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1화 〉 141 ­ 원래가 그래 (141/243)

〈 141화 〉 141 ­ 원래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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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한 GB="" 팬들="" 개추좀="" 눌러볼까?=""> [278]

[141]

<1세트 무상이="" 사용한="" 빌드정보.kgd=""> [239]

<무상"노르드한테서 직접="" 배웠다"="">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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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화면에="" 잡힌="" 존예="" 일반인자매ㄷㄷ=""> [212]

<오늘자 NPL="" 관중="" 레전드.jpg="">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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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괜찮은거 맞아?"

"응. 괜찮아, 상관없어. 내가 미안하다. 이렇게 화제될 줄은 몰랐는데."

툭.

혜진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려놨다.

혜민은 고개를 들어 제 언니의 얼굴을 면밀히 관찰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을 감고 있는 혜진은 놀랍게도 평온해 보였다. 정말 괜찮은 게 맞는 걸까. 애초에 감정표현이 극적이지 않아서인지, 혜민은 저 평온한 얼굴 뒤에 감춰진 언니의 속마음을 읽어낼 수 없었다.

괜히 손바닥에 올려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진동마저 꺼둔 상태라 조용한 와중에도 화면은 연달아 새로운 문자가 왔다며 불을 밝혔다.

평소 연락도 거의 하지 않는 반 친구들의 이름이 액정 위에 표시된다. 단톡방에 자신이 캡처된 사진이 올라왔다는, 유정의 정보가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호들갑을 떨어대던 주호의 문자도 함께였다. 쌍둥이 동생이 첨부해서 보내온 건 그녀와 언니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담긴 움짤이었다.

당시 일정을 수정하느라 바빴던 혜민은 눈치채지도 못한 장면이다. 카메라에 잡힌 적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마 방송으로 봐도 짧은 순간이었을 게 분명한데, 주호나 유정이 말하는 걸 보면 어떤 식으로든 화제가 된 것 같았다.

주호가 보내온 사진을 조용히 보다보면 그게 납득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무심히 카메라를 마주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브이 자를 만들어올리는 언니의 모습은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경기장의 조명을 받은 하얀 피부가 창백하게 빛났다. 눈 그림자처럼 짙게 드리운 다크서클도, 퇴폐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시선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언니를 옆에서 지켜보는 혜민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친구들 문자 많이 와?"

어느새 곁에 다가온 혜진이 물었다.

원룸에 돌아오자마자 풀어헤친 머리를 쓸어넘기면서였다. 살짝 찡그리고 있는 미간은, 동생에 대한 걱정을 담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문제에 대해선 그렇게 무심하면서.

혜민은 핸드폰의 전원을 종료했다.

"아냐. 나도 상관없어. 걱정은 언니가 해야지. 그거 언니라는 거 밝혀지면 어떡해?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그래. 걱정할 사람은 혜민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스트리머였다. 방송과 게시판을 챙겨보는 혜민은 제 언니의 신상 정보를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알았다. 그치들 중 비정상적인 집착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도.

당장 캡처된 혜진과 노르드라는 스트리머를 잇는 연관점이 없는 것 같아도,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걸 연결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렇게 얼굴이 알려지면 또 어떤 난리가 발생할지. 거기에 연계될 문제들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얼굴을 공개한 방송인들의 고충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혜민은 적어도 자신의 언니가 얼굴 공개를 싫어할 거라고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또 마음의 상처라도 입으면. 독립한 이후로 변화한 언니가 다시 한 번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리는 게 아닐까. 방송도 그만두고, 심하면 가족과의 접촉도 끊어버리는... 최악의 그림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혜민은 고개를 저었다.

툭­

"아!"

혜민의 생각이 땅을 파고 들어갈 무렵이다. 갑작스런 접촉이 그녀의 목덜미를 차갑게 자극했다. 얼음이라도 가져다 댄 것처럼 화들짝 놀란 혜민이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손바닥에 습기가 묻어나온다.

그녀의 목을 자극한 건, 혜진이 들고 있는 맥주캔이었다.

"왜 걱정을 니가 하고 있어."

"...진짜 큰일날 수도 있는 거잖아."

"큰일? 얼굴 까이는 게 다지, 뭐."

치익­

혜진은 태평하게 대답하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혜민은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태도가 연기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들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건지, 아니면 얼굴이 밝혀지더라도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봐도 혜민이 걱정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그녀의 언니는 태연하게 맥주를 넘기고는 안주로 사온 과자 봉지를 뜯고 있었다. 아마 오늘 봤던 얼굴 중에서 가장 기쁜 얼굴이 아닐까. 날카로운 눈꼬리를 부드럽게 풀고는, 웃으며 맥주캔을 움켜쥔다.

행복해보이는 모습에 오히려 걱정했던 혜민의 맥이 풀렸다. 정말 별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아직 밝혀진 것도 아닌데 미리 걱정해서 뭐하겠어. 걱정은 정신을 좀먹는 거야, 혜민아."

치익­

혜진은 맥주 한 캔을 더 까더니, 유리컵에 맥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기울인 컵으로 노란빛의 액체가 천천히 차올랐다. 투명한 잔 너머로 무수히 많은 기포가 부글거리며 떠오른다.

형광등이 수명을 다했는지 불을 켜도 어두운 실내였다. 뭔가 비밀스러운 공간에 있다는 생각에, 컵을 가득 채운 맥주마저 새롭게 느껴졌다. 술은 혜민에게 생소한 것이었다. 굳이 마셔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었는데. 혜진의 손에 들린 유리컵에서 맥주가 조금씩 흔들렸다. 그녀는 컵을 받아들었다.

"한잔하자."

캔과 유리컵이 맞닿았다. 서늘한 감촉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혜민의 첫 번째 음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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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뭐야. 막내 왜 저래? 멍 때리고 앉았냐, 멍청해 보이게."

"사랑에 빠져버린 거지. 젊다, 젊어."

"뭐? 뭔 개소리야."

"잉? 찬혁인 모르나?"

"찬혁이 형 현장 스탭이랑 얘기하다 왔잖아요. 팬미팅 관련해서."

"아 맞다. 아이고, 우리 주장님 수고가 많으시네."

옘병하고 있네.

찬혁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이해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두드리는 진수의 모습이 아니꼬왔다. 누구 때문에 시간을 낭비한 건데. 따지고 보면 팬들 앞에서 불량한 태도를 보인 저놈이 문제의 일순위가 아닌가.

찬혁은 참지 못하고 진수의 이마에 딱밤을 갈겼다. 딱, 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이마를 붙잡고 넘어간 진수를 보고 있자니, 막혔던 속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저건 몇 대를 더 쳐맞아야 정신을 차릴지. 고개를 저은 찬혁이 다시 무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팀의 막내는 멍청한 표정을 짓고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연습실 소파에 몸을 기대듯 앉아있는 상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몸을 움찔거리다 비틀어대는 꼴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자세히 보면 얼굴도 상기된 것처럼 붉은빛이 돌았다.

"쟤 왜 저래? 약 먹었냐?"

질문을 듣자마자 이마를 붙잡고 뒹굴던 진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픔도 잊어버리고 일어선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다 이유가 있지, 그럼. 기다리고 기다리던 노르드를 만나 뵀으니까."

"...노르드? 그 사람 진짜 직관왔어?"

"엉. 그것도 우리 다 보고갔지. 사인도 받고."

찬혁의 머리가 의문으로 가득찼다.

그 스트리머가 팬미팅에 왔다니. 오늘 건내준 사인이 몇 개던가. 기억을 뒤져봐도 노르드라고 생각할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이 노르드라고 밝혔던 사람도 없었다.

무상에게만 정체를 밝힌 건가?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너도 얼굴 보면 기억날걸? 잊을 수가 없는 외모던데."

진수가 그렇게 말하면서 핸드폰을 뻗어왔다.

짧은 동영상 파일이었다. 용량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듯한 선명한 화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리그 중계 화면. 관중석을 천천히 비추는 걸 보면 세트가 끝난 이후의 하프타임인 것 같았다. 자신의 얼굴이 스크린에 잡혀 황급히 얼굴을 가리는 관중들의 모습이 평소와 같았다. 여기까진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영상인데.

카메라가 멈춘 건 그 시점이었다. 관중석 앞자리를 채운 두 여성을 비췄다. 검은 생머리에 하얀 피부, 날카로운 눈초리가 닮은... 예쁜 여성 둘.

머리를 올려 묶은 미인은 카메라가 자신을 잡았다는 걸 알고서도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무심한 표정으로 브이 자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끝까지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억에 있는 얼굴이다.

"이 사람이 노르드였다고?"

자연스레 찬혁의 언성이 높아졌다. 감탄과 경악의 중간 지점이었다.

진수의 말처럼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생김새도 그렇고, 풍기는 분위기나 태도도 그랬다. 영상에서 보인 것과 같았다. 만사에 관심이 없다는 무심한 표정으로 사인을 받고서는 곧장 사라졌었지. 인사를 제외하고는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동생처럼 보이는 다른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기억나지? 안 날 수가 없지, 오늘 왔던 팬들 중에서 제일 예뻤으니까. 난 오늘부터 노르드 팬 하기로 마음 먹었어. 벌써 팔로우도 눌러놨음. 방송키면 구독도 할 거임."

찬혁은 촐싹대며 말하는 진수를 무시했다.

몇 주 전, 무상의 자리를 빌려 치고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걸 플레이한 사람이 저 여성이라니. 짧은 순간 찬혁의 머릿속에서 별의별 생각이 다 지나갔다. 저 정도 얼굴인데 왜 얼굴을 감추고 방송을 하는 건지. 얼굴을 오픈하면 대체­

무상의 앞까지 걸어간 찬혁이 막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직까지 멍청한 상태 그대로인 녀석이다. 어깨에 손을 올리자, 고개만 돌려 얼굴을 마주하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노르드가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러고 있는 건지. 아니면 무상의 여성에 대한 면역력이 과하게 낮은 탓일까.

"야, 노르드가 뭐라 그러디? 번호라도 줬어? 그 사람 노르드라는 거 어떻게 알았는데?"

무상이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줄줄이 쏟아낸 질문에 대답할 겨를이 없는 듯 했다.

그 모습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자니, 헤벌쭉 웃은 무상이 그대로 대답했다.

"승리, 승리 축하한다고... 저 다음에는 츠바이로 할까 봐요. 그럼 더 칭찬해줄 거 같아."

...이 새끼 진짜 홀리기라도 했나?

"찬혁아, 그냥 내비둬라! 누가보면 아다라도 떼준 것처럼 그러잖아. 아까부터 저래. 원래 저게 아다새끼들 특이거든."

"...씁, 너 말 좀 가려서 해라 진짜. 내가 프런트한테 무슨 말 듣고 왔는지 알아?"

"아이고, 죄송합니다. 주장님."

너스레를 떨면서 고개를 깊이 숙인다. 잠깐 달려가 뒤통수를 후려칠까 고민한 찬혁이 숨을 들이켰다. 진수와 생활하기를 몇 년째. 먼저 흥분하면 지는 건 언제나 찬혁 쪽이었다.

찬혁은 무상의 옆자리에 몸을 뉘었다. 푹신한 소파가 찬혁의 몸을 부드럽게 받들었다.

머리에서 노르드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이게 밝혀지면 커뮤니티에서 얼마나 난리가 날까. 인터넷 방송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찬혁도, 나이트폴에서 개인 방송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는 잘 알고 있었다. 인기 엘튜버가 예능 빌드 영상을 찍어올리면 한동안 랭크 게임에서 그 빌드가 난립할 정도였다.

노르드는 지금도 뛰어난 실력으로 인지도를 확산하고 있는 사람일 텐데. 저런 얼굴이 공개되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프런트에 소속 스트리머 계약이라도 제안하라 말해볼까.

GB 게이밍의 주장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찬혁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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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언니이."

부드러운 볼이 맞닿았다.

힘을 줘서 밀어내려고 해도 온몸의 무게로 앵겨오는 터라 쉽사리 떨쳐낼 수 없었다. 벗어나는 것보다 내 힘이 빠지는 게 먼저겠는데. 피로한 몸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만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씨발... 어떡하지.

혜민의 품에 안긴 채로, 나는 생각했다.

역시나 생각은 별 쓸모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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