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콜로세움 (45/303)



〈 45화 〉콜로세움

살짝 진정이 되지 않았다. 손에 든 주사기를 바닥에  짜냈다.
내 피를 그냥 놔둘 수는 없으니까.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고, 떨리는 손은 멋대로 부들거린다.
죽지 않는다고 해도 함부로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랬다가는 잘린 부분이 다시 치유되는 모습을
공개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마녀라는걸 떠드는 것과 다를게 없었으니까.

나는 침착하게 플라스크를 던졌고, 이번에는 바닥과 함께 발이 얼어버린 사람이 나타났다.
그가 내게 비명을 지르며 욕지거리를 해댔지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얼음장에 달라붙은 발만 남기고 잘려나갔다.
피가 화려하게 튀고, 곧 바닥에 데굴데굴 그의 머리가 굴렀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가면 검사의 짓이었다.


"으아아!!"

그렇게 외치며 노예 투사들이 내게로 달려온다.
역시 내가 아직도 최약체로 보이는  같다.
하는 수 없었다. 발화부를 여러  작성해서 닥치는 대로  휙 던져댔다.
그들을 맞출 생각은 없었다. 단지 경기장에 불을 붙이는 정도면 충분하다.


"우와아아아!!!"


"저 노예년 대단하잖아!!!"

"그 게타르크를 막아세운다고!!"


관중석에서 들리는 소리에 여유가 좀 돌아온다.
번지기 시작한 불은 경기장 전체를 두르고 이글대며 타올랐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죽은 시체들의 위로 타올랐다.
불타는 노예의 시체위로 한참을 타오르던 불은 숯더미만을 남겼다.
그 냄새와 불타는 소리에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바닥에 토사물을 뿌려대는 이도 있었다.

퍼억.

퍼억.


퍼억.

멀리서 두꺼운 소리가 들린다.
무겁게 무언가를 내리치는 소리. 그곳에는 이미 피떡이 되어 뭉개진 얼굴을 묵직한 돌로 내리찍는
반쯤 정신나간 노예가 있었다. 아마 죽어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고 정신을 놓아버린거겠지.
이미 미친 노예중에는 가진 무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도 있었다.

"가엾게도."

"크하하하!! 다른 녀석들 걱정이나 할 때가 아닐텐데!!"


와장창 소리를 내며 그대로 다른 참가자의 배에 구멍을 뚫어대는 게타르크가 그대로 내게 달려왔다.
랜스를 내게 뻗어드는 그 무거운 손길을 피하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그 순간 어떻게든 플라스크를 던져 랜스를  손을 팔째로 얼려버렸고
그대로 랜스 끝을 뭉툭하게 만들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얼음덩어리를 단 랜스는 그만큼 무거워지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갑옷까지 얼어붙은 그는 애매하게 덜걱일 뿐, 내게 전력으로 랜스를 꽂지 못했다.
나는 뒤로 밀려났지만 어떻게든 피해냈다.

"얼음이라, 불태우고 얼리고 가관이군."


그렇게 말하며 시체들이 타오르는 위로 랜스를 늘어뜨려 얼음을 녹이는 게타르크는
녹은 팔을 붕붕 돌렸다.

"하고 싶은 말은 있나?"

그렇게 그가 내게 잠시 유예를 주었을 때였다.


"체헤게!!"

부웅- 하늘이 어두워진다.
정확히는 순간적으로 그림자가 진 것이었다.
내 외침을 듣고 그대로 뛰어오른 체헤게의 거체가 해를 가린 것이었다.
그리고 쿵 소릴 내며 그대로 게타르크의 강철 갑주와 맞부딫힌다.
방금 전까지 상대하던 검은 머리는 버려두고 달려온 것이다.
 하는 강철 부딫히는 소리. 주먹다짐이었다.

그러나 체헤게의 힘은 0.3톤이 내리 꽃히는 무자비한 폭력이다.
남자의 흉갑이 우그러진다. 랜스를 든 손으로 엔진을 무차별적으로 찔러보지만
이미 늦었다. 여러 강화 마법을 치덕치덕 붙인 엔진을 뚫어낼 수는 없었다.
결국 풀 마운트를 당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콰직 콰직 떨어지는 주먹에
그의 흉갑은 완전히 찌그러지고 말았다. 물론 체헤게의 가슴쪽도 찌그러지긴 했으나,
안에 사람이 든 상태에서 갑옷이 찌그러지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게타르크의 투구에서 피가 튄다. 쿨럭이는 소리와 죽어가는 신음.
체헤게가 그의 투구를 벗기면 이미 코피를 흘리며 피를 토하는 게타르크는
손에서 자랑하던 랜스를 놓친 상태다.


[더 때리면 죽는다. 어떻게 하고 싶은가.]


"비켜줘.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할거야."


체헤게가 마운트를 풀고 일어선다.
게타르크는 바르르   일어서지 못했다.
나는 손에 든 플라스크를 연속해서 바닥에 깼다.
쨍 쨍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게타르크의 몸은 얼음으로 뒤덮여 바닥에 고정된다.
이미 얼굴에서는 피범벅인 채로 얻어맞은 충격으로 울컥이며 피가섞인 토를 뱉어내고 있었고,
가만히 놔둬도 기도가 막혀 죽을 게 분명했다. 침이며 눈물이며 줄줄 흘리는 그의 얼굴은 아까의 기백같은건 없었다.

"넌 졌어."

그렇게 말하고 나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마력을 모았다. 스멀스멀 주변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지만
그건 문제 없었다. 그리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이미 사방에서는 불로 인한 연기가,
얼음으로 인해 반짝이는 반사광이 있었으므로 내가 마음편히 마력을 모아도 문제 없었다.


발을 굴러 달렸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편하게 싸울 수 있었으니까.
내가 달려나가는 것만으로도 관객석은 달아올랐다.

"가라!!  죽여버리라고 메카닉!!"

"가라!! 얼음녀!!"


그러면 반대쪽 세력에서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거기 검은 머리!! 복수하라고!!"


"그래!! 이겨버려!!"

슬슬 이 무대 위에 남은 사람도 얼마 없다.
나와 체헤게, 애니, 검은 머리, 그리고 가면쓴 검사와 쌍검을  남자.
검은머리는 기어이 게타르크를 때려눕힌 체헤게를 보고 침을 넘긴다.
이제 남은 이들은 모두 알고있다. 서로가 생각만큼 그렇게 만만한 인물들이 결코 아니라는 걸.
체헤게가 애니를 머리에 얹고도 상당히  싸우는 바람에 그렇겠지만.
나는 이들이 방심할 틈을 주고 싶지 않았다.


곧바로 쌍검을  자에게 달려가 반응하기도 전에 옆구리를 후려쳤다.
뻐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부러지는 느낌이 난다.
곧장 기우뚱 하더니 쓰러지는 쌍검 노예는 바닥에 철푸덕 쓰러진다.
이미 눈에 초점이 사라졌다. 단 한방이었다.  한방으로 정리당한 그는
곧 부러진 칼을 겨우 손에 들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손에서 멀쩡한 쪽의 칼을 받아들고 역수로 쥐었다.
그리고 마력이 가득 모인 손으로 칼을 똑 부러뜨렸다.
찌르기 좋은 단도를 만들고 나서 다시 숨을 내쉰다.


이미 서로간의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은 정체상태였고,
사회자가 화가 난 것처럼 소리친다.


"이제 제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게 없을텐데요!!
66번 에리아 선수가 생각보다 다크호스로 급부상중인 상황에 이제껏 없던 파이트 스타일로
선수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봉을 붕붕 돌려댄 검은 머리가 달려나온다.

"웬 롱이 간다! 거기 그대로 있어라!"

"이름이 웬롱이야?"

"그렇다!"


"호오..."

"내 이름을 비웃는거냐!"

화가 난 것 처럼 보이던 웬롱은 봉을  머리쪽으로 휘둘렀다.
그러나 마력을 끌어올린 상태에, 내 옆에 굳건히 선 체헤게도 있었기에
분노로 시야가 좁아진 남자 하나를 상대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체헤게가 다시 웬롱을 막아서고 봉을 잡아 뒤로 홱 당긴다.


침착함을 잃은 웬롱이 봉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서지만
얼어붙은 바닥을 밟아 미끄러진다.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흐트러진 그에게 내가 뭘 하기도 전에
그의 배에서 피를 휘날리며 레이피어가 꽂혔다 뽑힌다.


배에서 주륵 흐르는 피를 보고 거리를 벌리며 배를 부여잡는 웬롱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도약을 시도했다.
다만 그 방향이 우리가 아닌 객석이었다는게 문제지.
객석으로 도망치려던 그가 마치 투명한 벽에 가로막힌듯 멈춰선다.

"이런, 거기로 넘어가는 사람은 매년 나오는군요.
아니, 매달인가요? 안타깝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사회자의 말이 들린다.
그리고 웬롱의 옷이 화려하게 휘날렸다.
옷감이 비스듬히 잘려 날리고 드러난 그의 등에 붉은 점선이 보인다.
점선은 실선으로 이어지고, 곧이어 반으로 썰려 주르륵 콜로세움 벽을 따라 미끄러지는 그는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었다.


"이제 너랑 나만 남았네."

내가 가면검사에게 말했다.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인사를 하면 받아야지 건방지게.
나도 아직 상대의 실력을 모르므로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발에 채이는 무언가에 나도 모르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건 머리였다.
대기실에서 나를 설득하려고 했던 왜소한 남자.
충격에 질린 얼굴을 하고 죽어있었다.
아무 소득도 없이 많은 시체 곁에 쓰러져 있다. 허무하기는.
결국 그도 이렇게 죽어버린 것이다. 희망론은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못해.
그리고, 예상했겠지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이다. 죽음이라는건.


"하아..."


"..."

슬슬 약효가 끝나가고 있었으므로 빠르게 정리해야 했다.
내가 살짝 발을 비틀어 자세를 잡으면 그도 내게 달려나왔다.
그러나 내가 반응한 것보다 그는 더 빨랐다.
빠르게 내 손을 쳐 떨구고 팔에 칼을 꽂았다.
팔 관절 위로 한 뼘 정도 떨어지는 곳에 레이피어가 부드럽게 들어갔다 빠져나온다.
매끄럽게 휘젓는 칼에 팔을 들 수가 없었다. 근육을 의도적으로 찢은  같았다.
그리고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체헤게의 날아드는 주먹을 피하고
내 등을 다시 가격한다.


관객들의 반응도 따라서 좋아진다.
그리고 순식간에  다리, 발목, 무릎  관절을 벤다.
레이피어로 단순히 찌르기가 아니라 베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 같았다.
일어서려다가 다시 기울어진다.


비틀거리며 거리를 벌리려고 해도 악착같이 따라붙는 그는 내 눈으로 따라갈 수 없었다.
빠르게  몸에 상처를 늘리는 그 검술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무릎이 무너지고 피가 툭툭 바닥으로 떨어진다.
체헤게도 둔하지는 않았으나 그를 잡을 수 없었다.
오히려 격한 움직임 중에 애니가 버티지 못하고 머리에서 떨어져내렸다.
동시에 레이피어가 애니를 꿰뚫는다. 고양이라는걸 인지하지 못하고 움직이는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공격을 가한 것 같았다.

"애니!!"

그리고 동시에 바닥에 쓰러진 애니는 바르르 떨다 미동을 멈추었다.

"넌 이제 큰일 났어."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가면검사가 내 쪽으로 달려오다 우뚝 멈춰선다.
당황한  바닥을 둘러보는 그의 발 밑으로는 끈적하고 질척한 타르같은 것이 들러붙어
늘어지고 있었다.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개야. 그리고 검은 고양이는 저주를 부르지."

분명히 보였다. 바닥에서 기어올라오는 끈적한 액체가.
삼켜지듯 그 자리에 굳어 발버둥을 치는 그의 다리를 칭칭 감아오며 묶어가는
 어두운 감각에 그는 레이피어로 몇 번이나 바닥에서 올라오는 끈적한 것을 잘라냈다.
그러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건, 저주라는걸. 저주에 관련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갑자기 멈춰선 검사가 자신의 다리를 난도질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팔을 봉쇄당하고 천천히 어둠에 먹혀든 그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그는 천천히 움직임이 줄어들더니 털썩 앞으로 쓰러졌다.
혼란스럽게 몸에 붙는 어둠을 베던 자세 그대로. 그리고 타르같은 어둠이 천천히 그의 몸을 뒤덮었고,
그가 고통스러운 숨을 내쉬는 사이  가면 사이로 파고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검사는 숨을 거두었다. 내가 애니를 주워들고 말했다.

"나의 승리다!!"


관중석은 조용했다.
마치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모른다는 듯이.
그러나 잠시 후,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

"저 씨발년 뭐야!!"

"메카닉이 기어이 이겨버렸어!!"

"에리아! 에리아! 에리아!"


그들의 함성 속에 나도 베여 쓰라린 다리를 질질 끌며 섰다.

"결정이 난 것 같습니다! B조의 승자는 에리아!!!"


나는 체헤게에게 들려 그대로 안내받은대로 빠져나갔다.
이미 콜로세움 내에는 시체가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다.
내가 막 대기실에 들어가려고 할때, 소란이 일었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동이 일어나고 본능적으로 불안을 느낄 때,
애니는 바르르 떨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나와 체헤게를 바라보더니  얼굴에 볼을 비벼댔다.

"애옹."

오늘 경기는 이걸로 끝이라고 하는 진행위원의 말을 들으며 나는 배정된 숙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절차대로라면 C조의 경기가 시작되어야 했다.


"에리아, B조의 에리아는 즉시 경기장으로 오도록."

지금의 나는 노예 신분이기 때문에 거절할 수는 없었다.
내가 다시 그 길을 돌아 경기장으로 나가니 콜로세움은 정리되어 있었다.
붉은 핏자국이 바닥에 낭자해 검게 변해가고 있기야 했지만,
적어도 시체들은 정리되어 있었다. 게타르크가 누워있었을 바닥에도
억지로 때려 부순 얼음조각들이 바닥에 조금 늘어붙었을 뿐,
게타르크는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사회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

"방금 본부로부터 온 이야기입니다. 에리아는 노예신분에 주인의 허가를 받지 않고
콜로세움에 지원했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이에 출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으며,
만일의 경우 승리를 철회하고 B조의 우승자는 없는 것으로 처리합니다!!"

올 것이 왔다.
 말을 들으면서 괜히 부르르 떨리는 다리를 겨우 지탱하고 서서
다음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콜로세움의 반대쪽 문이 열리고, 맨데일이 들어왔다.
그의 옆에는 두 명의 집행위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에리아!!! 이 썩을년이!!"


그가 분노에 차 달려와 내 뺨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빠악 소리가 울렸다.
오히려 경쾌할 정도로 청명하게 들린 소리에 관객의 반응도 갈렸다.


"저 미친새끼 뭐야!! 끌어내!"


"좆같은 맨데일!! 콜로세움의 룰을 방해하지 마!!"

"그래도  썅년이 먼저 룰을 어긴거지?"

"내려가라 씨발련아!!"

나는 픽 웃었다.
집행위원 하나가  옆으로 따라붙더니 말했다.

"낙인 꺼내 개같은 년아."

나는 말 대신 팔을 걷어올렸다.
 어깨 위에 남은 독특한 무늬를 바라보며 맨데일이 웃었다.

"더 할 말이 있으실까?"

나는 마력을 모았다. 약효가 떨어진 지금 몸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는건 어쩔  없었다.
천천히 체온이 올라가고, 동시에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고,
어깨에 남겨져있던 낙인은 쨍그랑 깨지듯 사라져버렸다.

"할 말 없죠."

내 행동에 맨데일이 당황한듯 뒤로 물러났다.

"너... 너....이 씨발... 뭐하는 년이야..."

"카페 사장이에요."

그리고 술렁이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전광판에 떠 있던 내 어깨에서 낙인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관객석을 박차고 일어난 인물이 있었다.
에반제인이었다.


"경기를 진행시켜라! 첩의 즐거움을 방해하지 말고!"


그녀가 그렇게 외치자 곧이어 인파가 그녀에게 동조했다.

"진행시켜라!!"


"옳소!!"

"맨데일 저 개새끼!!"

그리고 동시에 조용히 울리는 목소리가 퍼졌다.

"그만."


모두의 시선을 모으는 중후한 목소리.
그건 황제였다. 최빈석에서 우리를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콜로세움에 등록한 시점에서 공노예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그 한마디에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 남자를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짐의 유흥을 방해한 죄는 무겁다.
그 자를 C조에 편입시키고 모든 권한을 박탈하겠다. 물론  시간부로 시민권은 소멸되며,
너는 노예로서 취급될 것이다."

그 짧은 순간, 맨데일의 동공이 흔들린다.

"무엇하는가!"

황제의 말 한마디에 털썩 무릎을 꿇은 맨데일을 좌우의 위원들이 끌고 갔다.
그는 말 한마디 없이 좌절한 표정으로 질질 끌려갔다.
사회자의 말이 이어졌다.

"네...네... 에리아... 고생했다... 대기실로 돌아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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