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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8화 〉 238 ­ 동기부여는 중요하지 (238/243)

〈 238화 〉 238 ­ 동기부여는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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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임단은 원래 인터넷 방송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는 했다.

애초에 프로 선수들부터가 간간이 게임 스트리밍을 진행하고는 했던 것이다. 물론 대부분 대회가 쉬는 프리 시즌에 한정된 이야기이기는 했으나, 게임단 차원에서 인터넷 방송 플랫폼과 계약해 방송을 주도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프로게이머 입장에서 개인 방송만큼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드물겠지. 그게 팬 서비스라는 명목에서 진행되든 아니든, 게임 방송계와 프로게이머를 빼놓고 생각하는 것도 힘들었다. 아무튼 프로 생활을 그만두고서 선수들이 선택하는 길에도 항상 개인 방송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따라서 선수들이 개인 방송에 모습을 비추는 것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본인이 직접 방송을 키는 게 아니어도 경로는 많다. 특별한 이벤트나 컨텐츠에 섭외되는 경우나, 아니면 단순히 특정 방송인과의 친분으로 방송에 출현한다거나. 그 출현이 제법 익숙하게 느껴질 법한데도, 여전히 유명한 프로가 어디에 등장한다는 소문이 돌면 금방 팬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져나가고는 하는 모양이다.

어떤 선수가 어떤 스트리머의 방송에 나왔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나도 종종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날에는 그 방송으로 많은 시청자가 모여들어서, 저스틴을 이용하는 유저라면 못 보고 지나치기가 힘든 수준이었다. 잠깐이나마 직관을 통해 경험한 바에 따르면... 프로 팀 팬덤의 파급력이라는 것도 내 생각보다 훨씬 큰 것 같았으니. 인기 있는 게임단의 프로 선수를 방송에 초대한다는 게 어떤 메리트를 갖고 있는지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메리트를 생각하고 이런 판을 벌인 건 아니었다.

카페 관리자 구인에 프로 선수가 지원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세상 천지에 어디... 아니, 됐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경험하나. 정도를 넘어선 인지도는 전혀 상상치도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고는 했으니. 그게 점점 빈도를 높여가는 것도 이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수습해야 할 뒷감당이 어딘가로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한참 복잡하게 머리가 굴러갈 즈음, 쓸데없이 웅장한 나이트폴 배경음이 내 귀를 세차게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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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11:방송 나오는 건 괜찮으신 건가요?

"답장 왔다! 조마조마하게 답장 기다리던 무상 선수,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마우스를 움직이는데­!"

"아, 제발! 그만 좀 놀려요, 진짜!"

"뭐 인마. 꼬우면 먼저 태어나던가."

무상은 뻔뻔스레 어깨를 으쓱거리는 진수를 잠깐 노려보다 고개를 돌렸다.

저 낯짝에다 무슨 말을 하겠다고. 팀 내에서 막내를 놀리는 빈도가 가장 많은 대선배는, 상남자 소리를 듣는 선 굵은 외모와는 다르게 경박하기 짝이 없었다.

무상은 아직도 왜 진수의 여성 팬이 그렇게나 많은지 납득할 수 없었다. 같은 베테랑 라인인 찬혁은 진중한 멋이 있어 이해라도 하겠는데, 저건 대체 왜.

성공적으로 데뷔 시즌을 마친 지금도 무상의 팀 내 서열은 여전히 맨 밑바닥이었다. 다섯이나 되는 팀원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가장 만만한 포지션. 막내란 어찌나 서러운 입장인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TDC의 신인 선수는 막내임에도 서열이 높다고 하던데­하는 출처 모를 카더라는, 적어도 GB게이밍에서는 조금도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프로게임단에서 이토록 위계질서가 철저한 팀도 없다는 진수의 말은... 무상에게는 당연히 조롱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아마 실제로도 막내를 놀리기 위해 내뱉은 말이겠지. 그는 이미 팀 선배의 장난을 반쯤 포기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빨리 대답이나 해. 쉬는 기간이라 시간이 아주 넉넉하다고. 기왕 말하는 거 얼굴이나 한 번 보자고 해볼래? 이럴 때아니면 언제 하냐. 너 존나 숙맥이라 여성 팬 상대도 잘 못하잖아."

"아니 무슨 채팅에다 훈수를 해요? 게임할 때 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내가 알아서 할게요. 좀 떨어져서 기다려 봐요. 가서 컵라면이나 먹고 오던가."

"이게 너 하나의 문제냐? 나도 당당하게 신청서 작성한 사람이야. 방송도 시작했는데 컵라면은 무슨 옘병. 준현이도 지금 대기 타고 있다고 문자 왔는데.

벌써 두근두근한다, 야. 이거 관리자 합격하면 무슨 혜택 같은 거 없냐고도 물어봐. 한 번 만나준다던가... 아, 우리 막내 NTR에는 내성이 없나."

"... 방송 중인데 그런 개소리 써서 보냈다가 노출되기라도 하면­ 됐다. 내가 그냥 말을 말아야지."

약 올리듯 툭툭 어깨를 건드리는 손길을 무시하고 노르드가 보내온 메시지에 시선을 집중한다. 나이트폴로 보내온 메시지. 한창 빌드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때는 빈번히 주고받았던 메시지가 오늘따라 새롭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재전의 기회를 잡은 것과 동시에, 심지어 방송 출연까지 목전에 둔 상황. 아무래도 그때와는 조금 결이 다른 것이다.

GB 무상:네 괜찮습니다ㅎㅎ 리그도 끝났고 저희도 연습 없이 쉬는 주간이라 괜찮아용

빠르게 답장을 보내놓고 바로 방송 화면을 체크한다. 우측 모니터, 진수가 틀어놓은 노르드의 방송 화면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별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빼곡히 박혀 빛나는, 어딘지 도저히 알아보기 힘든 우주 사진. 카페에서 자신이 써놓은 신청서를 보자마자 전환된 화면이다.

노르드의 이해하기 힘든 취향이 잔뜩 묻어 나오는 방송 대기 화면은, 평화롭다기보다 아득하게 다가왔다. 이 와중에도 대기 화면 좌측면을 차지하고는 매서운 속도로 움직이는 채팅창이 혼란스러움을 더해놓고 있었다.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을 잠깐 확인하던 무상은, 자신의 이름과 팀을 언급하는 채팅이 가득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눈을 돌렸다.

일이 얼마큼 커질 줄은 알았으나... 막상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걸 목격하니 기분이 찝찝했다. 이래서 다른 팀원이 지원하겠다는 걸 막고 싶었던 건데. 자신의 영향인지 어느샌가 노르드의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한 팀원들은 도무지 막내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여성 게이머 방송이나 본다면서 비웃을 때는 언제고, 이제는 자기들이 더 환장해서 달려드는 꼴이다. 막상 합격해 봤자 제대로 된 관리자 행세도 하지 않을 인간들이. 무상의 속에서 억울함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자...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오늘="" 다="" 끝낼=""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네요.="" 시간="" 관계상="" 결투는="" 전부="" 단판으로="" 갑니다.="" 게시글="" 올린="" 순서대로="" 갈="" 테니까="" 차례되신="" 분들은="" 바로="" 초대="" 주세요."=""/>

노르드는 난리가 난 채팅창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저런 측면이 무상이 노르드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몇천 명­ 지금은 규모를 늘려 만 명이 넘어서는 시청자 앞에서도, 위축되거나 흔들리지 않고 제 페이스를 유지하는 모습. 채팅창에서 어떤 난리가 나든 평정심을 잃지 않는 노르드를 보고 있으면 존경심이 절로 피어나고는 하는 것이다.

그냥 얼굴이 예뻐서 좋아하는 게 아니냐는 진수의 지적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조롱이었다. 아무렴, 자신은 사람의 외면보다 내면을 중시하는 사람일진대.

노르드가 나이트폴로 방송 화면을 전환할 때, 무상은 팬카페에 들어가 자신의 순번을 재차 확인했다.

심상치 않은 게시판의 페이지 수. 실시간으로 카페를 탐방하고 있던 무상이 노르드가 쓴 공지를 즉각 확인하고 글을 작성했음에도, 그가 쓴 신청서는 몇 페이지를 넘긴 다음에야 찾아낼 수 있었다.

대체 그 짧은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리자에 도전한 건지. 무상으로서는 노르드의 팬카페에 퀸 등급 이상의 유저가 이토록 많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지경이었다.

무상보다 늦게 공지를 발견한 다른 팀원들의 신청서는 그보다 훨씬 뒤처진 상태였다. 무상의 신청서가 방송에 노출된 탓인지, 그 짧은 사이 다른 팀원을 발견한 시청자들이 작성된 신청서에 댓글을 남겨둔 게 눈에 들어왔다.

댓글은 물론이요 추천 하나 받지 못한 신청서들 사이에서, 수십 개씩 댓글이 달린 게시글은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곧장 시선을 잡아챘다. 애초에 카페 닉네임에서부터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무상은 관종끼를 마음껏 표출하는 팀원들의 행태에 속으로 혀를 찼다.

팀원들뿐만이 아니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페이지당 하나 둘 정도, 댓글이 많이 붙은 신청서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무상도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나이트폴 플레이어였다.

프로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킹 등급의 아마추어 고수, 네임드 플레이어, 나이트폴 방송을 주로 하는 스트리머, 심지어 같은 프로 선수까지. 작성할 때는 몰랐으나 모아놓고 보니 지원자의 라인업이 심상치 않았다. 스크롤을 내리던 무상은 벌어진 입을 의식하지 못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야, 씹... 내 앞에 몇십 명이 있는 거야. 뭔 신청자가 이렇게 많아. 얼씨구, 테블라? 뭐 이런 애들까지 신청했어. 이거 천상계 트롤러로 유명한 새낀데. 얘가 이겨도 관리자 그냥 주는 거 맞아? 카페 팔고 도망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이거 지원자 라인업 미쳤어요. 조건이 퀸 이상이라 그런지 네임드 유저가 엄청 많아. 이 정도면 나갤에도 누가 소문낸 거 같은데요? 가입일만 봐도 방금 가입한 사람들 천지야."

"아­ 모르겠고 빨리빨리 컷 해주면 좋겠다. 이 사람 녹슬지는 않았겠지? 저번에 붙었을 때 수준이면 어지간해선 안 질 텐데."

"나이트폴 방송 한지 오래되기는 했는데... 별 상관없겠죠. 워낙에 재능충인 사람이라."

내내 뒷자리에서 서성이던 진수도 어느샌가 무상의 옆자리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실행 중인 나이트폴 창을 최소화시켜두고, 노르드의 방송을 전체 화면으로 틀어둔 상태.

노르드는 빌드 점검도 하지 않은 채로 누군가의 초대를 받고 들어가 결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로딩 중. 멈춰 선 방송에서 정적이 흘렀다.

아­. 내가 미안하니까 정치 드립은 하지 마세요. 그건 쌈박질이 너무 과해지는 주제야. 혜택, 혜택이라...">

"혜택 중요하지. 관리자도 일종의 노동자 아니냐고. 저런 거 관리하려면 온종일 시간 쏟아부어야 하잖아."

"... 형은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을 거면서 그런 말을 해요?"

"어허.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연습 빡세게 하면서 카페 관리도 열심히 할 수도 있지. 막말로 너 이번 시즌 방송 보는 만큼만 투자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그 정도면 충분히 관리될 거 같은데."

"억까도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말로­"

<"아... 그럼="" 일단="" 관리자="" 뽑은=""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하든가="" 할게요.=""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다를="" 수도="" 있는="" 거니까."=""/>

"......"

조용해진 분위기와는 별개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채팅창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노르드가 내뱉은 말이 신청자들 사이에서 꽤나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됐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장난스레 말을 주고받던 무상과 진수 사이에도 침묵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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