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8화 〉 198 ­ 여행 계획은 세우지 않는 편 (198/243)

〈 198화 〉 198 ­ 여행 계획은 세우지 않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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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언제옴?방장언제옴?방장언제옴?/>

일주일지났잖아일주일지났잖아일주일지났잖아일주일지났잖아대체언제오는거야나한테왜그러는거야먼저사람미치게해놓고나계속이렇게하면참을수없어무슨짓을저지를지몰라밖에너무추워빨리문열어줘이러다얼어죽을거같아방장제발오늘안키면가만안둬

검방커신:또 한놈 미쳤네ㅋㅋ

dowonein77:갈수록 정신병동이 되고있네; 이쯤되면 나라에서 노르드 금지해야될듯ㄹㅇ

­DefoSSS:옘병하네. 지금 금지해서 이지랄이났는데?

나랑달:응 절대 안켜줘~ 노르드는 유명해질수록 방송잘안켜~

­Relka:정말인가요?

­네네키미:아닙니다. 우리 선생님 음해하지마세요.

­나랑달:팩트)지난달 방송시간 반토막남ㅋㅋㅋㅋ

<와 근데="" 사료다떨어지니까="" ㄹㅇ="" 뒤질거같다=""/>

센세 방송키기 기다리면서 브이로그 다섯 번 정주행했는데 왜 아직도 방송이 안켜지지??? 상식적으로 일요일에 일주일 휴방공지박았으면 복귀도 일요일에 해야되는거아님? 시청자 말려죽이려고 작정했나... 채널에도 영상 안올리고...진짜 굶어뒤지겠어...

노르드발닦개:고작 브이로그 다섯번본걸로 사료없다지랄ㅋㅋㅋ 닥치고 노튜브 정주행이나 하셈

아이도:제발 컴퓨터 끄고 현생을 사세요

­감나라배나라:그게뭔데. 어떻게 하는건데.

­smatafuc:근데 노게 같이 상주하는 새끼가 할말임?

<꿈에서 노르드나왔는데="" 해몽좀=""/>

어제 야간 알바하고 집에 오자마자 뻗어서 잠들었는데... 꿈에서 노르드가 나왔음. 실물 그 자체.

가까이서 마주하는데 얼굴이 진짜 존나 뚜렷한거야. 팬 사인회인지 뭔지 주변에 사람들 존나 많은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 전부 애매하게 생겨서 흐릿한 와중에 노르드만 너무 또렷하고 선명함. 기억이 현실처럼 너무 선명함.

뭔 정신인지 홀리듯 다가갔는데 진짜 구라안치고 웃으면서 손 내밀어주는거임. 나도 팔 마주 뻗었는데 시바 갑자기 가까웠던 거리가 존나 멀어지면서 벌어졌음. 아무리 다가가도 손이 닿지를 않고... 나중엔 호흡 가빠질만큼 뛰었는데도 오히려 더 멀어짐. 정신나가서 허탈해하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이거 무슨 뜻이냐? 오늘 노르드가 방송 안킨다는뜻?

또라이몽:니가 존나 과몰입 병신이라는 뜻 같은데요

서윗각설:우욱씹; 이건 좀...

마나도롱뇽:와 씨바 할말을 잃었습니다 진짜. 어디가서 노게한다고 티내지말고 그냥 나가죽어주세요. 선생님도 그걸 바라실겁니다.]

칙촉촉칙촉촉칙:더러워

<복귀 방송="" 뭐="" 하기로="" 했는지="" 아시는="" 분="" 계시나요?=""/>

공지도 다 봤는데 딱히 방송 내용 언급은 없는 것 같아서... 바로 나이트폴 켜서 겜하실까용? 대회나 브이로그 촬영 비하인드 썰 푸는 거 듣고 싶은뎅ㅠ

화살한방울:뭐할지 아무도 모름. 썰도 풀수도 있고 안풀수도 있고... 나이트폴 할 수도 있고 뜬금없이 다른 겜 할수도있지. 애초에 언제 방송킬지도 모르는데 방송내용을 어케 알겠어요ㅋㅋ

저수지낚시하는노르드:응 피셔맨이야 안한지 오래돼서 쿨타임돌았어 ㅅㄱ

­노칼영원해:아

­꺆뀨륚띠:닉네임부터 악질이네요. 차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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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혜진이 전화를 걸어온 건 그녀가 휴방을 시작하고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아, 주연="" 씨.="" 아침에="" 미안해요.="" 지금="" 통화="" 가능한가요?"=""/>

이른 아침, 환하게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다. 평소 생활 패턴에 따라 이제 막 침대에 누우려던 주연은 느닷없이 울리는 핸드폰 액정을 확인하고 벌떡 일어났다. 혜진이 직접 걸어온 통화라니. 서서히 찾아오던 졸음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물론이죠.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주연="" 씨="" 캠코더를="" 빌려야="" 할="" 것="" 같아서요.="" 으음,="" 오늘="" 빌려서="" 한="" 이틀="" 정도="" 사용하면="" 될="" 거="" 같아요.="" 잘하면="" 엘튜브="" 영상="" 소스가="" 나올="" 수도="" 있을="" 같은데...="" 괜찮을까요?"=""/>

캠코더.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난 주연의 시선이 컴퓨터 책상 위에 올려둔 캠코더로 향했다. 한 번의 사용으로 제 인생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한 제품이 되어버린 캠코더는, 아직 신상이라는 티를 내는 것처럼 반들거렸다.

캠코더가 필요한 일. 두말할 것도 없이 촬영이다. 영상 소스 따위를 운운하는 혜진의 말을 생각하면 그건 확실했다.

잠깐 혜진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했는지 해석하던 주연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촬영을 위해 캠코더를 빌려달라니. 그건, 촬영을 도와줄 사람은 필요하지 않다는 말과도 같은 의미이지 않은가.

한순간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누구일까. 대체 누가 그걸 도와준다고 했길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인 자신을 제치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주연 씨?="" 들리세요?"=""/>

핸드폰을 거머쥔 손이 덜덜 떨리는 것 같았다.

"네. 무슨 촬영인데요? 그런 건 제가,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데. 혹시 이미 도와주기로 하신 분이 계신 건가요? 누구시죠? 혜진 씨."

<"예? 아뇨.="" 저="" 혼자인데요.="" 별거="" 아니라="" 말씀드리기는="" 좀="" 그랬는데,="" 혹시="" 몰라서="" 영상만="" 따둘려고="" 했죠.="" 도와주긴="" 누가="" 도와주겠어요."=""/>

혼자. 들끓어 오르던 감정이 급속도로 잠잠함을 되찾았다. 그럼 그렇지, 헤진이 이렇게 말없이 나를 버릴 리가 없어.

흥분이 가라앉으니 호기심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캠코더가 필요한 일이라니. 예정된 휴방 기간이 끝나가는 지금 상상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무슨 촬영인데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혼자 촬영하려면 불편할 거예요. 계속 거치대 쓰면서 사용하기도 힘들어서."

<"아... 진짜="" 별거="" 아닌데.="" 주연="" 씨="" 피곤하지="" 않아요?="" 편집하면서="" 밤새는="" 거="" 다="" 알아요,="" 저."=""/>

혜진과 대화를 나눌 때면, 감정의 낙폭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지고는 했다. 불과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분노로 요동치던 마음이 지금은 기쁨에 벅차 떨렸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감춘 주연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괜찮아요, 그건 당연한 거니까. 촬영도 채널 운영하고 관련된 일이니까 제 일이나 마찬가지예요. 말만 하세요. 어디든 따라갈 수 있으니까."

주연은 가감 없는 진실만을 말했다. 애초에, 혜진이 채널에 업로드하기 위한 영상을 찍는다면 자신이 함께하는 게 맞았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감정을 추스르고 보면, 혜진이 이렇게 짧은 사이에 새로이 촬영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잠깐 혜진이 떠올릴만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던 그녀는 핸드폰을 타고 흐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좀처럼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음.="" 주연="" 씨,="" 낚시="" 좋아하세요?"=""/>

......낚시.

무슨 말을 들어도 당장 예스를 외칠 거라 자부하던 주연이, 잠시나마 입을 다물게 만든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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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시간이... 두 시간 반이 찍히는데요, 혜진 씨."

"아, 그럴 거예요. 여러 군데 알아봤는데 거기가 사람이 좀 적은 편이라고 그래서. 조금 멀긴 한데 촬영하려면 그게 좋잖아요."

"저 없으면 어떻게 가려고 하신 거예요? 하천 쪽이면 버스로 들어가기도 불편할 텐데."

"네? 차 렌트해서 가려고 그랬죠. 저 면허 땄다니까."

"...렌트? 혼자 운전해서 가려고 했다고?"

뭘 그렇게 쳐다봐.

아.

생각해 보면 그럴만하긴 하구나. 객관적으로 보면 초보 운전이 혼자 렌트를 해서 어디 변두리까지 다녀오겠다고 말하는 꼴이었다. 그것도 불과 며칠 전 면허를 취득한, 초짜 중의 생 초짜가.

홀로 뒤늦은 납득을 하고 있으면, 날 잡아먹을 것처럼 눈을 부릅뜬 주연이 내 왼쪽 어깨를 잡아왔다. 악력이 강해서 조금 아팠다. 내 편집자는 분위기를 잡으면 좀 과하게 무서운 경향이 있었다. 이렇게, 소리치려는 시늉만 하고 있어도­

"혜진 씨!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아니, 시늉이 아니구나.

어깨를 잡아흔드는 손이 제법 완고했다. 힘으로 주연도 이길 수 없는 나는, 빠르게 반항을 포기하고 차 시트에 몸을 맡겼다. 사납게 쳐다보는 주연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평소 조용한 사람이 언성을 높이면 괜히 저항하지 말고 몸을 납작 엎드리는 편이 좋았다. 귓가에 울리는 주연의 잔소리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주연의 입장이었어도 뭐라고 했을 상황이니까. 교통 편을 알아봤다고 대충 둘러댈걸, 너무 생각 없이 말한 감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조금 들뜨기라도 한 건지.

아무튼 날씨는 무진장 좋았다. 낚시를 위한 날씨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낚시를 떠올린 건, 내 짧은 휴가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면허를 땄다던가, 갑자스레 혜민의 손에 이끌려 본가에 방문하다던가..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정작 목표로 했던 여행은 떠나지 못했다. 복잡한 일을 처리하고 나면 어느샌가 집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전기장판의 아늑함에 취해,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손에 핸드폰을 잡고 누워있는. 몸은 편한 와중에도 마음 한편에서 이러면 안 된다고 떠들어대는 게 또 성가시기 짝이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당장 내일 방송을 켜야 하는 상황. 게으름에는 답도 없다. 스스로 채찍질하지 않으면 이대로 휴가를 의미 없이 끝마치겠다는 생각에,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주변 여행지를 둘러본 게 불과 어제에 있던 일이었다.

사람 일이란 대체로 일단 저지르고 보면 움직이게 되기 마련이다. 별 계획도 없이 시작된 내 여행지 서칭은, 얼떨결에 하천 낚시라는 결론을 내리고 일단락됐다.

거기에 카메라를 가지고 가자는 결정은 조금 뒤늦게 떠오른 생각이었다. 브이로그의 유례없는 성공을 보고 있으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일단 영상각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도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일지. 아무튼 어딘가에라도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캠코더를 빌리려고 했는데... 이 쓸모없는 작업에 주연이 따라붙을지는 생각도 못 했다.

결국, 홀로 떠나기로 의도했던 내 날림 여행 계획은 두 사람이 떠나는 당일치기 낚시 여행으로 변해버렸다.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 사전 준비 없는 계획이라는 게 다 그런 법이다.

"제가 운전할까요? 기깔나게 할 수 있는데. 주연 씨도 보면 깜짝 놀랄걸요."

"기겁이겠죠. 그냥 옆에서 가만히 앉아있으세요."

졸지에 운전기사를 얻어버리다니.

단호하게 말하는 주연의 옆모습을 슬쩍 바라보다가, 손에 들린 캠코더로 시선을 옮겼다. 네모난 화면에 차 내부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됐다. 조수석에 앉은 시점으로 보이는 풍경들. 그 익숙한 모습에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어 잠깐 정신이 아찔했다. 내가... 내가 그때 뭔 정신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더라. 인간은 간혹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짓거리를 저지르고는 후회에 빠지곤 한다. 정말 멍청하게도.

수치스러운 기억을 털어내기 위해 캠코더 화면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으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즉시 캠코더를 내려놓고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온갖 수식어를 다 붙이고 나오는 최신 핸드폰의 카메라는 제법 선명했다. 작은 화면으로 보면 캠코더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든 수준이었다. 프레임 같은 세부적인 요소로 들어가야 차이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주연 씨, 저스틴에서 야외 방송 켜는 건 다 핸드폰으로 하는 거죠? 뭐 따로 장비 사서 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그렇죠. 어디 공방이나 중계 채널 아니면 거의 폰으로 한다고 생각해도... 아니, 야방 하시려고요?"

"으음, 생각해 보니까 생방송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요. 뭔가 취향에도 맞을 거 같고. 제 방송 시청자들 다 낚시 좋아하잖아요."

"...뭘 좋아해?"

때마침, 신호에 걸린 차가 도로에 멈춰 섰다.

영감은 뜻밖의 장소에서 찾아온다고 했던가. 캠코더를 만지작거리다 번뜩이는 방송 아이디어를 얻은 나는 내심 무릎을 탁, 치며 감탄사를 내뱉고 싶은 기분이었다.

과연. 방송 경력이 생기니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방송 소재를 발견할 만큼 발전한 것이다. 낚시를 즐기면서 방송을 키면 된다니.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당장 저스틴 어플에 들어가 모바일 방송 실행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으면, 운전석에 앉은 주연이 피곤하다는 듯 운전대에 몸을 기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오늘도 잠이 부족한 건지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운전 바꿔드릴까요? 졸리면 언제든 말만 하세요."

"...졸려서 그러는 게 아니라­ 아니, 아니에요."

말을 멈춘 주연이 전방을 주시했다. 조용해진 차량 안에서, 50미터 앞 좌회전을 하라는 여성의 목소리만 무미건조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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