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 113 너를 겨냥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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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고의 방종 아티스트"]
현대 예술인가요? 저는 아직 이해할 수가 없네요...
그게 맞음 이해하면 노르드 수준의 사차원 또라이임
어허 천부적인 방송감인데 음해하지 마세요.
존나 천부적이긴하죠 방종했을 때 시청자들 멘탈 터진거 보면...
[무친련,,, 방종영상을 하이라이트라고 쳐올리는 완전 무친련,,,]
Nord 채널에 '하이라이트'가 제목으로 붙은 영상=피셔맨 하이라이트, 방종 하이라이트... 나이트폴은 어디있죠?
당연히 없지. 나이트폴은 그냥 엔조이인데
근본은 버린자는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근본은 니기럴
[시,발 ptsd오네 저거 전부 생방으로 당해보면 못웃는다 엘튜브 10새들아]
응ㅋㅋㅋ 난 엘튜브로만 봐서 몰라~
노르드 생방을 안봐? 인생 90퍼 손해 ㅅㄱ
인생을 땅바닥에 버리고 계신건 선생님인 것 같습니다.
지뢰찾기는 진짜 어지러웠음...
[12:36 ㅋㅋㅋㅋㅋㅋㅋ 지뢰터질때 방종하는거실화임? 채팅창 터질것처럼 올라가는거 존웃]
재밌냐?
장난인줄아네 엘튜브련들은 ㅋ
왜 정색을하세요;
[쓸데없이 편집 엄청 공들여서했네ㅋㅋㅋㅋ 지뢰찾기도 그렇고 이런 영상만 엄청 화려하게 편집해]
재료가 워낙 거지같아서 양념칠을 많이 해야 먹을만해지기 때문
이 정도 방종이면 최고급 재료 아니냐? 그냥 영상 잘라서 붙이기만해도 많이볼거같은데ㅋ
아니 이거 방종하는건 앞뒤 맥락을 알아야해요... 진짜 어그로들 다 끌어모아서 청자 수 폭발하던 때에 방송 꺼버린거라;;;
[임진왜란 엔딩은 언제 올라오나요?]
꾸준 댓글 추천합니다.
포기해 병신아..
애추(애국자 추천이라는 뜻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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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노하]
[오 물었다]
[오늘 겜 뭐함?]
[오자마자 낚시질... 작작하십쇼 선생님]
[나이트폴 테섭에 신규빌드 나왔다던데 찍먹하실래요??]
[이분 나이트폴 스트리머 아닙니다.]
[뭐야 오늘 방송 왜케 일찍 켬]
가벼운 흔들림. 굳이 직접 무게감을 느끼는 게 아니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손 끝과 클릭 몇 번으로 쉽게 당겨지는 낚싯줄을 생각하면 딱 봐도 월척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미끼 값이나 건질만한 송사리일까.
특별히 대박을 생각하고 준비한 자리는 아니었으되, 예상한대로의 결과는 역시나 싱거운 맛이었다. 아니면 내심 숨겨두었던 기대감이 주제도 모르고 고개를 내민 결과거나. 어느쪽이나 썩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잠깐의 실랑이에 대부분의 힘을 소진한듯, 뭍으로 올라온 피래미는 작고 연약했다. 크기를 재는데 팔뚝은 커녕 손가락을 사용해야 할 것 같은 아담함이 느껴졌다. 낚시꾼의 투박한 손은 금새 작은 물고기를 잡아올렸다.
뭍에 작은 파문을 그리며 떨어진 물고기는 금방 시야에서 사라져 가라앉았다. 파문이 사라진 넓은 하천에는 다시 적막함이 감돌았다. 길게 자라난 녹색 초목이 옅은 바람을 받으며 살살 흔들렸다.
이곳도 여름인 것 같았다.
"게임... 게임 뭐 할까요."
운을 띄우듯 말해놓고, 나는 곧장 미끼를 다시 꿰었다. 이제 의식하지 않아도 손이 알아서 움직였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단축키에도 사람은 적응을 하는가 싶었다. 낚싯대를 다시 휘두르기까지 이어지는 동작이 자연스러웠다.
방송을 막 시작한 참이다. 몰려드는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밀어올렸다. 인삿말을 건내는 채팅과 함께 온갖 게임의 이름들이 채팅창 내에서 섞여들었다. 비슷한 물음을 던질 때마다 매번 나이트폴로 채팅창이 도배되던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참고할만한 의견이 없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지만.
피셔맨을 하던 중이었다. 채팅창에 익숙해지다 보면 괜스레 그 공백을 느낄 때가 생기고는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플레이나 내가 보는 장면 따위를 많은 시청자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 가볍게 낚시를 하던 도중에 떠오른 생각이다.
사계절은 커녕 계절의 구분이 있을까 싶은 게임이었으나, 꽤나 공들여 잡은 포인트에서 바라본 하천이 나름대로 여름의 향기를 풍겼던 것이다. 그래픽일지라도 운치가 느껴지는 풍경이 아닌가.
[또셔맨 ㅅㅂ]
[ㅋㅋ 미끼발싸]
[쪼망이 데얼라하던데 그거나 도와주러가시죠..]
[응 원래 피셔맨이 저챗대용이야~ 금방 다른 게임 킬꺼야~]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건 슬픈 일이구나.
입질 한번 오지 않은 낚싯대를 받침대 위에 올려두고가만히 앉아 채팅을 읽었다. 그러고 있으면 다양한 게임들이 목록 위에 올라갔다 내려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던진 질문을 생각하더라도 게임을 추천하는 채팅이 과하게 많았다.
아마 최근에 했던 방송의 여파일 것이다. 시청자에게 추천 받은 게임을 그대로 엔딩까지 직행했던 일이었다.
나이트폴을 제쳐두고 방송에서 이런저런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니, 게시판에도 하나 둘 게임 추천 글이 올라오고는 했다. 그간 내가 방송에서 플레이했던 일관성 없는 게임 목록을 보고도 나름의 취향을 파악한 능력자들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꽤나 상세하게 게임에 대해 풀어 설명하는 글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끌리는 게임이 있었다.
온갖 게임을 다 집어먹고 있는 중에 그걸 거를 이유가 있을까. 리뷰에 가까운 글을 대충 훑어본 나는 즉시 게임을 구매했다. 플레이 타임이 비교적 짧은 로그라이크 게임으로, 방송에서도 시청자들의 평가가 꽤나 좋았었다.
그렇게 추천 받은 게임을 즐겼더니 하룻밤 사이에 무수히 많은 추천 글이 새로 갱신됐다. 밀려드는 게임 추천 글 때문에 게시판이 어지러워질 정도였다. 주연이 금방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분리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또 게시판 사용자들끼리 싸움이 일어났으리라.
추천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읽어가며 게임을 고를 수 있다는 건 좋았다. 누군가의 검증을 받은 게임은 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법이니.
"음... 새비지나 해볼까요? 추천하시는 분이 많네요."
[오 새비지]
[채팅을 읽어?]
[요즘 갓겜임 스트리머들도 많이하고]
[방장 새비지도 고인물인가]
[계정까보면 랭커인거아님?]
[새비지새비지새비지새비지새비지새비지새비지]
[그냥 오늘은 피셔맨 데이로 하죠?]
[썩 꺼져라 어부야]
반응이 꽤나 뜨거웠다.
무슨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게임도 역시 유행에 따라 특정 게임이 갑작스레 떠오르고는 했다. 게임하는 걸 업으로 삼는 스트리머들은 당연히 그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저스틴 게임 방송을 카테고리로 쭉 나열하면 그 트렌드가 시청자 수로 그대로 묻어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저스틴 플랫폼에서 가장 유행하는 게임은 새비지(Savage)였다. 출시된지 꽤 오래된 게임이라는 걸 감안하면 예외적인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한때 큰 인기를 누렸으나 점차 유저가 줄어들며 하향세를 그리던 게임이라고 하는데, 근래에 진행한 대규모 패치가 호평을 받은 모양이다.
게임이 흥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굳이 PC방 점유율 따위의 지표를 조사할 필요도 없었다. 저 밑 어딘가에 가라앉았던 새비지 카테고리가 요즘엔 항상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었으니까.
표지를 장식하는 타이틀 사진이 꽤 인상적이라 나도 기억하고 있었다.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의 한 가운데에서, 방독면을 뒤집어 쓴 남성이 피가 잔뜩 묻어있는 전기톱을 들어올리고 있는 모습. 우중충한 무채색 베이스의 배경에 붉은색의 피만 두드러지게 표현한 것이 절로 손이 움직이는 표지였다.
"메인이 이쁘던데. 저 한번도 안해봤거든요."
[??? 새비지를 안해봤다고?]
[가짜 겜창이었네 이사람... 선생님 실망입니다]
[나이트폴처럼 뉴비인척하는 개수작임]
[뉴비 오히려 좋아 지금 갓패치라 신규 유입많아짐]
[아예 안해본거면 고인물들한테 개털릴텐데ㅋ]
[방장이 털리는 그림이 그려짐?]
[새비지각이다]
몇 번인가 들어봤을 뿐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하는 게임이었다. 새비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도 쪼망뿐이었다. 최근 문자를 나눌 때면 매번 새비지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였으니까. 패치 내용을 언급하며 같이 듀오를 하자고 설득해오는 게 벌써 며칠 째였다. 해본 적 없다든 말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것이, 그토록 새비지라는 게임에 애정이 있나 싶었다. 방송용 멘트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채팅창에선 이미 오늘 방송의 게임이 새비지로 굳혀진 모양이다. 뉴비가 알아야 되는 팁을 읽고 해야 한다느니, 그런 건 직접 부딪혀서 익히는 거라느니 하는 문제로 자기들끼리 싸움이 붙은 것 같았다. 쓰잘데기 없는 문제로 논쟁을 시작하는 건 아주 일상적인 일이라 대수롭지도 않았다.
그러나 저러는 걸 보고 있으면 괜스레 삐딱한 마음이 솟아나는 것이다. 오늘은 그냥 피셔맨이나 이어갈까 하는, 심술궂은 마음.
그러나 오늘의 물길은 시청자들의 편인 것 같았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거치해둔 낚싯대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오지 않았다. 낚시의 진정한 묘미는 기다림이라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을 언제까지고 인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 그래도 마지막 입질이 피래미라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토록 성과가 없는 걸 보면 아마 포인트 선정부터 잘못된 것 같다.
자리를 접기에 적절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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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새비지 한번 해볼게요. 오늘은 물이 안 좋네요."》
그렇게 말하는 노르드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좁은 방에 가득찬 서늘한 공기에는 변화가 없는데도, 그녀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뛰었다. 이 감정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지. 미나는 간질거리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휴일 날이라 대충 묶어둔 머리가 움직임에 따라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기회는 이토록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이다.
머리가 판단을 마치기도 전에 손이 먼저 움직였다. 아이콘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새비지는 그녀가 최근 방송에서 플레이했던 게임이니까.
그때였다. 나이트폴 아이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새비지를 그대로 클릭하려던 마우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한동안 머뭇거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방송에서 재차 들려온 노르드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미나의 눈동자는 여전히 노르드의 방송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
《"설치가 조금 걸리네요. 다운 걸어놓고 기다릴 걸 그랬다. 일단 계정부터 만들고... 음. 그동안 지뢰찾기나 한 판 할까요?
아, 흥분하지 마세요. 방종은 안 할 테니까."》
계정.
지뢰찾기라는 단어에 반응해서 발작을 일으키는 채팅창은 알 바가 아니였다. 미나에게는, 계정부터 만들어야겠다는 노르드의 발언이 그보다 몇 배는 더 신경쓰였다.
새비지를 플레이한 적 없다는 말이 정말 사실이었을까. 노르드의 방송을 꼬박 챙겨보던 미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도 그랬다. 어떤 게임이든 금방 적응하며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면, 새비지같이 한때나마 국민 게임의 반열에 들었던 유명한 게임을 해본 적 없다는 사실이 밑겨지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나이트폴의 경우처럼 방송을 위해 경력을 숨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미나는 곧장 새비지 공식 홈페이지로 들어가 신규 계정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새비지라는 게임의 매칭 특성 상, 신규 유저는 일반 게임을 돌리더라도 최대한 신규 유저 위주로 매칭이 잡히기 마련이다.
결국 그녀의 기존 새비지 계정으로는 저격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비방용으로 만들어둔 부계정도 확실하지 않은 건 매한가지였다. 정확히 저격에 성공하기 위해선 신규 계정을 만들 수밖에 없겠지.
빠른 속도로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서, 그녀는 노르드의 방송을 계속 확인했다. 대기 화면으로 전환한 걸 보면 노르드도 계정을 생성하고 있는 모양이다. 벌써부터 미나의 가슴은 기대감으로 벅차올랐다. 노르드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는 상상이 제멋대로 부풀었다.
스트리머를 저격하는 놈들이 다 이런 마음이었을까.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저주하기만 했던 인간들의 입장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건 그 자체로 신기한 일이었다.
미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계정을 생성했다. 그 다음은 캐릭터였다. 신규 생성된 계정으로 새비지에 접속한 그녀는 이내 능숙한 손길로 커스터마이징을 마무리지었다. 기본 설정에서 머리의 색깔만 분홍빛으로 물들인, 간단한 설정이다. 캐릭터 닉네임을 결정하는 공란에서 미나는 열띠게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가락을 잠시 멈춰 세웠다.
그리고 잠깐 생각한 끝에 떠올린 닉네임을 적어 넣었다.
'11dron'
캐릭터가 생성되었습니다.
미나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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