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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5화 〉 175 ­ 설레발은 자중하시오 (175/243)

〈 175화 〉 175 ­ 설레발은 자중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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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찍 스벅과 합류한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나눈 다음 곧장 경기장으로 향했다.

서로의 일행에 대한 소개는 정말 간략하게 이뤄졌다. 두 명의 편집자. 내 편집자인 주연은 애초에 말이 적은 사람이었고, 스벅의 편집자도 그건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같은 일을 하는 동업자끼리 말이 통하는 부분도 많을 텐데. 두 사람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내내 아무런 대화도 주고받지 않았다. 편집자란 원래 과묵한 건지.

스벅의 뒤를 따라 걸어가면, 여기저기서 시선이 따라붙었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몇 시간이 남아있는 시간이었는데, 벌써부터 사람이 적지 않았다. 주변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노골적이다. 얼굴을 가린 것도 아니니 평소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아볼만 하긴 했는데... 이상하게도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다. 슬쩍 훑어보면 뭔가 주저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대회 시작도 전에 사람들한테 붙잡혀 힘을 빼는 일은 피하는 게 좋을 터다. 나와 스벅은 거의 경보에 가까운 속도로 건물 내부를 돌파했다. 조금 걱정했지만, 역시 자의식과잉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돌아다니는 것 정도로 인파가 몰릴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지.

우리가 이동한 곳은, 정확히 말하면 경기장이 아니라 일종의 대기실이었다. 공개 방송을 앞두고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대기하는 공간. 이것도 백스테이지에 포함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튼 대회 시작을 앞둔 탓인지 여러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그곳은 꽤나 분주하게 느껴졌다. 그런 곳에서 가만히 있는 것도 이상해서, 우린 대기실 구석진 곳으로 이동해 곧 다가오는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기실에 들어선 다음부터 캠코더를 꺼내든 주연의 집요한 촬영 모드가 이 모든 광경을 찍어내고 있었고.

본격적인 개판이 시작된 건, 대충 삼십 분 정도가 흐른 다음이었던 것 같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웅성웅성, 왁자지껄, 시끌벅적... 염병.

"어, 안녕하세요! 스벅님. 방송 잘보고 있어요!"

정신이 없다.

가만히 있으면 여기저기서 시끌벅적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웅성웅성하는 소리.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면 머리가 아파질 것 같아서, 일부러 말을 반쯤 뭉갠 상태로 수용한다. 그럼 주변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조금은 지워버릴 수 있었다. 소음의 한복판에 서있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소음이 발생하는 이어폰이라도 꽂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건 꽤나 의미가 있는 필터였다.

단점이 있다면, 나를 직접 향하는 말소리는 아무래도 무시할 수 없다는 거. 난 양식이 있는 사람이다.

"어...? 노르드님? 노르드님 맞죠?"

맞다. 안타깝게도.

스벅과 대면한 채 인사를 나누던 여성의 눈이 나를 포착했다. 시선을 피하기 위해 스벅의 등에 숨는 것처럼 몸을 가린 내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여성의 시선에 따라 고개를 돌린 스벅이 나를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런 눈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나. 사람이 방파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는 건데.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했으면서.

화장을 어떻게 했는지, 눈가가 반짝반짝 빛나는 게 인상적인 여자였다. 하이톤의 목소리가 고막을 찌르듯 압박하는 것 같았다. 반갑다는 인사말과 함께, 칭찬인지 비꼬는 건지 구분할 수 없는 이상한 말의 홍수가 쏟아져 내렸다.

나는 입을 열어 주변의 소음을 더하는 것보다는 그저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의사 표현을 대신했다. 연달아서 고개를 주억거리면 된다. 내 의지로 움직이는 건데도 뭔가 단축키를 눌러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트폴로 따지면, 컨트롤 더블유를 난타하고 있는 느낌.

...이것도 촬영하고 있겠지. 이 상황 자체가 난잡하기 그지 없었다.

대회 전에 다 같이 친목이라도 다지라는 의도인지, 아바타가 준비한 커다란 대기실은 거의 만남의 광장이나 다를 바 없었다. 대기실에 도착했을 때 안내를 하러 찾아온 스태프의 말에 따르면 팀별 대기실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건 메이크업을 받은 다음에 안내해 준다고. 그쪽의 부름이 있기 전까지 우리는 여기서 대기해야 했다.

누구 한 명이 대기실에 도착했다 싶으면 주변의 데시벨이 급격히 상승했다. 테이블 하나를 두고 의자에 앉아있으면, 끌고 싶지 않아도 어그로가 끌리는 것 같았다. 이쪽으로 다가온 참가자 대다수가 스벅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걸 보면 범인은 명확했다. 이 남자는 대체 얼마나 인맥이 넓은 건가. 잠깐 인사를 나누면 곧장 내 쪽으로 관심이 쏠리는 게, 나는 지금 가시방석에 앉은 심정이었다. 상황을 예측했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건 아니더라.

"­생님, 선생님? 어디 안 좋아요? 안색이 좀 그런데."

"아... 아니에요. 우리 차례는 아직 멀었나요?"

"첫 경기 사람들부터 들어갔으니까, 곧 되겠네요."

듣던 중 다행인 소리다.

테이블 앞에 있는 초코칩을 우물거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입안으로 달달함이 퍼져나갔다. 당분은 위대하다. 먹는다는 단순한 행위로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점에서.

사람 사귀는 걸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많은 사람과 마주하면 불편함을 느끼는 꼴이 참 나답다 싶었다. 허나 사람과 대면하면 대부분 인사를 나누기만 하고 스쳐갈 인스턴트 관계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다. 성가시고 삐뚤어진 사고관이다.

웅성거리는 소리들 사이로, 저벅저벅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인기척 하나가 느껴진다. 또 누군가가 왔구나. 이빨에 부서지는 초코칩이 참 메말랐다. 수분이라도 보충해야겠는데.

"왜 궁상떨고 있어?"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린다.

접근하는 인기척의 주인은 칼고에몽, 성현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올려다본 성현은 평소보다 훨씬 커 보였다. 자연스레 눈을 내리깔고 나를 쳐다보는 눈동자가 건방지다. 공개 방송을 의식한 건지 제법 비싸 보이는 옷을 걸친 상태였는데, 그게 잘 어울리는 점이 뭔가 아쉬웠다.

패션 감각이 떨어져서 웃긴 꼴을 하고 있었으면 재밌게 놀릴 수 있었을 텐데. 이 인간은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오늘 처음으로 익숙한 사람과 마주해서 그런 걸까. 답답했던 속이 풀리는 것도 같았다. 아니면 초코칩의 당분이 조금 뒤늦게 퍼졌던가.

"칼고군. 늦게 왔네요."

"...점점 레퍼토리가 늘어난다? 어지간하면 호칭 좀 하나로 통일하지그래."

"그럼, 칼고에몽으로."

"성현 씨라고­ 됐다. 말을 말자."

성현은 고개를 젓더니 그제서야 스벅과 인사를 나눴다. 별로 친근한 말이 오가지 않는 걸 보면, 두 사람의 관계를 대강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얼굴을 보면 인사나 나누는 관계. 분명 플랫폼 대전 때 스승과 제자 포지션이었던 것 같은데, 왜 저리 삭막할까. 연습 경기의 뒤끝이 아직도 남아있나 싶었다.

옆에 있던 의자를 끌고 온 성현은 자연스레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본새가 처음부터 우리의 일행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의사를 묻는다면야 그러라고 대답했겠지만, 묻지도 않고 태연히 움직이는 모양새가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원래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누가 성격을 망친 건지. 안타까운 일이다.

"파트너는 어디 두고 혼자 다녀요?"

"방송 메이크업 받으러. 꽤 오래 걸리는데."

"아하. 앞 대진이었지, 참."

말을 하고 성현의 얼굴을 쳐다보면, 먼저 관리를 받은 건지 얼굴이 평소보다 하얀 것도 같았다. 저렇게 해두면 방송에선 뽀얗게 나오는 건가. 카메라와 조명의 역학 관계에 대해선 여전히 지식이 부족했다. 의미가 있으니 분장을 하지 않나 생각할 뿐이다.

코드가 잘 맞는 사람과 있으면, 대화도 막힘없이 술술 이어졌다. 대회를 코앞에 둔 지금은 화제를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대회를 빌미로 성현을 조금씩 긁어댔다. 연습 주간을 거치면서 꼰닢이라는 이름은 성현의 발작 버튼 비스무리한 것으로 돌변한 지라, 언급할 때마다 구겨지는 얼굴을 구경하는 건 확실히 재밌었다. 칼고의 방송을 즐겨 보는 이유가 있지.

"­저희 맞은편이면, 만나면 결승에서 만나겠네요? 스토리도 딱이네. 연습 경기 결과도 비슷하게 나왔으니까."

대화 도중 스벅이 던진 말이 저랬다.

거기에 반응해서 고개를 올리면, 내 눈과 성현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결승이라. 당장 첫 경기에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결승을 논하는 스벅의 말은 너스레에 가까웠다. 하기야. 대진표 상 반대편에 있으니 만난다면 결승이 맞았다. 8강, 4강... 토너먼트로 적어두면 길지만 실제 경기 시간은 아주 짧을지도 모른다. 지난 연습 과정에서 이 대 이 결투가 얼마나 빠르게 결판나는지는 수백 번도 넘게 체험했으니까.

눈빛을 마주한 성현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는데, 나는 그 표정이 무슨 감정을 담고 있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뭐라는 걸까. 결승에서 만나자는 상투적인 말이라도 내뱉을 타이밍일 텐데.

어렴풋이, 대회를 앞둔 긴장감이 가슴께까지 차오르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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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대 어느팀이="" 정배임?=""/>

모든팀 연습 다 챙겨본 누렁이들 많던데

객관적으로 누구팀이 정배임 칼고 꼰닢인가?

검발*:노르드

­ㅇㅇ:?? 개좆벅이 있는데 왜

­검발*:좆벅까지는 올라왔음. 걍 노르드가 개사기라 비빌만한듯 우승후보까지는 모르겠고

NINU*:스크림보면 오히려 더 아리까리함ㅋ 아바타가 이번엔 밸런스를 잘짜긴 했어

<가다가 노르드="" 봤음ㅋㅋㅋㅋㅋㅋ=""/>

좀 일찍 도착해서 촌놈처럼 e스포츠센터 둘러보고 있는데

노르드랑 스벅 지나가는 거 봤다...ㅋㅋㅋㅋㅋㅋ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하고 걍 멍청하게 쳐다봄. 노르드 ㅈㄴ이쁨 진짜

주변 사람들도 다 알아본 것 같았는데, 뒤에 일행처럼 보이는 사람이 개무섭게 쳐다봐서 접근도 못하고 쳐다보기만했음. 키 겁나큰 여자였는데 표정이 뭔; 눈매부터가 겁나 사나움

아 씨바 사진이라도 찍어놨어야 되는데... 노르드 실물 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ㅇㅇ:방송처럼 이쁨? 보정아님?

­ㅇㅇ:ㅈㄴ 이쁨 걍 방송이랑 똑같음.. 아니 방송이 더 구린것같기도하고ㅋㅋ 진짜 노르드 방송에서 필터 하나도 안쓴다는 걸 깨달음

Napro*:스벅 언급 하나도 안하는게 웃기네; 쓰붕아...

­ㅇㅇ:아니 너도 봤으면 노르드밖에 기억안날걸?? 쓰벅한텐 미안하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ㅇㅇ:키큰 여자는 누구임? 뭔 보디가드냐?;;

­ㅇㅇ:ㅁㄹ 방송하는 사람 같지는 않은데 암튼 강렬한 인상이었음.

ㅇㅇ:맞네 념글에 노르드 찍은거올라왔네 ㅋㅋㅋㅋㅋ

<무상 게이야...=""/>

이 병신은 얼마나 노르드 바라기면 간만에 휴가 얻어놓고 e스포츠센터에 가는거임?

휴가날 회사 들르는거랑 비슷한 느낌아니냐? ㄹㅇ 제정신아니네 이새끼...

ㅇㅇ:ㅋㅋ 무상 트라이앵글보면 노르드방송보는거 티존나냄. 인터뷰도 그렇고 걍 찐팬인듯

­Hhyo2*:개밥빠는 개년들이 발작하겠네ㅋㅋ 이씹년들은 gb 아이돌팬질하잖아. 노르드 방송 테러하는거아님?

­ㅇㅇ:안그래도 말나온적있음. 마갤 중심으로 노르드 누구냐고 ㅋ 근데 지들이 뭘하겠어 끽해야 메일테러밖에 더하겠음? 존나 무능한새끼들인데

별중체*:이 병신이 1라 신인왕 유력후보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 않나요???

­ㅇㅇ:노르드 방송이 그만큼 실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게 아닐까요?

­별중체*:지랄마 따라할 수가 없던데

­ㅇㅇ:그건 니가 존나 허접이라 그런게 아닐까요? 무상은 프로잖아요 ㅎ

<오늘 공방에서="" 가면="" 두꺼운="" 곰보년들="" 민낯="" 다="" 드러날예정ㅇㅇ=""/>

NPL 공식 경기장 악명높은 조명이 필터 다 벗겨낼 예정ㅇㅇ

니들이 빨아제끼는 여자들 환상 다 깨부수는거임. 현실수용못하고 발작일으키는 새끼들 얼마나 많을지 벌써 두근거리는중~

ㅇㅇ:스갤로

<오늘 직관가는="" 나붕이있냐=""/>

본인 지금 센터 근처임ㅋ

인방충 육수 소리 암만 들어도 노르드 선생님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근데 이런 이벤트 대회도 팬미팅 같은거 함? 사진 같이찍으면 여한이 없을텐데

ㅇㅇ:인방충 육수새끼

네네키미*:따로 타임 빼지는 않을거임. 사인이나 사진 받고싶으면 옆에서 기웃거리면서 기회 포착해야될걸. 전에 인비 오픈행사때 그렇게 싸인받았었는데

­ㅇㅇ:ㄹㅇ? 그럼 빨리 떨어지는거 기대해야되나. 토너먼트면 탈락한 사람들 바로 떠나버릴라나? 따로 폐막식같은건 안할거아냐

­네네키미*:본인 맘이지. 노르드 말하는거면 탈락하자마자 뒤도안돌아보고 나갈듯?

나랑달*:쌩노르드는 못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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