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화 〉 플로라 고양이 츄르를 좋아해
* * *
제국으로 편지가 날아왔다. 내용은 간단했다. 협상 요구.
황제는 에리아의 말대로 일어나는 상황에 그녀가 무언가를 진행시키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에리아의 요구대로 플로라가 그 자리에 동행하게 되었다.
유레크로스에서 미리타엔까지 직접 찾아온 이들을 문전박대하는 것도 고민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황제로서는 이로서도 많은 배려였다.
마침내 장이 마련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때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기에 눌렸다.
살기. 혹은 위압감. 무엇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강한 기백이 거기 있었다.
그러나 그 위협의 출처는 유레크로스측에서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뒤통수를 보여주고 있는 은빛 머리칼의 소녀.
에반제인 대공의 것이었다.
'확실히... 왜 그녀를 부르라고 했는지 알 것도 같군.'
황제가 자리에 앉고 나면 플로라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였다.
분명 플로라는 왕실에서 각인을 담당할 때도,
그 아버지가 살아있었을 때도, 다른 귀족에게 휘둘려 담배 유통권을 빼앗기면서도
이렇게 화를 낸 적도 없었고 그럴 줄도 모르는 아이였다.
그럼에도 플로라는 그 가운데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한손으로는 끌어안은 검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대공, 회의장에 고양이를 데려오면 안된다."
황제가 그렇게 말하면 플로라는 황제를 향해 부드럽게 시선을 돌리고 웃는다.
그러나 황제는 그 표정에 식은땀을 흘렸다.
미리타엔 제국의 최강자임과 동시에 무력으로 그 자리를 쟁취한 황제이니만큼
어지간한 위협에는 눈도 깜빡이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분명 그녀와 싸운다면 당장 자신이 이기리라는 확신도 있다.
하지만 왠지, 그녀가 너무나 거대한 존재처럼 보였다.
분명 유레크로스측에서 온 사절들도 그랬기에 그녀의 고양이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리라.
"네, 그 말 대로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니 고양이는 그녀의 품 안으로 녹아들듯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그 모습에 황제는 물론이고 유레크로스측에서 사절로 온 멀로이와 빈포드도 경악했다.
"그 고양이는 대체..."
"아, 제 말을 잘 듣는 아이이옵니다. 방해가 되지 않게 잠깐 치워두었지요."
"그...그러하냐..."
회의내용은 사실상 사죄의 장이었다.
유레크로스 쪽에서 고개도 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유레크로스측에서 온 사절은 4명이었는데,
멀로이, 빈포드, 총리 나르딕과 리마였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사죄를 하실건가요?"
웃고 있지만 싸늘한 목소리의 플로라는 여전히 표정을 바꾸지 않고 웃고 있었다.
회의장의 분위기를 급속도로 냉각시키는 그녀의 질문에 나르딕은 자신도 모르게
'히끅..!' 하고 딸꾹질을 해버렸다.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해보시지요."
그녀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제국에서 나온 참여자 역시 4명이었다.
황제를 포함해서, 에반제인 플로라 대공, 엔시온 대공과 데레코즈 대공이었다.
"에반제인 대공께서는 그렇게 청산유수이신줄 미처 몰랐습니다?"
그 목소리에 플로라가 멈칫 웃음을 지으며 옆을 돌아본다.
엔시온 대공이 마찬가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럼요, 대공께서는 무령께서 납치당하셨는데도 태연하신듯 보입니다?"
그녀의 말에 데레코즈 대공이 허허 웃으며 둘을 중재했다.
"황제께서도 말씀을 하시도록 지금은 잠시 진정하시지요."
황제는 가만히 둘러보며 진저리가 난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되었다. 대공들이 날카로우니 짐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뼈만 남겠구나."
그렇게 말하며 황제는 흥미로운듯 그들을 주시했다.
엔시온은 불만이 상당했다.
당연히 모름지기 대공이라 함은 황제 바로 다음의 존재였고,
무령은 존재하지 않는 직위였으니까. 그런데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를 여자가 무령이 되고,
그 무령과 놀아난 애새끼가 갑자기 치고 올라오더니, 신종 마약으로 제국을 묶어버리고는
이제와선 자신에게 맞먹으려 드는 것이다.
'같잖은 년이...'
그런 생각을 하지만 엔시온은 섣불리 그녀를 지적하지 않았다.
황제가 분명 조치를 취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황제마저도 굳이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엔시온은 그랬기에 협상이 결렬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에반제인 역시 협상이 결렬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제국의 황제는 무능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령이라는 자가 체포되고 나서
회의나 한심하게 받아들일리가 없다.
그러나 자신은 고작 대공이고 상대는 황제다.
아무리 무능하고 어리석어 제국에 일조한 것이 없다지만
적어도 자신을 무시하는 적에게는 자비없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생각했다.
플로라의 분노는 현재 자신이 아닌 회의장의 모두를 향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모두 찢어죽이고 싶은 것을 애써 참으며 띄운 미소에도
그녀의 마력은 스멀스멀 뻗어나와 모두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리고 데레코즈 대공은 연신 에라옥신을 뻑뻑 피워대며 그 이야기를 들었다.
데레코즈 대공은 에리아의 생사여부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에라옥신에 중독된 지금 에리아의 부재는 치명적이었다.
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구해내야하나 싶은 의문은 있었지만
그럴 필요를 느끼고는 있었기에 그 역시 말을 아끼고 고개만 끄덕인 것이다.
애초에 제국은 이야길 들을 생각 자체가 없었다.
당연히 협상이 성사될리도 없었다.
그들이 먼 타지까지 와서 알린 것은 고작
'에리아를 당장 풀어줄 수 없다.'
'에리아를 체포한 자가 누구인지도 알릴 수 없다.'
두 가지 뿐이었다.
협상이 결렬되고 에반제인은 화가 잔뜩 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제라는 자가 미리타엔의 위엄을 보이지는 못할 망정...'
에반제인은 에라옥신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이는 사병을 모으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그녀는 미리타엔의 절대적인 규칙을 떠올렸다.
힘 있는 자가 유린한다. 황제를 죽인다면 바로 제국의 병력을 모을 수 있다.
제국은 전쟁을 대비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지금 저택으로 가는 것은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며 황제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플로라는 주위로 흘리던 마력을 거두었다.
오히려 차분해지는 감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만큼 더 날카롭게
마력은 그녀의 몸 안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그게 전부인 국가에서 자신이 무능했기 때문에 에리아가 납치되었다는 것은
전혀 변명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협상이 결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플로라는 황제에게 말했다.
아직 적국에서 온 사절들도 앉아있는 자리였다.
"황제께 요청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그렇게 말하면 황제는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에리아가 직접 대동하기를 요구한 여자이니만큼 무언가 아이디어를 내 줄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황제는 플로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엇이냐?"
"황제의 자리를 넘겨주시길 바라옵니다."
"뭐라고...?"
그건 요청이라고 했지만 협박이었다.
도저히 이번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플로라의 선언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러려고 이 여자를 데리고 가라고 말했던건가?
에리아가 내게 갑옷을 든든히 입으라고 한 것은 적을 위함이 아니라 이 자를 위함이었던가?
잠시 그런 생각을 하자 속에서 짜증에 섞인 조소가 부글부글 올라온다.
마침내 그 감각이 입안을 가득 채우면 황제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 말은 짐에 대한 반역으로 받아도 되겠는가? 에반제인 플로라."
"예로부터 미리타엔은 힘이 전부인 국가였사옵니다.
제가 이긴다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요."
"미친 자가!"
에반제인의 뒤에 있던 엔시온이 총을 뽑아들고 그녀에게 겨누었다.
총은 빗나가지 않을 거리였다. 에반제인의 여린 몸으로는 반드시 치명상이리라.
물론 이 상황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한 것은 엔시온만이 아니다.
데레코즈 역시 그녀를 바라보며 칼을 빼들었다.
회의장에 무기를 들고 들어왔다는걸 스스로 공개했으나 이미 그런걸 문제삼는 이는 없다.
유레크로스 측에서도 제국의 내부분열은 환영할 일이었으니까.
황제는 그 사이 유유히 병사들 사이로 피신한 후에 물었다.
"그래, 대공이 이긴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
하지만, 과연 이들을 뚫고 검 하나 없는 그대가 내게 닿을 수 있겠는가?"
황제의 오만한 말이 끝맺기도 전에 플로라는 대답했다.
"보여드리지요."
플로라의 웃던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진다.
미리타엔의 마력 수준은 고작 낙인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플로라같은 천재의 마법을 막아낼 수 있는 자는 얼마 없다.
마력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이가 태반이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지금의 플로라는 말 그대로 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났다.
그런 사람의 마력 적성이 가학이라면, 결과는 참담하다.
그녀에게 총을 겨누던 엔시온은 그녀의 몸 주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버건디색 기류에 말려 몸이 굳어버렸다. 아무리 움직이려고 해도 자신의 몸이 아닌 듯 움직이지 않는다.
또한 데레코즈는 뽑아든 칼을 쥔 손에서 참지못할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양 팔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했다.
가학은 고통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다. 플로라가 원한 순간부터 그녀의 마력은
사슬과도 같은 형태가 되어 그들의 사지를 강제로 결박해 무릎꿇렸다.
정색한 플로라가 병사들을 바라보면 병사들은 하나같이 심장을 움켜쥐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한 명도 죽이지 않았지만 그 순간 모두가 깨달았다.
총알 한발 닿을 수 없을 것이다.
황제에게 가는 길이 트이고 황제가 유유히 그녀의 앞으로 걸어와 물었다.
"그대는 내 목숨을 원하는가?"
"아닙니다. 자리를 원합니다."
"내 목숨을 가지지 않고서는 자리를 얻지 못한다."
"그러하다면 원합니다."
그 짧은 대답에 황제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말했다.
"그대는 아직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는데?"
"소녀가 황제폐하보다 미리타엔 제국의 황제의 자리에 어울린다 확신합니다."
"간이 크군."
"목을 치시겠사옵니까?"
그 말에 황제는 품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그걸 플로라에게 겨누며 말했다.
"죽고싶은거라면 다른 방법도 많았을텐데."
"죽을 생각이 없사옵니다."
"무슨 짓을 한 건지 말해라."
"거절하겠사옵니다."
황제는 진심으로 상황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무방비하게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이 병사들과 대공들이 이렇게 대번에 무력화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그들이 체내에 가지고있는 마력량을 모두 합쳐도 플로라 한명보다 적다는 이야기였다.
마력은 기본적으로 생명력으로 인한 것이다.
플로라의 마법으로 인해 체력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마력도 버티기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병사만 100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 하나를 막지 못했다.
황제의 전 병사가 있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협상을 요청한 유레크로스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병사를 데리고 따로 성을 나와 자리를 마련한 것이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실착이었다는 생각이 들면 황제는 뒷목을 타고 서늘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에리아의 무령직위는 짐의 목숨과 이어져있다. 아는가?"
그건 황제가 내건 도박수였다.
분명히 에리아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플로라였기에
에리아를 미끼로 상황을 역전시킬 생각이었다.
이미 황제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플로라는 그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았다.
"한번 말씀해 보시지요."
"내가 죽기 전까지 에리아는 제국의 무령으로서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죽으면 에리아를 제국에 묶을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
플로라가 멈추어선다.
잠깐의 침묵과 싸늘한 눈빛에 황제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옳은 수를 던졌다고 생각했다.
"에리아님을 그런 식으로 묶어두던 거였군요...
그래서 에리아님께서 소녀보다 위에 서신 거군요...
그래서... 소녀가... 아니, 내가! 에반제인 대공이! 에리아를 갖지 못한 거로군요."
그 찰나의 순간 황제는 직감했다.
자신이 던진 수가 옳은 수는 커녕 최악의 수였다는 것을.
"괜찮사옵니다. 친구... 니까요."
모두들 그 자리에 얼어붙어 플로라를 바라보았다.
손끝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심장에 가해지는 고통과 위에서 짓누르는 것 같은 강한 압박감이 몸 전체를 덮는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데도 바닥에 쓰러진채 숨만 뻐끔대는 그들에게
그녀의 모습은 더없이 두려움과 동시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아... 이런 협박이라면 안하느니만 못하옵니다.
기회를 드리지요. 지금이라도 순순히 황제의 자리를..."
"포기하겠다."
탕!
한발의 총성을 뒤로하고 황제는 천천히 앞으로 고꾸라진다.
이마 한가운데 난 탄흔.
한마디도 잇지 못하고 그대로 황제는 철퍼덕 쓰러진다.
그걸 바라보면서 플로라는 덤덤히 말을 잇는다.
"목숨줄을 잡은 사람의 말을 끊다니요.
아직도 황제인줄로 아시면 아니 되옵니다. 후후..."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제 미리타엔의 황제는 나다. 불만이 있는자는 말해라.
지금 죽여주지."
그 말에 아무도 반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놀라운 것을 보고 있다는 듯 보였다.
플로라는 그 자리에서 웃으며 돌라본 후 유레크로스에서 온 자들을 보며 말했다.
"보았겠지? 황제는 나다. 협상은 결렬되었다. 그러나! 에리아의 무령직위는 유지하겠다.
그렇다면 전쟁을 계속할 명분은 있는 것이겠지? 나는 참을성이 없다.
냉큼 사라지거나 죽거나 하나를 택할 기회를 주마."
멀로이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터져나오는 숨을 애써 삼키며 인사를 하고 회의장을 나왔다.
"엔시온."
"네...."
"너의 황제는 누구냐?"
"에반제인 플로라이십니다."
"그 말은 변함이 없겠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데레코즈, 그대의 황제는 누구인가?"
"에반제인... 플로라... 이십니다..."
"좋다."
플로라가 마력을 대번에 거두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참아온듯 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동시에 또 한발의 탕 하는 총성이 울렸다.
"마녀와 같이 있더니 기어이 마녀가 되었구나 에반제인!
네년을 진작에 죽였어야 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엔시온이었다.
총구에서 희뿌연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나 플로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엔시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어...어째서... 총을 맞았는데..."
"냐옹...이야옹...."
플로라의 품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나타난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매끄럽게 돌아 그녀의 어깨위에 앉는다.
검은 고양이는 막 황제가 된 소녀의 손등을 핥았다.
검은 고양이 문신 위에 적혀있던 숫자 8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7이 대신하고 있었다.
"참으로 안되었구나. 우리 고양이의 저주는 꽤나 매섭거든."
그렇게 말한 플로라가 웃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퍼지고 나면 그녀는 매혹적인 웃음을 짓고 말했다.
"그대는 어떤 저주를 받게 될지 궁금하구나."
발밑에서 퍼지는 검은 석유같은것이 끈적하게 엔시온의 몸을 타고 올라가고
마침내 그녀 전체가 검은 빛으로 물든다.
"읍...으읍!!!"
뭐라고 소리치지만 들리지 않았고 점차 소리는 사그라들었다.
마침내 완전히 고요해진 엔시온의 몸에서 툭툭 떨어지는 검은 물질이 벗겨지자
엔시온은 감은 눈으로 앉아있었다.
"그대는 누구지?"
에반제인이 물으면 엔시온은 조용히 눈을 뜨며 대답했다.
"저는 엔시온 플라이트, 에반제인 황제의 충실한 종이옵니다..."
그제서야 만족한듯 플로라는 고양이를 끌어안고 천천히 쓰다듬으며 회의장을 떠났다.
그 누구도 에반제인을 황제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