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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5화 〉 165 ­ 다시보기는 중대 사항이다 (165/243)

〈 165화 〉 165 ­ 다시보기는 중대 사항이다

* * *

[진짜 뭐냐]

[어케 쏜거임?]

[예능이 아니었음ㅋㅋㅋㅋㅋ]

[ㄷㄷ 첫발 흘린거같았는데 연사였구나]

[아니 칼고 뭐했지? 스벅하고 꼰닢이 그냥 일대일로 붙은거같은데?? 꼰닢 울겠다ㅋㅋㅋㅋㅋ]

[아니 스벅이 꽤 괜찮은데ㅋㅋ 방패만 쓰던거 아니었음? 연막이었나]

[뒤에서 저렇게 지원해주는데 누가 와도 저 정도는...ㅋ]

[뭔 씹ㅋㅋㅋㅋㅋ 존나 비겁하네 진짜]

[쓰벅...명불허전.. 도망치는 거 진짜 소름돋았다]

[받아먹는 것도 실력이지]

[칼고님 개억울하겠다ㅋㅋㅋ 진짜 이게 전략이구나]

[와 이거 모르는 상태로 대회에서 만났다고 생각하니까 아찔하네ㄷ;]

[몰래 연습한거아니야? 어떻게 합이 저렇게 잘맞아]

채팅창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미나가 채팅창의 반응을 보고 진심으로 공감을 하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방송을 하면서 속에서 싹튼 불퉁한 마음은 매번 시청자의 의견에 반발하고는 했으니까. 이번엔 그런 무분별한 반발심이 일어나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채팅창을 밀어올리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시청자들의 생각에, 깊이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솔직한 심정으로는 소름이 돋았다. 잠깐 방송용 리액션을 잊어버릴 정도로.

미나는 다시 관전자 시점을 조작했다. 첫 번째 연습 경기가 끝나고, 두 번째 경기를 앞둔 일종의 휴식 시간이다. 다음 게임이 시작하기 전 첫 번째 경기를 분석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경기 시간이 짧은데도,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게임으로 느껴진 탓이다.

기록된 영상에는 스벅의 더블 킬로 게임이 끝났다는 결과표가 작게 표시됐다. 절대 이렇게 요약할 수 없는 영상인데. 미나는 곧장 리플레이를 실행했다. 게임의 길이가 무척 짧은 덕에 영상을 불러오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영상을 되돌릴수록 숨막히게 지나간 지난 전투의 장면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단 한 번의 충돌. 따로 하이라이트를 선정할 필요가 없는 전투.

미나는 충돌 직전, 노르드가 활 시위를 재는 장면부터 영상을 재생했다.

전장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관전자 시점이다. 노을진 들판의 풍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시작과 동시에 전방으로 질주하기 시작한 칼고의 팀과는 달리, 노르드와 스벅의 움직임은 느긋하고 태연하게 느껴졌다. 스벅만 조금 앞으로 나아갔을 뿐, 노르드는 리스폰된 지역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둘 사이의 간격이 미묘했다. 앞장선 스벅을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지나치게 멀게 느껴지는 거리.

노르드는 어디까지 설계한 걸까.

결국 칼고팀이 거리를 좁히고 나서야 제대로 된 전투가 시작됐다. 시야가 탁 트인 들판, 몸을 숨기지도 않고 그대로 드러낸 노르드다. 이 정도까지 접근한 이상 노르드의 손에 들린 무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칼고와 꼰닢도 눈치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대로 스벅을 무시하고 돌파하는 건 불가능하다. 적에게 배후를 내주는 건 말도 안 되는 판단이니까. 그렇다고 한 명만 스벅을 마크한 상태로 노르드를 쫓아가기에는, 그 과정에서 날아올 화살이 신경 쓰였겠지.

결국 칼고팀은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합격으로 스벅을 빠르게 정리하고, 남은 궁병을 천천히 잡아내는 식으로.

유도된 결단이다.

노르드팀의 대응은 간단했다.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된 궁병이 화살을 쏴서 칼고를 견제하고,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인 꼰닢을 스벅이 단숨에 처리한다. 이 순간 연습 내내 방패만 들어 올렸던 샌드백은 훌륭한 전열로 탈바꿈했다. 겁도 없이 두 명의 적을 향해 달려드는, 저돌적인 맹장.

리플레이 속 스벅이 양손에 든 검을 땅을 향해 내리 깐다. 질주의 전조였다.

전투가 벌어졌을 당시 시청자들 중 대다수는 이 충돌에 집중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한 쪽의 일방적인 접근으로 긴장감이 바짝 차오른 상태다. 결정적인 장면이 나오는 곳은 당연히 양쪽의 전열이 충돌하는 지점일 테고. 승부가 결정되는 곳으로 시선이 쏠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당장 미나도 시점을 확대해 칼고와 스벅이 부딪치는 곳으로 관전을 이어가지 않았나.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어지는 전투의 결과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디선가 날아든 화살이 어떻게 전황을 뒤바꿔버렸는지. 칼고는 왜 스벅을 따라가지 못했던 건지.

그걸 재차 확인하기 위한 리플레이다.

미나는 확대를 풀고 설정을 건드렸다. 프로 리그의 영향으로 온갖 기능들이 탑재된 관전자 설정을 활용할 때였다. 스벅과 칼고가 마주하기 직전의 상황. 영상 재생 속도를 늦추고, 시점을 노르드의 후방으로 가져온다.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양 사이드의 시야각을 길게 늘리고 나서야, 만족하고 영상을 돌려볼 수 있었다.

영상이 0.5 배속으로 재생된다. 노르드의 투박한 손이 천천히 움직여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이 세밀하게 드러났다. 게임상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온갖 데이터가 노르드 주변에 작은 UI로 나타났다. 연속 사격에 정밀 사격. 사격을 보조하는, 궁병의 대표적인 액티브 스킬이다.

첫 번째 사격.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발사하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조준... 방금 조준을 했다고? 재생 속도를 느리게 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찰나의 순간이다. 체감상 활시위가 끝까지 당겨진 동시에 손의 힘을 푼 것처럼 느껴졌다. 활을 벗어난 화살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그걸 확인하지도 않고, 노르드는 곧장 다음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연속 사격의 영향인지 모든 움직임이 신속했다.

두 번째 사격. 전과 다르지 않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시위를 당긴 노르드가 화살 한 발을 더 발사한다. 미나는 지금 노르드의 뒤에서 전장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첫 번째 사격과 두 번째 사격이 어디를 조준하고 있는지 정확히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의구심에 찬 상태로 채팅창을 훑으면, 시청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음표로 가득 차는 채팅창. 지켜보고서도 노르드가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납득하기 힘든 모습이다. 미나는 10초 전으로 영상을 돌려, 노르드의 일인칭 시점으로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대체 어디를 어떻게 조준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게임 관전이 아니라 노르드의 방송으로 연습을 지켜보는 게 좋았을 텐데. 어차피 잠들기 전 노르드의 방송을 다시 볼 거라는 생각에 생방송 특유의 귀중한 장면을 놓쳐버렸다.

노르드의 시점이다. 넓게 설정된 관전자 시점에 비해 일인칭 플레이어의 시점은 답답할 정도로 비좁았다. 나이트폴 플레이어들에게 익숙한 화면이다. 이 대 이 전투이기 때문인지, 궁병 빌드에 자주 채택되는 시야 관련 특성은 아예 배제한 것 같았다. 시야 저편으로 보이는 스벅의 뒤통수가 작고 흐릿하게 느껴졌다.

이윽고 노르드가 조준을 시작한다. 화면 중앙으로부터 뻗어 나온 흐릿한 조준선이 화살의 예측 경로를 대신해서 보여줬다. 나이트폴의 원거리 무기는 일반 FPS 게임처럼 친절하게 조준점을 보여주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참고할 수 있는 건, 지금처럼 흐릿하게 흘러나오는 예측 경로뿐이었다. 이마저도 관련 특성을 선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다. 괜히 원거리 빌드를 하는 사람만 하는 빌드라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흐릿하게 표시된 조준선이 느린 속도로 전투 지점을 향해 나아갈 즈음이다. 본래 포물선을 그리는 조준선은 에너지를 모으는 것처럼 천천히 사정거리를 늘려간다.

노르드는, 포물선이 목표를 포착하기도 전에 활시위를 놓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때와 다르지 않았다. 시위를 끝까지 당긴 바로 그 순간, 화살은 이미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미나는 영상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이해하기 위해 시점을 바꾼 것인데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머리는 이해했으나 감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조준선 보조도 없이 눈대중으로 쏴서 질주하는 적을 정확히 맞췄다고? 그것도 연속 사격으로.

이게 무슨 총도 아니고­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도 영상은 계속 이어졌다. 활시위를 떠나 허공을 헤엄치던 화살이, 목표했던 대상을 정확히 포착한다. 스벅과 마주하기 직전의 칼고였다. 선공권을 잡기 위해 칼을 움켜잡은 칼고는 다가오는 화살을 보고 황급히 몸을 측면으로 뒤틀었다. 정면에서 날아든 화살의 속도를 생각하면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반응속도였다. 아마 멀리서 노르드의 무장을 확인하고 화살이 날아올 것을 어느 정도는 예측했을 터였다.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로 몸만 뒤틀어서 화살을 피해냈다. 회피 판정을 감안하면, 거의 완벽한 타이밍으로 회피에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한순간의 호흡이 중요한 전투에선 이 정도의 차이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고는 했으니. 이제 칼고를 완전히 배제하고 꼰닢에게 뛰어간 스벅을 금방 쫓아갈 수 있었을 텐데...

뒤따라 날아든 두 번째 화살이 아니었다면, 분명 그랬을 거다.

앞선 화살과 거의 비슷한 경로로 날아든 화살은 그대로 칼고의 어깨에 파고들었다. 완벽한 유효타다. 부상에 따른 페널티는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깨에 화살이 박힌 정도라면, 스벅을 따라잡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노르드가 쏘아 올린 두 발의 화살은 견제가 아니라 치명타로 작용한 셈이다. 제대로 맞붙기 전부터 한 명을 리타이어 시키는, 커다란 쐐기.

미나는 다시 노르드 쪽으로 시점을 돌렸다. 본인의 화살이 야기한 결과와 상관없다는 듯, 노르드는 곧장 다음 화살을 준비했다. 음성 채널에서는 이때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연속 사격의 효과가 사라진 탓인지 이전보다 시위를 당기는 속도가 늦었다. 그럼에도, 활을 조준하는 과정은 전과 똑같았다. 시위를 당기는 즉시. 화살은 곧장 노르드의 손을 떠나간다.

이어진 두 번의 사격이 칼고와 꼰닢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나타난 결과는 미나도 익히 아는 장면이었다. 휘청거리면서 스벅에게 접근한 칼고가 처절하게 검을 휘두르고, 이미 꼰닢의 목숨을 가져간 스벅은 흔들리는 칼고를 두고 뒤를 보며 도망친다.

허벅지에 박힌 화살 때문에 추격하지 못하는 칼고가, 출혈 때문에 완전히 무너질 무렵. 다시 돌아온 스벅이 멋들어진 처형 컷신을 연출하며 칼고의 목을 베어냈다.

칼고에게 있어서는 더없이 굴욕적인 마지막이다. 미나는 칼고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이를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승부욕도 자존심도 강한 사람인 것 같았는데. 다음 게임은... 확실히 다른 양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이 여운을 맛볼 때였다. 생방송을 놓쳤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게 다가왔다.

시청자들 몰래 노르드의 방송도 켜둘 걸 그랬나. 어차피 화면에 집중하는 건 똑같을 텐데...

아무래도 오늘자 다시보기는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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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진짜, 선생님. 그거 다시 썼으면 안 됐어요? 어떻게 승리의 여운이 그렇게 짧게 갑니까. 이거 진짜 너무 아쉬운데."

"칼고한테는 썼던 거 또 쓰면 막힐걸요. 그건 특히 단발성 전략에 가까워서."

"그게요? 불땅 같이 트인 곳에서 쓰면 막을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런 건 없어요. 궁병을 괜히 안 쓰는 게 아니니까. 그냥 조용히 하고 계세요. 전략 누출하지 말고."

"아오, 세 번째 게임이 너무 아쉽네..."

아쉬우면 그 때 좀 잘하지 그랬어.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려던 말을 억지로 집어삼켰다. 팍 꺾인 자존감이 이제야 회복되는 순간이다. 괜한 말로 다시 기를 죽일 필요는 없었다.

지난 며칠간의 경험으로, 스벅은 시무룩한 것보다 활발히 나대는 쪽이 훨씬 실력이 살아난다는 걸 확인하지 않았나. 실수 하나 할 때마다 사과를 거듭하며 나락으로 기어들어가는 팀원을 보는 건 고역인 일이었다. 그거에 비하면 입이 방정인 것 정도야 감당할만한 수준이다.

칼고팀과의 가벼운 다전제는, 3 대 2로 꽤나 박빙이었다. 첫 세트를 따낸 것치고는 결과가 안 좋았다. 패배한 이후 열이 받았는지, 연습 경기답지 않게 전력으로 미쳐 날뛴 칼고가 패인이라면 패인이었다. 그렇게 진지하게 할 건 없잖아, 사람이 유도리 없게. 그래도 연습하던 조합의 숙련도를 올렸다는 점에서 괜찮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있을 것 같다.

승리한 전략은 다시 꺼내지 않기로 결정하고 임한 승부였다. 애초에 첫 승리 이후로 활을 다시 잡을 일은 없었다는 소리다. 그다음 게임에서 꼰닢이 커다란 방패를 들고 나타난 건 꽤나 웃긴 장면이었는데, 내가 다시 쌍검을 들고 있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칼고가 무서운 기세로 뛰어들었던 게 그 게임의 하이라이트였다.

방송을 틀고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얼마나 참았는지 모른다. 플레이에서 감정이 묻어 나오는 게, 받아치는 내가 무서워질 지경이었다. 아무튼 같은 빌드로 붙으면 내가 숙련도가 조금 부족한 편이니까. 승패를 장담하기 힘들기도 하고.

음. 졌지만 왠지 승리했다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오늘 칼고의 다시보기는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어... 영상 지워버리면 어떡하지.

놓치지 않으려면 빨리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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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XD

Nord:XD

Nord님이 메세지를 입력하는 중입니다...

칼고:씨발 안닥쳐?

Nord:;;

Nord:다짜고짜 욕을 하면 어떡하나...

칼고:개ㅐ

칼고:활쟁이 씹

칼고:너 일부러 막타안꽂았지

칼고:스벅한테 죽이게할라고

Nord:칼고에몽은 경험치가 클 거 같아서

Nord:준보스급은 되잖아요

칼고님이 메세지를 입력하는 중입니다...

Nord:넝담이고 집중이랑 정밀 반동때문에 조준하기 힘들어서 안 쏜 거예요 ㅎ

칼고:시

칼고:본 대회때 보자

Nord:ㅋㅋ;

Nord:XD

칼고:뒤진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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