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피의 마녀 (68/303)



〈 68화 〉피의 마녀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죠."

젤렌지가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었다.
한발 내딛을 때마다 여자가 억지로 신음을 참는 소리가 들린다.
젤렌지는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마부에게 말했다.

"어, 마차 관리좀 하고, 세차도 좀 해. 기름도 넣어주고."

"네, 분부대로 합죠."


그리고 마부는 걸레와 같은 것에 오일을 발라 마치 주변을 뒤덮은 이들을 닦아낸다.
오일이 칠해져 반들반들해진 피부는 상당히 외설적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마당 구석에 있는 통에 호스를 연결해 그들의 입에 가져다댄다.
그러면 박제된 노예들은 거부감 없이 마치 돼지라도 되는 것처럼 게걸스레 허덕였다.
그들에게 음식은 그런 것 외에는 지급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마 더 절실한 거겠지.

"그게 그렇게 흥미로우십니까?"

"낯선 광경이니까."

"아무래도 무령님께서는 저와 같은 취미를 지니고 계신 것 같군요.
식사로는 역시 골탕면을..."


"스테이크."


"하아... 그렇게 하죠. 스테이크."


아마 젤렌지가 말하는 오리지널 골탕면은 정말 인골로 우려낸 걸 말하는 거겠지.
그런걸 입에 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스테이크는 쇠고기를 말하는거야."


"아, 그렇습니까?"

그는 내가 못박자 당황한 얼굴을 살짝 내보인다.
진절머리가 난다.
어쩌다 보니 따라들어가는 공간은 벽면마저 어두워 마치 인간이 사는 저택이라기보다는
마치 폐저택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은 감각이 오싹하게 허리를 감는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가 말하는 곳으로 따라가다보니 저쪽에서 으슥하게 홀로 선 아이 하나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제롬. 들어가거라."


그 말에 아이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제 아들입니다. 보시다시피 조금 과묵하고 음침하죠."

"아들이 음침해?"


"저는 아들을 보면 화가 납니다. 왜 인간은 아직까지 종족을 번식함으로 대를 늘려야 하는가.
죽음을 정복하지 못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자신이 낳은 자식에게 애정을 쏟는다는 것은 다시말하면
미래의 자신이 누리지 못한 자기애를 투자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목표를 이어가는 불완전한 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친거야?"


"클론은 제 목표와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거겠죠.
저는 결단코 저 아이를 불행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걸 위해 세운 저택이고, 그래서 후작까지 악착같이 기어올라왔죠.
불사의 수명을 얻는다면 즉시 처분해버릴 겁니다."

"불사의 비법같은건 없어. 죽기 싫다고 발버둥쳐도. 그냥 나는...
행복할 권리를 빼앗긴 것 뿐이야. 내가 사랑하던 것들은 모두 사라지거든.
결국 불사라는건 나를 제외한 모든것을 잃어가는 거야."


"잃는다? 그게 무슨 소용이죠? 얻는 것이 더 많을 겁니다.
당신에게는 시간이 있고, 정보와 기술이 있는데.
당신에게 없는건 리스크뿐 아닙니까?"


"난 무령이야. 한번만  그따위로 말한다면 그 자리를 실추시키겠어.
재밌겠네? 너한테 칼을 갈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걸로 알고있는데."


"하아... 그럴 수 있었다면 진작에 했겠죠.
난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제국에 관여하기를 원하지 않잖아요.
조용히 뜨고 싶은 당신이 굳이  시스템에 발을 들이게 되면
빠져나가지 못하고 묶여버린다는거. 잘 알지 않습니까?"

"내가 못할거라고 생각해?"

"못한다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서로 윈윈하자는 거죠.
제가 여기서 노예로 전락한다고 끝날  같습니까?
저는 이미 각국에 별장이 있고 땅을 사 놨죠.
제일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제국이 맞지만, 그렇다고 제국에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죠.
제국을 떠나면 저는 제국의 카스트를 떠나 조금 얌전해지는 걸로 살아갈 수 있죠.
사실, 이제껏의 생활과 그리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날 이겨보시겠다 이거야?"

"다릅니다. 다만 사실관계는 확실히 하는게 좋았던 거죠.
제 아내는 아주 뛰어난 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눈에 반했고 사랑해서 아들도 낳았죠."

"그 이야기는 갑자기 왜 나와?"


"교통사고로 차에 치였습니다. 처참하죠.  하고 부딫쳐 그대로 굴렀죠.
무릎이 탈골되었습니다. 걷지 못하게 되어 휠체어를 타고 살았습니다.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명에 집착한다고 말하고 싶은거야?
번짓수가 한참 틀리지 않았나? 그런다고 정당화 될 문제가 아니잖아?"


"아아~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범인이... 저라는 거죠."

그가 이죽이며 웃었다.

"뭐?"


"이 순간이 정말 너무나 기쁩니다.
처음은 작은 벌레로 시작했습니다. 파리 하나였죠. 무언가를 처음으로 죽일 때.
인간은 내가 그보다 고등한 존재임을 자각합니다. 그건 점점 커지게 되죠.
파리에서 잠자리로, 잠자리에서 다시 개구리로. 천천히 먹이사슬을 따라 피라미드를 기어오르는 겁니다.
최상위 포식자란 그런겁니다.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죽이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다. 우리는 삶과 죽음조차 엔터테인먼트로 승화할  있다.
라는 걸 말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생명에 집착했습니다. 다른 이들의 엔터테인먼트가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노예를 부리기 시작했죠.  끝은 결국 아내였고요."

"아내는 지금 어디있지?"

"이제 곧 올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젤렌지의 말에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복도쪽을 바라보니 휠체어에 결합된 것 같은 여성 하나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은 죽음을 앞두면 못할 일이 없어집니다. 가끔은  많은 것이 변하기도 하고요.
피학성향이 생기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휠체어에 앉았다기 보다는 휠체어 그 자체였다.
다리는 기계로 대체되어 휠체어에 연결되었고,
가슴은 지방부분이 제거되어 피부 아래에 뼈와 심장이 뛰는 모습이 보인다.
근육이 덮힌 몸이 휠체어를 두르고 있는 모습에 혈관이 비쳐보이면
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아내라며?"

"그렇습니다. 아내의 취향이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없이 방향을 돌렸다.


"가시는 겁니까?"

"여기 더 있기 싫어."


"편안히 가시죠."

그 말에 나는 한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뻐억 하는 소리가  울린다.
돌아보면 그가 들고있던 지팡이로 아내의 머리를 때린 것 같았다.


"여보가 오니까 무령님이 가신다잖아? 왜 남편 얼굴에 먹칠을 하지?
왜 그랬을까? 평소에는 잘 하지 않았어? 어?
또 너 때문이야... 여보...  매번 내 일을 망쳐? 어?!"


그러면서 꺼떡꺼떡 손가락으로 이마를 밀어낸다.

"그만해. 어디까지 추한 모습을 보일 생각이야?"


이런 사람이 교회라고? 그럼 과연 신앙은 뭘까.
교회에 등록한 이유는 무엇이며, 강아지를 키운 이유는 또 뭘까.
그리 간단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럴 일들도 아니었고.
아마 나는 그의 머리를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발걸음을 돌리면 그는 나에게 미소를 지우고 물었다.

"아, 그러고보니. 아까 총에 맞으셨던 것은 괜찮으신가 봅니다?"


그의 질문에 답했다.

"나중에 제임스 신부를 만나면 찾고있던 젤렌지는 죽고 없었다고 전할게.
되도록 만나지 않길 바래."

"...누구... 마음대로...?"

"넌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게 그에게 나을테니까."

"내 삶을 그렇게 재단하시겠다 이겁니까? 누구 마음대로?
내 인생은 내거야! 나는 살아있어!!"

그렇게 외치며 그는 손에 집힌 술병을 그대로 내게 던졌다.
파삭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명중한 술병이 깨지고 알콜냄새가 코를 찌른다.
 몸이 젖었다. 어딘가 축축한 감각 사이로 그가 말했다.

"그러게 함부로 씨부리지 않았으면 좋았잖습니까.
뭘 안다고 내가 쌓아올린 자리를 부정해?
갓 기어들어온 애새끼가 제국의 시스템을... 하... 씨발, 이게 싫다니까.
좆만한 새끼들이 기어오르진 않는데, 아무리 말해도 말을 못 알아듣는 새끼들이 내 위에 있어.
좋게좋게  기어줄때 알아서 말을 알아들었으면 이럴 일이 없었잖아?"


"그게 본성이구나. 비위 맞추느라 고생했겠어?"


"크크크... 너나 걱정하시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덜컥 튀어나온 손에 그대로 내리꽂힌다.
두꺼운 손이 어느샌가 내 머리를 짓이겨 바닥에 쳐박았고 몸은 무거웠다.


"커억...!"


"살려서 내보낸다고는 안했잖아? 잘도 여기까지 순순히 기어들어와서 그냥 나가려고 했네.
죽지도 않는다는걸 확인했는데, 그걸 그냥 놔줄 이유가 어디있나?
안심해, 특별히 예쁘게 박제해줄테니까. 그래, 어디가 좋을까. 침대?
침대에 가죽을 이어붙여주지. 아마 혼자서는 크기가 안맞을 테니까...
그래, 킬레리라고 했나?  년도 같이 붙여주지. 아마 금방 잡아올거야?
으하하하!!!"


"미친놈..."


"강한자가 승리하는거야. 계급은 척도를 구분짓지만, 그게 전부라고는   없지.
그러게 콜로세움에서 냉큼 뒤져버렸으면 편하게 죽을 수 있었잖아?
왜 굳이 살아올라와서 꼴리게 만드는 거냐고? 이건 운명이잖아?
누가 죽인대? 그냥 딱 50년만 좆같이 구르자고. 어차피 금방이잖아? 안 죽잖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몸집의 사내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희미한 눈동자가 불쾌했다.

"좆같은 허세를 부리고 앉았어. 씨발 가진 것들이나 씨부릴 수 있는거야!
뭐? 죽고싶어? 한번 뒤져봐 어디. 나한테 감사하면서 뒤져보라고!
어디 한번 망가질 정도로 맞아봐!"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또 집히는 병을 내게 던진다.
와장창 깨지는 유리파편이 피부에 박히면 검붉은 피가 흐른다.
술향이 어지럽다. 그는 또 한 병을 들고 내게와 머리채를 붙잡아 올리고 내 입에 억지로 술을 부었다.
내가 술을 마시지 목해 켁켁대면 다시 주먹이 날아왔다.
이정도 고문은 괜찮았다. 몸이 힘든건 괜찮은데, 자꾸 가슴이 아팠다.

가진 것들이나 할  있는 말이 죽고싶다는 말이라니.
나는 누구보다 불행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가진 사람이라니.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울컥한  같다.


"가진 사람? 내가 행복했다고?"


쫒기면서 버릴 수밖에 없던 인연과 그들이 내게 보인 싸늘한 등을 떠올리면
나는 한없이 몸이 무거워진다.
나는 살아있으면 안되는 존재인가? 내가 잘못한건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았지. 무령이라는 칭호도, 연구소  책임자라는 직책도.
그래서 어쩌면 나도 그들을 더 사무적으로 대했는지 모르겠다.
감정 빼고 가자고 말한건 나였는데, 괜히 후회가 된다. 사실 내가 원하던 거였는데.
체헤게가 보고싶었다.

"체헤게..."

나는 흐릿한 의식을 겨우 부여잡았다.
머리에서는 계속 피가 흘렀다.

"이 피는 분명 좋은 일에 쓸  있겠죠. 제가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마룻바닥에 흐른 피를 따로 모으며 젤렌지가 말했다.
나는 그렇게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나는 한칸 한칸 내려갈 때마다 턱을 부딫힌다.
그때마다 씹히는 입술이 너덜너덜하다.
내 뒤를 따라오며 피를 모으는 젤렌지의 얼굴을 바라보다 마주친 눈은
그야말로 아주 기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그래 사실 필요라고 해도 나를 원했다는건 어쩌면 가식이라도 안식이지 않을까.
익숙함은 낯선 것보다는 나으니까. 머릿속에서 소리가 울린다.


[그게 정말 원하는 바인가?]


"나도 모르겠어. 그렇지...않을까?"


[도태되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게... 그래도 도태되기 싫다고 발버둥치면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잖아.
 잘못이야 그건."


[살고싶다고, 죽기 싫다고 살아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 인생이 뭘 남길까 생각했어. 결국 내가 만든 약이 사람을 죽이고 피폐하게 할거고,
역사서에는 최흉의 마녀로 남을거고. 그럼 차라리 미쳐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시니컬하지 말걸 그랬는데. 그럼 내 옆에 누군가 하나는 남았을까."

[네가 아직 끝까지 책임지지 않은 이들은 어떻게 할거지?]

"미안하긴 한데, 잘...하지 않을까..."

눈 앞으로 보이기 시작한 구속의자와 커다란 톱날.
절단기가 회전하기 시작하고, 그 옆에 메스와 수술가위를 포함한 각종 도구.
그리고 약품. 사방에 낭자한 혈흔.

[그럼 여기서 포기할건가?]

"모르겠어."

[아직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이대로 포기하겠다고?]


"난...누구지? 난 왜 살지? 죽어야 해?"


[누구인지는 몰라도 확실한건, 지금은 마녀는 아니잖아?
마녀 에리아는....]


에리아는? 에리아는 뭐?
나는 도저히 알  없었다.
억지로 나는 수술대같은 곳으로 눕혀졌다.
반쯤 던져져 덜컥 떨어진 후에 손발은 수갑과도 같은 철골에 고정되었다.


"혹시 아십니까? 상반신과 하반신이 절단되는 기분은? 경험이 있으신지요?
우선 그게 기본이거든요. 요즘 한참 빠져있습니다. 저는 발골이라 부르죠.
하반신을 가르고,  다리를 엉덩이를 기준으로 똑같이 반 나눠서 껍질을 벗깁니다.
근육이 얼마나 탄탄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아 아니면 혹시, 잘리기 전에 한번 즐기시겠습니까?"

그는 내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았다.
쇄액 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드는 도끼와 허리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고통.
물근한 무언가와 다르게 대번에 기력이 녹아내리는  같은 감각이 든다.
나를 이미 알고 있어서인지 그는 도끼를 박아둔 채로 뽑지 않았다.
허리는 다시 이어붙지 못했다. 도끼가 그 사이에서 가로막고 있어서다.


"끄아아아악!! 아아악!!! 아아악!!!"


"오? 아픔은 느끼나보군요. 좋습니다. 그 반응. 마녀 에리아도 그렇게 인간이라는걸
지근 저에게 증명해주세요. 아, 기분이 좋군요. 나보다 우월한 존재를 내 밑으로 깔아넘길 때."

마녀 에리아. 왜 나는 원치도 않는 호칭을 받아야 했지?
머리가 점점 멍해진다. 사고력이 떨어져가는 느낌이다.
지금도 뜨겁고 고통스러운... 아...

확실한 것... 마녀 에리아는.... 뭐지?


콰앙.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난다.
쿵쿵대는 소리와 함께 짜증으로 덮인 목소리가 들린다.


"콜록콜록...! 무슨 취향이 이래? 이런델 잘도 무령님께서는 따라오셨네.
제 말 들리십니까!!"

시야에 들어온 것은 체헤게였다.
체헤게와, 그 어깨에 앉은 플로라였다.


"찾았다. 무령님...! 무령님...? 꺄아악!! 꺄아아아아악!!!"

[마녀 에리아는, 죽었잖나? 수백년 전에 불타서.]


체헤게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참 절박하긴 했었나보군. 무의식적으로 그렇게나 불러대면 모를 수가 없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에반제인 공녀님."


 목소리에 플로라는 잔뜩 독기오른 눈을 하고 눈물을 가득 담은 채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닥쳐. 공녀가 아니라 대공이다. 지금 가주는 나야."


"하아... 애새끼들이 이놈이고 저놈이고."


"애새끼? 애새끼라 하였느냐? 죽여버리겠어. 반드시 죽여버릴 것이야."


플로라는 우아하게 내렸다.
치마가 자연스레 나풀거린다.
누워있는 나에게는 속옷이 보였는데 본인은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아직 엉성하다니까.

[너도 그만하고 일어나라.]

"나 너무 힘들어. 일어나기가... 난 인질인데, 가방도 없이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힐거야. 난 마녀인게 맞아..."

[마녀가 될건지 아닌지는 네가 정하는거다.
그래서 너는 어떤 마녀가 되고 싶은거지?]

"나..."

[내가 알고있는 너는 피의 마녀다 에리아.]


"피..."

움직일수가 없었다.
하반신이 잘려나갔으니까 당연도 하다.
그러나 분명히 아주 조금씩 느껴지는 감각.
하반신이 잘려나간 마녀는 마법 같은걸  수 있을리가 없는데.

아주 천천히.

바닥에서 피가 모여들고 있었다.
나를 중심으로.
핏물이 바닥을타고 모이고, 피를 닦던 걸레에서도, 위층의 마룻바닥에서도.
모든 피가 한곳으로 흘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