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180 열등감은 곧
* * *
<걍 노르드<<<<="" 이새끼가="" 프로수준임="" ㅇㅇ=""/>
상대 수준이 낮다뭐다 ㅇㅈㄹ할것도 없이 퍼포먼스가 말이안됨
듀오인접상태로 날아오는 카운터에 실수없이 반응한다? 이게 한두번이면 예측빨이라 하겠는데 겜하는 내내 이러면 ㅋㅋ 씨발 말이되나
이 대회는 볼것도없이 노르드가 우승임ㅇㅇ 칼고가 잘한다고 지랄하는 새끼들은 걍 나알못이라 보면된다
ㅇㅇ:그래도 연습겜에서는 꽤 비벼졌는데
ㅇㅇ:연습할때 힘빼고 한거지ㅋㅋ 진지빨고 하니까 수준이다른데
24442:데카류아님? 삘타면 개잘하고 비빌데없는 원탑같아보이지만 한번 넘어지면 그대로 겜말아먹을 느낌임. 아무리 피지컬좋아도 집중력떨어지면 한방이지 저렇게하면
ㅇㅇ:그래서 넘어졌음? 일방적으로 쳐바르고 올라갔잖아
24442:4강 결승에서도 실수한번 안하면 ㅇㅈ인데 아직모르지
<노르드 ㅈㄴ예쁘네....=""/>
어떻게 갤에 돌아다니던 갠방 짤보다 보정없는 공방 짤이 더 이쁘냐?
이정도면 육수짓해도 합법인거같은데... 앞으로 갤에서 노르드빠는 새끼들 육수라고 매도하지 않겠음...
네네키미*:이걸 이제 알았음? 인절손
ㅇㅇ:나갤병신새끼들특)노르드 떡밥돌아갈때마다 이런소리함 ㅇㅇ
ㅇㅇ:그때마다 계속 갤질하고있는 니가 더 병신이 아닐까?
ㅇㅇ:응 나갤이 내 인생이야
나랑달*:노스랜드에 온걸 환영한다
<어깨보라는게 뭔말임?=""/>
원래 페이크 의식해서 무기보고 대응하는거아니야? 상체 비틀리는것만보면 잔무빙에 낚여서 좆될거같은데
그냥 개소리하는거임? 아니면 뭐 킹한테만 보이는 뭔가..뭔가가 있는거임? 진짜 진지하게 뭔소린지 모르겠음... 본인 티어는 룩임
ㅇㅇ:걱정마셈 본방 시청자들도 전부 물음표 도배했으니까 ㅇㅇ
거북선인*:노르드 방송에서 나왔던 말인데... 요약해서 설명하면 약공처럼 무기모션으로 캐치하기힘든 공격을 상체무빙으로 읽고 대응한다는 설명이었음. 그때도 그럼 페이크 치면 어떻게 반응하냐는 말 나왔었고.
ㅇㅇ:아니 그걸 설명해달라고 ㅠ... 페이크랑 어떻게 구분하는데
거북선인*:몰라씨발 보고 구분된다고 그러는데 내가 어케 설명함ㅋㅋㅋㅋ
<이쯤에서 다시보는="" 무상게이의="" 노르드="" 평가...txt=""/>
무상이 대회에서 노르드 빌드 언급한담에 외부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
무상:솔랭을 하다보면, 프로씬에서 활동하지는 않지만 배울만한 점이 많은 플레이어를 종종 목격한다. 창의적인 빌드나 독창적인 플레이는 거기서 창안해서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중략)
노르드라는 플레이어한테 결전에서 패배한 이후로 개인 방송을 자주 시청했다. 이 사람의 플레이를 보면 배울점이 굉장히 많다. 전투에 들어가기에 앞서 항상 이상적인 구도를 설계하고 시작하는데, 세부적인 플레이를 지켜보면 대단히 감각적으로 움직인다. 뇌지컬과 피지컬이 양쪽으로 뛰어난 플레이어다. 사실 메카닉적인 측면에 강점이 있어서 그걸 밀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유저를 보면서 전투 설계에 대해 여러모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일개 스트리머한테 했다고 힘든 극찬의 연속ㅇㅇ 노르드는 단순히 여자게이머 중 최고가 아니라 걍 탈 인방급이라고 보면됨.
sixuw*:이 인터뷰 갤에 올라왔을 때 무상 육수라고 까던 새끼들이 천지였는데ㅋㅋㅋㅋ 이게 재조명되냐
ㅇㅇ:육수는 맞잖아 비시즌에 직관까지가는데
ㅇㅇ:노르드 방송 보다보면 높은 확률로 채팅창에서 무상을 찾아볼수있습니다^^
ㅁㄴㅇ:솔직히 이정도면 육수할만하다ㅇ 나같아도 빨아제낌
Fellma*:대체 왜 프로 안하는데?
ㅇㅇ:의문의 본계가 대리기사였던거 아님? 개악질로 유명했다는 썰도있고
검방커신*:센세 음해ㄴ
ㅇㅇ:아무리그래도 프로씬이 ㅈ으로보이노ㅋㅋㅋ 솔랭에서 이름날린다고 다 탑프로되는줄아나
ㅇㅇ:스트리머로 존나벌텐데 프로를왜함
삐약뼈약*:게이는 프로한테 따라붙는 명예는 생각을 안하노?
ㅇㅇ:니미씹ㅋㅋ 한경기만 져도 갤에서 온갖 패드립 다쳐먹는 직업에 명예는 무슨 얼어죽을 명예
<저 노르드님="" 오늘="" 첨보는데=""/>
저분 개인방송에서도 이렇게 플레이하시나용? 플레이보고 진짜 반해서... 저스틴 안보는데 갠방하시면 찾아보고 싶네요.
또라이몽*:보지마셈 낚시만 존나함
Relka*:낚시는 뭔가용?
ㅇㅇ:ㅋㅋ 또 한명의 희생양추가
냥냥코로*:일단 엘튜브채널 영상부터 정주행해보세요. *^^*
###
"진짜 너무 아쉽다... 대진 운이 너무 안 좋았어. 결전 때도 그렇고 진짜 대회에서 마주치면 좋은 꼴 못 보는구나. 이번은 우승 적기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파트너의 푸념이나 듣고 있는 상태였다.
사람이 많은 대회장은 분주했다. 대진표에서 자리를 상실한 패배자의 심정이나 상황이 어떻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대회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떨어질 사람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관중석에 모여든 수백 명의 인간들부터, 중계방송에서 채팅창에 쓰레기를 뿌려대는 시청자들까지. 이제 우나밍의 닉네임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겠지. 패자에게 주어지는 건 무관심뿐이다.
미나는 파피루스를 외면하고 스크린을 쳐다봤다. 인터뷰 내내 엉뚱한 소리를 내뱉으며 마음에 불을 일으키던 사람도 어느샌가 화면에서 사라진 모습이다. 아마 대기실로 돌아가 다음 게임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마음 한편에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시선을 잡아끌던 노르드를 대신해, 커다란 대기실 스크린에서는 이번 대회의 스폰서라던 대기업의 그래픽카드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화면 상단에 작게 자리한 타이머가 대회가 재개될 시점을 예고했다.
미나의 눈에는 이제 전부 하잘 것 없이 느껴지는 것들이었다. 대회 광탈. 이제는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기분이 더러운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어떤 소리가 흘러들어올지 벌써부터 예상이 갔다. 버스충 스트리머의 한계라느니, 거북이 원툴 여자라느니 하는... 그녀의 뒤를 매번 따라다니는 말들. 시즌마다 퀸 랭크를 달성해도 변하지 않는 수식어들이다. 떼어내는 걸 포기한 뒤에도 불쾌감은 여전했다.
하물며 그 대회가 공방이라면야. 찝찝함은 배가 된다. 대회를 광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오늘 하루의 스케줄이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오늘 대회장에 방문하겠다고 글을 남긴 시청자가 몇 명이었던가. 공식성만 없었지, 사실상 팬미팅 내지는 사인회가 예정되어 있는 셈이다. 처리할 일들이 산더미같이 쌓였다는 걸 자각하면 두통이 느껴질 정도였다.
허탈함을 품고 팬이라고 다가오는 인간 군상을 마주하는 일은 참기 힘든 부류의 서비스업이다. 마음 같아선, 친구를 불러내 술이나 한탕하고 들어가고 싶었다. 코가 삐뚤어질 정도로 마시고, 고주망태가 되어서...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눈물이라도 쏟아내면 편할 텐데.
"어? 아... 인터뷰 끝나고 바로 이쪽으로 왔나 보네."
파피루스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상념을 깨부쉈다.
미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대기실 입구 쪽, 바로 정면이다.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는 노르드가 보였다. 몇 번을 봐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람이다. 지나칠 때마다 자신을 슬쩍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살짝 고개를 내리깔고 걷고 있었다. 어깨를 바로 펴고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에서 여유가 묻어 나온다.
경기 전 대기실에서 첫 실물을 봤을 때도 느꼈던 생각이 다시 부상한다. 질투, 열등감이라 이름 붙일 감정들이다. 감당하기 힘들다는 건 깨달은지 오래일 텐데. 온기가 감도는 감정들은 아무리 묻으려 노력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뒤늦게 차오르는 굴욕감에 몸이 떨렸다. 승리하고 당당히 다가가는 상상을... 머릿속에서 꽤나 많이 굴렸던 것 같은데. 절대 실천할 수 없는 망상이 되어버렸다.
노르드는, 번잡하고 어지러웠던 입장 연출 때도 저런 고고함을 유지하고 있었을까. 미나는 그게 궁금했다.
그러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수고하셨어요."
먼저 손을 내민 쪽은 노르드였다. 그 노르드가, 먼저 다가와서 인사를. 방송에서 보던 이미지 때문인지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방송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이전에 먼저 다가가 아는척을 했을 때는 분명 선을 긋는 태도로 이쪽을 밀어내지 않았나. 붙임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이게 무슨 일인지.
붙임성이라는 단어와 더 잘 어울리는 스벅을 보면, 그는 오히려 노르드의 뒤편에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얼굴을 마주한 순간 경기 내에서 티배깅을 걸어오던 그 빌어먹을 행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어쩐지 이쪽으로 접근할 때부터 망설임이 느껴지더만. 그런 도발을 해놓고 태연히 말을 걸어올 정도로 낯짝이 두껍지는 않은 모양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어우, 역시 잘하시네요. 한 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르드와 파피루스 사이에 상투적인 교환이 오고 간다. 정해진 규격에 맞춰, 아무 의미없이 주고받는 대화. 노르드가 저런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괜한 실망감이 차오르는 것이다.
노르드라면 저런 형식적인 대화 따위는 나누지 않을 줄 알았는데. 노르드라면 아무런 눈길도 보내지 않고 이곳을 지나쳐버리는 게 맞을 텐데. 노르드라면... 제 안에서 만들어낸 노르드가 현실의 노르드를 부정하고 나섰다.
광탈의 여파가 스미듯 번진 상황에서, 미나는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화를 주도하고 싶지 않았다. 압도적인 패배로 짓눌린 자존감이 연달아 정신을 위축시켰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패배한 순간부터 노르드 앞에 당당히 나설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어차피 대등한 입장에서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어졌으니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끓어오르는 열등감도 사그라들지 모른다. 질투라는 감정도, 상대와의 간격이 멀지 않을 때나 나타나는 감정이다. 격이 다르다고 인식한 상대방에게 느끼는 건 질투가 아니라 경외감에 가까울 터다. 그렇게 되면, 다시 가까워질 방법도 찾기 힘들 것이다. 미나는 노르드를 억지로 끌어내릴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미나 씨?"
예상치 못한 소리에 정신이 번쩍 뜨인다.
노르드가 대기실을 들어설 때처럼 정확히 눈이 만났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노르드의 눈동자는, 생각보다 연한 갈색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머리는 가면을 쓸 생각도 못 하고 당장 입 밖으로 꺼낼 말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대단하시네요, 꼭 우승하세요... 파피루스가 꺼낼 것 같은 상투적인 말들 사이로, 머릿속을 하나의 의문이 가로질렀다.
왜, 나를 이름으로 불렀을까.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던 아까는 제대로 상대조차 안 해줬으면서. 왜 내 이름은 기억하고 있는 걸까.
"잘하시네요. 가드가 엄청 단단해서, 계속 뚫으려고 했는데 한 번도 못 뚫었어요."
칭찬 한마디가 혼탁한 정신을 뚫고 들어왔다.
일방적인 내용으로 이겨놓고 무슨 소린가 하고 얼굴을 바라보면, 노르드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하고 미나를 마주 바라봤다.
조롱인지, 비꼬는 건지. 속내를 읽기 위해 움직이던 미나의 두뇌가 잠시 작동을 멈췄다. 왠지 이번만큼은 저 칭찬을 곧이곧대로 수용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게 합리적인 판단인지, 단순히 희망사항인지는 미나 자신도 잘 알지 못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패배 이후 자신의 안에서 꺼져가던 열망이 다시 불을 피워올렸다는 점이다.
노르드의 방송을 시청하는 내내 가슴속에서 키워나갔던 열망. 몰래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를 뛰어넘어서... 저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심이.
바로 다음 순간. 주저하지 않고 뻗어나간 미나의 양손이 혜진의 오른손을 꽉 붙잡았다. 질투의 대상이자,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던 그녀의 스트리머는 손이 제법 따듯했다. 제 손에 감겨드는 부드러운 촉감에 기분이 들떴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부풀었던 마음이 단숨에 뭉개진다. 부서진 틈으로 온갖 감정이 새어 나왔다.
"저, 저도 이름으로 부르게 해주세요."
스스로의 눈이 부담스럽게 반짝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미처 알지 못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