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 191 고된 하루에도 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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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노르드님한테한평생충성을바치도록하겠습니다/>
정말감사합니다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네요...
노르드님 방송캠은 다 씹구라입니다... 실물하고 비교가 안 되거든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팬미팅을 한 번 더 하신다면 그때는 오늘 참가 못하신 분들도 모두 참여하시길 권장드립니다... 물론 게시판에 상주할 정도로 노르드님의 팬인 여러분이라면 다들 자리에 계셨겠지만, 혹시나 오늘 못오신 분들이 있을까봐^^;
노르드님 손이 정말... 아닙니다. 더 말하면 주접을 떠는 것 같아서 ㅎㅎ; 후기는 길게 적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우승 축하드리면서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노바!
노르드발닦개:씹련아 너 어디사냐?
검방커신:왜 이렇게 흥분하시는지... 혹시 노르드님하고 악수 못하셨나요? ㅎ
네네키미:처음에 악수한 사람이 너냐? 씨발럼이 지 혼자 센세 손 존나 오래잡고 있더만 미친새끼가
검방커신:꼬우면 먼저 손들고 간택받으셨어야죠,,,ㅎㅎ;
꺆뀨륚띠:혹시 애미가 없으신가요?
서윗각설:ㅋㅋ 애들 화 많이났네
누군 주말알바하다 이제 집왔는데 ㅅㅂ; 인기글이 무슨 몇페이지 넘어갔냐
ㄹㅇ 결승끝나고 팬미팅 한거임? 악수했다는 글은 머임 아 존나 부럽네
첨부터 팬미팅있다고 공지했으면 알바 제끼고 가는건데 씹 무슨 팬미팅을 게릴라콘서트마냥 처하냐고...
moonmak678:인기글에 현장 사진찍어서 올린 글 있으니까 그거 보셈. 아니면 게시판 중계글 훑어보던가. 물론 보다보면 더 꼬아서 ㅈ같을듯ㅋㅋ
dowonein77:미련버리고 대회 다시보기나해~ 이미 팬미팅은 물건너갔어~
<무상씹ㅋㅋㅋㅋㅋ하다하다팬미팅까지오냐/>
얘는 진짜 찐팬인가본데? 나가서 방장하고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음ㅋㅋ
이렇게 노골적으로 들이대는거보면 결전때 진게 충격이긴 충격이었나봄. 프로가 아마한테 완패하니까 충격받아서 꽂혔다고밖에 설명이 안댄다...
gb 다른 선수들도 방장 방송보는지 궁금하네
또라이몽:누가 갤에 찍어서 올린 사진이 ㅈㄴ웃김. 노르드 옆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무상 얼굴 ㄹㅇ 개멍청해보여서
patwordtt:말넘심;;
나랑달:데카가 한번 언급하기는했지. 애초에 대회에서 빌드 사용할정도면 방송 본다고 봐도 무방할듯.
<중계방송이라도 해주지="" 너무="" 아쉬움=""/>
아ㅠ 현장 분위기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어...
다른 스트리머들은 모바일로 켜서 후기까지 풀어주는데 대체 왜 안켜주는거야 ㅠㅠ 팬미팅 너무 궁금하다고...
smatafuc:유입임? 방송에서 캠도 귀찮아서 안켜는 양반이 모바일을 켜주겠음? 바랄 걸 바래라.
Relka:나 커플대항전으로 유입됐는뎁ㅠ...
smatafuc:그럼 새겨두셈. 노르드는 니가 간절히 원하는 거일수록 안할 가능성이 높음.
아이도:그리 보고 싶으면 스벅 방송이라도 가서 노르드 썰푸는거 기다려라. 방장이 방송 키는 것보다는 스벅 입에서 노르드얘기 나오는 게 훨씬 빠를듯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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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요. 혜진 씨, 혜진 씨?"
정신이 아득했다.
전신에 퍼진 몽롱함이 눈꺼풀에도 도달했는지 눈을 뜨는 것도 귀찮았다. 살며시 어깨에 와닿은 손이 조심스럽게 몸을 흔들었다. 그 조심스러운 배려가 내겐 오히려 잠을 독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긴 편한 곳이니, 더 자도 된다고. 뒤로 젖힌 차량 시트가 침대처럼 다가왔다.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혜진 씨."
귀를 파고드는 숨결에 닭살이 돋았다.
번쩍, 좀처럼 올라가지 않던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빛이 흐릿했다. 갑작스런 개안에도 눈이 자극을 받는 일은 없었다. 창 밖에서 새어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에 더해서, 옅은 주홍빛의 차량 조명이 눈에 스며들었다. 아직 정신을 덜 차렸는지 흐리멍텅한 시야 속으로 주연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저 일어났어요. 미안해요."
"아... 괜찮아요. 더 주무시게 둘 걸 그랬나. 그래도 도착했는데 침대에서 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낮게 읊조리듯 말하는 주연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계치까지 선팅을 한 것 같은 어두운 차창 너머로 들어온 풍경은 이곳이 주차장 내부임을 자각시켰다. 아마... 오피스텔의 주차장이겠지. 차가 없는 내게 익숙한 곳은 아니었다.
서서히 활동을 시작한 머리가 이전의 기억을 되짚었다.
팬미팅 때 받은 환호성이 귓가에 환청처럼 울려 퍼지는 듯했다. 어안이 벙벙한 순간들. 군중의 시선을 받아 잔뜩 긴장하던 상태였다. 부스라는 일종의 차단막이 있던 대회와는 또 달랐다. 팬미팅이 진행된 강당에서는, 정말 오롯이 나에게 시선과 관심이 모여들었다. 나는 거기서 오는 막대한 부담감을 소화하느라 줄곧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고.
다시 생각해도,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다. 그때만큼은 정말 내 자기 객관화가 형편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노르드가 방송을 하면서 얻은 인지도가 그만큼 컸던 건지, 아니면 대회 우승이라는 성과가 그렇게나 대단했던 건지. 팬미팅에 참석한 사람의 숫자는 예상했던 수의 수 배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 순간엔 그저 압박감으로만 느껴졌던 숫자였으나... 되돌아보면 바로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마음 한편에서 피어오른다. 면전에서 팬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그렇고. 겪어보기 힘든 일은 언제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는 했다.
그래, 여러모로 잊기 힘든 기억이다.
식은땀을 흘리며 팬미팅을 끝마치고,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환호를 받으며 e스포츠센터를 빠져나와 주연의 차에 몸을 실었다. 그 뒤로는 거의 필름이 끊긴 것처럼 기억이 날아간 상태였다.
아마 조수석에 몸을 기대자마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 가녀린 몸은 누적된 피로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뻗어버리고 만다. 아직도 전신을 누르는 피로 때문에 몸이 무거웠다.
좁은 차량에서 몸을 비틀어대며 기지개를 켰다. 몸뚱이와 달리 활기를 되찾은 머리가, 이 상황을 두고 혼자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힘겨운 하루를 무사히 버텨냈다고.
좀처럼 얻어내기 힘든 성취감이 찾아왔다. 업적 달성 보상으로 트로피를 받았다는 농담을 지껄이면서, 나는 내심 차오르는 흡족함을 만끽했다. 이 정도면 몸을 누르는 피로감도 노곤함이라고 봐줄 법 했다.
술 생각이 절실한 밤인데.
"끄응. 태워줘서 고마워요. 주연 씨도 오늘 엄청 피곤할 텐데, 운전기사까지 시켜버렸네. 올라와서 쉬었다 가세요. 아니면 한숨 자고 가도 되고."
"...그래도 될까요?"
"당연하죠."
대단한 제안이라도 받은 것처럼 송구하게 되묻는 주연의 모습이 이상했다. 누굴 악덕 사장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고생한 편집자한테 방 하나 내주지 못할까.
빠르게 차량 내부를 정리하기 시작하는 주연을 보며 나도 따라 몸을 일으켰다. 조수석 너머, 뒷좌석에 던져둔 작은 트로피를 보면 오늘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상기할 수 있었다. 이벤트 대회에 무슨 트로피라며,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받고 보면 들뜨는 게 인간의 마음이었다.
조용히 팔을 뻗어서 트로피 케이스를 들어올렸다.
치익
맥주 캔 따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청량한 맛이 있었다.
참지 못하고 주둥이에 입을 박은 채 맥주를 한모금 삼키면, 목구멍을 타고 흘러간 짜릿한 탄산이 정신을 일깨웠다. 노곤히 가라앉은 몸에 활기가 퍼지는 기분이다. 술이 달다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무슨 뜻인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냉장고 옆 탁자에 올려둔 육포 봉지 하나를 들고는 주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늘 하루 촬영에 전념한 편집자는 그 긴 다리를 바닥에 뻗은 채로 앉아서 침대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쥐여준 맥주를 한 손에 들고는 홀짝거리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본인의 집에서도 저러고 있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성격 때문에 말은 안 했어도 주연은 지금 나만큼이나 피곤할 게 분명했다. 서있는 시간도, 캠코더를 들고 있는 시간도 많았던 탓이다. 어지간히 인내심이 깊지 않고서야 매번 똑같은 얼굴만 비치는 재미없는 촬영을 몇 시간이고 이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주연은 참을성이 대단했다. 자신이 기획한 촬영이라고는 하지만, 팬미팅이 끝나는 시점까지 아무 불평도 내뱉지 않고 촬영에 임하고 있었으니. 나였으면 절대 하지 못할 짓이다.
"옷은 이따 파자마로 드릴게요. 사이즈 큰 걸로 샀으니까 아마 빠듯하게 맞을 거예요."
"...제가 나중에 한 벌 사드릴게요. 입고 나면 옷이 늘어날 수도 있으니까."
"응? 그럴 필요 없는데. 하루 입었다고 늘어나겠어요? 늘어나도 그냥 입으면 그만이고."
"아뇨. 제가 사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포인트에서 고집이 강한 사람이다.
쓸모없는 논쟁을 포기하고 주연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리 깔아둔 탁자 위에 육포 봉지와 먹고 있는 맥주 캔을 올려두면, 순식간에 조촐한 술상 하나가 만들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뒤풀이 술자리다. 회사 회식 자리가 이런 식으로 구성됐더라면, 회식에 진저리를 치던 과거의 나도 아마 그 시간을 선호했을 것이다. 아무튼 술에 취했을 때 곧장 몸을 눕힐 수 있는 침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자리는 완벽했다.
차디찬 맥주 때문인지 갈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영상 편집은 어떤 식으로 하실 거예요? 제 생각보다 촬영 분량이 많던데. 덜어내는 것도 시간 엄청 걸리겠어요."
"음. 영상 하나로는 많이 부족할 것 같아서... 적어도 세 편으로 분할해서 편집할까 생각 중이네요. 좋은 소스가 많아서."
...좋은 소스가 많다고?
주연의 말을 듣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떠오르는 장면이 몇 없었다. 그간 방송 경력을 좀 쌓은 덕인지 최근엔 방송을 하다가 편집점이 될만한 순간을 제법 절묘하게 찾아내고는 했는데, 이런 촬영분은 또 성격이 많이 다른가 싶었다. 도대체 뭐가 좋은 소스라는 말인지. 저 카메라는 오늘 줄곧 내 얼굴만 쫓아다니지 않았나.
"좋은 게 뭐가 있었어요? 대회에 집중하느라 그쪽에는 별로 신경도 못썼던 것 같은데요."
"너무 많아서 편집하기 아까울 정도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아니... 걱정할 수밖에 없게 말하잖아요. 진짜 모르겠는데."
또.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묘하게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눈초리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조금 부족한 학생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눈과 비슷한 것 같은데.
잠깐 주연과 눈을 마주치고 눈싸움을 하던 나는, 결국 먼저 신경전을 포기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내 의구심이야 어찌 됐든 편집은 주연의 몫이었다. 내 엘튜브 채널이 이렇게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도 대체로 주연의 공이 컸으니. 주연이 제시하는 방향이 대체로 옳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녀가 그게 맞다고 말하면 어지간한 경우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는 게 맞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주연이 틀렸던 적이 없으니까. 피드백이야 결과가 어긋난 이후에 시작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의 경우 첫 영상의 반응을 보고 판단하면 해결될 문제였다.
내 채널에 브이로그를 올린다고 생각하면 왠지 수치심이 밀려왔다. 차라리 영상이 망하면 마음이 편하겠는데.
나와 주연의 조촐한 술자리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대회, 방송, 편집, 시청자... 차고 넘치는 대화 소재를 안주 삼아 맥주를 넘기다 보면 어느샌가 탁자 아래 내려둔 빈캔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밖에 나가기가 귀찮아 한 번에 대량으로 구매한 캔맥주가 이럴 때 빛을 발했다. 냉장고를 열면 음료 칸 가득히 맥주가 쌓여있어서, 우리는 떨어질 염려도 없이 계속 술을 들이켤 수 있었다.
피로한 신체에는 취기가 퍼지는 속도도 훨씬 빨랐다. 캔을 네 개째 비울 때 즈음에는, 내 시야에 들어오는 주연의 얼굴이 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걸 인식한 순간부터 급격히 졸음이 번졌다. 참지 못할 노곤함에, 나는 고개를 여러 번 가로저었다.
몽롱한 가운데 주연의 목소리가 의식을 비집고 들어온다.
"혜진 씨. 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으응, 주연... 씨는 안 피곤해요? 나는 너무 졸린데."
"졸고 있을 틈이 없어서."
뭐라고 했나. 이젠 대화를 나누기도 힘든 단계에 이르렀는지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정신이 몽롱했다.
"아, 혜진 씨. 생각해 보니까 영상 클로징 멘트 촬영을 못했네요. 지금, 잠깐만 촬영해도 될까요?"
"응... 그럴, 정신이..."
"잠깐이면 되니까요."
오늘 하루 줄곧 봤던, 렌즈 위 작게 점멸하는 붉은빛.
그게, 그날 내가 봤던 마지막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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