건데 왜
스벅:사람차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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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그럼 날짜는 언제로 할까요?
해빙기70:다 서울 올라올 수 있나
스벅:지방 사는거 돌쇠랑 형님밖에 없을걸요?
스벅:코치님들한테 여쭤봐야되긴해요 지금 두분 다 오프라인인듯
돌쇠야:저는 괜찮습니다. 어차피 회사 들려야 돼서 조만간 한번 올라가려고 했어요.
해빙기70:나도 자차끌고 올라가면 금방 가.
스벅:그럼 술 못드실텐데
스벅:저희 집에서 주무시고 가실래요? 집에 손님 방 있어요ㅋ
해빙기70:그럼 좋고
돌돌주주:얼른 만나서 쪼망이 볼따구 주물주물하고 싶당
쪼망e:
쪼망e:혹시 야방도 키시는 건가욤?
해빙기70:방송키면 자리 불편하지 않나?
스벅:안킬거같아요 캠방 안하시는 분도 있고
스벅:그리고 불편해서 밥도 안들어감ㅋㅋ
쪼망e:앗 넵 너무 기대되네용
스벅:그럼 다음주 주말 중에 모이는 걸로 할게요
스벅:노르드님이랑 칼고님한텐 제가 물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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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망e
2,307명 시청중
"오늘은 새로운 게임도 준비해왔어요. 1부로 나이트폴 좀 하다가 2부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네? 아, 시즌 끝나서 조금 그렇긴한데, 저는 프리 시즌도 꽤 재밌는 거 같아요. 마법사죽이기 마음대로 꺼내도 뭐라 그러는 사람도 없고."
"그쵸? 요즘 확실히 많이 나오는 거 같아요. 프리 시즌이라 그런가. 저 어제 랭크 돌리다가 메죽이랑 눈 마주쳤다니까요? 아뇨, 메이지가 아니라 저도 메죽 했거든요. 이게 침투 최단 경로로 달리다 보니까 도중에 서로 마주친 거예요. 그냥 보내면 안 될 거 같아서 석궁부터 겨눴는데, 한발 피하고는 바로 돌진하더라구요. 못 버티고 바로 죽었어요. 단검이었는데 어떻게 받아쳐야 될지 모르겠어서... 아군 채팅이요? 바로 차단해서 못 봤는데. 헤헤."
<달리는말 님이="" 1,000원="" 후원!=""/>
그래서 플랫폼대전 뒤풀이 언제 하나요? 썰푸는거 벌써 기대되는데
"아, 달리는말님 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뒤풀이 얘기가 많이 나오네요. 이번주 토요일로 확정된 거 같아요. 다행히도 다른 분들 일정이 다 맞아가지구... 헤헤, 저 되게 기대하고 있어요. 원래 저도 시청자로 방송 보던 분들이잖아요. 팬과 스트리머의 관계 같은? 이렇게 만난다는 게 상상이 잘 안 가더라구요. 만나서 말 더듬고 그러면 어떡하죠? 너무 창피할 거 같은데."
[ㄱㅊ 어차피 술마시다보면 걍 편해질걸]
[나도 쪼망님 실제로 보고싶당...]
[쪼망님 페이스로 말 더듬으면 귀엽기만함]
[근데 다 온다고함? 해빙기님 캠도 잘 안까시는 분인데 ㅋㅋ]
[노르드가 ㅈㄴ 궁금하네]
[??? 노르드도 나온다고? 그사람 절대 안나올듯;]
[야방 켜주시나요? 너무 보고싶다ㅠ]
[만나면 똘주 10련 뺨한대 때려주세요]
<노르드발닦개 님이="" 10,000원="" 후원!=""/>
혹시 노르드도 뒤풀이 참가하나요? 진짜 궁금해서 미칠거 같아요
"앗! 노르드발닦...개 님, 만 원 씩이나. 사랑해요, 감사해요! 그, 아직 잘 모르겠어요. 시간 괜찮으면 나오겠다고는 하셨는데... 저도 사실 노르드님하고 제일 만나고 싶거든요. 대회 때 신세도 제일 많이 졌고, 방송도 너무 팬이여서. 그래서 제발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아, 물론 다른 분들도 다 마찬가지구요! 칼고님은 오겠다고 하셨거든요."
[노르드가 그렇게 말했다? 절대 안나옴]
[그 텐련은 요즘 방송도 잘 안켜요~ 쒸,,불룐 ㅎ]
[칼고가 나오는 것도 엄청 특이하네ㅋㅋ 다른 스트리머랑 합방도 별로 안하는 인간인데]
[노르드 나오니까 나가는거 아녀? 둘이 엄청 친하잖아]
[ㅈㄹ ㄴ 억결충 다 단두대로 ㄱ]
[뭔 저정도 말했다고 억결임]
[똘주 10련 뺨좀 때려주세요 2트]
[똘주 그만 괴롭혀라;]
[뺨으로 되겠음?]
"뺨, 뺨이라뇨! 제가 어떻게 감히. 그리고 돌주님 엄청 착하세요, 여러분. 대회 끝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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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고:뒤풀이 참가할거예요? 서울에서 한다는데
칼고:너 서울 살잖아
칼고:불편하면 거절해. 뭐라 그럴 사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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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다.
어떤 사람들 한테는.
인간을 유형대로 정리하는 음습한 성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만나는 사람마다 뭔가 새로움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알아서 발견해내는 것에 가깝겠지. 세상에는 의식해서 노력하지 않고도 자연스레 인간 관계를 늘려 나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인간 관계의 확장은 곧 세계의 확장과도 같다. 자신의 비좁은 방이 세상의 전부인 누군가와 비교했을 때, 그치들은 얼마나 넓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속에서 행복을 느끼냐고 묻는다면 언제나 확답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그야, 제가 살고 있는 세상이 우물이라는 걸 모르면 행복할 수 있겠지. 만약 행복하다고 대답한다면 개구리를 끄집어 우물 밖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게 옳은 일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외면하는게 아니고서야.
이런 고민은 성가실 뿐이라고 말하고 다니면서도, 부재에 대한 시기와 질투는 나도 모르는 사이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배양해내고는 했다. 어찌됐든 결핍된 사람은 충족된 사람을 보고 부러움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러모로 결핍된 삶을 살았던 나는 그걸 잘 알았다. 언젠가는 존재의 고뇌라고 거창하게 포장하며 스스로를 달래기도 했었지. 이것도 사춘기의 특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글쎄. 중학생들이 자주 할법한 고민인 것 같기는 한데.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아는 인간이 많을수록 인간의 정체성은 보다 확고해지는 것이다. 인간 관계가 깊고 넓은 인간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그만큼 중요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이제는 낡은 것처럼 느껴지는 문장은 아직도 유효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자아가 얼마나 확고하고 명확한지와는 별개로,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내가 진정한 '나'로 자리잡기 마련이다. 타인의 인정을 받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르짖어봤자 대개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이다.
나는 어떨까.
어느 순간 노르드는 보다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었다. 방송을 시청하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시선에 힘입어서.
스트리머, 나이트폴 킹 랭크 유저, 결전 대회 우승자, 저스틴 플랫폼 대전의 코치... 노르드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요소들이다. 뭐가 더 있을까.
아무튼 이 모든 종합적 요소들을 결합하면 노르드라는 스트리머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복잡할 것도 없었다. 방송을 하면서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멍청하고 얼빠진 짓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애초에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가지고 시작한 방송이 아닌가. 그렇게 방송을 시작한 순간부터 내겐 가장 마음 편한 도피처였던 셈이다.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순수하게 행동할 수 있는, 노르드라는 가면.
그럼, 혜진은?
혜진은 어떤 사람이지.
자아에 대한 질문은, 매번 가장 무거운 질문이 되고는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면... 쓸데없이 깊이가 느껴지는 질문이 아닌가. 이 가장 단순한 질문이 얼마나 사람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지. 당연히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당장 혜진이 되기 전에도 골치를 아프게 하던 질문이었는데, 변화...아니, '변신'에 가까울까. 아무튼 혜진이 되고 난 이후에는 지극히 답하기 어려운 난제가 되어버렸다.
노르드와는 달리, 혜진을 구성하는 인간 관계는 좁디 좁았다. 한손으로 쉽게 헤아릴 수 있는 보잘 것 없는 숫자. 그마저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형제자매, 편집자와 방송인... 부모와 자식? 이건 제대로 된 관계로 치부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데.
인간이 관계로 구성된다면 혜진이라는 존재는 희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바람이라도 불면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은, 무게감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먼지덩이. 지금 나를 저울에 매단다면 순전히 노르드의 무게만으로 측정되지 않을까.
무게추가 필요하겠지. 나를 매달아두기 위해선.
멍한 머리를 붙잡고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다다른 시간이었다.
몇 시간을 잤는지 모르겠다. 감기지 않는 눈을 감고 잠이 오기를 기도하면, 몇 시에 잠들었는지는 영 추정하기가 힘든 것이다. 눈을 떠 핸드폰이라도 확인했다간 애써 찾아온 졸음기를 전부 날려버릴 수 있었으니까.
수면 시간과 상관없이 찌꺼기같은 피로가 몸을 붙들었다. 몸에 남은 취기는 거기에 짐을 더했다. 늘어지는 몸뚱이. 운동을 한답시고 돌아다닌 탓에 종아리 부근에선 통증까지 올라왔다. 근육통을 느끼다 보면 건강을 위한 운동이 되려 몸을 갉아먹는 게 아닌가 의문이 생기고는 한다. 땅에 디딘 왼발이 갈대처럼 휘청이는 꼴이란.
여느 때와 같이 더러운 아침이다.
그러나 조금은, 특별할 수밖에 없는 날.
습관처럼 들어올린 핸드폰에는 문자와 알람이 가득했다. 약속한 날이 다가와서일까. 새로 개설한 단톡방에는 무수한 메세지가 쌓였다. 아마 아침까지 대화를 나누다 잠든 모양이다. 저녁 약속이라고는 하지만, 저렇게 늦게 자놓고 제 시간에 맞춰 나올 수 있는 건지.
칼고의 메세지에는...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한 주 가량을 미루고 미룬 답변이다. 주저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새로운 걸 시도하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지, 마음 한 켠에 축적되고 있는 불쾌함일지. 차오르는 감정의 정체를 밝히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게 자신의 감정이라고 할 지라도.
오늘 하루 더 미룬다고 큰 일이 생기지는 않으리라.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책상에 올려두었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수분 크림 따위를 얼굴에 치덕치덕 바르는 루틴이 이상하게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최근엔 저녁에 샤워하는 일이 많았던 거 같은데. 그 시간의 간격 때문일까.
샤워를 하면서는 다가올 저녁 시간에 대한 상념만 가득 차올랐던 것이다. 생소한 환경에 다가설 때면 시작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다. 그 얄팍한 시뮬레이션대로 흘러가는 현실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긴장감을 풀어내기 위해 쓸데없는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알면서도 고칠 수 없는 내 오랜 습관 중 하나였다.
수건 하나만 목에 걸치고 있으니 온몸으로 서늘함이 느껴졌다. 벽걸이 에어컨은 작은 방 하나를 빨리도 차갑게 만들었다. 올라오는 한기에 자연스레 손이 온몸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손이 뜨거운 건지, 몸이 차가운 건지. 손길이 스치는 곳이 유난히도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바쁘게 움직이던 손이뱃살 하나 없는 앙상한 허리에 도달했을 쯤에야, 내가 오늘 첫끼를 아직 먹지 않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귀찮으니까 거를까.
옷을 고르는 건 여전히 고역이었다. 이제와서 여자 옷을 못 입겠다고 투정부리는 게 아니라, 순전히 무슨 옷을 골라야할지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의 흐느적거리는 옷떼기는 입어보기 전까지는 무슨 옷인지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옷 입히기 인형처럼, 클릭만 하면 자동으로 입혀주는 시스템이 현실 속에 도입되면 좋으련만.
고르고 골라 입은 옷은, 타이트한 백색 바지와 검은색 와이셔츠였다. 와이셔츠가 맞나? 단추를 채우는 셔츠면 그게 와이셔츠겠지. 소매 폭이 생각보다 큰 기다란 셔츠는 입자마자 소매 사이로 에어컨 바람이 들어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서늘했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고 있자니.
조용하고 아늑한 원룸이, 귀찮고 성가신 시도 따위는 하지말라는 듯 속삭이는 것 같아서.
나는 금방 문을 열고 원룸을 뛰쳐 나왔다.
내리쬐는 태양이 유난히 뜨거운 날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