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화 〉두 남자 (49/303)



〈 49화 〉두 남자

2일차 경기부터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 관람이 자유라고 하기에
딱히  일도 없었던 나는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C조와 H조의 경기에서 단연 사람들은 맨데일을 주목했다.
그는 난전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활약을 보인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1대 1 데스매치는 오히려 더욱 편한 경기라고 할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1대 수십의 경기를 펼치고 살아남았기 떄문에.


H조의 우승자는 어딘가 섬찟한 느낌이 드는 남자였다.
조용하다, 아니 오히려 정적이고 고요한 느낌보다는 모든것을 삼킬 것 같았다.
정적이 잠시 이어지고 선수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자! 지금부터 C조의 우승자, 맨데일과, H조의 우승자, 익명 신청자의 경기,
시작합니다!"

익명 신청자? 이름을 알리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나?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풀풀 풍기는 위험한 냄새에 벌써 잔뜩 움츠러든 애니가
품 안에서 끙끙대고 있었다.
 상황에서도 두 도전자는 물러섬이 없었다.

맨데일은 잔뜩 긴장했다. H조의 우승자는 괴물이라는 소문을 얼핏 들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남자가 올라오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까.
남자는 검은 머리, 검은 옷과 원래는 흰 색이었을 누더기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망토만 제외하면 온통 검은 남자는 어떤 무기도 없었다.
다만 얼굴도 체형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를 신비하게 만들었다.
나 또한 왠지 그와의 대결은 조금 피하고 싶어졌다.
어려운 상대냐 아니냐를 떠나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묘한 불안감이 덮칠 것 같았다.
과연 어떻게 올라온 건지 의문이 들기도 했으나 맨데일은 섣불리 공격하지 않았다.

"네가 맨데일인가."

그렇게 말한 남자의 표정에 옅은 조소가 떠오른다.
남자는 천천히 걸어왔다. 충분히 반응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왠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압도적인 차이에 몸이 먼저 굴복해버렸다는 생각.
살면서 몇 번 느끼지 못했던 공포와 동시에 맨데일은 굴욕을 느꼈다.
그건 단연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 넓은 콜로세움의 누구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저 그들을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과연 저런 괴물이 왜 이런 곳에 있는가.'

그런 생각을 은연중에 하면서 맨데일은 발로 살짝 호를 그었다.
그리고 채찍을 휘릭 꺼내 들었다.
저벅 저벅 들리는 발소리가 들릴 수록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마침내 코 앞까지 그가 걸어올 때까지 둘은 조용했다.


위압감.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 뿐이었다.
정말 강한 사람은 주변을 감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했다.
 긴장이 풀린건 한순간이었다. 잔뜩 힘이 들어간 몸에서 한순간에 피가 빠져나간 듯한 한기.
동시에 맨데일이 스르륵 쓰러졌다.
더 자세히는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신체적 접촉도 없었고 마력의 운용도 느껴지지 않았다.


"너는...누구냐...?"


맨데일이 그렇게 물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표정의 변화도 없이 맨데일을 집어들었다.
한손으로 멱살을 잡혀 땅에서 두 발을 뗀 채로 축 늘어진 그의 모습은 이제껏 본 것과는 사뭇 달라서
마치 다른 사람같았다. 버둥거리지도 못하고 순순히 들어올려진 맨데일을 그는 벽쪽으로 던졌다.
데굴데굴 구르다 벽에 퍽 소리를 내며 부딫힌 맨데일은 머리가 깨진 것처럼 피를 흘렸다.

맨데일이 주저앉은 채로 다리를 세워 일어나려 해도 다리는 후덜거리다 그대로 고꾸라지고
 번이나 넘어진 맨데일은 당황한 듯 주변을 둘러보다 자신에게 천천히 걸어오는 상대를 보면서
자신이 손이 비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채찍은 약 2m 정도 떨어진 곳에 굴러다니고 있었고,
맨데일은 다리를 질질 끌며 바닥에서 채찍을 집어들고 상대를 찾았다.
그러나 바라본 곳에 이미 상대는 없었다.

"어..?"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맨데일의 몸은 다시 붕 떠올랐다.
허공을 가르면서 맨데일이 상황을 인지하고 휘두른 채찍은 남자의 팔에 감겼다.
휘리릭 감긴 채찍끝의 추가 남자의 가슴을 강타했다.
유효타였는지 조금은 멈칫 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뿐이었다.
순간 멈춰선 남자가 허용한 찰나의 순간, 맨데일은 채찍을 콱 잡아당겼다.
그러나 남자는 끌려가지 않았고 도리어 맨데일이 그의 앞으로 휘릭 이동했다.
맨데일은 여기서 지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죽음을 전제로 하는 경기였으니까.


맨데일은 그의  앞에서 목을 조를 아량으로 그의 목을 둘렀다.
그리고 그의 망토를 낚아챘다. 그러다가 그의 억센 손에 역으로 목을 허용했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을 몰아붙인 참가자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망토가 목을 조여들고 있었다. 그러나  체중을 이기지 못한 망토가 찢어졌고
관객은 그제서야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나이는 대략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눈빛에 이미 초점이 없는 것 같았다.

"누구냐고...물었나?"


그제서야 남자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목을 붙든 그대로 바닥에 맨데일을 내리 꽂았다.
흙먼지가 일고 쾅 소리를 내며 바닥에 꽂힌 맨데일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이런 약한 놈한테..."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남자는 그를 발로 밟고 올라섰다.
발 아래에 깔린 맨데일이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을때 그런 여유 조차도 허가하지 않으려는 
그는 밟은 다리에 힘을 준다.


"크아악...!"

맨데일의 괴로와하는 표정을 보고 일부러 흙발로 얼굴을 밟아 짓이기며
자비없이 머리를 내려찍는 그의 모습을 보고 관중은 환호 대신 침묵을 택했다.
이제껏 콜로세움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만들어내는 묘기를 보여줬었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강해서 유린하는 경기가 나오더라도
변하지 않았던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보루였다.

얼마나 처절하게 죽이는가, 그리고 살기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처절해질 수 있는가.
그런 요소들이 모여 일상적이지 않은 흥분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게 물리적인 형태로 나타나든, 혹은 경기의 불합리에 항의하든, 결국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기대속에서 맨데일은 불합리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을 사람이었고,
또한 적당히 씹기 좋은 공공의 적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는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죽음이라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자와
압도적으로 강한 자의 무자비함. 경기로서의 탈을 벗어던진 것 같은 행위.
또한 그들이 긴장한 이유는 그를 막을  있는 이가  경기장 내에 없음을
무의식적으로 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죽음을 목전에  노예들을 단순히 유흥으로 치부할  있었던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까지 다가오지 않는다는 안심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아무리 노예가 죽어나가고 시체가 즐비해도 그 사이에 내가 없다는 것을 인지했기에.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좌중을 압도하는 그 남자를 막을 수 있을  같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를 위협당하는 것은 귀족들에게 있어서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돈과 생명을 저울질하던 그들이지만 자신의 목숨은 또 이야기가 달랐으니까.


남자는 맨데일의 마른 몸을 몇 번이고 짓밟았다.
마른 폭력으로 그가 피를 토해도 멈추지 않았다.


사회자의 짧은 첨언.


"지..지금 보시는 경기...의 참가자...는 전일 마지막으로,
그러니까... H조 경기 직전에 접수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 저희도 연락을 원체 늦게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분명 전일 경기에서만 해도 저렇게 압도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과연! 무엇이  남자를...히이익!!"


남자의 눈이 사회자로 향하는 순간 사회자 역시 말을 멈췄다.
남자는 그런 사회자를 보고 말했다.


"분명 당신들은  자가 A조의 체스커와 비견할 만 하다고 생각했겠지.
봐라, 이게 정말 너희가 응원할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인지."

객석에서  처음 누군가 외쳤다.


"그러면 넌 다른거냐!!"

남자는 맨데일을 또 집어들어 바닥에 내리찍었다.
바닥으로 빠진 이가 튀었다. 피떡이 된 얼굴은 흙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나는 다르냐고? 아니, 똑같다. 응원할만한 가치는 없지.
제국의 더러운 개새끼들. 너희 모두는 살아있을 자격이 없는 버러지다.
너희에게 응원을 받느니 응원은 없는게 낫다."

"저 건방진 새끼!"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 폭력과 고통을 수반한 불안은 원망의 형태로 싹을 틔우기 마련이다.


"맨데일!! 일어나!!"


"저 좆같은 새끼를 죽여!"


"쫒아내라!"

"죽여!"

남자는 그들의 욕을 덤덤히 들으면서 맨데일의 다리를 들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종아리를 붙잡아 무릎 관절반대로 천천히 밀어올렸다.


"끄아아..."

그렇게 울리는 신음이 맨데일의 고통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윽고 뚜둑 소리를 내면서 거꾸로 꺾인 다리를 내려놓으면
풀썩 소리를 내며 부러진 무릎을 덜렁이며 맨데일이 울부짖는다.

"씨발!!  뭐하는 새끼야!!"

그러나 대답은 없다. 이번에는 팔을 붙들고 등 위를 발로 밟은 채로 어깨가 돌아갈 수 없는 위치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당기기 시작했다.
또 뚜두둑 소리를 내며 맨데일의 팔이 부러졌다.
부러진 뼈를 보고 남자가 팔을 비틀면 부러진 뼈가 살갖을 찢고 튀어나왔다.


"죽이려면 죽여!!!"


맨데일이 괴로움에 찬 목소리로 외쳤지만 마치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는 평온했다.
오히려 정적인 그 얼굴, 표정조차 변하지 않는 그 눈빛이 화를 내는 것보다 더 깊고 어두운 울분을 품은  같았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내가 모험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도 우연이었지.
아내에게 남긴 편지는 뜯어보지도 않았더군.
아마 정신이 없었을거다."

"뭐...?"


"유레크로스, 국립공원, 아라카스트, 나는 각국을 전전하며 여행했다.
매달 아내에게 편지와 함께 조금씩 돈을 부치며 말이다.
당연히 집에 있는 아내가 날 걱정하리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돌아간 집이 텅 비어있고, 우채통에 내가 보낸 편지가 가득했다.
내가 보낸 돈은 집이 아닌 제국으로 보내지고 있더군. 그것도 노예가 된 아내의 주인 앞으로.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죽였어? 아니잖아! 이 제국은 그게 법이야!
모르면 코베이는건 당연한 거잖아!"

"당연하다. 나는 그래서  나라에 정착했다.
이미 2급 모험가였으니까. 그러나 넌 노예였다는 소문만 들려올 뿐이었지.
어이가 없었다. 고작 10대 소년에게 당해 노예로 팔려갔다는 이야기가.
머리가 하얗게 새서 주름살이 잡힌 아내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스스로를 저주하기도 했으니까.
임신 6달차였다. 이미 배가 부풀어 지우지도 못한다더군. 아랫배에 새겨진 붉은 문신은
 아내의 처지를 너무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씨발 살아 있었잖아! 죽인것도 아니잖아!"


"그래, 살아는 있었지."


남자는 맨데일의 목을 콱콱 밟아댔다.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그런 상태에서도 뚜둑소리를 내는 목을 부여잡으면서
어떻게든 말을 잇는 맨데일의 집념에도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내를 샀을 때는 이미 아내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미 정신적으로도 사람이라고 부르기 어려웠지.
그런 아내가 나를 처음봤을때 눈을 빛내는 것을 보고 나는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다.
혹시 나를 아직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그런 환상속에서 살았으니까....
아니더군.
아내는 네발로 기어와서 내 바지에 묶인 벨트를 풀었다.
그렇게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지.
잠시나마 빛난다고 생각했던 눈빛이 그렇게 탁해보일 수가 없었다.
그건 찾아헤매던 남편을 발견한 아내의 눈이 아니었다.
새로운 주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성노예의 그것이었지."

"씨발... 그게 내 잘못이야? 집을 비우고 아내를 버려둔 주제에
이제와서 남편노릇이라도 해보겠다고?
웃기지 마! 집에 가서  좆같은 년이랑 빌어먹으라고!"


"못 한다."

"병신..."


"아내는 죽었다. 이미 병이 심하더군. 당연히 성병이었고,
구타당한 흔적이 만연한 몸은  그대로 비루한 몸뚱아리  자체였다.
먹지 못해 가늘어진 몸, 그리고 부푼 배를 겨우 끌어안은 그 모습 그대로
싸늘하게 마룻바닥에서 죽어있었다.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들자고 말해도 거부하더군.
노예로서 살아온 기간이 길어서겠지. 공포와 두려움이 몸에 밴 거다.
하루 종일 할 줄 아는 말이라곤 '섹스' 하나뿐인 여자를 보면서 나는 절망했다.
아이는 이미 사산된 상태였다. 나는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최악이었지.
부정하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이제 저열한 자기만족뿐이다."

"씨발... 죽여! 죽이라고! 그거 하나 알려줄까? 네 와이프 별로 기분좋지도 않았어!"

"그래, 너무 오래 끌었다. 슬슬 관중들이 우리 이야기에 흥분하기 시작한 것 같군.
나는  오락의 영역에서 죽이고 싶지 않다. 내 복수가 저들의 오락으로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맨데일의 마지막 남은 다리 한쪽을 잡고 관절 반대로 꺾었다.
뚜둑. 또 그렇게 다리가 꺾이면 맨데일의 복부를 터뜨릴 정도로 밟아댄다.


"그래, 이제야 좀 아내의 몸과 비슷한 모습이 된 것 같군.
어이, 거기 사회자."

"네..? 저 말입니까?"

"난 항복하겠다. 이제 됐어. 살 가치가 없다. 죽여다오."

"하지만 당신은 승리했는데요?"


"저 자를 봐라. 죽은 것으로 보이는가?"

"살아...있습니다."

"그래. 사회자인 자네가 인정한거다."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크게 외쳤다.

"나는 네가 바란 죽음을 선사하지 않는다!
네가  아내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또한 기대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나는 너를 살려둔다. 이것이 장장 10년에 걸친 나의 복수다!
너의 잘난 채찍을 휘두를 수 있도록 팔은 남겨주마.
이 더러운 나라에서 얼마나 네가 질기게 붙어있는지 영원히 지켜보겠다."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콜로세움 벽을 기어올랐다.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분명 알고 있다. 콜로세움의 경기장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는 자는
누구라도 죽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겁에 질린 관중들의 시선을 보며 그는 웃었다.
아무리 기어오르려 해도 오를 수 없는  아주 짧은 벽이 그들과 자신을 구별짓는다.
분명 자신이 이길 것임을 확신한다. 이 벽을 더 기어오르는 것이 결국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일임은 알고 있다.
저 위에 앉아 오락을 단순히 즐기는 이들이 무엇이  잘나 경기장 안의 자신들을 비웃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순응했고 그 벽을 죽음으로서 받아들였다.
혁명과 개혁일  있었던 남자의 의지는 그렇게 벽 하나를 남겨주고 죽음으로 꺼져갔다.

"하아..."

사회자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콜로세움은 고대부터 전해져오는 마법이 깃든 건물이다.
현대의 마법으로는 재현할  없다. 아직도 나처럼 살아있는 마녀가 아니라면,
 역시도 혼자  모든 것을 이루어내라면 불가능할 것이다.
아마 수많은 마법사와 기술자가 힘을 합쳐 만들었겠지.
그 마법이 바로, 경기장에서 도망치려하는 노예를 처형하기 위한 것이었다.
절단 마법. 정확히 흉추 12번이 그 지점을 통과할때, 콜로세움의 객석끝에서 이어지는
얇은 마력의 칼날이 이어진다.
척추를 흐르는 마력 회로가 한번 꺾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력이 주로 모이는  곳을 회로는 정확히 감지해낸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생물은 마력을 품으니까.


그리고 그 무거운 몸이, 그 고통에 무너진다.
관객 모두는  붉은 피가 배어나오는 몸을 보며 안도했다.
안도와 동시에 느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객석을 메운 그들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그들이 외침과 동시에 사회자는 승자를 발표했다.

"두 남자가 있었고 둘다 화려하게 파멸했습니다!
우리는 살아남았습니다! 자, 발표합니다! 승자는 맨데일입니다!!"

나는 그걸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놀랍군.]

"그러게. 저만한 남자라면 우승도  수 있을텐데."

[우승이 중요한게 아닐테지. 어쩌면 저 자도 훌륭한 마녀사냥꾼이 될 수 있었을텐데.]


"무슨 의미야?"


[무언가를 잊기 위해 무언가에 집착하는 인간은 대개 추한 말로를 보이기 마련이다.
다만 주변에서는 그를 최고라고 부르지. 사실 최고같은건 아무 데도 없는데 말이다.]


체헤게는 그렇게 말했다.
기계뿐인 얼굴이 왠지 조금은 쓸쓸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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