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9화 〉 149 ­ 있던 게 없어지면 (149/243)

〈 149화 〉 149 ­ 있던 게 없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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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프로들도 사용했다는 빌드 장인의 채널인가요? 성지순례왔습니다.]

­22222

­3333

­지랄하네

[무상인터뷰보고 뛰어왔다ㅋㅋㅋ 영상 첨봤을때 예능인줄알았는데 쌉고수용 빌드였네]

­진짜 고수용이니까 제발 저티어에서 쓰지마ㅠ

­방금 랭크에서 이거쓰는 트롤만나서 쳐발리고옴 ㅎ

­노르드가 벌레들을 만들고있다

[근데 ㄹㅇ 너무잘한다 무상도 인터뷰에서 쓰기 힘들다고 말한 빌든데...]

­창시잔데 당연히 잘하지ㅋㅋ

­제발 이런 빌드만 만들어주세요... 메죽같은 병신빌드 말고

­메죽이 어때서. 너 메이지냐?

­응 메이지들 성지맵 나오고 다들 뒤져서 없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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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짤 보고 왔습니다... 너무 예쁘시네요]

­루머확산시키지말고 닥치고있어

[노르드 얼굴 실화냐]

[언니 사랑해요ㅠ]

[주말에 방송안키는거 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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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영상좀 빨리빨리 올려!!!]

­ㄹㅇ 업로드 주기 왜케 느림

­당연히 느리지 주말에 휴방을 때려박았는데

­캠방 올리면 대박날텐데...

[집자님 얼공 영상 안올리시나요? 다시보기 터져서 움짤로밖에 못보는데ㅠ]

­엘튜브에 찾아보면 나옴

www.ltube.com/watch?vt78=rqi90khGH88

­? 불법렉카잖아 이거

­바로 신고하고옴 ㄱㅅ

[직관장면이랑 생방 움짤 모아둔 채널있으니까 알아서 찾아보셈ㅋㅋ 언제 신고먹어서 사라질지모름]

[얼굴 보고 구독하러 왔습니다. 사랑해요]

[센세... 구독자들에게도 은혜를 주세요... 물이 없어서 말라죽고있습니다...]

­생방 찾아가면 세례받을 수 있는데ㅉㅉ 제 발로 움직여서 구원받을 생각을 해야지 어디서 받아먹을라고 에잉,,, 쯧

­방송을 평일 오후에 하는데 어케찾아가 백수련아

­꼬우면 너도 백수하던가ㅋㅋ

[아니 댓글수 무엇ㅋㅋㅋㅋ]

[아 캠방아니어도 되니까 뭐라도 영상올리라고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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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 Love:혜진씨 캠방하신거 편집해도 되나요?

Nord Love:게시판도 그렇고 엘튜브 최신영상 댓글도 난리네요..

Nord:;

Nord:얼굴 공개한 날은 제외하고 나이트폴 영상만 올려주세요.

Nord Love:네 그럼 플레이 영상 위주로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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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 Love:아 그리고 혜진씨 제 부계정에 방송 관리자 권한 주실 수 있나요? 좀 선 넘는 채팅이 보여서.. ㅎㅎ 제가 밴좀 할게요.

Nord:네 드릴게요.

Nord:근데 편집하느라 바쁘실텐데 괜찮나

Nord Love:괜찮아요. 방송할때는 편집 안하니까

Nord:? 편집각 잡히는 부분 제가 말씀드릴게요

Nord:굳이 방송 다 안보셔도 돼요. 너무 길텐데

Nord Love:안 그러셔도 돼요

Nord Love:어차피 저 혜진씨 방송 세번씩 봐요ㅎㅎ

Nord님이 메세지를 입력하는 중입니다...

Nord: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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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박고 보자는, 내 주먹구구식 대응은 미미한 성과를 거뒀다.

이제 게임에 집중하는 순간만큼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방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피부를 콕콕 찌르는 것 같은 불쾌한 증상도 안 나타나고. 물론 조금이라도 캠을 확대하면 문제가 생기는 건 여전했지만... 아무튼 발전은 발전이니까.

한 번 얼굴을 공개하니 따라붙는 관심은 무서울 정도였다. 손캠과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일부러 유동 시청자가 많은 저녁 시간을 피해 방송을 했는데도, 매번 만 명이 넘어가는 시청자 수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토록 바라고 바라는 시청자겠으나, 뭐든 적당한 게 좋은 법이지 않나. 이 상태에서 내가 무슨 사고라도 치면 모여든 사람들 전부가 삽을 들고 땅을 파기 시작할 것이 분명했다. 깊게 파인 구멍은 내 사회적 무덤이 될 테고. 이제 얼굴도 깠으니 물러날 곳도 없다.

이런 것 하나하나를 의식하는 게 내 슬픈 천성이었다.

얼굴을 드러내놓고 방송하는 일에 아주 미세하게나마 익숙해졌다지만, 역시 캠방이 주는 정신적 압박감은 상당한 것이다.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부터가 그랬다. 만 명이 넘는 시청자 앞에 서는 것인데, 적어도 샤워는 해야 하지 않겠나. 머리도 말려야 하고. 심지어 옷도 신경써야 한다. 이 정도면 외출 준비나 다를 바 없다. 이틀 전인가는 비교적 얇은 셔츠를 입고 방송을 켰는데, 켜자마자 미친 듯이 울려대는 핸드폰 때문에 정신이 혼미했더랬다.

당장 옷을 갈아입으라는 연락이었지. 나는 평일 오후 열두 시 경에 왜 혜민이가 내 방송을 보고 있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요즘 고등학교는 핸드폰을 안 걷나. 학생이란 것들이 학교에서 폰이나 만지고 있고 말이야...

결국 위에 가디건을 덮긴 했지만.

여자의 노출도라는 건 아직도 내게 불분명한 개념이었다. 아니, 그야 가슴께 파인 옷이나 짧은 스커트가 섹스 어필을 위한 옷이라는 건 알겠는데. 속도 제대로 안 비치는 셔츠가 뭐가 문제라는 건지. 검은색 속옷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고. 그 정도의 분별력은 있다. 나로서도 사내새끼들 관심을 끌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내 동생은 제 언니를 너무 과보호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마 히키코모리 생활을 오래 지속한 혜진의 사회성 부족에 대한 염려인 것 같은데, 내용물이 이렇게 된 지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저번에는 채팅창도 좀 관리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지. 잔걱정이 과하게 많다.

...아니, 캠 좀 켰다고 덜덜 떨어대던 걸 생각하면 걱정할만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캠방이란 건 준비 단계부터 애로 사항이 가득한 문젯거리였는데, 몇 시간이고 지속할 방송을 잔뜩 경직된 상태로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같은 자세로 앉아있어도 마음가짐에 따라 편하고 불편하고가 나뉘는 것이다. 기존에는 열 시간도 넘게 진행할 수 있던 방송이, 캠을 켠 이후로는 몇 시간만 지나도 녹초가 되기 일수였다.

그러니까 나도 항상 캠을 켜놓고 방송을 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

요 분야의 선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쪼망에게 캠방과 관련된 팁을 여러 차례 물어보기도 했다. 칼고한테만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쪼망은 요 근래 나와 밀접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하면서, 부쩍 가까워진 거리감을 드러내는 일이 잦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쪼망이 아니라 동생들 사이의 관계였지만... 그건 그녀에게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닌듯 싶더라.

동갑이니 말을 놔도 되겠냐는 요청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한 번에 세 발짝은 건너뛴 것 같은 그 거리감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쪼망­본명은 민아­과 내가 동갑이라는 사실이 주는 괴리감이 엄청 났다. 저번에 봤을 때는 딱 20대 초반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는데. 젊어진 자신의 나이를 실감하게 될 때는 아직도 흠칫하고 놀라게 되는 것이다.

나는 별다른 고민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핸드폰 너머로 느껴지는,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반말 정도야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인맥에 목말라있던 내게 오히려 이로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반말이 오가는 건 친분의 상징이지 않나.

다만 오래 지나지 않아 말을 텄다는 사실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는데, 캠방에 대한 내 질문의 답변이 죄다 '그럼 직접 만나서 설명해줄게'라는 결론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서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히 설명해준다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접근이다.

합방 제안도 여러 차례 했는데, 그 합방이라는 건 당연히 직접 만나서 방송을 함께 하자는 말이었다. 내 집이든, 자기 집이든 편한대로 고르라고.

뭐가 그리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든 걸까. 분명 내가 아는 쪼망은 내성적이고 얌전한 편이었는데. 완곡히 거절 의사를 내비쳐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요 근래 쪼망의 문자는 대개가 그런 식이었다.

카메라부터 시작해 방송 설정 전부를 알려주겠다는 말은 확실히 혹했으나... 음. 역시 고민할만한 일이었다. 그게 누구든 간에 현실 합방하고 있는 내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이 아니었다.

조금 괴롭기도 하고.

아무리 흥미로운 것이라도 자극이 지속되면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나름 비밀이었던 내 얼굴이 아무리 신기해봤자, 요 며칠간 지속된 캠방으로 그 흥미가 얼마간 사그라들었으리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실제로 캠방을 요구하는 미션이나 도네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가 아니던가. 훌륭한 변화였다.

결국 비밀이라 해봤자 그저 조금 예쁜 얼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게임하는 방송에서 캠 좀 껐다고 게거품물고 달려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칼고도 캠을 끄고 방송했을 때 별다른 불만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인생은 완급조절이 중요한 법이라, 문제를 극복한답시고 매번 무리한 도전을 일삼아선 안 된다. 정신도 마모될 수 있다는 건 상식이다. 캠을 켜지 않고 피셔맨이나 하는 가벼운 방송도 중간중간 섞어야 방송을 오래 지속할 수 있지 않겠나.

나도 좀 잠옷을 입고 방송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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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간만에 캠 없이 킨 방송이었는데.

채팅창에 떨어지는 포화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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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어딨어??누나어딨어??누나어딨어??누나어딨어??누나어딨어??누나어딨어??누나어딨어??누나어딨어??누나어딨어??누나어딨어??]

[씹셔맨...또 너야?]

[어부말고 노르드님 데려와주세요 ㅠ]

[간만에 새벽방송이다 했네 싯팔]

[캠켜주세요 캠켜주세요 캠켜주세요 캠캠캠]

[방제는 힐링방송인데 채팅창은 지옥도네요ㅎ]

[화가 잔뜩 났네ㅋㅋ]

[노씨... 제발 얼굴 좀 보여줘]

이게 벌써 십분째다.

한두 번도 아닌 일이었으나, 요 며칠간 캠방만 해서 그런지 불길로 가득찬 채팅창이 새삼스럽게 정다웠다. 무슨 멘트를 내뱉건 별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소방차를 끌고 와도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까. 그야말로 못말리는 새끼들인데.

후우­

친숙한 낚시꾼이, 나를 대신해 연기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밤 낚시. 어두운 밤이 풍경이다. 희뿌연 연기 너머로 반딧불 같은 담뱃불이 손짓에 따라 흐느적거린다. 일부러 고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를 피해 자리잡았다. 요 십분 사이 입질 한 번 오지 않는 낚시터엔 평화가 내려앉았다.

매번 그렇지만 내 방송은 방송 화면과 채팅창의 분위기가 어긋나 있을 때가 많은 것이다. 대체 어째서. 잔잔하게 물 흐르는 걸 바라보면서 조용히 잡담이나 나눌만한 분위기인 것을.

통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나는 화제를 바꾸기 위해 입을 열었다.

"새롭게 추가된 맵인데 어떤가요. 낚시터 느낌 잘 살린 거 같지 않아요? 이런 데는 한국에도 있을법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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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닥치고 캠좀 켜주세요 ㅠ

"...후원 감사합니다! 아쉽지만 제가 캠이 고장나버렸네요. 안타까워라."

화르륵, 소리를 내고 붙는 것 같은데.

적적한 낚시터 위에서 바라보는 불구경이라니, 제법 운치 있는 경우가 아닌가.

캠을 켜놓고 있었다면 아마 이쯤에서 당황하고 게임에 집중하려 하지 않을까. 읽을 수 없는 수준으로 난잡해진 채팅창은 생각보다 커다란 압박으로 다가온다. 물론, 얼굴을 내놓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왼쪽 모니터에 내 얼굴이 없다는 사실 하나가 얼마나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역시 겪어봐야 알아차릴 일이었다.

나는 낚싯대를 거치하고 편히 앉은 낚시꾼처럼,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힘을 쭉 뺐다. 혜민이가 선물한 잠옷의 보드라운 감촉이 맨살에 와닿았다. 목덜미 근처에서 뭉그러지는 귀달린 대가리 부분은 그 덤이었다.이 꼴로 캠을 킬 수 있겠냐고.

나는 아직도 시끌벅적한 채팅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설마 킬 때까지 저러는 건 아니겠지?

조금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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