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화 〉 146 극복하려면 부딪쳐야지
* * *
Nord:듀오 ㄱ?
칼고:??
칼고:자라 세벽 세시에 무슨
Nord:한잔했더니 잠이 안와서
칼고:허구헌날 술쳐먹네
Nord:오늘은 마실 수밖에 없었는데
칼고:그러게 캠을 왜깠어
칼고:얼공할거면 준비라도 하고 하지 무슨
칼고:세팅도 뭣도 없더만.. 조명은 개뿔 카메라 설정도 안잡고
Nord:너무 귀찮아서 안했어요 잔소리 ㄴ
Nord:근데 조명세팅하면 얼굴로 빛 내리쬐는거 아니에요?
Nord:눈부셔서 게임 어떻게 해요.
칼고:얼굴 어떻게 나오는지 의식하는게 정상아니냐? 조명 쎄봤자 얼마나 쎄다고
Nord:귀찮아서 형광등도 안갈고있는데 조명을 달리가 없지
칼고:왜 뻔뻔한데
칼고:다시 캠 안 켤 거야?
Nord: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캠키니까 사지가 뒤틀려서
칼고:멍청해보이긴 하더라
Nord:?
Nord:다봤음?
칼고:뒤풀이채널 안봤어? 니 방송 생중계까지 했는데
Nord:그걸 왜
칼고:몇만명이 봤는데
칼고:방송하는 사람들이 그런 이슈를 놓칠까
Nord:
칼고:애초에 첫캠방인데 왜 카메라를 전체화면으로 땡겼어
칼고:바보야? 그러니까 신경쓰여서 집중을 못하지
Nord:얼굴 인증하려고 킨건데 작게 나오면 이상하잖아
칼고:님 사고방식이 더 이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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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고:캠안키면 시청자들 계속 뭐라 그럴텐데
칼고:채팅은 그렇다 쳐도 도네로 계속 쫄 거 아니야
칼고:감당하기 힘들걸
Nord:당분간 도네소리 꺼놓고 방송할까
칼고:시청자 줄어들 생각하고 아예 무시하던가
칼고:아니면 캠 크기 줄이고 조금씩 적응해봐. 게임에 집중하면 신경 덜 쓰일수도 있으니까
Nord:그런가
Nord:고마워요 칼고에몽
칼고:제발 사고치지 좀 말고...
N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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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이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종류의 질병이 아니다.
겉에 난 생채기처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면 좀 좋을까. 피라도 난다면 문제를 찾아내고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지 단번에 짐작할 수 있지 않나. 정신이라는 정의하기도 힘든 애매한 무언가는 아무리 곪아봤자 피를 토해내는 법이 없었다. 그게 명확한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는 한, 자신에게 어떤 병이 있는지도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사전에 미리 예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뭐든 간에 실질적인 증상으로 나타난 후에야 자신에게 질환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만성적인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본인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공황장애를 발견하거나.
정신질환이라는 게 그랬다. 이상이 터지기 전에는 뭐가 문제인지도 알 수가 없는 거지.
그러니까, 나도 캠방을 경험한 후에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 딴에는 나름 심각한 걱정거리라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방금 막 샤워를 하고 나온 참이다. 촉촉함이 느껴지는 머리칼을 제외하면, 뭉근한 온기가 감도는 피부결은 부드러웠다. 땀이 흐른 흔적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손에 감도는 온기가 목 언저리에 기분 좋게 와닿는다.
어제의 그것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감촉이다. 정리되지 않아 다소 난잡한 기억 속에서도 왠지 목덜미를 훑던 감각만은 선명하게 남아서, 나는 그 축축한 피부의 느낌을 제대로 떠올릴 수 있었다. 살짝 끈적거리던 서늘한 피부. 식은땀을 쏟아낸 흔적이었다.
내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방송에 송출되던 와중에도 시청자들이 눈치채지 못한 드문 포인트였다. 아무리 그래도 등으로 흐르는 식은땀을 파악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마저 들켰다면 나는 다신 캠방을 하지 않았을 거다. 치부가 드러나는 것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감촉과 함께 떠오른 기억들이 불쾌했다. 입 밖으로 꺼낸 말들이나, 채팅을 보며 마뭇거렸던 행동들 전부가 내 의지와 따로 노는 것 같았다. 시선을 너무 의식했는지 몸 곳곳이 묘하게 따가웠던 느낌도 있고. 그 짧은 방송 시간 동안 얼마나 긴장한 상태였는지 알만도 했다. 불안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감각은 제법 섬뜩한 것이었다.
...공황의 초기 증상인 것 같은데.
습관처럼 손마디를 겹치고는 부드럽게 꺾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허공에서 얽혀든다. 우두둑거리는, 관절 소리를 기대했는데. 유연한 손에서는 별다른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것도 젊음의 힘인가.
정신질환 한두 개가 있다고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았다. 현대인이란 모두 진단하고 보면 정신질환을 달고 사는 족속들이라고 했다. 당연히 나도 거기에 포함되는 사람이니, 정신 쪽에 문제가 있다고 죽을상 지을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정신건강이 멀쩡했던가. 따지고 보면, 혜진이 되고 난 이후로 타인의 시선에 불안감을 느낀 적은 많았다. 외출 몇 번에 금방 털어내기는 했으나, 수만 명 앞에서 얼굴을 내놓는 건 일반적인 외출과 비교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아무리 내가 계획과 동떨어진 삶을 산다고는 해도, 너무 성급한 결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의 시선을 감당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해야 했었는데.
어쩌겠나. 이미 저질렀는데.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방송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나는 또 주저하며 컵 손잡이 부근을 만지작거렸다.
피하려고 한다면 억지로라도 피할 수는 있었다. 당장 방송 계획을 수정하고 휴방을 시작한다던가, 방송을 켜고는 모른 척하고 게임만 한다던가. 민심이야 불타오르겠지만, 그게 불안감에 사로잡혀 벌벌 떠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어제 방송을 종료한 직후 곧장 연락을 날려온 사람들의 의견도 그런 식이었다. 주연과 혜민, 쪼망도 있었지. 나보다 내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카메라에 비친 내 모습이 그렇게나 어색하고 불편해 보였는지, 쏟아내는 말이 많았다. 혜민이에 이르러서는 화까지 냈다. 꽤 위태로워 보였던 모양이다.
스트리머 노르드가 아무렇지 않게 감내하던 관심은 내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굳이 상황에 맞는 가면을 만들어내는 건 자아가 감당할 수 있는 상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르드라는 가면은, 혜진을 감추기 위해 존재했다. 아직까지도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무지렁이를 숨기기 위해.
새벽 늦게까지 인기글 갱신에 바쁘던 게시판이 떠올랐다. 화제가 되긴 했는지 사람이 가득 모여선 게시판에서, 올라오는 글의 대부분은 내 모습이 담긴 움짤을 담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는 건 고역이더라. 캠방은 역시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하고 싶지 않은 일에서 도망만다니면 평생 변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애당초 이런 각오로 가면을 벗어던진 거였는데.
나는 괜히 슬쩍하고 모니터 위의 카메라를 올려다봤다. 깨끗이 닦아낸 렌즈가 사람의 눈동자처럼 빛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어제는 분명 쳐다보지도 못했다. 렌즈 너머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뭘 더 망설이나.
심하면, 발작이나 하고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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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드셨나요? 곧 방송 시작합니다.
1시 조금 넘어서 켤 거 같아요.
오늘은 좀 길게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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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켜진 순간이다.
공백이었던 채팅창에 하나 둘 줄이 그어지기 시작한다. 아직 갱신이 되지 않아 시청자 수가 0으로 표기되는 상황에선, 올라오는 채팅을 바라보는 게 시청자들이 입장하는 걸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 순간엔 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채팅창만 바라본다. 혹시 목소리라도 새어나올까 쥐죽은 듯 소리를 죽인 채로.
방송에 익숙해진 뒤로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과정이었는데, 오늘은 그게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얼굴을 공개했다고 정말 새로운 사람이 됐다는 건지. 스스로도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소리가 마음을 좀 진정시켜주는 것 같았다. 복잡한 선율 속에서 무슨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하나하나 뜯어서 분리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한참를 그러고 있으면 신경쓰이던 것도 잊고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다. 물론, 그 짧은 순간에만.
마이크를 켜기 전, 잠깐의 심호흡을 마치고. 나는 방송 화면을 전환했다.
방송에 내 얼굴이 송출된다는 건, 한두 번으로 익숙해질 수 있는 감각이 아니었다.
[노하ㅏ]
[오늘도 캠켜주는거야..?]
[캠방 다시는 안할거라는 새끼들 어디갔노ㅋㅋㅋ]
[이시간에 방송??? 그것도 캠방???]
[눈나 제발 불 좀 켜줘... 얼굴 잘 안보여]
[무보정캠 진짜ㅋㅋㅋ 얼마나 자신이있으면]
[낮인데 왜케 어두워 무슨 외국임?]
[진짜 얼굴 존나하얗네]
[센세 사랑해요]
그냥 방종할까.
화면 전환과 동시에 급격히 빨라지는 채팅창을 보고 있으면 전날의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살아나는듯했다. 조금씩 피부가 따가워지는 것이, 스트레스가 몸 내부에서 실체화하는 기분이다. 빈혈기라도 생긴 것처럼 머리가 핑 돌았다.
...다잡은 마음이 풀리는 것도 한순간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일단, 화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커다란 캠 화면부터가 문제였다. 무슨 객기인지. 무엇이든 단계가 있는 법이다. 단번에 최정상층에 발을 디딛으려 하니까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처음은 작게 시작하는 게 맞았다.
최대한 작게, 마음이 진정될 정도로.
됐다. 이 정도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
[아니 선생님 얼굴이 안보이는데요]
[텐련아 화면키워!!!]
[??????????????????]
[풀화면 땡길때까지 숨참는다 흡]
[지금 뭐하세요;]
[쥐꼬리만하네 장난하냐?]
[]
[노력하면 잘보임]
물음표와 불이 채팅창을 뒤덮었다.
반면 급격히 쪼그라드는 것 같던 심장은 빠르게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았다. 이토록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는 걸 보면, 정신도 신체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방송 송출 화면을 확인하기 위해 좌측 모니터를 바라본다. 한계까지 축소한 덕에 내 얼굴은 새끼 손톱보다 작아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긴장으로 굳었던 몸이 부드럽게 풀리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말할 여유를 되찾았다.
"안녕하세요. 다들 식사는 하셨나요?"
[식사고 나발이고 캠좀켜주세요]
[방금 일어남]
[지금 방송보는 거면 개백수들이지 ㅇㅇ]
[캠키워주세요 8트]
[방장은 뭐먹었음?]
"저는... 계란밥 먹었어요. 간장 뿌려서."
[간장계란밥은 ㅇㅈ이지]
[참기름 ㅇㄷ??]
[캠키워주세요 13트]
[역시 근본이네]
[아니 캠 켜달라고 ㅅㅂ]
정상적인 소통이 오고 가는 이 상황이, 왜 이리 마음을 뿌듯하게 채워주는 걸까.
캠 화면을 줄여보라는 조언이 아주 적절했다. 역시 칼고에몽. 평일 점심시간의 방송이라 이전보다 시청자가 부족한 것도 한몫하는 것 같고. 목 언저리가 근질거려 말하기도 어려웠던 지난 방송과 달리, 시청자와 대화하듯 말을 나누는 지금이 꽤나 자연스러웠다.
그래, 이게 정상이지. 그래도 방송을 몇 달을 했는데.
"큼,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방송에 얼굴이 크게 나오면 부담스럽잖아요? 그러니까 크기를 조금 줄이는 게 맞지 않나. 게임 방송 할 때 화면이 가려지는 것도 문제니까요."
[개소리하네 ㅅㅂ]
[그냥 캠이랑 겜화면 바꿔주세요.]
[구독해지합니다]
[그럼 겜할때만 줄이라고!!!]
[표정도 안보여요 선생님]
[후원은 왜 아직도 꺼져있는데]
[얼굴 안보이는데도 존1나 얄밉네 진짜]
[지 할말만 하는건 여전하네요]
[노르드가 누군데 정상적으로 캠방 해준다고 기대함? 암 이게 노르드지ㅋㅋ]
[미2친련]
채팅창이 익숙한 분위기로 변해가는 것이, 정상적인 템포를 되찾았다 싶었다. 이유모를 불안감이 서서히 사그라든다. 긴장감 때문인지 좁아졌던 시야도 평소처럼 돌아왔다. 어제 방송에선 보이지 않았던 자잘한 채팅들이 전부 눈에 들어왔다.
문득 캠을 키고 나서 처음으로 입꼬리가 올라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방송 화면을 확인했다.
...캠 화면이 너무 작아서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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