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마녀와 연구소
그녀가 겨우 진정하고 나서야 우리는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래, 고생했어.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이야기 해보자."
"훌쩍... 그... 무령님께서는 이제 저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어떻게 하기는 뭘?"
"저희 가문이 금전적으로 곤란하다는 것도 아시고, 제 비밀도 아셨으니,
이제 저는 대공으로 남아있기 어려워지겠죠..."
"친구 하자는 이야기 못 들었어?"
"네?"
"그냥 나는 아주 예전부터 친구라는걸 갖고 싶었거든.
아주 그리운 단어잖아. 왠지 너도 그럴 것 같아서."
"아..."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순수한 호의는 정말... 오랜만이네요..."
"너희 집에 각인사 있다고 했던 건 어떻게 됐어?"
"각인사... 저에요."
"마력을 다룰 줄 알아?"
"네? 각인은 할 줄 알아요."
마력의 이해가 없는 상태지만 그럼에도 재능이 좋아서 다루는데 성공은 했다는 이야기였다.
왠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 몸값으로 지불하려던 3캐럴은 어디서 난 건데?"
"그건, 아버지의 유품을 팔려고 했어요. 값이 나가는 것들이니까."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됐어. 내가 괜한걸 물어봤네. 홍차 좋아한다며? 가져와줄래? 같이 마시자."
그러면 그녀는 머쓱한듯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총총 뛰어가더니 포트와 물, 그리고 찻잎이 든 작은 병을 가져왔다.
병에 든 찻잎은 분명히 고급품이지만 얼마 남지 않았고 그마저도 상당히 오랜 기간 방치된 것 같았다.
내가 차를 능숙하게 우려서 건네면 그녀는 내게 조심스레 말했다.
"사실, 홍차보다 주스가 더 좋아요."
"그럴 것 같았어."
"나이가 스물여섯인데 한심하죠?"
"그런게 뭐가 중요해."
가방을 뒤적이며 보온병을 다시 꺼냈다.
"나는 에스테리카는 늘 가지고 다니는 편이야. 이거 싫어하는 사람은 잘 못 봤거든."
그렇게 말하고 빈잔에 에스테리카를 따랐다.
"이전에 각인사는 이 국가에서 더 뛰어난 자가 없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런 적이 있었나?]
[넌 콜로세움에서 애니를 데리고 숙소로 들어갔었으니까.]
"아, 그거요. 솔직히 말하면 네, 맞아요. 제가 낙인을 넣으면 더 깨끗하고 선명해요.
복종의 강도도 더 높았고요. 그래서 어머니께 안정적으로 피를 조달할 수 있었어요."
"왕에게 내쳐진 자를 구했다며?"
"제가 아주 어릴 때, 아버님께서 저의 재능을 알아보시고 황제께 저를 소개하셨는데,
황제께서 아주 기뻐하셨어요. 그리고 한동안 황실의 각인사를 육성하는 일을 했는데,
그러다가 아버지가 위독해지시고 나서 황제께 아버지의 간호를 하겠다고 했을 때,
그대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실력은 있네. 그럼 콜로세움에서 준 연막은?"
그런건 구할 방법만 있으면 가격은 얼마 안해요.
대공이니까 연구소나 공장에 갈 수는 있거든요.
기껏 고용했던 사람이 막힌건 의외였지만."
"고용인은?"
"그대로 가버렸습니다. 용병이니까요. 나름 비싸게 줬는데..."
나는 커피를 마시고 나서 그녀에게 물었다.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신세 좀 져도 되겠지?"
"네. 편히 쉬다 가세요."
그때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똑똑.
에반제인-플로라는 눈물을 닦고 문을 열었다.
"누구더냐."
"아, 실례합니다 에반제인 아가씨. 여기 혹시 무령님께서... 아. 계시는군요."
게비디였다.
"유난히 집사가 없군요. 킬레리도 그렇고."
"그런 천것들을 집으로 들이고 싶지 않았느니라."
"아, 이해하고 말고요. 킬레리는 집으로 들이기 어려우니까요."
게비디는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들어가도 괜찮겠지요? 무령님께서 부르셨다고 들었는데."
"그래, 알겠느니라."
게비디는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나와 체헤게, 애니가 한 소파를 차지했고 맞은 편에 게비디가 앉았으며
상석에는 플로라가 앉았다.
"역시 차기 연구소 총 책임자십니다. 주셨던 약은 저희가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조사 결과 혈관의 강도가 확실히 중요하기는 하더군요.
악력을 기준으로 25가 넘지 않는 이들에게는
복용하지 못하도록 경고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성능은 참으로 좋았습니다만, 한심한 자들 같으니.
그 얄팍한 기준을 넘기지 못한단 말이냐..."
"그럼 그들은 어떻게 됐어?"
"대부분은 피가 터져 팔이나 다리에 멍이 들었고, 현재 휴식중에 있습니다.
혈관이 터진 이후로 출혈이 상당해서 오래 걸리리라 예상합니다."
"부작용까지 알아본건 아니라서 그렇게 됐네. 여튼 고마워."
게비디는 어째선지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분명 두 병 밖에 안 주지 않았던가?"
"한 병은 제가 마셨고, 다른 한 병은 10잔으로 나누어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구하기 힘든 약재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대강 다 구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제조가 안되는 모양입니다. 나중에 한번 검토해주시죠."
"내 연구는 특별해서 단순히 연금술사만 가지고는 안돼.
연금술, 영기술, 낙인작업이 모두 가능해야 만들 수 있지."
"무슨 그런..."
"그리고 지금 그 원석을 하나 찾은 것 같으니까 기대하라고."
"원석 말입니까?"
나는 플로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해? 자기소개 안하고."
그 말에 플로라는 나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아니라는 듯 부정한다.
"넌 가능성이 보여."
"저는 영기술 같은건 할 줄 모르옵니다!"
"곧 그렇게 될거야. 내가 가르쳐줄게.
넌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단지 그걸 아직 깨닫지 못할 뿐이지."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침묵했다.
나는 그러는 와중에 게비디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 약은 어디로 제출하면 되나?"
"일단...은 공장에 지시하셔서 제품을 다량으로 생산해낼 수 있어야 할 겁니다.
그래야 상품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아까 조항에 보니까 내가 만든 모든 상품을 다 공장과 연구소에 공유할 필요는 없던데.
그 점은 제대로 보장해 주겠지? 나한테 뭐 특별한거 기대하고 과대적용하거나 하는 일은 없길 바래."
"아, 그거라면 저는 권한이 없습니다. 아마 무령님을 그런 일로 추궁할 인물도 없을 겁니다.
함부로 덤볐다가 역으로 당하기는 싫을테니 말이죠."
게비디는 내 옆에서 찻잎을 조금 떼어 잔에 넣고 차를 내렸다.
그리고는 그 커다란 손에는 한참 모자란 것 같은 컵을 들고 조심스레 홀짝인다.
"차 맛이 상당히 좋군요. 부드러운데 숙성을 꽤 오래 시키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잘 마시고 일어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상당히 좋습니다.
자, 이제 가시죠 에리아님. 아직 공장과 연구소에 대한 소개가 없었습니다."
"그러네. 금방 돌아올게. 남은 이야기는 그 다음에 듣자, 생각 한번 해봐 플로라."
내가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면 플로라는 내가 내려놓은 보온병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빈 잔에 그걸 따랐다.
"네, 다녀오시지요 무령님."
[체헤게는 여기서 쉬어. 플로라도 지켜줄 겸.]
[그래, 걱정말고 다녀와라.]
[애니도 맡아줘. 애니는 그런걸 보고 싶어하지 않을테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체헤게를 보고 나는 게비디를 따라 나섰다.
"체헤게는 데리고 나가지 않습니까?"
"데려가서 뭐해. 공장이든 연구소든 세밀한 일을 하는 공간인데
저런 깡통이 가봐야 방해밖에 더 하겠어?"
"그렇군요. 그나저나 개인적인 조사 중에 알게 된 점입니다만,
체헤게의 몸을 만든 자는 마르커스가 맞습니까?"
"어. 마르커스씨야. 왜 유명한 사람이야?"
"예, 30년 전에는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대장간에서 그보다 더 앤틱엔진을 잘 다루는 이는 거의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까요.
그만큼 성격도 까다롭고 불같다고 하더군요."
"그 마르커스씨가?"
"제 조사에 따르면 그랬습니다. 제자도 받지 않고 작품에만 매진하던 남자였기에
그가 대장간을 떠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왜 콜린에 있는건데?"
"알 수 없습니다. 당시 대장간의 동료들 역시 대부분 죽은 이후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장간은 날마다 불과 철을 가까이 해야 하는 공간이다보니 돌을 깨고 다듬고,
단명하는 것이 그다지 놀랍지 않은 장소잖습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세한건 알 수 없었지만 마르커스의 제자는 헬렌 한사람 뿐이었다는 것 같습니다."
"그거라면 나도 알고있어."
"그래도 제자는 잘 뒀더군요.
장례를 마치고 날마다 꽃을 바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어디 저런 제자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와 이야기하며 천천히 걸었다. 살짝 어둑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연구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살짝 어두운 시간이었고
달무리가 져서 달빛이 바늘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그 바늘은 밝기보다는 서늘해서 닿는 곳마나 싸늘하게 찔러오고 있었다.
"들어가시죠. 오늘은 직원들에게 부탁해서 초과근무를 시켰습니다."
"노예들로 이뤄진건가?"
"기술직에 노예를 쓰지는 않습니다. 보수도 상당하고요.
실수하도 하면 그때는 또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닙니다."
그가 그렇게 말하고 들어가면 공장장으로 보이는 이가 헐레벌떡 달려와 나를 반겼다.
"아이고, 어서오십시오. 이제 총책임자가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공장에 대해 설명해드릴 블루입니다."
"에리아에요."
"네, 에리아님. 반갑습니다. 공장은 주로 4공정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경우에는 도합 7공정이니 외우실게 많으실 겁니다.
어려우니 간략히 설명드릴 겁니다."
"아뇨, 기억력은 자신 있어요. 자세히 이야기해주세요."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우선 현재 보시는 여기가 1 공정이 되겠습니다.
주로 연구소에서 수주받은 물건이나 도구를 대량으로 찍어낼 떄 사용하는 곳으로,
여기서 나오는 것들은 양산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통 새로 뽑은 인원을 교육할 때 쓰는 팜플렛이긴 하지만 일단 받아주시지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작은 책자를 주었다.
공장의 작동 방식과 생산품 목록에 따른 공정처리 방식을 적어둔 것이었다.
"매달 업데이트 되는 소책자라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업데이트라고 해도 새 품목 페이지가 추가되는 것이 전부입니다.
다음은 제 2공정입니다. 여기서는 흔히 섹스토이나, 성적인 즐거움을 위해 필요한 제품군,
그리고 약품들을 위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장장은 나를 슥 보고 말했다.
"혹시 필요하시면 가슴에 넣을만한 약품도 있으니...히익!!"
게비디가 내 뒤에서 뭔가 신호를 준 모양이다.
한껏 들떠 말하다가 겁을 집어먹은 그는 입을 다물고 땀을 삐질 흘리더니
목에 걸고 있던 수건으로 땀을 닦고 헛기침을 한 후에 말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그리고 다음 공정으로 향했다.
그냥 보더라도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의 복장 자체가 달랐으므로 뭔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는 주로 무기와 화약을 다룹니다. 여기서부터는 공산품이 잘 없지요.
당연합니다. 화약이 들어가고 영기술을 다루기 시작하면 가격부터가 차이가 나기 시작하기도 하고요.
기술직을 그렇게 마구 고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상황이 조금 어렵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소 간소화된 공정을 유지하는 것만 해도 벅차지만 수입원은 상당한 편입니다."
그 말에 게비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여기부터는 내가 설명해도 되겠군. 적당히 직원들 퇴근시키게.
자네도 퇴근하고. 잔업수당은 따로 신청하는거 잊지 말게나."
"감사합니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 내가 물었다.
"콜로세움 담당이 왜 공장에 영향이 가?"
"아, 무령님께서 담당하시기 전까지 제가 맡고 있었습니다.
일단 부재 기간동안 임시 담당자는 있어야 했기 때문에."
"연구소장은 없다고 했던가?"
"연구소장도 저는 나중에 알았지만 책임자와 함께 실직했다고 하는군요.
공장의 4 공정은 연구소 직할로 배정되어 있습니다.
신약 및 실험실의 필요없는 부품이나 완성품을 분해하거나 완성하는 기관으로,
여기서 근무하는 이들은 필수적으로 여성이거나 호르몬 억제제를 주기적으로 맞습니다."
"호르몬 억제제?"
"그게 아니라면 종종 거세를 강제로 추진했던 공장장들도 있기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성적인 제품을 만들던 2공정보다 조금 더 선정적이니까요."
"선정적이다?"
"노예시장에 출품하지 못하는 노예들을 도구로 바꾸거나,
혹은... 이용가치가 있는 물건으로 만드는 과정이 되겠습니다.
귀족들에게 인기있는 인형화 작업도 여기서 합니다."
"인형화?"
"아, 모르십니까? 가끔 그런 취향이신 분들이 있습니다.
사지를 잘라내고 이를 뽑아내서 즐기는걸 좋아하시는 분들.
그래서 상처를 지질 목적으로 인두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기계를 가동하면 약 200도까지 온도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보시면 매번 기계를 청소하는데도 검붉게 변색되어있죠."
"생체공장이다 이거네."
"그렇습니다. 연구소 1공정 역시 이를 주관하는 곳입니다.
보러 가시죠."
그가 문을 열면 연구소에서 연구원이라기보다는 고문관에 가까운 이들이
아직도 일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옷같은건 입지 않은 채였다.
바닥은 이미 혈액이나 체액으로 흥건했고 그들은 질척한 바닥을 피해 장화를 신었는데,
지속적으로 바닥에서 물이 흘러 바닥을 쓸고 하수도로 떨어진다.
정신을 잃은 것 같은 여성이나 미쳐버린 남성, 강제로 고문받으며 세뇌당하는 인간들이
그곳에서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는데, 연구실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다.
"저는 이 공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출근하고 누구보다 열과 성을 다해서 연구합니다.
이제 저걸 연구라고 불러도 될지 잘 모르겠군요. 온갖 엽기적인 고문을 자행하는 사이코들이니까요.
저들의 열정이 지금의 제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제껏 만나보신 귀족들은 아마 저런 걸 이용하지 않았을 겁니다.
온건한 측에 속하는 이들이었으니까요.
정말 젤렌지나 크레마르, 하리지 같은 이들을 보신다면...
그냥 엮이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상황에 솔직하게 역겨움을 느꼈다.
무언가에 애정을 갖지 않는 수준이나 무심해진 수준이었던 감각을
단번에 역겨움의 구석으로 밀어놓은 것 같았고
끊임없이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신체를 뚫어 강철을 꽂아넣고 피어스로 말아넣는 것은 약과요,
동물과 인간을 합치려는 시도도 있었고 억지로 인간에게 다른 생물을 임신시키거나
인간의 정액을 다른 짐승의 성기 안에 강제로 섞어넣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온 크리쳐들을 따로 제작한 인큐베이터 내부로 옮겼다.
"빨리 빨리 해!"
"크르르르... 시발.... 크르르..."
이들은 성욕에 미쳐 순수한 성욕과 광기로 일을 진행중이었다.
"보셨습니까. 이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인간이길 포기한 이들입니다.
원래 연구원이었던 이들도 여기로 배정받으면 얼마 못가 저렇게 됩니다.
다행이라면 실력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종종 인간 샘플이 부족할때는... 네, 본인들이 아낌없이 피험자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우욱...!"
나는 바닥에 역겨움으로 인한 구토를 쏟아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물길에 쓸려 깊은 하수구 어딘가로 떨어졌다.
"빨리 다음으로 이동하시죠."
"다음 구역도 이런 거야?"
"아닙니다. 다음 구역에서는... 적어도 인간은 빠집니다."
"하아...그 다음은?"
"일단 구두로 설명드리면 3공정은 6연구소에서 받은 지령을 토대로
가능성을 연구하고 조사식을 세웁니다. 이에 필요한 이론이나 영기술을 연구하죠.
그리고, 그 식을 1구역과 2구역 공정에 전달합니다.
4공정은 약품을 위주로 다루는 이들이 되겠습니다.
6공정에서 약품의 연구식을 전해주면 4공정과 5공정에서 다루는 식입니다.
4공정은 강화형, 그러니까 주로 바르거나 음용할 수 있는 제품을 연구하고,
5공정은 전투용, 투척용이 되는 상품이나, 암살용 음용독 등을 연구합니다.
6공정은 이 전제가 되는 식을 작성하고 쉽게 말해 레시피를 제작하고,
100%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레시피를 정비합니다.
연구소장은 여기서 일하죠."
"7공정은?"
"에리아님께서 개인 연구실로 활용하실 수 있는 방입니다.
3공정이나 6공정으로 레시피나 요구사항을 보내실 수 있죠.
기본적으로는 요구사항을 전달하면 3,6공정에서 연구하기 시작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에리아님이신 만큼, 3,6 공정은 구조조정이 있겠군요."
"아냐, 놔둬.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혼자 다 하려면 이 큰 연구소에 왜 와?
연구소장이 없는건 좀 착잡하네."
"저에게 명해주시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내게 마스터키를 넘겨주었다.
마스터키는 모든 공정의 입구를 열 수 있으며 7공정의 문은 마스터키 말고는
열 방법이 없으니 소중히 간직하라고 말했다.
"그럼 7공정에 내가 없으면 어떻게 들어가?"
"우체통이 따로 있고, 7공정으로 통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있습니다.
자동 기계가 다 분류해서 7공정 내 창고에 쌓아둘 겁니다.
무게와 크기, 강도 정도를 분석하는 영리한 녀석입니다.
아니면, 비서를 두셔도 되고요. 연구소장은 직접 임명하셔도 되고,
아니라면 제가 알아서 구해보겠습니다만, 이미 구하신 것 아닙니까?"
"말이 빨라 좋네. 그럼 첫 임무다. 이제껏 연구소에서 연구한 모든 약품 일지를
하나도 빠짐 없이 다 나한테 가져와. 오늘은 일단 에반제인 가에서 지낼 예정이니까.
내일 가져와도 좋고. 말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벌써부터 학구열이 대단하시군요. 알겠습니다."
그가 벌써 내게 기대를 품은 듯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