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5화 〉 235 방송을 종료한 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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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보고="" 바로="" 가입했습니다^^=""/>
여기가 저스틴 여캠 1위 노르드님 팬카페 맞나요?
오늘 칼고님 방송에서 나온 빼어난 용태를 보고 참을 수 없어서 호다닥 달려오고 말았답니다..
앞으로 카페 활동 열심히해서 노르드님께 도움이 되고 싶네요@@ 다들 잘부탁드려오~~
노르드발닦개:지랄하지마셈
└거북선인:카페 만들어진지 얼마나 됐는데 방문수가 400이 넘음? 미친 엠생새끼
└노르드발닦개:응 나 노르드 방송 수호자로 취직했어^^ 카페에서 깝치지말고 조용히 활동해라 쳐맞기전에
└그렇게살지마:어휴... 팬카페답게 좀 처신해라 병신들아
카피캣13:말투 카피를 할 거면 제대로 좀 하자
<씨1발 갤주="" 존나예뻐="" 실화냐??=""/>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겼지??????? 평소에도 저런 옷좀 자주 입어주지,,,
근데 저걸 왜 하필 남의 방송가서 하고 있는거야 씨222발 합방좀 그만하면 안되냐 나는 갤주를 보고 싶은거지 저런 알지도 못하는 남정네를 보고 싶은게 아닌데 진짜ㅋㅋ
마쎄이중:갤....주?
화살한방울:횐님 카페에서는 이런 식으로 글을 쓰시면 안됩니다 활동 정지 당하실 수 있어요~
└나랑달:응 아직 카페 관리자 없는거 다 알아~
<움짤이랑 핫클립="" 따로="" 올리라고="" 병12신새2끼들아=""/>
게시판을 분리해서 만들어놨는데 이새2끼들은 눈이 없나 짤 만들어오는 건 좋은데 규칙 좀 지키고 올려라 보기 편하게
그리고 말머리좀 제대로 달면 안되냐? 그거 클릭 몇 번 하는 거 뭐가 어렵다고 ㅅ3ㅂ; 제발 규칙좀 준수하자 이새기들아
나는다람쥐:솔직히 주인장이 게시판 정리를 뭣같이 해두기는 했음... 핫클립은 위쪽에다 잘 만들어놓고 움짤은 왜 따로 아래에 빼두냐고ㅋㅋ
└DefoSSS:카페 만든지 얼마 안됐으니까 정리 안된건 그러려니 함.
아이도:그러는 지도 말머리 제대로 안 달았으면서 씹ㅋㅋ 어이가없냐
<오늘 방송="" 레전드이긴="" 한가보네=""/>
카페 만들고 게시판 글 막아놔서 그런가ㅋㅋ 새로고침 누를 때마다 회원수 늘어나는거 소름돋는다
지금 가입한 친구들 다 움짤이나 클립보러 온거지? 보기만 하지 말고 같이 짤좀 짜주면 좋겠다... 노르드 캠방은 영원히 보존해야함...
냥냥코로:화나는거참으면서열심히만들고있어
└노르드랑칼고랑:응?? 왜 화가나?? 지금 방송 너무좋은데
└냥냥코로:우결충다뒤져
마롱e:ㄹㅇ 일부러인지 모르겠는데 센세 캠방 엘튜브에 너무 안올림. 안그래도 캠방하는일이 드문데ㅋㅋ 얼굴 보려면 브이로그 영상만 주구장창 돌려봐야되는게 말이 안돼... 저컴 게시판때부터 전문적으로 짤만드는 친구들이 괜히 생긴게 아님. 안 만들어두면 다 삭제되고 날아가니까 저장할 수가 있어야지
<오늘 방송="" 언제까지="" 한다고="" 말했음?=""/>
나 이제 야근 끝나고 집에 가는 중이야...
치킨 포장해서 갈까 고민되는데 방송에서 언제까지 한다고 언급한 거 있냐.... 다시보기는 눅눅한 튀김 먹는 기분이라 싫단 말이야... 제발 새벽까지 한다고 말해줘
칙촉촉칙:오래 한다고 했으니까 걱정말고 치킨사오세요
└Relka:진짜지?? 저 믿을게요ㅠ
스마트탭: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생방으로 못보네 출근충쉑ㅋㅋㅋㅋㅋ
<칼고 너무="" 부러워서="" 흑화할="" 것="" 같아요=""/>
지금 막 키보드 치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어쩌면 좋죠? 저도 스트리머 시작해서 열심히 하면 노르드님이랑 합방할 수 있는 건가요? 저도 나이트폴 할 줄 알아요.
또라이몽:정신차리셈
배치고사삼연패:흑화한 새,끼들만 모아놔도 한 중대는 나오것노...
급방종 시발ㄴㅇㅁ나 칼고 방송이라 방심하고 있었는데 이건 아니지 노르드 ㅆ1발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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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가 기록된다는 건 아주 무섭고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현 씨."
"... 왜. 누가 뭐라 그랬어?"
"그러다마다요. 제 편집자는 오늘 방송 풀 영상 빠짐없이 저장해놨다고 캡처까지 보내줬네요. 와. 너무 좋다."
"너는"
잘 어울렸다니까. 왜 흑역사라고 하는 거야, 대체.
굳이 뒷말을 이어붙이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이 어떻든, 뚱한 얼굴을 유지한 채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건네봤자 위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주 최소한의 호감을 얻는다는 자그마한 성과도 얻을 수 없다면, 눈앞에서 혜진의 외형을 칭찬한다는 낯부끄러운 행위를 감내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성현은 더 말을 이어나가는 대신 미적지근한 커피를 마저 비워냈다. 한 모금 정도 남았을까. 방송 시작과 동시에 개봉했던 편의점 산 커피는, 이제 거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터무니 없는시청자 숫자만 생각해도 수습하기 어려웠던 방송을 힘겹게 끝마치고 난 다음이다. 그 많은 시청자를 앞에 두고 방종각을 잡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뭔가 낌새를 눈치챈 시청자들이 폭동이라도 일으킬 기미를 보이면, 민심을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방송을 끝낼까 조심스레 마무리 멘트를 준비하는 사이. 마우스를 뺏어든 혜진이 대신해서 방종을 선언한 건 굉장히 극적인 장면이었다. 그게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는 희극이지만, 뒷감당을 고려하는 입장이 되면... 글쎄. 방종 이후 이모티콘 채팅으로 전환된 채팅창에서, 온갖 이모티콘으로 도배되기 시작한 채팅창이 어찌나 살벌하던지. 성현은 아무렇지 않게 채팅창을 닫아버리는 혜진이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저게 어지간한 공포 게임보다 훨씬 두려운 것 같았는데. 사람마다 무서워하는 포인트가 다른 건 확신한 듯싶었다.
걱정을 해봤자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진정되지 않는 채팅창이 신경 쓰인다고 다시 방송을 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닌가. 성현은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튼, 일단락된 일에 잘잘못을 따지는 건 비생산적인 일이었으므로.
거추장스러운 기모노를 벗어던지고 몸을 뉜 가죽 소파는, 평소보다도 훨씬 편하고 아늑했다. 성현은 뻐근함이 감도는 관자놀이를 두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컴퓨터 두 대가 실시간으로 열기를 토해내던 방과 비교했을 때, 넓은 거실은 확실히 쌀쌀한 감이 있었다. 적막함을 채우고자 틀어둔 TV는 작은 소리를 흘려대며 널찍한 공간의 허전함을 조금이나마 보충했다. 어느덧 자정을 향해 가까워지는 시간. 별생각 없이 눈대중으로 돌린 채널에서는 눈 뜨고 보기 힘든 치정극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혜진이 자리한 곳은 그리 멀지 않았다. 성현이 누워 있는 소파와 이웃해서 배치된, 싱글 사이즈의 작은 소파. 자기 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편히 누운 자세가 기묘했다. 한쪽 팔걸이에는 머리를 기대고 다른 쪽 팔걸이에는 허벅다리를 반쯤 걸치고 있었는데, 그렇게 누워 있음에도 소파 면적이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살집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가느다란 체형 때문이겠지.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다시 입은 바지와 티셔츠가 못내 아쉽게 느껴졌다. 아직 드레스를 입은 차림이었다면... 아니. 맥주 좀 마셨다고 취했나. 성현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던 손으로 마른 세수를 반복했다.
"연락 많이 왔어? 아까도 밖에서 핸드폰 가지고 들어오던데."
"아... 아는 사람한테는 거의 다 온 것 같은데요. 확인 안 해봐요? 그쪽도 엄청 왔을걸요."
"난 포기했어. 어차피 답장 필요한 연락도 아닐 텐데 그냥 내일 확인하려고. 감당이 안 돼."
"그것도 그렇네. 저도 카페 확인은 못하겠네요. 아직 게시판 정리도 제대로 안 해놨는데... 글 정리할 생각하니까 벌써 머리 아파."
말을 끝맺고 나면, 혜진은 줄곧 쳐다보던 핸드폰을 내려두고 이마에 팔을 얹었다. 소파 팔걸이에 걸친 다리가 자꾸만 좌우로 흔들거렸다. 트레이닝복 밖으로 빠져나온 발목이 하얗고 가늘었다.
"자고 갈래?"
단언컨대, 그건 뇌를 거치고 나온 말이 아니었다.
술기운을 빌려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는 변명은, 그가 생각하기에도 구차하고 좀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그보다는 더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 필요했다.
생각보다 크고 성가셨던 방송을 끝내고 몸과 정신이 피로한 상황. 반나절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불편한 의복을 벗어던져서 마음이 한껏 해이해진 상태. 거기에 더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집구석에 몸을 뉘고 있다는 안정감이 머릿속의 필터를 모두 지워버렸다는 별안간 변명이라는 변명은 모두 튀어나와 마음껏 뒤얽히며 혼란을 더했다. 성현은 자신이 입을 벌린 상태 그대로 정지했다는 것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엎질러진 물처럼, 무심코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성현의 집 거실에서 얼마간 말소리가 사라졌다. 성현이 느끼기에 거의 질식에 가까운 침묵 사이로, 볼륨을 낮춰둔 TV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들어왔다. 와이프 몰래 밀회 중인 남성 배우가 제 불륜 상대에게 사랑의 말을 속삭이는... 성현은 조심스레 리모컨으로 손을 뻗었다.
"그래도 돼요?"
당혹감에 굳어버린 성현의 귀로 들려오는 혜진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같이 평온할 뿐이었다.
반쯤 일으킨 상반신을 한쪽 팔로 지탱한 어정쩡한 자세였다. 얼음 땡 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굳어버린 성현의 시선은 혜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혜진의 자세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이마 부근에 팔뚝을 올려놓고, 소파에 전신을 널어둔 것처럼 누운 자세. 팔이 얼굴의 절반을 가린 탓에 얼굴 표정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지금 내뱉은 말이 무슨 의미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성현은 문득 지금 자신이 짓고 있을 표정이 어떨지 궁금했다. 오만가지 감정이 한 번에 몰아치고 있는 얼굴은, 대체 어떤 표정으로 나타난다는 말인가.
"덮을 건 있나? 자는 건 그냥 소파에서 자면 되는데. 베개도 없어도 돼요. 지금이면 어디서든 편히 잘 수 있겠어."
그러거나 말거나, 혜진은 누운 자세 그대로 자기 할 말을 내뱉었다. 여전히 특별할 것 없는 평소대로의 억양과 말투. 이불 따위를 운운하는 말을 듣고서 무슨 의미심장한 암시가 있나 파고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온갖 추측으로 들끓던 성현의 속내가 빠른 속도로 식어가기 시작했다.
자고 갈래라는 물음을 정말 곧이곧대로 들었다고. 상식대로 생각하면 절대 그럴 리가 없을 터인데도, 그 당사자가 혜진이라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이다. 저 인간은 정말 그렇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 아니면... 방금 혜진의 말은 완곡한 거절의 표현이 아니었을지. 번잡하게 굴러가던 뇌는 별의별 추측을 다 쏟아냈다.
"...... 이불. 이불 남는 거 있지. 소파 말고 그냥 침대에서 자. 양보해 줄 테니까."
"됐어요. 재워주는 것만 해도 민폐인데 뭘. 나는 소파도 충분해."
배려심이 담긴 주고받음이 기껍지 않은 건, 자기 혼자 꼴사나운 섀도우 복싱을 반복했기 때문일까.
성현은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금 나눴던 대화를 복기하며, 뭔가 다른 시그널이 없었나 하고 분석하는... 어리숙한 자기반성. 한동안 멍청하게 앉아있던 그는 뭔가 깨지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치정극이 한창이던 TV에서 나온 소리. 젊은 여성이 분기탱천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마주한 남자의 발밑에 널브러진 도자기 파편을 바라보면, 지금 이게 무슨 장면인지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 이런 걸 틀어놓고 있었을까. 다시 리모컨으로 손이 갔다. 최대한 조용한 방송을 찾고자 교육 방송 채널을 선택하면, 이마에 팔을 얹고 누워 있던 혜진이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성현은 그제서야 그토록 궁금했던 혜진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곤한지 반쯤 감긴 눈동자. 게슴츠레한 눈으로 성현을 주시하는 얼굴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성현이 상상했던 무언가를 발견할 수 없었다. 눈을 비볐는지 조금 번진 화장에서 피로가 묻어나오는 듯했다.
"재밌었는데 채널 다시 돌려봐요. 방금이 하이라이트였다고."
"... 너 진짜 정상은 아니구나."
"뭐야. 왜 갑자기 시비예요."
한숨을 토해낸 성현이 다시 채널을 되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