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세 사람 (23/303)



〈 23화 〉세 사람

그렇게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창 밖에서 짹짹이는 새소리와 햇빛이 날아들고 있었고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을 매번 꼬박 챙겨먹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왠지 아쉬웠다.
간단히 먹을만한 음식을 찾아 보기 위해 연 냉장고에는 언제부터 식었는지 모를
조그마한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하아..."


나는 결국 모닝 커피를 내리고 빵을 조금씩 찢어 접시에 덜어놓으며 테이블에 앉았다.
손님이 하나도 오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바뀐 가게를 바라보면 역시 오전 시간대에서는 크게 느끼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들이
그저 조금의 변화를 암시하며 눈앞에 걸린다. 그러나 그것 뿐이다.

잘게 찢은 빵을 커피에 조금씩 적셔 마시면서 몸을 녹였다.
따뜻한 커피는 왠지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조금은 딱딱히 굳은 빵도 나름 먹을만한 상태로 만들어준다는게 좋았다.


가게 모퉁이에 걸린 달력을 살짝 들춘다.
아직 따스한 봄이라고 적힌 달력을 보면서 나는 달력에 메모했다.
오늘의 날짜에 붉은 색으로 V를 새겨놓았다.
가게를 정리하면서 선반이나 테이블에 쌓인 먼지를 털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내 침실로 향했다.
침대 옆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구르는 체헤게의 머리를 잡아 옆으로 치워두고
서랍 어딘가 들어있던 낡은 향수를 꺼내 뿌렸다.
왠지 정겨운 느낌이 드는 향수는 방을 천천히 물들였다.


"좋아, 가게를 열어볼까."


[앞으로 이틀이나 더  돌덩이에 갇혀 지내야 한다니 슬프구만.]

나는 그런 체헤게의 머리를 툭툭 두드린다.


"진정해. 금방 새로운 몸이 온다니까."

[자기 스스로의 몸을 기다려 본 적이 있나?]

"듀라한 같은 전설속의 생물이 존재한다면 아마 네가 최초는 아닐거야."

[어디서부터 말이 안되는 이야기인지 굳이 지적하기도 힘들군.]


나는 미리 준비해 햇볕에 말려놓은 옷을 꺼내 탈탈 털어냈다.
몇번 펄럭이면 부드럽게 반들거리는 옷은 내가 이전부터 자주 입었던 정장이다.
정장을 마녀가 입을 일이 얼마나 되겠느냐만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종종 눈치보지 않고
정장이든 속옷이든 잠옷이든 입을 수 있었다.
애초에 나를 찾아오는 인간 자체가 드물었으니까.

[그  참 예쁜데 너랑은 좀 안어울리는군.]


"난 이 옷이 마음에 들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거든.
그러니까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해  불편한 옷을 샀다는 의미야."


[그렇게 해서 얻는게 우월감인가?]


"남들이 쉽게 얻어내는걸 조금 다른 방식으로 얻어낼 뿐이지."


나는 준비를 마치고 가게로 돌아와 문을 열었다.
당연하지만 손님이 그렇게 빠르게 등장하실리는 없었다.
가게를 세우고부터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좁은 가게라 너무 많은 손님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나는 결국 작은 스툴을 꺼내 그 위에 걸터앉고 이런 저런 향신료를 꺼내 장난을 치며
갈아보거나 섞어보거나 하며 맛을 본다. 이전부터 종종 하던 일이다.
그러다 매콤한 향신료를 먹고 나면 소스라치게 놀라 황급하게 물을 마신다.


"아이 씨, 분명 설탕인 줄 알고 먹은건데에..."

흰 가루라고 냉큼 집어먹은 나의 실책이었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기에 망정이지
누가 보고 있었더라면 고개도 못 들 뻔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가게  앞에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이상하게 생긴 둥근 형태가 서 있었다.

"저건 또 뭐야...?"

내 창피함이  더 커지려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불그스름한 얼굴로 놀라서 문을 열면 아주 커다랗고 동그란 구형 기계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화를 내며 대꾸하는 구형 기계가 말한다.


"그새  잊어버린 건지는 몰랐는데."


"누구신지 모르겠어요. 제가 혹시 당신을 알고 있을까요?"


그 로봇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항의했다.


"실망이 많이 되는군. 내가 어제 분명히 말했을텐데.
내 이름은 월. 월이다."


"월?  그 철물점을 하신다는! 이런 로봇을 타고 오면 당연히 모를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 잘 기억하는구만. 나는 증명했으니 이제 네 차례다.
내가 만족할 커피를 가지고 와. 더욱이 가격도 말한 대로 저렴해야겠지."

"죄송한데  증명하신거죠? 여기 오셔서 하신 거라고는 둥그런 그 로봇을 타고 오셔서
발을 동동 구르시고 커피를 주문하신게 다에요."

"나는 말이야, 물고기는 말이지,
바다와 민물을 가리지 않고 잡힌 순간부터 먹는 방법을 고민한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있나?"


"전혀 모르겠는데요."

"사소한건 신경 끄고 중요한데 집중하자는거지."

"중요한데요? 하긴, 여기까지 오실 정도면 어지간히도 화가 났다고 봐도 되겠죠?
주문은 어느 걸로 하시겠어요?"

"아무거나 내가 만족할 만한 걸로. 나이든 사람 성격에 맞을만한 커피는 제공한 전적이 없나?
그건 뭐 편한 상대에게만 편할대로 장사를 했다는 의미거나 그게 아니라면,
카페 이야기는 거짓말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아뇨, 그럴리가요. 다만 선택권을 드리는 거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상당히 상대하기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아니 로봇이 맞나.
무슨 둥글둥글한 로봇을 타고 와서 얼굴도 보여주지 않은 채로 대뜸 커피를 끓여내라니.
이게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한 일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쉽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할만한 여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은 그가 아직 나를 오해하고 있다는
일말의 거스러미와 같은 생각 정도였다.

나는 우선 커피를 내렸다. 아무 커피나 상관 없다는 생각이겠지 하며 좋을대로 해석한 후에
커피에 포션이나 섞어 실험할 아량이었고, 어차피 로봇이니 뭘 먹이든 고장나는건 똑같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익숙한 에스테리카는 손에 빠르게 익어서 어려움 없이 빠르게 끓여졌다.
문제는 에스테리카에 섞을 포션이었다. 무미 무취로 빠르게 녹아들어갈 포션.
마땅한게 뭐가 있는지 생각하면 떠오르는게 있었다.
R-PHC188이었다. 무미 무취인 대신 효과또한 미미한 약품이다.

그러나 어찌되던 상관 없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추가했다.
지금 상황에 내 기분을 표현하기로는 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씩 웃으며 커피를 건네주면 로봇은 그걸 받아들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면 로봇이 멈추는가 싶더니 뒤에서 커다란 철판을 밀어내고
사람이 하나 등장했다. 그건 어제 만난 월의 얼굴이 분명했다.


"이 깡통은 커피 같은건 못 마시니까 말이지.
대충 아무거나 줘 놓고  시험하려 들리는 없겠지. 앙?"

"하아... 그럼 드셔보시고 말씀해주세요.
이런 가게에서 메뉴판도 친절하게 적어놓고 영업하는데
카페가 아니라면 저희 가게는 뭘까요. 술파는 가정집인가요?"


"마셔보면 알겠지."


그렇게 말하고 포션 섞인 커피를 마시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나는 어떤 효과가 나올지도 모르고 빙긋 웃었다.
랜덤성의 행복이라는 말이 꼭 맞았다.

물론 효과를 확인하려면 이 사람이 언젠가 우리 가게에 다시 온다는 전제가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 했지만 그런건 어떻든 상관 없었다.
그가 다시 오도록 만들 방법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으니까.
물론 그걸 본인이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카페라는 말은 정말인  같군.
그러면 다시 묻지. 페마르는 어디서 구해서 마르커스에게 준거지?"


"저는 페마르 같은건 취급 안해요."

"거짓말하지 마라! 마르커스가 분명 너한테 받았다고 했던걸 기억하는데!"


"하아... 적당히 하세요. 카페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뭐 오해야 하실 수 있고 오해해서 화를 내는 것 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데
아니라고 설명까지  해드렸는데 바락바락 화내면서 사람 말은 듣지도 않으면
이제 상식적으로 응대할 필요는 없는거죠? 혼자서 이상한 상상하면서 남한테 책임이나 묻고.
지금 그럴 위치도 아니잖아요? 예의 없게 이게 지금 무슨 짓이죠?
남의 가게에서 주문하실 생각이 없으면 나가주세요."

내가 화를 내자 남자는 커피를 다 마시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 거지같은게. 손님을 후려쳐놓고 지금 그딴 말을 해?"


"저를 화나게 해서 좋을 일은 없으실거에요. 장담하죠."

월은 말 없이 기계에 타서 가게를 나가버렸다.
예의 없는 사람이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선 확실한건 계산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저 사람 하나가 가게 매출에 영향을 준다면
그냥 차라리 가게를 접어버리자는 생각을 하며
남기고  커피를 싱크대에 따라버리고
컵을 설거지했다.

잠깐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데니스가 찾아왔다.
그는 한 손에 작은 가방을 들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당당히 물었다.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나는 그의 태도에 픽 웃음을 흘리고 답했다.

"그래, 마침 너무 한가하다. 잘 왔네. 잠시만 기다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체헤게를 들고 돌아와 카운터에 설치했다.


[어이 방범벨. 누가 오면 바로 알려달라고.]

[정말 지긋지긋하군. 빨리  수염난 아저씨가 보고싶군.
내 몸을 더듬은 남자가 보고싶었던 건 이게 처음이다.]


[아무튼 그래, 고생 좀 하라고. 나는  꼬마랑  놀아주러 가야 하니까.]

도무지가 표정이 없으니 뭐라고 반응하는지 알  가 없는 체헤게를 뒤로하고
나는 연구실로 꼬마를 불렀다.
데니스는 내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연구실로 들어왔다.


"카페 안에 이런 공간이 필요해요?"

"너 때문에라도 필요하지."


"하, 이래서는 카페라는 이름이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어디 말하게?"

"그럴리가요. 전 이런 느낌 싫어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래서 오늘부터 저는 뭘 배우면 되죠?"


"음, 마음 같아서는 당장 쫓아내고 싶기는 한데,
네가 그런다고  애도 아니니까.
일단 가볍게 기본부터 시작할까?"


"수업료는 얼마나 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가방에서 돈봉투로 보이는 흰 봉투를 꺼냈다.
내게 내미는 그의 작은 손을 거절하며 말했다.

"돈이면  되는게 아냐 꼬맹아. 돈으로 배울만한 것도 아니고."

"돈으로 안된다고 말하는 어른은 대개 돈을 더 얹어주면 좋다고 하던데요."

"꼬마 주제에 이상한 것만 배워선. 그렇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
대부분의 모순적인 인간은 돈이라면 뭐든 하지. 그래도  아냐."

"왜죠? 액수가 부족한가요?"

"시끄러워  녀석아. 순순히 그거 집어넣고 배우려는 의욕을  보여봐."

"좋아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연구실 한쪽 벽을 장식한 내 서랍장을 보았다.

"이 서랍은 상당히 크네요."

"연구 재료들이 들어있으니까. 함부로 열거나 만지지마.
괜히 잘못 열었다가 내 앞에서 시체가 한 구  늘어나는 건 원치 않거든."

"대체 음료수를 뭘로 만드는 거에요."

"아무 재료나 가져다 써서는 네가 마신  음료수 같은 효과가 나오지는 않아.
알고 있겠지만 나는 네가 내 수업을 제대로 따라오지 않는다거나 내 심기에 거슬리는 일을 하면 가차없이 쳐낼거야.
처신 잘 해야 한다는 의미야."


"어렵네요. 알겠어요. 그래서 기본이 뭔데요?"

"기본. 아 그래 기본. 알려줘야지. 포션 제조의 기본은 비율이야."

"비율이요?"


그가 그렇게 말하며 내게 의아한 표정을 보냈다.
나는 우선 선반에서 작은 컵과 가열할만한 램프 정도를 꺼냈다.


"이게 뭐냐면 시모르 가루야."


"시모르 가루요?"


"간단하게 말하면 용매라고 생각하면 돼.
이게있으면 일반적으로 섞이지 않는 재료를 섞을 수 있으니까.
많이 들어가지는 않아. 전체 용액의 1/7 정도만 섞어주면 돼.
비율 조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거기서 나오는거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비커에 가루를 20g 넣었다.


"비커에 20g 정도의 시모르 가루를 넣었는데, 그럼 용액은 얼마나 들어가지?"

"140이죠."

"아냐, 120이 들어가야 전체 용량이 140이 되니까. 시모르 가루의 무게도 계산해야해."


"그래서 시모르 가루는 어디서 구하는 건데요?"

"이거? 시모르를 갈아서 녹이고 그걸 다시 가열해서 결정을 얻어내는거지."


"시모르는 뭔데요."


"일반적으로 섞이지 않는 재료를 섞을  있게 도와주는 용매로서의 가루."

"시모르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데요?"


"시모르를 구하는건 네 일이지 내가 알려줄건 아냐.
오늘 내가 알려줄건 에너지 드링크야. 어때 마음에 들어?"


"아뇨, 그래도 기본이라니까 일단 배워둬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 싶네요."


"얘는 거짓말을 하는 법을 모르네.
듣는 사람 기분을 맞춰줘야 내가 하나라도  가르쳐주고 싶어지지 않겠니? 응?"


"듣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져야 제가  배운다... 참고할게요. 긍정적인 의견이네요."


"넌 나한테 음료수 만드는 강의를 들으려고 온거야 아니면 사회 생활을 배우려고 온거야?"

"음료수 강의죠. 사회생활은 누나도 그다지 잘 할 것 같지는 않아요.
배운다면 다른 사람한테 배우는게 더 이득이겠죠."

"너 정말 피곤한 타입이구나."

나는 그에게 에너지 드링크를 만들때 필요한 재료를 일러주었다.
카페인 다량과 맛을 내줄 향료, 소다 조금과 청량감을 더해줄 탄산수,
그리고 적당히 개운해지는 약물류.

"음료에 이런 약들이 들어간다는건 몰랐네요."

"원리만 알면 만드는건 어렵지 않아. 다만 장사는 어렵지."

데니스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들으며 차근차근 에너지 드링크를 만든 데니스는 그걸 보여주며
 눈을 뚫어지도록 바라보았다.

"이거 제가 마시면 어떻게 될까요?"

"잠이 좀  오겠지."


그랬더니 데니스는 순순히 자신이 만든 음료를 들이켰다.
목이 꿀꺽이는 소리가 천천히 들리고 마침내 그가 잔을 내려놓았을 때
잠시간의 침묵이 옅게 깔렸다.

"일단 오늘 잠이 안오는지는 궁금하네요."


"그럴 거였으면 밤에 마셨어야지. 그거 효과가 그렇게 만능이 아냐.
어딜 포션 효과도 모르면서그렇게 막 함부로 마셔 마시길.
연금술사들이나 음용학자들이 괜히 돈받고 연구하게?"

"그런 직업은 또 처음 들어봤어요."

"하지마  병신들이야. 실적 올리는 데만 급급해서
공산품 찍어내듯이 연구도 안된 약품을 팔지.
걔들은 그렇게 시중에 풀리는 약물은 절대 사먹지 않아.
나도 그래서 시중에서 파는 음료수는 잘 안사마셔. 믿을   뿐이야."

"나는 커서 누나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축하한다. 내가 보기에 넌  꿈을 벌써 이뤘어."


"칭찬이 욕같기는 처음이에요."

"뭐 임마?"

나는 그에게 시간을 들여 에너지 드링크의 원리와 제조법을 가르쳤다.
아마 이 아이에게 포션을 가르칠 일은 없을 것이다.
나처럼 오랜 연구를 하게  수는 없었다.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니까
나처럼 한없이 투자해서 효율을 보기 전에 이 아이는 아마 죽을 것이다.
기껏 해야 한 두개의 연구를 완성하고 잊혀질 것이기에.
나는 애증이라고 불러도 좋을 데니스에게 약품을 알려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음료수의 정의는 마시는 것이잖아요?"


"그렇지."


"근데 아까 누나 분명히 서랍에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했죠?"


"그랬지."

"그렇다는건 피부에 닿았을 때나 혹은 자체적으로 위험할 요소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음료로서 기능하기 보다는 액체 자체에 효과가 존재해서 사용 방식을 다양화 할  있다는 의미 아니에요?
그러면 음료가 아니라 다른 이름이 필요할  같은데."


놀랐다.
이 꼬마가 벌써 그런 이해도가 있다니.
확실히 내가 연구하던 것은 포션이고 투척용이나 도포용, 주사용등 다양했다.
그러나 그걸  아이에게 가르쳐도 괜찮을지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시 물을게 데니스. 네가 진짜로 배우고 싶은게 뭐야?"

"내가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만한 모든 것이요. 더욱이 성직자로 성장한 내가 필요한것."


"기어이 성직자라고 하는구나 되바라진 녀석."


데니스는 그런 나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가르쳐주기 싫은 것들은 걸러도 돼요.
그냥 내게 가르쳐주고 싶은 이야기를 해줘요. 나는 그걸 배울거고,
에리아의 제자로서 살거에요. 물론 누구에게도 그걸 드러내진 않겠지만."


"하아..."

그런 한숨을 쉬고 있을때 체헤게가 나를 불렀다.

[손님이다 마녀. 나오시지.]


나는 데니스에게 손님이 왔다고 이야기했다.
데니스에게는 나오기 전에 밀가루 200g을 넘겨주고 이걸 반죽해 놓으라고 했다.
데니스는 순순히 손에 물을 묻혔다. 그 아이가 반죽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나서
가게로 나왔다.
그곳에는 겔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엘리아."


"네, 안녕하세요 겔씨."


"정말 카페를 했었군요."


"그렇죠 뭐."


"제일 비싼게 뭐죠?"


"글쎄요, 아마 제일 비싼 메뉴도 저쪽 카페보다는 저렴할거에요."


"그럼 추천메뉴로요."


"네, 주문 받았습니다."

나는 에스테리카를 내리기 시작했고 겔은 그런 내게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었다.


"첼을 데리고 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첼은 그닥 오고싶지 않다고 했어요.
지금은 바쁘다고 했죠. 다음에 혼자 따로 와서 인사를 하겠다네요."

"그렇군요."

"그래서 오늘은 저 혼자에요."

"에스테리카로 괜찮으시죠?"


"에스테리카? 왜죠?"


"저번에 보니까  드시더라구요."

"그건 당신이 내려준 커피였기때문이에요."


"그런건 없어요. 커피의 손맛같은건 정확히 말하면 제조법이에요.
비율, 시간, 과정. 이 세가지의 요소중 하나라도 다르면 맛은 변합니다.

"그 과정에 당신이 있어서 그랬나봐요 에리아."

"오 제발 그런 농담은 질린다구요."

내 대답에 겔은 살짝 힘이 빠져 보였다.

"주문하신 에스테리카에요."

"고소하네요. 향도 달고. 고마워요."


그는 주문한 커피를 홀짝이며 자리에 앉았다.
어째선지 나는 첼이 그를 따라오지 않은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