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4화 〉소원 (54/303)



〈 54화 〉소원

솔직히 말해서 뜬금 없다는 생각은 있었다.
차를 타고 가고 있는 지금도 말이다.
차는 생각보다 편안했다.
마차의 화물칸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천막 안으로 꽤 쓸만한 작은 탁자와
앉을 공간, 간단한 간식으로 과자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우선은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만, 이번 경기에서는 예상 외의 소동이 생각보다 많았던지라
황제께서도 같은 분류로 일을 처리하시려는 듯 보여 이렇게 왕성으로 향하게 된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이전까지 연구소 총 책임자를 맡았던 자는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방금 연락받은 사항입니다. 그 점에 유의하시고 협상보다는 부탁하는 입장임을 명시하시면
어렵지 않게 목표를 이룰 것 같습니다."

"부탁? 저는 솔직히 그 자리에 미련이 그다지 없어요."


"제쪽에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게 좋은  아니겠습니까."

"그럼 저도 궁금한게 있는데요,  저를 연구소 총 책임자로 만들려고 하시는거죠?"
그리고 연구소장이라는 직책이 분명 있을 텐데 연구소 총 책임자라는 말은 뭐가 다른거죠?"

"흠... 알려드리죠. 우선 연구소장과 연구소 총 책임자는 다릅니다.
연구소장은 연구소를 책임지는 직책이 맞습니다만 연구소의 산물이 공장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권한 행사를 할 수 없습니다. 공장장이 존재하니까요.
연구소 총 책임자는 정식으로는 연구소 및 공장 총 책임자입니다.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것일 뿐이죠. 더 좋으면 좋았지 나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당신을 그 직책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당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리가 오래 공석이어서 저에게 좋을  없으니까요.
콜로세움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불법이란 없습니다. 생명을 건 이들에게 제한을 두는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죠.
죽음을 미루기 위해 파멸을 선택하는 이들. 그 의지와 열정을 저는 높이 삽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구스온만 하더라도 그 약품은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성장시키는 대신,
근육 자체의 수명을 대폭 감소시킵니다. 즉, 그의 '인간으로서의' 수명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고 해야죠.
아마 그 정도 복용량이라면 길어야 10년 정도 지나면 평생 간병인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겠죠.
마찬가지입니다. 콜로세움에 도전하는 이들은 연구소에서 나온 약품과 상품을 아낌없이 구입합니다.
단순히 고객 대상층이 귀족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죠."

"그렇군요."


"킬레리, 준비한 것을 꺼내."

"네, 마스터."


킬레리는 자그마한 주사기를 꺼내들었다.
주사기 안에는 연한 녹색으로 반짝이는 액체가 찰랑이고 있었다.


"보여드리죠."


그렇게 말하고 게비디는 그걸 킬레리의 가슴 위쪽으로 주사했다.
그리고  커다란 손으로 마치 떡을 주무르듯 그녀의 가슴을 주물러댔다.
그녀는 덤덤하게 반응하며 그가 주무르기 편하게 가슴을 맞춰 댔다.
이게 무슨 일인지 당황하고 있는 체헤게의 감탄만이 슬슬 흘렀다.


"보이십니까?"

어느새 손을 뗀 게비디의 옆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빈약했던 가슴은 온데간데 없고
당당히 풍만한 가슴을 드러낸 킬레리가 있었다.

"물론 이것도 상당히 고가의 제품입니다.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하고요.
심한 경우에는 지방이 심혈관에 낀다고 했었나요.
하지만 뭐, 노예는 대체하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것도 쓰는 거죠.
약을 넣고 주물러서  풀어주는 겁니다. 약이 잘 돌도록 말이죠.
결국 대부분의 약물은 이런 계열입니다. 그래서 일부 귀족들의 경우에는...
VIP가 되시기도 한다더군요."


아무렇지 않게 킬레리를 희롱하는 게비디는 그런 상태로 말을 이었다.

"부와 명예는 그렇다고 치고, 흥미 있으시잖습니까. 이런 연구."

"확실히 관심이 없는건 아니네요."

[에리아, 이건...]

[윤리를 떠나서 나는 약품은 연구하고 봐야 해. 알잖아.]

[그래, 넌 그랬지. 애니는 조금 겁을 먹은 모양이다.]


"아, 애니. 이리 와."

내가 손을 내밀자 쭈뼛거리던 애니는 살짝 발을 뒤로 빼고 체헤게의 어깨에 앉았다.
아무래도 지금은 내가 조금 두려운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맨데일에게서 억압받고 도망친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 것 같았다.

"좀 친해졌다고 생각했더니."

"애옹."


나는 포기하고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래서 일단 제 안전은 보장이 되는 거겠죠?"


굳이 물을 필요 없는 질문을 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 아직 안했던 것 같네요."

"아침 일찍부터 오셨으니 그럴만도 하죠.
우선 여기 과자라도 좀 드십시오. 금방 골탕면을 내어 드리죠."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인스턴트로 된 국수를 꺼냈다.
그리고는 작은 선반에서 철로 된 반합을 꺼내 물을 부었다.
바짝 마른 면을 넣고 동봉된 스프를 털어넣는다.
그리고 발열팩을 뜯어 주무르더니 그 안에 집어넣었다.
반합 뚜껑을 닫고 진공포장된 별도의 팩을 내게 건네주며 말했다.


"금방 뜨거워질겁니다. 그때 이걸 넣으시면 됩니다."


그가 건넨 반합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말 없이 웃어보였다.
생각보다 금방 익은 음식은 어느새 물을  빨아들여서 통통하게 부풀어 있었고,
면에서는 부드러운 크림과 매콤한 향신료의 알싸한 향이 피어올랐다.


"야옹."

애니가 그렇게 울자 게비디는 하하 웃고 말했다.

"고양이는 못 먹습니다. 대신, 이걸 주시죠."

그는 그렇게 말하고 마른 오징어를 꺼냈다.

"제국은 바다가 없습니다. 연안까지만 나가려고 해도 차로 2일 정도는 걸리죠.
오징어는 아주 귀한 식품입니다. 적어도 고양이가 먹기에는 말입니다."


"고마워요. 드릴건 없는데... 음..."

"괜찮습니다. 연구소 총 책임자 직을 맡아주실 분에게 이정도는 당연하죠.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제 성의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는 그 오징어의 포장을 뜯어 애니에게 건내주고 가방을 뒤적였다.
그리고 가방에서 오래된 포션을 하나 꺼냈다.
미뢰 붕괴포션이라는 것이었는데, 나도 한번 쓰고는  쓰지 않는다.
그걸 그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미뢰 붕괴 포션이라는 건데, 쉽게 말하면 미각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약이에요."

"미각 말입니까? 단맛, 신맛의..."

"네. 이걸 마시면 미뢰가 망가져버리고 말죠. 다른 곳에는 지장이 없고
오로지 혀에 이상이 생겨버려요. 반 영구적이죠.
그리고 혀에 지속적인 통증을 남기게 되는데, 매운맛은 통증이라는 것 아시죠?"


"아... 그럼..."

"영원히 견디기 힘든 매운 맛을 느끼게 됩니다."


"호오, 그 약이라면 구음을 거부하는 사창가의 창녀들이 더 적극적으로 변하겠군요.
그런 긍정적인 상품은 분명 수요가 있을 겁니다.
어차피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 주는 대로 받아먹을테니 말입니다.
개인 노예에게도 쓸만 하겠군요."


"그런 용도를 상정하고 만든 약이 아니에요."

"결과는 다를 수 있죠. 제국은 그런 국가잖습니까.
지위 없는 여성은 짐승보다 못한 국가에서 당연히 일어날 수순입니다."

"그런 것 치곤 저는 상당히 보호받는 것 같네요. 게비디씨가 보기에도 저는 매력이 없나요?"


"저는 그런 품위 없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흔히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뒷 세계의 왕자라거나 그들만의 룰이라거나. 제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그런 부류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더 정확히 말하면 뒷 세계는 아니죠. 국가 공인이니까.
저는 필요하면 노예를 더 사들이면 됩니다. 굳이 허가되지 않은 일을 자행할 필요는 없죠."


[상당히 곱게 미쳤구만.]

[놔 둬. 그래도 일단은 도움이 되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반합에 진공포장된 제품을 뜯어 넣었다.
후두둑 쏟아지는 것은 갑각류 일부와 묵직한 고깃덩이였다.

"골탕면은 제국의 특산품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인육은 없으니 안심 하셔도 됩니다."


"인육이 갑자기 왜 나오는 거죠?"


"아,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시고 어서 드시죠."

내가 식사를 시작하면 체헤게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가끔은 그래, 로봇이  걸 후회하곤 한다.]


[어차피 죽은 시점에서  먹어.]


[왜 내가 죽은 이후에도 음식은 발전하는가.]


나는 그의 푸념을 가볍게 일축했다.

[어차피 못 먹는거 집착하지 마.]


내가 식사를 마칠 때 쯤 차는 멈췄다.


"다 도착한건가!"


게비디가 그렇게 운전수에게 물으면 운전수가 크게 그렇습니다 하는 대답을 돌려준다.

"하하, 내리시죠."

그때 덜컹거린  때문에 반합이 엎어졌다.
아직 반합에 남아있던 소스 조금이 면발과 함께 쏟아졌다.
면발은 두어가닥 정도 되었는데, 그게 하필 게비디의 바지에 묻었다.


"흐음...킬레리."


"ㅈ...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킬레리가 곧장 고개를 숙여 옷으로 바지를 닦아냈다.

"손님 앞에서 내가 이런 모습을 보여야겠나?"

"면목 없습니다 마스터."

"고개 들라고. 잡아먹지 않을 거니까."


킬레리가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퍼억.
아주 묵직한 소리. 그건 게비디가 주먹으로 킬레리의 얼굴을 후려치는 소리였다.
 쪽으로 주먹을 휘둘렀다면 분명 날아와서 내게 부딫혔을 킬레리는 차의 벽면에  소리를 내며 쳐박혔다.


"고개 들어야지."

"ㄴ...네..!"


부서진 나무판자가 면포에 어지럽게 튀었고 아직 이마에 박힌 조각도 있었다.
피를 주르륵 흘리고 있는 얼굴은 주먹 한 번에 뼈가 부서진 것처럼 어긋나 있다.

"하아... 이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화가...나는데, 일단은 이정도에서 용서해 주시지요."


"아, 저는 별 생각 없었는데요. 괜찮아요."

겁먹은건 애니 뿐이었다.
그제서야 그는 허허 웃으며  소매와 칼라, 매무새를 정리한 후에 말했다.


"킬레리, 에리아 양이 괜찮으시다는군. 감사드려야지?"


"ㄱ...감사...합...ㄴ...니다..."

"그래, 감사를 표하는 착한 비서라서 다행이야. 마음에 들었어 킬레리.
아, 걱정 마십시오 에리아 양. 혹시나 망가지면 대체할 비서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제서야 나는 그가 아무리 친절하게 웃고 있다고 해도 콜로세움의 지배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리시죠."

그리고 그는 친절하게 문을 열어 주었다.
아직 내가 내리기에 조금 높은 차량의 화물칸이었는데, 그는 어느새 다시  킬레리에게 말했다.

"에리아 양이 내리시기 조금 높은 것 같은데 킬레리."


그녀는 두말 없이 차에서 먼저 내려 바닥에 엎드렸다.
마치 자신을 발판으로 쓰라는 듯이.
그리고 게비디는 나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이제 좀 내리시기 편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아, 제가 겁을 드렸나요? 이거 실례를."

"아뇨, 좀 놀란거지 겁같은건 없었어요."

"그러시다니 다행입니다."

나와 체헤게, 애니까지 모두 내리고 나서 그는 자연스럽게 킬레리를 밟고 내려왔다.


"킬레리. 이제 다음 킬레리를 불러와."

"죄송합니다 마스터...!"


"아냐, 걱정말고 가서 다음 킬레리를 불러오래도.
혹시 손님 앞에서 나를 욕보일 생각이라면 한번  되물어도 좋고."

"죄송합니다 마스터!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마스터!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마스터!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마스터!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마스터!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마스터!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그는 두말 하지 않았다. 그대로 그녀를 들어  화물칸으로 던져넣었다.
책상에 쾅 소리가 나며 그녀는 찌그러져 쳐박혔고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그녀의 피가 면포를 붉게 물들였고 피가 터지듯 사방에 튀었다.
말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지듯 그녀는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이래선 흘린 골탕면이 아무 의미가 없겠군. 어이, 가서 새 킬레리를 데려오라고."


그렇게 운전사에게 한마디 하고 나서 화물칸의 문을 닫았다.
운전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출발했다.

"다음 킬레리는 대체..."

"킬레리는 제가 비서를 부르는 호칭입니다. 노예에게 이름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하...
이름은 아니고요. 대개는 2주에 한 번씩 바뀝니다만... 이번에는 4일이군요."


그가 그렇게 말하고 나를 인도했다.
왕국이라고 했지만 내가 알던 성과는 사뭇 다른 건물이다.
다만 아주 거대한 건물이 있기야 했다.
그를 따라 들어가 황제를 접견할 수 있는 접견실로 향했고
문을 정중하게 두드리면 안쪽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

"네, 황제께서 들어오셔도 된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는 아마 황제의 비서와 같은 존재로 보였다.
 안에는 황제가 있었는데, 그 잔혹성과는 대비되는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다.
황제는 젊고 매력적이었다. 그게 첫 인상이었다.
그가 앉은 자리는 말 그대로 옥좌였다. 각종 사치스러운 보석이 휘황찬란하게 박힌 의자에서
그는 고개를 까딱이며 우리를 마주했다. 기품과 고풍스러움은 없었지만
그마저도 휘어잡을 강한 기백과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의 앞에 차례로 늘어선 수십의 병사가 그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 에리아였지. 기억한다. 무슨 소원을 빌었기에 짐의 앞까지  것이더냐.
말해보아라. 내 너의 청을 들어보겠노라."


"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저로 인해 연구소의 총 책임자가 사임했다고 들었습니다."

"흠, 그렇지. 아주 중대한 사항이었노라. 책임지지 못할 말을 했으니 달게 받을 벌이었지.
끝까지 추하게 부인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친히 목을 베라고 일러두었느니라.
사임을 하겠다고 해서, 앞으로 생계는 걱정 없도록 보장해 주었지. 자비롭지 않으냐?
분명 유언이...그럴리가 없사온데...! 였던가?
짐의 말이 틀렸다고 하는 것이 썩 가당찮아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

"그 공석을 제가 이어받고 싶습니다."

황제는 나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위 아래로 흩었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공석을 이어받고 싶다라... 분명 너의 의지는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말해보아라, 저 자가 뭐라고 하며 널 꼬드겼느냐?
자신이 쥐고 흔들던 인형 대신 새 말이 필요하다고 하더냐?
 자리에 앉혀 놓으면 이전처럼 뒤에서 겁박하여 약이라도 만들라 하겠다고 하더냐?"


"아닙니다. 저는 제 의지로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제 의지... 제 의지라...  말을 하는 이는 많았거늘,
짐이 그대를 믿고 진정으로 연구소의 총 책임자를 맡겨도 되겠느냐?
차라리 지금 실토하는것이 안전할 것이다. 게비디가 너를 덮치지 못하는 지금 말이다.
언제 그가 너를 치리라고 생각하느냐? 네가 권력을 잡은 순간이 아니겠느냐.
차라리 지금 내 앞에서 보호받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괜찮습니다. 저는 연구소에 흥미가 있습니다."

"허어... 그렇단 말이지... 연구소를 맡겠다는 것은 곧 수술과 약물제조 및 해부를 총괄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매년 유의미한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그와 동시에 지위는 약속할 것이다. 그대가 또 다시 긴 도피생활을 하는 것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 소원으로 그대를 그냥 군말 없이  자리에 앉히는 이유는,
그대가 간단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대를 오랜 역사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낙인을 스스로 깨뜨린 것. 아마 연금술사겠지. 영기술사이기도 할테고.
경기는  보았다. 확실히 소문대로의 값은 하는 것 같더구나.
그래, 분명 게비디의 앞으로 서류를 보냈을텐데 확인은 했는가?"

"네, 다만 제국에 무조건적 충성을 요구한다는 항목은 거절하고 싶습니다."

"음...? 게비디, 이게 무슨 의미인지 해명하겠는가?"


"저...저도 지금 처음 들었습니다."

"자네의 짓이 아니라고? 그럼 에리아, 진정으로 연구소에 흥미를 느껴서 접근했으면서
제국에게 복종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더냐? 그래, 이유는 무엇이냐?"


"모험가를 병행하고 싶습니다. 제국에 발이 묶이는 것은 곤란합니다.
또한 저는 자유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지라 제국의 명령에 기반한 연구는 흥미가 없습니다."

"미치겠군. 어디서 저런 여자가 나왔단 말이더냐... 심히 두렵도다...
좋다, 윤허하겠다. 그대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내 앞에서 그 입으로 말해다오.
짐이 살아있는 한 그대는 죽기 전까지 연구소 및 공장의 총 책임자를 그만둘  없다.
이를 수락한다면 웃으며 허가하지."

"아무래도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 것 같군요."

그 말에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 것은 게비디였다.
이미 체헤게는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올리브같은 인물의 이야기가 짐의 귀에 들어오지 않을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의 조사였군요."


"아무리 올리브였다고 해도 성제를 이긴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니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올리브였다고 해도 성제...? 란 것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무엄하다! 그 입을 당장...!"


 말을 틀어막으며 화를 내는 병사를 손짓으로 잠재우고 왕이 말을 이었다.


"괜찮다. 어차피 너희 정도로 이길  있는 여자가 아니니라.
어쩌면 제국 내에서 제일 위협적인 인물인지도 모른다. 자극하지 말라.
음...그래, 성제라...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나중에 거기 있는 게비디에게 묻도록.
그럼 이만 끝내도록 하지.
나는 미리타엔 제국의 황제로서 에리아를 무령의 직위에 봉하고 연구소 및 공장의 총 책임자로 임명하겠노라.
그만 물러가도록!"

"감사했습니다 전하."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접견실을 나왔다.
나오자 마자 게비디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은 대체...누구십니까..."


"콜로세움에서  번 이야기 하지 않았었나요? 카페 사장이에요."


"무령... 무령이라 함은... 황제 직속의 귀족에게 내려지는 직함입니다.
이제껏 황제께서 즉위하시고 누구에게도 내리지 않아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던...
당연하지만 저 따위는 올려다 보지도 못할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 저도 명령을  수 있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에리아 무령님. 명을 내리시지요."

"친구하자. 말 놔."


그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흘렀다.


"ㅇ...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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