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 156 의외로 별거 아니야
* * *
"웃어줘!"
"..."
"웃어줘~ 노르드님. 그렇게 쳐다보면 무서워서 말을 할 수가 없잖아!"
"..."
"웃, 푸흡. 웃어, 크큭. 웃어줘!"
"...제발 꺼져줘."
체념한듯 얼굴을 무릎에 묻는 민아를 보며, 건방지고 얄미운 여동생은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어찌나 신나게 웃는지 외출을 위해 차려입은 상태가 아니었으면 바닥이라도 뒹굴었을 것 같은 모양새다. 꺄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운다. 민아는 입술을 짓이기며 속으로 저주의 말을 읊조렸다.
"풉, 푸흡. 언니, 그렇게 좌절하지마. 진짜, 진짜 귀여웠다니까? 그때 채팅창 반응도 얼마나 좋았는데. 어제 방송 진짜 대박이었어. 혜민이네 언니 너무 예쁘시더라. 시청자도 얼마나 많, 큽."
"...웃음부터 참고 말하지 않을래? 됐으니까 그냥 내 앞에서 사라져줘. 나는 쥐구멍이라도 파고 있을 테니까."
내리깐 목소리가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그래도 티끌만큼의 눈치는 남아있는지 유정은 간단한 인사와 함께 등을 돌려 현관으로 향했다. 나가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가득한 꼴이 굉장히 아니꼬왔으나, 어쩌겠는가. 이게 다 분별없이 술을 퍼마신 자신의 업보나 다름 없었는데. 민아는 무릎에 파묻은 얼굴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그래봤자 몸을 숨길 구멍은 생기지 않았다.
시야갸 어두울수록 지난 밤의 흑역사는 더 뚜렷하게 재생됐다.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기는 개뿔, 다른 생각을 막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는 운동이라도 해야 할 처지다.
방금 갱신된 따끈따근한 기억이다. 이 부끄러운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변하기 위해선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간만에 제대로 된 놀림거리를 찾아낸 제 여동생이 그걸 가지고 얼마나 오랫동안 그녀를 놀려댈지... 세상은 어둡고 미래는 암울하다.
민아는 묻었던 고개를 들어올려 시계를 바라봤다. 그녀의 정규 방송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서히 압박감이 덩치를 불리기 시작한다. 노르드의 방송 규모를 생각하면, 지난밤 잊고 싶은 음주 방송이 얼마나 크게 퍼졌을지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적어도 평소 쪼망의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전부 알고 있을 게 분명하겠지.
그걸 생각하면 전신으로 불안감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혜진과 유정은 반응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역시 그것만으로는 안심을 얻기 힘들었다. 시청자들이 자신을 경박하고 추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사실 그녀는 혜진의 배웅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하지 않았다. 못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리라. 자존감이 높지 않은 그녀에게 시청자들의 평가는 제법 강력한 독이었다. 커뮤니티를 훑다가 자신을 향한 욕설이라도 발견하면 정신에 커다란 상처가 남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정규 방송을 취소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쪼망이라는 스트리머는 성실함을 미덕으로 삼았다. 남들보다 타고난 매력이 부족하다면, 그건 후천적인 노력으로 채워야만 한다. 성실함은 그중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불과했다.
민아는 다시 한 번 입술을 깨물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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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호흡을 하고 마음속으로 숫자 셋을 센다. 시간을 맞춘다기 보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다. 평소에도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하는 루틴이었으나, 오늘은 유난히 더 긴장됐다.
쪼망은 마음을 다잡지도 못하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어차피 완전한 멘탈로 방송을 켜기 위해선 수십 분의 시간도 부족했으니까. 차라리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게 나을 것이다. 깨지는 걸 수습하는 건 나중의 일이었다.
얄궂게도, 방송은 아무런 지체를 허락하지 않고 잘만 켜졌다.
[쪼하!]
[어제 방송 잘봤습니다 ^^7]
[기다렸다구! 기다렸다구! 기다렸다구! 기다렸다구! 기다렸다구! 기다렸다구! 기다렸다구!]
[우리들의 알딸딸한 영웅 ㅠㅠㅠㅜ열사님 오셨군요]
[쪼황! 쪼황! 쪼황! 쪼황! 쪼황! 쪼황!]
[제시간에 키셨네ㅎㅎ 속은 좀 괜찮으신감]
[이사람 간이 대단하다]
[클립보고 왔습니다~~~]
[이시대 마지막 취객 쪼망ㄷㄷㄷㄷ]
성원이 뜨겁다.
쪼망은 무슨 말을 내뱉지도 못하고 채팅창을 멍하니 바라봤다. 시청자가 들어오는 속도부터가 비정상적이었다.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괴이쩍은 수준의 속도. 불이 번지듯 삽시간에 들어선 시청자들이 그보다 빠른 속도로 채팅창을 채워넣기 시작한다.
스트리머가 방송의 성장을 확인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을 시청자 숫자와 채팅창 활성화 정도라고 말한다면, 쪼망의 방송은 정말 이례적인 성장을 겪은 셈이다. 그게 일시적인 효과든 아니든, 아무튼 당장에 보이는 모습은 그랬다.
이런 식의 변화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부정적 시나리오 수십 개를 가정하고 시작했던 쪼망의 방송은 시작부터 고비를 맞이했다. 방송 시작과 동시에 가득 올라가는 채팅창은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채팅의 내용을 떠나서.
"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일찍 와주셨네요. 이렇게 많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어제 방송보고 왔음]
[오늘은 술 안마시나]
[일단 캠부터 키십쇼]
[집임? 왜 노르드 버리고 나왔어]
[시청자 들어오는 속도봐라ㅋㅋ 쪼황 대기업다됐네]
[노르드 낙수효과 뒤지네]
[클립이랑 움짤보니까 안올수가 없어ㅋㅋ 팔로우 했습니다]
대체 어제 방송이 어땠길래 이렇게 많은 시청자가 들어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자기자신의 객관적인 모습을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그게 만취한 자신이라면 더욱더.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에 채팅창을 가득 채우는 시청자들을 보고 있으면, 과연 전날의 방송이 어땠는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취한 자신이 대체 어떻게 말하고 움직였는지. 타인의 시선에서 보고 싶었다.
불안감을 단번에 씻어내고 그 자리를 호기심이 차지한다. 흑역사에 몸을 비틀며 이불을 발로 차던 몇 시간 전의 기억이 우스워질 지경이다. 스트리머에게 시청자란 그런 의미였다. 시청자가 많아지면 피로한 정신도 얼추 회복된다고 느껴질 정도의... 일종의 만능약이다.
이런저런 궁금증이 차오르는 와중에, 쪼망은 일단 생각했다. 다른 것보다 우선 혜진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무엇에 대한 고마움인지는 사실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냥 민아의 마음이 그랬다.
그러나 우선은, 이 늘어난 시청자들을 위해 방송을 해야 할 때다.
민아는 비뚜름한 마이크를 바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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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메일함 99+
보라. 관리하지 않은 쓰레기통의 결말이다.
민아를 보낸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뭔가 큰 일 하나를 해결한 듯한 후련함에 미뤄두었던 일을 하나 둘 해결하고자 다짐했는데, 나는 그 첫 번째 과정에서부터 벽에 가로막혔다.
수북히 쌓인 쓰레기통은 존재만으로 악취를 풍긴다. 표기 숫자를 넘어서 대체 몇 통이 들어왔는지 짐작하기도 힘든 메일함. 정도를 넘어 가득찬 상태는 거북함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대충 예상하고 브라우저를 실행했는데도 로그인을 하자마자 불편함이 배가 됐다. 사실 최근에는 저 편지 아이콘도 미워지는 실정이다. 혐오는 학습이 빠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읽지도 않고 한 번에 쓸어내리고 싶은 마음이다. 저게 전부 내 태만에서 비롯되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은 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인데. 나태의 결과물이 저렇게 숫자로 표시되는 걸 보면 확실히 반성하는 마음이 생기기는 했다. 다음엔 조금 더 성실하게 확인해야겠다는, 비교적 가벼운 반성.
...당연히 이 다짐도 작심삼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말했지 않나. 인간이란 다 그런 법이라고.
굳이 말하면 변명거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내가 오랜 시간 메일을 안 읽고 묵혀둬서 이런 꼴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나도 스트리머라는 입장에서 메일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공개된 창구인 메일 주소를 통해 이런저런 제의가 들어오고는 했으니까. 거절하는 제안이 태반이었으나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어디서 뭐가 날라올 줄 알고.
다만, 캠방을 시작한 이후로는... 확실히 메일 확인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시청자가 많아지는 건 적어도 메일함에 한해서는 최악의 일이었다. 날라오는 메일의 절대수가 많아지면 그곳에 포함된 쓰레기도 당연히 늘어난다.
메일함의 팔할 이상이 되도 않는 훈수, 맥락 없는 고백 따위로 채워진 것을 보고 있으면, 온전한 정신으로 읽어내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것들은 점차 수작질도 발전해서 거르기 힘든 제목으로 메일을 보낸다. 읽지 않고 넘겨버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분명 방송 초창기에는 메일 제목만으로 쉽게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괴상한 발전을 해버렸다.
스크롤을 내리다 브라우저 우측 상단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게 익숙할 지경이다. 맨정신으로 할 일이 아니야.
사적인 내용을 담은 메일은 이전부터 종종 받아왔는데, 최근엔 그 빈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 시기를 생각하면 당연히 얼굴이 공개된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만치의 위력을 가진 상판대기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져야 할지. 어처구니 없는 활자 조합을 보고 있으면 기력이 쇠하는 기분이 든다.
종종 튀어나오는 원색적인 섹드립은 메일함 청소의 화룡점정이다. 세상엔 법의 철퇴를 두려워하지 않는 머저리들도 존재했다. 그것도 꽤나 많이. 교묘한 제목에 속아 넘어 일정 내용을 훑다가 탄성을 내지른 경우도 있었는데, 그건 정말 경지에 도달한 성희롱이었다. 내가 보면서 움찔거릴 정도면 일반 여성은 자지러지는 게 아닐까.
잠시 머릿속에 '고소'라는 단어가 둥둥 떠다녔으나, 나는 금새 그 생각을 접어버렸다. 거기에 뒤따르는 수많은 과정들이 뒤늦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메일 보낸 놈 하나 엿먹이자고 그 고생을 하는 것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여기까지 예측해 메일을 보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고단수인 놈이다. 아니면 그냥 미친 새끼거나.
이런 놈들 때문에 메일 읽기가 괴로운 것이다.
[GB게이밍]
안녕하세요, GB 크리에이터 팀입니다. 저스틴에서 스트리밍 활동을 하고 계신...
[Nostalgia_NPL]
NPL 중계권 관련 주의사항, NPL 리그 송출 관련...
[김성철]
[JustinKR]
문의하신 내용에 대한 답변입니다. 정기 구독자 환불을 진행할 경우...
중요한 메일 때문에 안 읽고 넘어가기도 힘들다.
제목보다는 보낸 사람 위주로 메일을 쭉 훑어내리면 그 과정에서 방지턱처럼 툭툭 걸리는 구간이 존재한다. 딱 보기에도 중요도가 높아보이는 면면들이 튀어나올 때가 그렇다.
플랫폼에서 보내는 방송과 관련된 공지, MCN 스트리머 계약 제의, 광고 제안... 종류가 많아서 분류하기도 힘들다. 간혹 접점이라고는 없었던 의외의 이름이 보이면 깜짝 놀라며 상세히 읽어본다. 어안이 벙벙한 채로 당황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낚시 메일과 진퉁 정도는 구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걸 다 읽는 것도 고역이다. 나는 중간중간 설치된 지뢰를 피해가며 중요해 보이는 것들을 위주로 확인했다. 그러다 보면 잠깐 훑고 넘어갈 수 없는 것들이 나온다. 주로 돈에 관련된 것들. 게임 광고 제의가 유난히 많아졌다.
예전 같았으면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넘겼을지 모른다. 조건을 따지기 이전에 나부터가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반 방송도 감당하기 힘든 상태로 무슨 광고를 하겠다고. 안 그래도 짧은 방송 수명 줄이기에 딱 적합한 일이지 않나.
그러던 게 지금은 조금씩 눈에 밟히는 걸 보면, 방송에 대한 안정을 찾은 걸지도 모르겠다. 민아와의 지난 합방이 뭔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하고. 자신감은 알아채기 힘들게 부풀어오른다.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던 나는 어느 지점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며칠 동안 많이도 쌓인 메일을 대부분 정리하고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받은 날짜를 살펴봐도 최근이다. 하루 반나절을 술만 마시며 보낸 어제자 메일이 눈에 밟힌다.
아바타(Avatar). 제법 눈에 익은 이름이다. 게임 관련 대회나 컨텐츠을 제작하는 전문 채널. 언젠가 스트리머들이 다수 참가한 새비지 대회가 저스틴 방송 목록의 최상단을 차지하고는 했더랬다. 그때 중계 방송을 진행한 채널이 아바타라는 이름이었고.
그런 곳에서 메일이 왔다면, 내용을 짐작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이벤트전이나 대회의 섭외 요청이겠지. 내게 다른 용건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곧장 마우스를 움직였다. 어차피 이 페이지에 영양가 있는 메일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어제 방송을 보고 보냈는지 대부분의 메일이 다... 조금 이상하다. 괜스레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들었다. 소화하기 편한 죽까지 챙겨먹었는데. 정신적 소화불량에는 약도 없었다.
[Avatar_B2]
...이번에 진행되는 커플 대항전은 NPL 1라운드 종료 시기인 10월 둘째 주에 진행되며, 참가자는 16명 총 8팀으로 구성됩니다. 대회 구성은 기존 토너먼트 대회 방식과 동일하게...
과연 그랬다.
보내온 메일은 역시 대회 섭외 요청이었다. 간략한 인사말 아래로 길게 나열된 대회 개요나 룰 설명이 인상적이다. 커플대항전이라 이름 붙은 걸 보면 진지하기 보다는 예능적인 성격이 강한 대회처럼 보였는데, 남녀 혼성팀이라는 언급이 거기에 방점을 찍었다. 이건 확실히 재미를 위한 조건이다. 이전 시즌 랭크에 따라 빌드에 제약을 둔다는 대회 룰도 그렇고, 이벤트 성격이 강한 대회 같았다.
듀오팀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가장 특이했다. 나이트폴에서도 2:2 매칭은 그만큼 보기 드문 것이다. 모드야 있었으나 그걸 주력으로 즐기는 유저는 찾기 힘들었다. 긴박한 일대일 승부를 원한다면 결전을 선택 하고, 소규모 팀전을 원한다면 보통 3:3 포멀 매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2:2 대회는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었다.
나는 스크롤을 밑으로 내렸다. 룰이 세세히 적힌 본문을 제외하고도 첨부파일이 두 개나 더 있었다. 프로 리그와 관련된 언급을 보면 게임사에 정식 승인을 받은 대회인 것 같았다. 무슨 근본도 없는 2:2를 토너먼트까지. 이벤트성인 걸 감안하면 상금도 적은 편이 아니다. 꽤나 본격적이었다.
...제법 구미가 당긴다. 적어도 오늘 읽은 메일 중에선 가장 매력적인 섭외였다. 이벤트든 아니든 대회는 언제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대회라는 무대는 일반적인 게임에선 느낄 수 없는 긴장감을 주는 법이니까. 머릿속에서 결전 대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다녔다.
이미 반쯤 참가를 확정짓고 나머지 내용을 훑어본다. 속독으로 넘기니 뭔가 석연찮은 지점이 있었다. 대회 일정과 관련된 정보 밑으로, 웬 주소 하나가 길게 나열되어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대체 대회 안내에 주소가 왜 필요하다고.
의아함을 품을 필요도 없었다. 글을 읽음과 동시에 마우스로 문장을 길게 드래그한 나는 뒤늦게 중요한 사실 하나를 완전히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왜 이걸 생각을 안 했을까. 대회 룰 따위에 신경을 쓰느라 가장 중요한 걸 모르고 있었다니.
'커플대항전'이라는 진부한 이름의 대회는, 공개 방송으로 생중계되는 대회였다.
길게 나열된 주소는... 내가 개막전을 직관했던 바로 그곳이고.
언젠가 경기장 부스 안에서 게임을 하는 내 모습을 떠올렸던 망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흘러나온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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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혹시
Nord:대회 나와요?
칼고:?
칼고:뭔 대회
Nord:22
칼고:??
칼고:아
칼고:제의는 받았는데 아직
칼고:??? 너도 받았어?
Nord:ㅇㅇ
칼고님이 메세지를 입력하고 있어요...
칼고:참가하려고?
칼고:공방이라 불편한점 많을텐데
Nord:공식 프로리그 경기장 쓰는 거 같아서 조금
Nord:끌리는데요.
칼고:그럼
칼고:나가던가
Nord:칼고님도 하죠.
칼고님이 메세지를 입력하고 있어요...
Nord:아는 사람 있으면 좋잖아요.
칼고:.
칼고:밸런스땜에 팀하기는 힘들거같은데
칼고:아니다
칼고:일단 수락
칼고:다른 일정도 없으니까
N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