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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화 〉 188 ­ 승자는 미소 짓는다, 보통은 (188/243)

〈 188화 〉 188 ­ 승자는 미소 짓는다, 보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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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칼고와 제대로 맞붙는 것도 꽤나 오랜만이었다.

챙!

하프 소딩. 왼손이 기다란 검신의 중앙을 거머쥔다. 짧게 잡은 대검으로 우측 허리춤을 향해 쇄도하는 검을 쳐냈다. 곧장 몸을 앞으로 밀어 넣으며 츠바이를 창처럼 내지르면, 칼고의 다른 검 하나가 비틀린 갑옷 곡면을 둔기처럼 두드렸다. 충격으로 흔들리는 화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심을 다잡는다. 마주한 상대는 다가오는 대검을 보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저 몹쓸 인간은, 검을 맞댄 순간부터 작정하고 인파이팅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움직임이 역동적이다. 제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검을 휘두르는 일이 없었다. 연계가 이어지는 사이사이. 회피 스텝으로 모션을 캔슬하고는 받아치기 힘든 방향으로 빈틈을 찔러온다. 공격을 받아치느라 정신없는 상태에서 잠깐이라도 움직임을 놓치면, 갑옷의 이음새나 급소를 노린 검격에 그대로 노출되고 말겠지.

그러나... 그런 잔기술에 걸려들기에는 오늘 내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내쉬는 호흡이 맞닿을 지척. 뒷걸음질 치는 쪽이 패배하리라는 건 명확했다. 몰아치는 공격에 위축되지 않고 몸을 앞으로 밀고 나간다. 검을 휘두르는 모션을 흘려 넘기곤 급소를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일격만 대검으로 받아쳤다.

누적된 피해로 화면 가장자리가 붉게 물드는 와중에도, 선명한 시야는 칼고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측면으로 빠지는 칼고를 집요하게 따라 붙었다. 짧게 거머쥔 대검이 칼고의 옆구리를 후려친다. 퍽, 하고 소리와 함께 손에 감기는 타격감이 짜릿했다.

적이 내뱉는 침음성이 가깝다. 충격에 주춤거리는 칼고를 바라본 채로 어깨를 밀어 넣었다. 피격 판정과 동시에 몸을 웅크린 칼고는 차징이 자신의 몸을 무너뜨리기 전 교차된 검으로 내 돌진을 막아냈다. 교차한 검을 내리치기 위해 대검을 길게 고쳐 잡으면, 검을 내려 쥔 칼고가 빠른 속도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교전이 시작한 직후 처음으로 거리가 벌어졌다.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간격이 생긴 지금, 다음 주도권은 이쪽에 있다.

조금 떨어진 거리. 칼고가 앞뒤로 잔걸음을 밟기 시작했다.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를 유지해서 공격을 유도하는 것이다. 신경 쓰지 않고 칼고에게 달려들어 횡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공기를 뭉개며 가로지른 대검이 반대편으로 떨어지기 전, 육중한 대검을 재차 몸 쪽으로 잡아당겼다. 회수된 대검을 곧장 앞으로 찔러 넣는다. 종이 한 장 차이로 횡 베기를 피해낸 칼고가 이어진 찌르기를 위태롭게 받아쳤다. 쉬익, 쇳덩이가 마찰하면서 일으키는 불쾌한 소음이 귀를 자극했다.

"비상! 지금 꼰닢 피해서 도망치는 중! 지원 못해요!"

스벅의 쓸데없는 브리핑을 흘려듣고 전방에 집중했다. 이전처럼 연달아 스텝을 밟는 움직임이 불순하기 짝이 없었다. 언제 치고 들어올지 알 수 없는 무빙에 긴장감이 차올랐다.

칼고는 플레이는 위태로웠다. 거리를 좁혀 들어오기 위함인지, 츠바이의 끝 사거리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반복한다. 조금만 거리 조절에 실패하면 그대로 정타를 허용할 수 있는 플레이. 그러나 반대로 회피와 동시에 대시 한 번으로 이전과 같은 인파이팅을 유도할 수 있었다.

기동성을 활용해 치고 빠지는 식의 운영을 보여주던 과거와는 다른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공격적인 운영이다. 작정하고 연습을 하던 보람이라도 느끼고 있을지. 활 하나로 게임을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찾아왔다.

언제까지 저런 줄타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자고로 하이 리스크를 동반한 운영은 언젠간 크게 경을 치게 되는 법이다. 내가 괜히 안정적인 플레이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고.

"방패 무시하고 제 쪽 보세요. 뒤져도 괜찮으니까 정밀 키고 한 발 쏘라고."

"무슨 말을 그렇게... 둘이 겹쳐 있는데 어떻게 쏴요!"

"저 맞춰도 좋으니까. 아니, 그냥 나 조준하고 쏴요."

선 넘는 플레이를 보면, 분노로 경기를 일으키는 게 노르드라는 플레이어의 오랜 습관이었다.

순간, 다시 대검을 짧게 잡게 고쳐 잡는 것과 동시에. 간격을 살피는 칼고의 정면으로 앞 대시를 들이박는다. 좁혀든 거리에 반응한 칼고가 다가오는 대검을 흘려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따라붙는다. 공격을 캔슬하고 계속 앞 대시를 이행했다. 검을 제대로 휘두르기 힘들 정도로 거리를 좁히려는 목적이다. 그 사이 쌍검이 몸뚱이를 훑고 지나가 테두리의 붉은색이 짙어졌다.

앞으로 한 발. 곧, 폭주 특성이 발동되리라.

공격을 허용하면서까지 감행한 차징이 드디어 먹혀들었다. 중량을 담은 어깨가 칼고의 흉부와 강하게 맞부딪혔다. 퍼억, 하는 타격음과 함께 화면이 크게 요동친다.

흔들리는 시야 너머로, 바닥에 나자빠진 칼고의 신형이 엿보였다. 중심을 회복하기도 전에 억지로 들어 올린 대검을 크게 내리쳤다. 난잡한 전투. 필요한 건 완벽한 호흡이나 자세 따위가 아니었다. 스태미나를 뭉텅 깎아가며 모든 동작을 캔슬로 이어붙인다. 길어지지 않을 싸움, 여기가 승부처였다.

파악­

낙법도 제대로 치지 못하고 넘어진 칼고는, 떨어지는 대검을 보고는 바닥에서 억지로 몸을 굴렸다. 예상했던 움직임. 또 한 번 내리치던 모션을 캔슬하고 방향을 뒤튼다. 급박한 와중에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태미나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경고를 무시하고 내지른 일격이 쓰러진 칼고를 그대로 후려쳤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엉성하게 들어 올린 쌍검이 무게 실린 대검을 간신히 받아냈다.

가쁜 호흡. 붉게 달아오른 시야. 그새 출혈이 터졌는지 아지랑이라도 피어오르듯 어지럽게 일그러지는 시야는 그 혼란에 방점을 찍었다. 광전사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는 더없이 익숙할 화면이었다. 일렁이는 시야로 칼고를 내려다봤다.

대검의 중량을 억지로 받아낸 채 부들거리던 검이 이윽고 대검을 크게 밀어냈다. 몰아서 사용한 스태미나의 한계가 찾아왔다. 내리친 대검에 힘을 더하지 못한 광전사는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힘 없이 밀려났다.

"아, 진짜 씹... 난 몰라요! 일단 쐈어!"

화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온 건 그 즈음이다.

정밀 사격의 보조를 받은 화살이 예쁜 곡선을 그리며 정확하게 날아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화살이 이쪽을 향해 떨어지는 모습이 천천히 시야에 들어온다.

피할지, 쳐낼지가 아니라... 어디로 받아낼지를 고민하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상반신에서, 최소한의 피해로 받아낼 수 있는 장소. 이성이 판단을 내리기도 전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퍽­

충격과 함께 화면에 번지던 붉은색이 급속도로 선명함을 더해갔다. 시야 모퉁이로부터 천천히 붉은 핏줄이 일었다. 폭주 트리거가 발동됨과 동시에, 숨 가쁘게 몰아쉬던 호흡이 단번에 안정을 되찾는다. 광전사의 시야에 들어온 대검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제서야 간신히 몸을 일으킨 칼고의 모습을 훑어보면서.

나는 아마, 웃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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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아­!

환호성이 쏟아졌다.

경기가 끝나고, 조명이 모두 켜진 경기장이다. 부스에 들어가 마주하던 양 팀의 선수들이 경기장 중앙에 나란히 자리했다.

네 사람을 양분하는 자리에 선 캐스터가 우승 팀의 이름을 크게 선호하는 순간, 이전보다 더 커다란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우측에 서있던 성호가 환호에 부응하듯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흔들었다. 그 옆자리, 함성 소리가 커질수록 점점 몸을 웅크리는 혜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함성에 맞춰 손뼉을 치던 성현이 그걸 바라보고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내뱉었다.

길었던 대회의 우승자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승자 인터뷰에 앞서 패자 인터뷰가 먼저 진행됐다. 누가 봐도 눈에 띄게 우울해진 꼰닢 때문에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인터뷰 진행을 맡은 캐스터의 거듭된 노력으로 조금씩 나아지는듯싶었다. 몇 차례 의례적인 질문을 건넨 캐스터가 마이크를 성현의 방향으로 돌렸다. 꼰닢에게 마이크를 받아든 성현이 자신에게 따라붙는 중계 카메라를 마주했다.

"­이어서 칼고 선수입니다! 아, 정말 아쉽습니다. 마지막까지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거든요. 패배했지만 팬분들은 다시 한번 칼고 선수의 뛰어난 실력에 대해 감탄하셨을 것 같아요. 결승전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네, 우선­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순차적으로 대답을 이어나가던 순간이다. 관중석을 훑기 위해 고개를 돌리던 성현의 시선이 삐죽 튀어나온 혜진의 얼굴을 포착했다. 분명 처음엔 일자로 서있었을 텐데. 인터뷰를 구경하려는 건지, 지금 그녀는 대열에서 살짝 앞으로 삐져나와서는 마이크를 잡은 성현 쪽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피곤한 듯 반쯤 감긴 눈이 정확히 그의 눈과 마주쳤다.

의미심장한 표정. 무표정한 평소와 비교하면 퍽이나 감정을 담은 얼굴이다 싶었다. 평온하게 인터뷰를 이어나가는 자신이 뭔가 이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혜진은 이쪽을 바라본 상태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갑자기 혀를 빼꼼 내밀었다.

...힘을 과하게 줬는지 마이크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칼고 선수?"

"아, 네. 죄송합니다. 잠깐... 잠깐 생각을 정리하느라. 무슨 질문이었죠?"

"노스 팀의 전략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나가서 꿀밤이라도 존나 쎄게 떼리고 싶었지. 지금처럼.

홧김에 그렇게 대답하기엔 성현이 너무 이성적이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는 최대한 일반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대답을 정리하면서 다시 혜진을 바라보면, 그녀는 뭔가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바닥을 내려보는 모습이었다.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예상치 못한 패턴으로 장난을 걸어오는 게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간다. 가까워질수록 본성을 드러내는 유형의 인간인 건지. 성현은 그걸 좋아해야 할지 꺼려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뭔가, 단순히 놀리기 좋은 친구로 인식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저 망할 인간에게.

사석에서 종종 조롱을 돌려주고는 하지만, 중요한 순간 피해를 받는 쪽은 언제나 자신이었다. 개인 방송에서든, 이번 처럼 커다란 공개 방송에서든. 결정적일 때 사용하기 위해 아껴둔 소원권 한 장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성현은 울컥하는 자신을 다스리며 차분히 대답을 이어갔다. 아무튼, 지금은 때가 아니었으니.

패자 인터뷰란, 대게 승자를 더 높이 띄워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한 법이다. 위로의 의미가 담긴 박수와 함성을 마지막으로, 칼고와 꼰닢의 인터뷰가 끝이 났다.

중계 카메라가 방향을 바꿔 혜진과 성호가 서있는 장소를 비추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받고서는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어깨를 펴는 성호와 시선을 내리깔고 차분하게 서있는 혜진의 모습이 대비되어 나타났다. 누가 봐도, 같은 팀이라고는 믿기 힘든 모양새였다.

경기장 메인 스크린에 혜진과 성호의 얼굴이 확대되어 나타난 순간이다. 인터뷰 동안 잠잠하게 가라앉았던 관중석에서 다시금 커다란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함성 소리에 반응해 시선을 들어 올린 혜진이 고개를 돌리며 관중석 이곳저곳을 훑어봤다. 누군가 쫓아오기라도 하는지, 여유보다는 초조함이 묻어 나오는 동작이었다.

함성이 잦아들기를 기다린 캐스터가, 혜진과 성호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야, 역시 반응이 뜨겁습니다! 오늘 직관을 위해 찾아오신 관중분들 대부분이 노스 팀의 팬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에요. 그만큼 훌륭한 게임을 많이 보여주셨습니다. 먼저 우승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 노르드 선수부터 말씀해주세요."

잠깐 주저하던 혜진이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아... 감사합니다. 어떻게 우승을 하게 됐네요.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어서 기쁘고... 준비한 전략이나 빌드가 다 제 몫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어... 응원해 주신 분들 다들 감사드립니다."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말을 내뱉은 혜진이 비어있는 왼손으로 성호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아아, 크흠. 네! 저도 다 너무 감사드리고요. 무엇보다 버스를 태워주신 제 팀원 노르드님께 정말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큼, 제가 이런 대회 우승이 조금 오랜만이라 말이 좀 길어질 수도 있어요. 연습할 때도 정말 이 악물고 열심히 했거든요. 최근에 개인 방송에서 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서­"

성호의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다. 아무튼, 중계 카메라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게 내심 부담스러웠던 혜진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결승전 경기가 모두 끝난 지금도 관중석 대부분이 빈자리 없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 리그 시즌 중에는 보기 힘들 정도로 드문 일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다. 유난을 떠는 팬들이 아니라면 대부분이 용무를 끝내고 자리를 비웠어야 하는 시간일 텐데.

쾌적했던 부스 안에 비하면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장 중앙은 가시방석이나 다를 바 없는 곳이었다. 성호의 인터뷰를 흘려들으며 관중석을 훑던 혜진은 점차 늘어나는 부담감에 고개를 내저었다.

"­어떻게 준비하신 전략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

"그... 노르드 선수?"

뭐야.

"네?"

"결승전에서 사용하신 전략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활을 선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서요."

홀로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다음이다. 성호를 건너뛰고 날아온 질문을 알아듣지 못한 혜진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뒤늦게 반응했다.

"아... 그. 칼고에... 칼고님의 방송을 보고 분석을 하다가요."

"아, 그런가요? 역시 분석의 결과였군요. 혹시 어떤 분석에서 그게 유효하다고 생각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중계 카메라부터 관중석까지, 인터뷰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중심이다. 재차 되묻는 캐스터의 질문을 간신히 소화한 혜진이 자신에게 쏠리는 이목을 분산시키기 위해 애쓰며 대답했다.

"밀리만 연습을 하길래... 밀리로는 절대 상대해 주기 싫어서 준비했죠. 3세트가 조금 아쉬웠네요. 삼연활로 이겼으면 그림이 더 예뻤을 텐데."

......

너무 솔직했나. 돌아오는 리액션이 없었다.

밀려오는 초조함에, 생각나는 대로 대답을 내뱉고 나서야 혜진은 조용해진 경기장을 인식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대놓고 웃음을 참고 있는 성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차라리 그대로 웃어주면 분위기는 조금 나아질 텐데.

맞은편에서 자신을 뚫어지게 째려보는 성현의 시선은 진작부터 외면하는 중이었다. 시선이 너무 강해서 피부가 따가운 느낌이 들었다.

왜 우승을 했는데 기쁨을 누리지도 못하고 인터뷰가 끝나기만을 기도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 탓할 사람도 없는 푸념은 굉장히 공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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