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화 〉 202 안 하던 짓을 하면 돌을 맞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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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야방 뭐얌뭐얌
일어나서 저스틴 켰는데 방송하고 있어서 깜짝 놀라버렷어! 복귀 방송한다고 나한테도 안알려주구
나도 낚시해본적없는데 너무 해보고 싶었달까... 재밌었음
다음에 기회되면 나도 불러줘! 그때는 1박2일로 해도 좋으니까!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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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재밌어보이더라. 나 쉴 때는 여행 권유 한번도 안했으면서.
그렇게 자고 가라 그래도 안 자고 도망치더니 여행가려던 거였구나.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언니가 재밌었으면 됐어.
아, 나 언니 편집자분 소개시켜주면 안 될까? 언니 채널 영상 너무 잘 보고 있는데 어떤 분이신지 너무 궁금해서. 꼭 좀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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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선생님... 낚시는 즐거우셨는지요. 설마 복귀 방송에서 야방을 키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언제나 제 예상을 가뿐히 넘겨버리는 센스@@ 머단합니다
스벅:야방이 은근 재밌지 않습니까? 이게 또 그냥 방송과는 다른 매력이 있거덩여. 뭔가 자기 일상을 공유한다는 쫀득쫀득 달라붙는 고런,,, 선생님도 브이로그로 맛보셨으니 알거라고 믿습니다.
스벅:그래서 말인데, 저희 이번에 뒤풀이 때 야방 키고 만나는 거 어떻습니까? 딥하게 들어가지는 않구요. 식당에 양해구하고 살짝살짝 트는 거죠. 이게 또 시청자분들이 스트리머들 뒤풀이하는거 엄청 궁금해하잖아요? 영상 업로드 각도 무조건 나올 겁니다. 선생님 편집자 분이 또 실력이 기깔나시니까~~
스벅:선생님 브이로그 영상 알고리즘 타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대박 냄새가 나서 그래요@@ 한번 고려해주십사 말씀드립니다.
스벅:노르드 파이팅!
스벅:노르드 엘튜브 파이팅!
스벅 님이 메시지를 입력하는 중입니다...
Nord:주접 좀 그만떠세요
스벅:아.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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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고:헛소문좀 퍼뜨리지마라 내가 언제 알림 추천했냐 ㅡㅡ
Nord:했잖아요. 재밌다고
칼고:어이가 없어서 웃은거지; 그거 듣고 안 웃을 사람이 있겠냐
Nord:그게 재밌다는 거잖아요
칼고:말이 안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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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고:그리고 제발 방송에서 말조심 좀 해. 방송보는 사람이 몇 명인데
Nord:
칼고:도네 일침아니었으면 진짜 자고 왔겠다 아주. 그러다 위치 특정되서 사람이라도 찾아오면 어떡하려고. 진짜 경각심 좀 가져라
Nord:
Nord:설마 그럴리가
칼고:꿀밤마렵다...
Nord:조금 생각없이 말한 거 같긴 하네요.
Nord:후원으로 경고해줘서 고마워요.
칼고 님이 메시지를 입력하는 중입니다...
칼고:?
칼고:개솔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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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도 관성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사람도 굴러가던 방향대로 굴러간다. 집에만 박혀있는 지박령의 삶이 계속될수록 집 밖으로 나갈 일은 더더욱 줄어들고, 한번 밖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집에 있는 시간이 짧아지기 마련이다. 굴러가는 공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선 반드시 제동을 거는 일이 필요했으니. 사람도 이 방향을 뒤틀기 위해선 그만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한번 변화한 참이다. 집 안에만 머물러 있는 삶에 쓸데없이 죄악감을 느껴서는, 공방 대회라는 강수로 스스로를 세게 걷어차지 않았나. 여하간 그 발차기의 강도가 세기는 했던 모양이다. 한동안 핸드폰 화면을 멍청히 바라보던 나는 지금 그 변화를 실감하고 있었다.
현대인의 삶이란 핸드폰 하나만 확인하면 속속들이 뚫어볼 수 있는 법. 나를 찾는 문자가 이리도 많은 걸 보면 아무튼 무언가 변했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전날 받은 문자 하나하나에 성실히 답신을 보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과 동시에 의사소통을 나눈다니. 이게 멀티태스킹의 극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 머리 아픈 과정을 반복하다가 문득 시계를 쳐다보면,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는 사실에 기겁을 하고 만다. 남은 건 기록으로 축적된 문자 텍스트와 과연 전부 소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괴상한 스케줄뿐이었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를 만나고, 누구를 만나는 약속의 첩첩산중. 뭔가 빼곡히 차있는 캘린더를 쳐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인간관계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얼마나 많은 케어가 필요한지. 주변 지인이 많은... 소위 마당발이라 불리는 인간들이란 삶의 대부분을 관계 유지에 투자하는 괴물이다. 잠깐이나마 그런 삶을 체험한 나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감에 숨을 헐떡였다. 모든 변화에는 통증이 따라붙는다더니. 옛말에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핸드폰과 함께 시간을 때운 지라 늦게 맞이한 점심. 시리얼로 어설프게나마 해장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혜민이 선물한 하얀색 토끼 잠옷은 빨래를 거듭할수록 축 처진 느낌이 더해졌는데, 실내화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걸으면 가랑이 사이가 철썩거리는 게 조금 재밌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부드러운 재질이 더 보드라워진 것 같기도 하고. 덜렁거리던 모자를 떼버리고 나면 썩 괜찮은 잠옷으로 돌변하는지라 최근엔 꽤나 애용하고 있었다.
털썩, 하고 컴퓨터 책상 앞 의자에 주저앉는다. 즐겨찾기에 등록된 저컴 게시판에 들어가면, 방송도 없는 낮 시간에 몇백 명이 넘는 이용자가 게시판에 상주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등록된 게시글은 불과 몇 초전에 올라왔다. 제목은... '노르드 제발 방송 켜'. 스크롤을 조금만 내려도 비슷한 제목의 게시글이 수도 없이 찾을 수 있었다. 익숙하게 글을 넘기고는 인기글 항목을 클릭했다.
게시판 확인은 언제나 재밌었다.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커뮤니티인데 재미가 없을 수가 있을까. 규모가 일정 수준으로 커진 다음부터는 내가 방송을 하지 않을 때도 24시간 노르드 얘기만 하고 있는 곳이니 과연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는 커뮤니티임은 확실했다.
그걸 둘째치고 서도 내가 게시판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내 방송과 관련된 피드백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 바로 내 저컴 게시판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이 끝났다 하면 그날 방송에 대한 요약이며 소감문을 적은 게시글이 수도 없이 올라왔다. 팬심이 가득 실린 글이 많아 직접적으로 수용하긴 좀 그랬지만, 인기글을 읽다 보면 방송에 참고를 할만한 좋은 팁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으니. 아침에 일어나 게시판을 확인하는 건 어느덧 내 일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이용자가 훌쩍 증가한 뒤로는 늘어난 게시글을 감당할 수 없어 인기글만 읽고 있는 형편이지만. 어쩌겠는가. 사실 대부분의 뻘글을 제외하고 나면 사람들의 생각은 대체로 비슷한 법이다. 여론이라는 게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니까.
인기글 항목을 천천히 읽어내린다.
'어제 방송 낚시터 찾아냄', '직관 때 편집자랑 방장 같이 찍은 사진.jpg', '편집자 정체알아낸거같음', '정보)낮방송 놓치지 않는법', '어제자 갤주짤 여러장.jpg', '어제 방송 놓친 노붕이들을 위한 요약본.jpg', '집자 부르는 방장 한시간 재생본', '다시보기 보면서 피셔맨 달린다ㅋㅋ 이게 섹스지', '방장한테 밟히고 싶은 사람 개추', '난 접이식 의자가 부럽다...', '노르드 목선 존나 예쁘지 않냐'...
이거 갈수록 순 병신들밖에 없잖아.
유익한, 유익한 글은 다 어디로 가버렸지. 평소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제목만으로도 현기증이 도는 글이 늘어났다. 사람이 많아지면 병신의 비중도 늘어난다더니,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꼴이다. 스크롤을 내리고 목록을 훑던 나는 잠깐 의자에 등을 기대고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어제 했던 방송이 게임 방송이 아니라 그런 걸까. 게임 방송을 끝내고 나면 그래도 게임과 관련된 팁이라던가, 그날 있었던 베스트 플레이가 담긴 명장면이 올라오고는 했는데. 스크롤을 내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도 생산적인 글은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있었는데, 생방송이 진행되던 시간으로 진입할 무렵 인기글의 상태는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방송을 켰을 즈음에 올라온 글은 거의 광기가 느껴질 지경이다. 대체 뭐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어처구니없는 심정을 뒤로하고 천천히 인기글들을 띄엄띄엄 읽어가기 시작한다. 영양가 없는 글을 몇 개인가 지나치고 보면,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글은 대체로 정해져 있었다. 방송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나 클립, 움짤들. 받은 댓글이나 추천이 압도적으로 많다.
백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인기글 하나를 클릭했다. 주연이 처음으로 물고기를 낚을 즈음인가. 물고기를 방생한 내가 뒤를 돌아서는, 모자를 벗고 머리를 정리하는... 별 내용도 없는 클립이다. 구름을 뚫고 나온 햇살이 절묘하게 떨어져 조명 역할을 수행하기는 했으나, 나는 큰 감흥을 받지 못했는데. 댓글을 읽어보면 시청자들은 나와 생각이 완전히 다른 모양이다. 이해 못 할 정도의 찬사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공방이나 개막전 당시에 찍혔던 사진도 그렇게나 많이 돌아다니더니, 역시 얼굴은 잘나고 볼 일인가. 페이지를 재차 확인해도 역시 사진이나 클립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얼굴에 수요가 붙는다는 건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경험이었다. 미형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이토록 열광할 일인지.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까지 좋아하면, 내가 공급을 더 해볼까.
머릿속에서 번뜩인 생각에 핸드폰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찰칵
이거면 됐나.
핸드폰을 내려 결과물을 확인한다. 카메라 기능을 수행한 핸드폰 화면에는 내 얼굴이 반쯤 잘린 상태로 찍혀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찍은 앵글. 천장에 위치한 형광등이 후광으로 내리쬐는 느낌이 제법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사진은 이런 맛에 찍는 거구나. 뭔가 이런저런 예술적인 의미를 가져다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내 손에서 나온 결과물치고는 꽤 훌륭했다.
사진이 제대로 저장됐음을 확인하고 곧장 새롭게 설치한 앱 하나를 실행한다. 파란 배경에 하얀 삼각형이 자리한 아이콘. 트라이앵글이다. 방송을 하면서도 몇 번이나 계정 좀 만들라는 소리를 들었던 SNS를, 이제 와서 가입하고 있다는 게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시청자가 원한다면 실천하는 나. 참된 방송인의 길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Nord, Nord11, 노르드... 전부 사용 중이다. 괜히 심술이 생겨서 Nord 옆으로 언더바를 계속 이어붙였다. 네 개를 붙일 즈음에야 중복이 없다는 확인을 받을 수 있었다. 중복 계정 생성 불가야 그렇다 치고, 계정 생성 자체는 놀랍도록 단순했다. 이럼 부계정을 마음껏 파서 악플을 달고 다닐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쓸데없는 생각을 지워내고 하던 일에 집중한다.
방금 생성한 계정으로 방금 촬영한 사진 하나를 업로드한다. 모든 과정이 쉽고 간단하기 짝이 없었다. 업로드가 완료됐다는 문구가 뜬 다음에도, 멀뚱히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던 나는 내가 올린 게시물이 제대로 올라간 게 맞는지를 여러 번 확인했다. 막연히 귀찮고 번거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을 낭비하기란 이토록 손쉬웠다. 별로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도 없어서 핸드폰을 내려두고 말았다.
...내가 이걸 왜 했지. 생각해 보니까 이렇게 사진 하나 올려봤자 누가 확인할 리가 없잖아.
안 하던 짓을 하고 나면 현자타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몰려오는 허탈감에, 주저앉아 방송에서 할만한 게임이나 찾고 있으면 돌연 마우스 패드 옆에 던져둔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려댔다. 동생에게 문자라도 왔나 싶어 핸드폰을 쳐다보면, 검은 화면에 익숙지 않은 파란색 창이 덩그러니 나타났다. 그게 트라이앵글의 메시지 창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잠금을 풀었다.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인가.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불과 몇 분 전에 올린 근본 없는 계정에 댓글을 달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첫 게시글을 올려서 그와 관련된 시스템 메시지가 날아온 정도로 추측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신기하다는 생각은 멈출 수 없었다. 설마 벌써 누가 나를 알아보고 댓글을 달았는지. 월클병이라도 걸렸는지 그런 망상이 계속 맴돌았다.
빠르게 트라이앵글을 실행하면, 곧장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 병신은 사진까지 합성해서 선생님 사칭하고 있네
지우고 계정삭제해 미친년아
......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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