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4화 〉 104 ­ 걸음을 더 깊게 (104/243)

〈 104화 〉 104 ­ 걸음을 더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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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대팀 오늘="" 뒤풀이임?=""/>

볼 방송이 없네 ㅅㅂ 뒤풀이를 할거면 야방을 하던가ㅋㅋ

대충 술집 뿌연 조명받으면서 잔만 비춰도 시청자 만명은 넘을텐데 대기업이란 새끼들이 감이없네

ㅇㅇ:제일 연장자가 씹꼰대로 유명한 해빙기인데 야방을 키겠음? 야방 막아놓고 어린 여스 허벅지만지면서 성희롱이나 하고 있을듯ㅋㅋ

­ㅇㅇ:나 해빙기 엘튜브 구독잔데 니 아이피 캡쳐 다해놨고 신고한다 ㅅㄱ

ㅇㅇ:솔직히 지들끼리 노는데 방송키고 싶겠냐

<노르드 이년도="" 뒷풀이참가="" 한다고="" 했냐=""/>

이년은 방송 왜 또 안킴?? 진짜 좆같다

대체 하던겜 엔딩은 언제보는건데... 프리시즌 빌드는 왜 안짜주는건데... 랭크전은 언제 다시 시작하는건데... 교육컨텐츠 제자는 언제 모집하는건데...

ㅇㅇ:듀라한년이 참가하겠냐. 생각없이 나가면 입 가벼운 스트리머들한테 썰 하나 제공해주고 조리졸림당할거 뻔히 보이잖아

­ㅇㅇ:노르드 음해하지마 씨발련아 듀라한 돼지년들이랑 똑같은줄암?

­ㅇㅇ:ㅋㅋㅋㅋㅋㅋ 얼굴안까면 멸치년이나 돼지년이나 뭐가 다름. 나이트폴 랭커찍을 정도로 씹고인물인데 얼굴에 곰보랑 여드름 가득한 pc방 페인녀 면상일게 뻔하지ㅋㅋ 손캠보고 망상딸치는거 아니지?

ㅇㅇ:노르드 방송하는거보면 그런데 절대 안나갈거같은데

ㅇㅇ:나이트폴 랭크 원툴년 방송 컨텐츠 누가 기대한다고 이렇게 장황하게 써놨노ㅋㅋ

­ㅇㅇ:노르드 방송키면 고정시청자만 몇천명인데?

­ㅇㅇ:느금마

­ㅇㅇ:팩트 가져오니까 그저 패드립ㅋㅋㅋ 누구 팬덤인지 보인다보여

<야스여부 궁금하면="" 뒤풀이참가한="" 여스들="" 내일="" 방송="" 의상보면됨ㅋ=""/>

갤에 뒤풀이 참가했다고 쪼망이 순결 더럽혀졌다고 꾸준글쓰는새끼 있는데 정 의심되면 내일 정규방송 의상을 살펴보면 된다 ㅇㅇ

평소보다 과할 정도로 노출도 적은 의상(목이나 손목, 무릎)이면 반쯤 먹고 들어감. 쪼망은 평소에 야한의상 입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목이나 손목정도는 드러내니까 쉽게 판별가능한 부분임.

술많이 마셨다는 둥 핑계를 대면서 정규방송을 휴방때린다? 그럼 걍 확정이고 ㅎ 사실 여스한테 순결한을 붙이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이건 확실히 도장이 찍혔다고 보는게좋다

뭐 똘주? 남친있는 걸레년은 취급도 안함 ㅅㄱ

ㅇㅇ:이분최소육수10년차;

ㅇㅇ:이딴새끼랑 같은 갤을 하고있다는게 수치스러움ㅇㅇ

­ㅇㅇ:바퀴벌레가 곱등이 나무라노ㅋ

ㅇㅇ:대체 여스 처녀 여부가 니들 인생에 무슨 영향을 끼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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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대신해 도시를 밝힌 인공적인 불빛들은 찬란하지는 못해도 화려하게 제 존재감을 발산했다. 늦게 깔린 어둠은 빛이 헤엄치기에 적절한 도화지 역할을 수행하는 듯했다. 도시의 밤은 하루가 저무는 지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간이었다. 뜨거운 낮 시간을 흘려 보내고, 밤을 맞아 빛을 발하는 건물들 때문에 번잡한 거리는 여전히 환하고 시끄러웠다.

노래방을 가기 전, 간단히 한잔을 더 하기로 결정한 일행은 적절한 술집을 찾아 돌아다녔다. 이런게 낭만이라며 야외 테이블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돌주를 댈런이 나서서 몇 번이나 만류했다. 혹시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담긴 설득은, 이미 단단히 흥이 오른 돌주에게는 별로 통하는 논리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막아서는 댈런의 팔을 붙잡은 채로 뛰쳐나가는 그녀를 스벅이 제재했다. 물론, 물리적으로. 뒤통수를 가격하는 손바닥과 꿀밤 몇 대를 이마에 허용한 뒤에야 조금 얌전해진 돌주가 조용히 일행의 뒤를 따라다녔다.

돌주를 대신해 선두를 맡은 돌쇠는, 이런 것이 익숙하다는 듯 능숙한 발걸음으로 앞서 걸었다. 어딜가나 사람이 가득한 번화가에서 점차 인적이 줄어드는 곳으로 들어가는 모양새였다.

이곳 지리를 아는 것처럼 태연히 걷던 돌쇠가 이윽고 깔끔한 간판을 내세운 작은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공간이 협소한 탓에 룸이 구분되지는 않았으나, 칸막이처럼 튀어나온 벽이 이음새를 만들어 묘하게 폐쇄적인 공간이 구성되는 술집이었다. 쏟아지는 무리를 보고 입꼬리가 귀에 걸린 사장은 곧장 일행을 가장 넓은 공간으로 안내했다.

시원한 냉방. 좁아보이는 건물의 외관과는 달리 꽤나 넓게 느껴지는 가게 내부의 모습은 더위에 눌린 일행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들어온 순서대로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우연히 가장 뒤에서 걷던 칼고와 노르드가 테이블 바깥 쪽의 가장자리에 마주보고 앉았다.

곧바로 기호에 따라 마른 안주 몇 가지와 튀김을 시켰다. 호프집의 기본적인 테이블 세팅이 끝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인원수에 맞는 맥주잔이 차례대로 테이블에 올라왔다. 차갑게 냉각한 잔에 흘러넘칠듯 가득 찬 맥주를 보고 누군가가 입맛을 다셨다.

첫 잔은 건배가 필요하다는 스벅의 강한 주장에 따라, 여덟 개의 잔이 테이블 가운데에서 마주쳤다. 외곽에 앉았던 사람들은 잔을 마주하기 위해 무릎을 일으켜 세웠다.

탁­

두꺼운 유리잔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맞닿았다.

"크으. 그래서 나 엘튜브에도 악플 엄청 올라왔다니까? 그래도 마지막에 상대 에이스 짜른 거 아니냐구. 요즘 방송 킬 때마다 영도만 존나 나와. 화살 빗나간 거 매드무비, 이 지랄하면서!"

"야, 얼마나 좋냐? 조롱도 계속되면 걍 밈이지, 밈. 그거 소스로다가 영상 편집도 엄청 하면서 돌려쓰더만. 영도 많이 터지면 좋잖아. 우리 중에 니가 제일 이득본 거라고 생각해. 솔직히 재미도 있잖아."

"아익! 오빠가 당해보라니까? 스벅 오빤 진짜 이번 대회 너무 잘 풀려서 그래."

"내가 그거 수십 번은 더 당해봤다. 그렇게 한번씩 망가져야 다음 대회도 제안 들어오는 거야, 이년아."

연거푸 맥주 잔을 들어올리던 돌주의 손이 가면 갈수록 속도를 더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상태로 술을 들이붇는 모습에 자제하라는 말을 건낼 법 한데도, 돌주를 아는 이들은 그럴 필요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저리 마셔도 결국 제 걸음으로 집에 돌아갈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화의 주제는 어느샌가 플랫폼 대전 이후의 일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방송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보니 그런 화제 전환도 얼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노르드는 특유의 표정 변화 없는 얼굴로 계속 맥주잔만 기울였다. 간혹 자신을 향한 질문에 짧은 대답을 하다가도, 금새 반건조 오징어를 입에 가져가 우물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티는 나지 않았지만 그녀 역시 맥주가 줄어드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노르드의 맞은편에서 유심히 그녀를 지켜보던 칼고가 내심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혜진씨! 혜진씨도 그렇게 생각하죠?"

"..."

"...혜진씨, 듣고 있어요?"

"아, 네. 그럼요."

"아니, 그거 누가봐도 안 듣고 있던 거잖아."

취기가 올라온 돌주는 노르드에게 말을 건내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다. 같은 여성 스트리머이자 범잡을 수 없는 실력의 나이트폴 고수가 자신보다 연하라는 사실에 뭔가 커다란 호감을 느낀 모양이다.

성토하는 내용 대부분이 방송에 찾아오는 악성 시청자들의 패악질에 대해 불만이었다. 처음 몇 번인가는 성실히 돌주의 말에 대답하던 노르드는, 이내 완전히 흥미를 잃은 듯 다른 곳으로 관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공감을 요구하는 돌주의 말을 대충 흘려넘기는 듯 하더니, 제 옆에 앉은 쪼망에게 오렌지의 껍질을 까서 건내주는 모습이었다. 생맥주를 홀짝거리다 뒤늦게 그걸 발견한 쪼망은 거의 황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오렌지를 받아 먹었다. 노르드는 내색도 하지 않고 곧장 두 번째 오렌지의 껍질을 벗기는 중이었다.

"아씨, 사람 차별하는 거야? 안되겠어. 나도 혜진씨 옆에 앉을 거야."

그걸 보며 한껏 얼굴을 찌푸리던 돌주가 노란 머리를 휘날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쇠와 스벅 사이에 앉아있던 그녀가 좁은 공간에서 억지로 몸을 비틀었다. 졸지에 칼고 쪽으로 몸이 쏠린 스벅이 맥주 잔을 밀어내며 화를 쏟아냈다.

"야이 씹, 또라이년 아니랄까봐. 좁아터졌는데 어떻게 자리를 바꿔! 걍 쳐 앉아 있어. 너 절로 가면 혜진씨랑 민아씨 귀찮아 할 거 뻔히 보인다, 진짜."

"아, 뭐! 그럴 리가 없어. 나도 시꺼먼 남정네들 옆에서 벗어날 거란 말이야."

"얼씨구. 아주 지랄 염병을 하세요. 넌 저기 끼면 두리안이야, 이년아. 야! 태민이 뭐해. 니 담당이잖아."

"아니, 언제부터 제 담당이었는데요?"

난리법석을 웃으며 바라보던 칼고의 앞으로, 희고 가는 손가락이 불쑥 다가왔다. 손가락 사이에는 주홍빛 과육이 들린 채였다. 기다란 손가락이 제 앞접시에 오렌지를 툭 떨궈두더니, 고개를 올려 눈을 마주치자 이전처럼 샐쭉하게 미소 짓는 것이다.

"...먹으라고?"

"그럼 버리라고 줬겠어요?"

멍청한 질문을 한다는 듯 반문해오는 것이 칼고를 자극했다.

...그래도 진짜 버릴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칼고는 물로 입을 헹구고는 오렌지를 집어먹었다. 평소 과일을 즐겨 먹지 않는 자신에게도, 꽤나 맛있게 느껴지는 오렌지였다. 질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지.

순순히 먹이를 받아먹는 칼고를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가 싶더니, 노르드는 이내 또 다른 오렌지의 껍질을 벗겼다. 저게 도대체 뭐하는 짓일까.

내심 기대감을 가지고 그녀가 하는 꼴을 바라보던 칼고는, 세 번째 오렌지가 돌쇠에게. 그 다음 오렌지가 해빙기에게 향하는 걸 보고 굳어가는 얼굴 표정을 풀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그냥 다 주는 거였구나. 빌어먹을.

"아, 뭐야! 나는 왜 안 줘!"

그걸 지켜보던 것이 자신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창 스벅과 티격태격하던 돌주가 시선을 돌리더니 노르드를 향해 외쳤다. 돌주와 마찬가지로 오렌지를 받지 못한 스벅과 댈런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태연히 맥주를 들이킨 그녀가 입을 열었다.

"대회에서 잘한 사람 드리는 거라서."

"..."

"돌주는 그렇다 치는데 저는 왜 안 줘요?"

"스벅님은 칼고님이 드려야죠. 그쪽한테 배웠으니까."

반사적으로 고개를 움직인 칼고와 스벅의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미간을 찌푸리는 꼴이, 오렌지를 까서 전달하는 과정을 상상한 모양이다. 순간적으로 테이블에 정적이 깔렸다. 맞은편에서 오렌지를 집어먹은 해빙기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웃음소리를 흘렸다. 타이밍 때문인지 그게 마치 비웃음처럼 들려왔다.

침묵을 유도한 노르드는 자리에 편하게 앉은 채로 쪼망이 건내는 과일을 연달아 받아먹었다. 간간히 맥주 잔을 기울여 쪼망의 잔과 맞대는 모습이 아주 얄밉게 느껴졌다.

반쯤 남아있던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고, 칼고는 곧장 벨을 눌렀다.

"여기 생맥 추가요."

다소 억눌린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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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 법이다. 평소보다도.

평소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음.

아, 담배 꽁초.

역시 한 개비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몸에 들어간 알코올을 중화시키기 위해서 피는 거지. 목적성이 치료에 있다면 그건 약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잖아. 하루 한 개비와 한 병을 꾸준히 복용하면, 의외로 인간 몸뚱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목이 칼칼한 게, 부드러운 연기가 들어가면 딱 좋을 것 같은데­

"괜찮아요?"

아.

"괜찮기는... 그건 괜찮지 않은 사람한테 물어보는 거죠."

"...그래서 물어봤잖아. 너는 얼굴이 너무 창백해."

얼굴? 그야 당연하지. 빛을 안 받고 사니까.

칼고는, 가끔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하고는 한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말. 그게 내 거리감과 잘 맞아서 유독 편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방송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이 인간은 담배를 피나.

"응, 너는 담배 펴요?"

"너는? 하, 이 사람 말이 점점 짧아지네. 취했어?"

"으음. 미안해요. 헤, 취기가 올라오기는 해. 근데 괜찮잖아요. 가까우니까."

"...하. 말하는 게... 아니, 됐다. 담배는 왜요. 나 담배 안 펴."

안 피는구나. 아쉽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했다. 흡연 친구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가도, 내가 비흡연자라는 사실에 안도가 되는 것이다.

음, 이상한 소리야.

"술 마시면 담배가 생각나잖아요."

"담배도 펴요? 그런 몸으로 안 좋은 건 다 해, 아주."

"아니, 안 피지. 안 피는데 생각나잖아. 하하, 이렇게 말하니까 웃기네."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길래 손을 뻗어서 눌러줬다. 이십 대 중반인 주제에, 저러고 있으면 삼십 줄부터 주름 덩어리가 되기 십상이라고. 아마 그때가 되어서야 고마운 줄 알 거야.

취기가 감도는 몽롱한 시야에서, 도시의 밤은 언제나 가장 아름답게 빛났다.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형형색색의 강렬한 불빛이 섬광처럼 점멸하는 것이다. 기계에 의한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에 의해서. 눈을 감았다 뜨면 수채화 물감처럼 빛이 번져 나가는 그 모습을, 나는 언제나 좋아했다.

시력이 떨어지면 더 좋을 텐데. 혜진의 눈은 지나치게 선명한 게 문제야.

"...들어가죠. 사람들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응? 무슨 소리야. 마이크 쥘 사람 줄었다고 좋아하고 있겠지. 조금 늦게 들어가도 돼요."

한숨을 쉬면서도 굳이 먼저 들어가거나 하지 않잖아. 칼고의 성격이 그랬다. 저 태도가 좋아. 지나치게 밀어내지도, 당기지도 않는 이 거리감이.

고개를 비틀 때마다 일렁거리는 빛들이 오늘따라 너무나 예쁘게 느껴져서, 나는 칼고와 함께 한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뒤풀이에서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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