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1화 〉 131 ­ 내 말이 맞다고 (131/243)

〈 131화 〉 131 ­ 내 말이 맞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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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드가 하고="" 있는="" 빌드뭐임=""/>

방송 방금켰는데 저거 무슨 빌드야

일인칭이라 분간을 못하겠네; 버서크 표식 뜨는거보면 광전사같은데 왜 무기가 번쩍임? 저게 공존이 되는 거였음?

ㅇㅇ:처음부터 끝까지 방송키고 만든 빌드니까 다시보기 봐라.

Fellma*:다리찢겠다고 관절뽑아버린 빌드임ㅋㅋ 념글보면 갤럼이 빌드 캡처따둔거 있으니까 한번 보던가. 재밌어보인다고 따라는 하지말고ㅇㅇ

­ㅇㅇ:왜. 성능 안좋음? 노르드하는거보면 개좋아보이는데

­Fellma*:에스톡 연계기 전부 저스트회피 잡을 수 있는 피지컬이면 하셈 ㅎ

<노르드 빌드="" mmr보니까="" 거품아닌데?=""/>

애초에 전시즌 킹 마감인데 무슨 양학드립을 치고 있냐... 잡히는 애들도 퀸은 찍었던 애들인데

최근 매칭 세판정도 훑어봤는데 그중에 젤 랭크 낮은유저가 룩2임. 이게 양학 빌드라고? 인방충이라고 억까좀 그만해라. 따지고보면 카프같은 빌드장인들도 인방하는 애들인데 걔네들 똥받아먹으면서 무슨ㅋ

거북선인*:mmr정상인거랑 별개로 그냥 게임 양학 수준인건 맞음. 사실상 방어구 없이 플레이하는 거랑 다를게 없는데 kda부터 말이안됨. 플레이 제대로 보긴 했음? 빌드가 좋은게아니라 실력차이로 압살하고 있는 거잖아.

­ㅇㅇ:빌드도 나름 괜찮은거아니냐? 방어력낮은거 이용해서 폭주 켜지면 회피하기도 쉽고 출혈 회복되니까 장기전으로 끌고가도 좋고

­ㅇㅇ:직접해봐라ㅋ 한판하면 바로 완치됨

ㅇㅇ:네 다음 인방충ㅋㅋ

<노르드 빌드="" 삘받아서="" 경쟁전="" 세판돌리고옴ㅋ=""/>

전적:0승 3패

패배원인:빌드

일단 방어구 허벌인게 제일 크다. 적하고 대치하는 순간부터 그냥 ㅈㄴ 쫄림.

왜? 한대라도 직격허용하면 거의 뒤지기 직전까지 가니까. 결국 전부 회피하거나 흘려내야 된다는건데 이게 가능하면 뭔 빌드를 하든 개바를 수 있다는 거 아님? 이딴 빌드 왜함

그리고 타이밍 맞추는게 너무 난해함. 버서크 킬려고 일부러 맞다가 삐끗해서 세 번정도 아무것도 못하고 뒤진듯. 버서크 간신히 키고 신의부름 죽창 때리면 거의 유효타 나오기는 하는데... 거거에만 의존하기에는 너무 불안정하고

회복기는 한번도 써본적 없다ㅋ 그전에 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임. 유틸만 잔뜩 쳐넣어서 기본스펙이 너무 낮은 느낌

결론:좆쓰레기임. 본인이 노르드보다 못한다고 생각하면 쓰지마셈.

걍 나붕이들은 쓰지말라는거임. 진심으로 자기가 노르드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방진 나붕이는 없겠지?

참고로 글쓴 나붕이는 전시즌 룩1로 마감한 상위 1% 종자니까 그 밑으로는 반박하지마셈

ㅇㅇ:나랑 평가가 거의 비슷하네ㅋ 겉만 존나 번지르르함. 노르드도 방송이니까 완전 예능용으로 만든거같음. 애초에 나갤에서 이렇게 화제될 빌드인가 싶기도 해. 카프나 북미 빌깎 장인들 빌드가 아직 안나와서 그런가

­ㅇㅇ:존나 그럴싸하잖아. 빌드 만들면서 노르드가 조금씩 설명하는거 들어보셈. 결과물이 좀 기괴해서 그렇지 나름 택틱 생각하면서 만들더만. 좀만 만지면 괜찮은거 나올거같은데

검방커신*:일단 이건 무기부터 바꿔야됨. 장비 중량땜에 방어구 다 빼놨는데 무기가 츠바이ㅋㅋㅋ 진짜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ㅇㅇ:무기 에스톡같은걸루 바꾸면 방어구도 업글할수있나? 그럼 왜 츠바이고집한거임?

­검방커신*:노르드 개인취향

ATKP*:실전성은 그렇다쳐도, 그냥 무시할만한 빌드는 아닌 것 같아요... 빌드 방향성도 그렇고 노르드님은 빌드 구상 매커니즘을 상당히 잘 알고 계신 거 같더라고요. 제가 확인한 시청자 수만 해도 만 명이 넘었는데, 아마 개선된 빌드가 금방 만들어지지 않을지.

­ㅇㅇ:아니 시발 그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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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노르드님 GB게이밍 소속 프로게이머 무상입니다! 혹시 확장팩 신규 빌드 관련해서 질문드려도 될까요? 제가 방송을 너무 재밌게 봐서요 ㅎㅎ

세상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는 것이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 혹은 아예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어느날 태연하게 눈앞에서 펼쳐지고는 했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건지. 사람의 상상력은 사실 존재할 수 있는 일을 예측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철없던 시절에 종종 생각하던 것이 재차 떠올랐다.

막상 일어난 일을 가지고 개연성을 논하는 것도 우스웠다. 원인이야 있겠지만, 나비의 날개짓 따위를 가져다 이유라고 말하면 뭐라 반박하기도 힘들지 않은가.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며 의문을 표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니 그냥 인정하면 된다. 망상에 지나지 않은 일도 태연히 눈앞에 펼쳐질 수 있는 거라고.

내가 어느날 혜진이 될 수도 있고, 어느날 내 방송을 시청한 프로가 게임에 대해 물어올 수도 있는 노릇이라고.

...프로가 대체 왜 내게 빌드에 대해 물어보고 있는 건지,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건 일단 제쳐둬야 하는 것이다.

Nord11:네. 물어보셔도 됩니다.

언제 친구 추가를 했는지는 기억이 났다. 분명 저결 결승전 이후였다. 방송을 시작한 뒤로 친구 추가 요청이 쏟아지는 탓에 아예 차단을 해두고는 했는데, 무상의 경우 개인적인 메세지까지 보내며 친구 추가를 요청했었다.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굳이 친분을 다지지 않더라도 그랬다. 이런 게임에서 친구창에 네임드 유저나 프로의 닉네임이 당당히 올라와 있으면 괜히 등빨이 서고는 했으니까. 우승의 기쁨에 취한 상태로 희희낙락하며 수락했었지. 당연히 특별한 친분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킹 랭크를 달성하고 나서 랭크를 돌릴 때면 종종 프로 선수들과 만나곤 했다. 내가 눈치채지 못해도 당장 채팅창에서 난리를 떨어대며 언급하니 모른척하기가 힘들었다.

솔로 랭크에서의 승부야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 법이니, 프로와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머쥘 때도 드물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채팅창은 낯부끄러운 찬양의 말로 도배가 되고, 주연은 편집 소스가 생겼다며 기쁨을 표했다.

뿌듯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일들이 쌓여서 게시판에 내 실력이 프로 수준이라는 말이 언급되면 당혹감이 차올랐다. 아무리 그래도 과한 띄우기는 독으로 작용하는 법이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게임에 투자하는 전문가들과 실력을 비교하다니.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솔로 랭크나 일대일 결전 정도야 킹 랭크를 달성할 실력만 있다면 다들 비벼볼 수 있는 구조였으니 거기서의 승패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결국 깊게 파고들수록 부족한 점이 도드라질 게 뻔했다. 되도 않는 비교에 얼굴이 붉어지는 건 내 몫이라니. 부끄러운 일에도 정도가 있다.

그러니까, 프로가 직접 게임에 대해 물어오는 이 상황 자체가 내겐 낯설다 못해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무상:감사합니다!

무상:오늘 만드신 빌드 보면 장비유틸 포기하고 다른 특성 선택하셨잖아요. 여기서 무기 츠바이로 고르신 이유가 있을까요? 신규맵에선 장병기 이점을 살리기도 힘들고­

...솔직한 심정으로는 뿌듯했다.

거의 열 시간에 가까운 방송을 끝마친 뒤였다. 빌드를 만들고 매칭을 돌리는 내내, 빌드에 대해 돌을 던지던 채팅들이 아직도 마음에 걸리던 와중이다. 쓰레기 빌드라느니 하는 몇몇 채팅이 기억에 선명했다.

왜 연승을 거듭했는데도 빌드에 대한 칭찬은 없고 내 실력만 운운하면서 빌드를 깎아내리는지 의문이었다. 완성하고는 속으로 굉장한 만족감을 느꼈던 빌드였는데, 혹평은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유명한 빌드 제작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산산이 조각난 수준이다.

그런데 프로가 빌드에 대해 물어오다니. 나이트폴 프로가 인정했다는 인증 마크가 있으면, 만 명의 시청자가 비웃은 것 정도야 웃고 넘어갈 만도 했다. 진짜는 진짜가 알아본다고. 내심 다시 방송을 키고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다.

감사함을 담아 진심으로 대답해야겠지. 아무튼 따로 숨길 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수정할 여지도 많았고.

Nord11:멋있으니까요.

생각하는 게 있는 건지, 아니면 빌드를 수정하고 있는 건지. 이전엔 곧바로 날아오던 무상의 답변이 조금은 늦어졌다. 게임 중이라는 표시는 없는데. 어쩌면 팀원과 상의를 하고 있는 걸까? 프로팀은 대개 숙소에서 공동 생활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무상:아 ㅎㅎ; 그러시구나. 그럼 혹시 아밍 소드나 노말한 검방으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보셨나요? 이쪽이 아무래도 체력 관리가 더 쉽고 유연할 거 같아서요. 중량 제한 낮아지니까 경갑옷까지 착용할 수도 있고

저건 무슨 패배자의 마음가짐인지.

아니, 따지고 보면 프로 리그는 철저한 합리성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세상이지 않나. 다소 유약한 생각일지라도, 그게 팀적인 시너지에 조금이라도 보충이 된다면 망설이지 않고 선택하는 거겠지. 손쉽게 낭만을 저버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면 이 빌드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꼴인데.

나는 신중히 말을 골랐다. 아무튼 빌드에 대한 관심이 기껍게 다가오는 지금, 성의 없는 대답을 내줄 수는 없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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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선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지. 이 새끼 여자랑 대화를 안 해봐서 그런가 숫기가 너무 없네."

"아, 형 쫌! 지금 나랑 대화하는 거잖아요. 꼬우면 형이 노르드랑 친추해서 말하든가."

"이거 뻗대는 거 봐라. 여스랑 친분 있다 이거냐? 나도 여자 팬 많아. 이번에 생일 날 선물 받은 거 못 봤어?"

"...진수형은 또 왜 왔어요?"

분명 찬혁과 이야기하는 중이지 않았나.

무상은 한껏 집중하던 모니터에서 눈을 떼 뒤를 돌아봤다. 진수와 찬혁을 비롯해 팀원들의 익숙한 얼굴이 좁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에어컨이 가동하는 중이라 실내 공기가 시원한 편인데도, 커다란 장정들이 눈에 가득찬 광경에 숨이 턱 막혀왔다.

대체 언제 자신의 자리에 모여들었는지. 무상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형들 다 언제 왔어요? 다들 시간이 남아도나."

"야이씨, 막내 말하는 꼴 좀 봐라. 너랑 찬혁이가 시끄럽게 군 건 생각도 안 하냐? 자꾸 노르드, 노르드 거리길래 궁금해서 와봤지."

"요즘 저 사람 유명하잖아. 실시간 급상승 동영상도 꽤 자주 올라오던데."

"그래? 난 엘튜브 잘 안 보니까 모르지. 막내 좆바르고 대회 우승한 건 잘 아는데."

염병.

찬혁이 온 순간부터 정해진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노르드에게 메세지를 보내는 건 적어도 개인 연습실에 들어가서 했어야 했는데. 방송도 꺼졌으니 지금이 기회라는 찬혁의 부추김에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휩쓸려버린 것이 패착이었다.

자신의 뒷자리는 모여든 팀원들이 나누는 말로 떠들썩했다. 언제나 그렇듯 대화의 주제조차 중구난방이었다. 노르드가 누군지에 대해 말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자신의 저결 대회 패배로 화제가 전환되는 게 참 대단했다.

조금 있으면 조롱거리을 찾아 또 다른 주제로 넘어갈 게 뻔했다. 그 대상이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면 좋으련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기대하기 힘들어 보였다.

혼자였으면 아마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품고서 신중히 키보드를 누를 수 있었을 텐데. 친구 추가 이후 노르드와 나눈 첫 대화가 이런 분위기에서 흘러간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지금 상태로 사적인 물음을 던졌다가는 짖궂은 팀원들에게 어떤 조롱을 당할지... 일단 지금은 빌드에 대한 이야기만 나눠야 할 것 같았다.

탁, 타닥, 탁.

무상의 손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다행히 대화 주제를 빌드로 압축해도 할 말은 차고 넘쳤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노르드의 방송을 지켜본 건 아니었으니까.

그가 생각하기에, 노르드가 이번 방송에서 보여준 빌드는 응용의 여지가 충분히다 못해 넘치는 빌드였다. 아마 빌드를 만들어낸 제작자도 그걸 충분히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방송을 위해 예능용으로 츠바이를 고집하기는 했으나, 무기만 경장비로 바꾼다면­

Nord11:상시로 버서크 상태 유지하는 게 이 빌드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서요. 체력 관리는 조금만 신경쓰면 되는 거니까, 장비 세팅은 이대로가 좋지 않을까요?

"조금만? 저거 진심이냐? 거적떼기 입혀 놓고는 무슨. 걍 일분일초가 줄타기나 마찬가진데. 빨리 지랄말라고 답장해. 한 번 보여달라고 도발치든가."

"...방송에서 보여주긴 했어요."

"아니, 그거 배치고사였잖아. 거기선 누가 그렇게 못 하겠냐. 하다 못해 진수가 해도 그만큼은 한다."

"야, 왜 또 나를 건드려­"

무상은 한바탕 싸움이 붙은 후방을 뒤로 하고 생각에 집중했다. 그간 노르드의 방송을 챙겨본 경험에 따르면, 자신에게 보낸 채팅도 진심으로 내뱉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렇다면 아마 솔로 랭크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는 거겠지.

그러나 무상은 지금 프로 무대에서 노르드의 빌드를 활용하려는 생각이었다. 다소 방심하더라도 상관 없는 랭크 게임과는 본질부터 다른, 진짜 승부의 세계. 그곳에서 그렇게 리스크있는 빌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무상은 제 생각을 그대로 채팅으로 옮겨 적었다. 제 생각이 어떻든, 무상은 빌드를 제작한 원작자의 의견을 최대한 적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아무튼 노르드에 대한 팬심이 지금 이 순간에도 무상의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답변은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Nord11:그래도 이 빌드에는 츠바이가 맞아요.

Nord11:안믿겨지면 한판?

그 답변이 그간의 정중한 말투와는 또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지라.

무상은 금방 대답하지 못하고 화면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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