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화 〉 노인과 바다와 모비 딕
* * *
바다 위 선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무리 배에 여러 가지 놀거리들이 있다고 해도 그건 변치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방에 틀어박혀있기만 하는 승객이 있다면 당연히
그 지루함을 해결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마마, 바다 보고시퍼!"
"바다?"
"물꼬기!"
"아, 물고기가 보고 싶어서?"
"응!"
"그러면 삐삐 폴리모프 해야 되는데 괜찮아?"
"그럼 삐삐 우엑 해."
"그러면 어떻게 가려고?"
"힝...바다보구 시픈데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전 피터라고 합니다.
이전에 유레크로스 테르도어 대성당에서 만났었는데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피터...? 아, 제임스씨의 선생님이라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직 방 정리가 안되어서요."
"아, 그러면 잠시 기다리지요."
나는 삐삐를 와락 끌어안고 폴리모프를 시켰다.
이제 삐삐도 손님이 온다고 하면 폴리모프를 준비하는 정도의 센스는 되었다.
스스로 옷을 입는 법도 몇 번이나 가르쳐 줘서 대강 입는 정도는 하는 것 같았다.
"삐삐 준비 다해써!"
"삐삐야! 너 속옷 또 안입었네! 속옷 던져놓지 말고 입으라니까!"
"시러! 꽉이야!"
꽉은 답답하다는 의미였다.
나는 억지로 삐삐를 붙들어 옷을 다시 입혔다.
속옷만 빼고 나머지는 또 다 제대로 입어놔서 두번 손이 갔다.
"앞으로는 꽉이어도 제대로 입어야 해."
"왜?"
"안 입으면 창피한거야."
"창피해?"
"응."
"왜?"
"얼레리 꼴레리 한거야."
"왜?"
"아무튼 그래. 밖에서 손님 기다리시니까 예의바르게 있어야해?"
"아라떠..."
내가 문을 열어주면 익숙한 신부복 대신 멀끔한 정복을 입은 노인이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정복이라고 보기에는 소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 옷은...?"
"아, 이건 아르간티아교 본당 총회에서 지급하는 옷입니다.
교회에서 기도하고 현장을 돌보지 않는 신부가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가장 높은 분의 은혜를 가장 낮은 곳까지 전해줄 수 있어야 비로소 신부라고 부르지 않겠습니까?"
"아..."
"저는 그래서 발레서티라는 분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혹시 들어는 보셨는지요? 천운을 지닌 여자라고 하는데..."
"천운이요?"
"네, 마땅한 직업도 없고 연줄도 없는 여자인데도 세계의 도방판을 휩쓸며
살아가는 부호중에 한명이지요. 그녀는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자산관리는 일절 하지 않습니다.
도둑이 들어도 새로 벌고 말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더군요."
"너무 친하게 지내고 싶어지는데요?"
그렇게 말하자 그는 내 옆에 있는 삐삐에게 들리지 않게 내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녀는 죽음마저도 빗겨나가는 능력이 있어요.
그녀가 화장실을 목적으로 잠시 빠져나온 연극 공연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던 적도 있었고
원치 않게 초청된 모임으로 인해 취소된 유레크로스행 여행은 미리타엔과 전쟁이 있기 2일 전이었습니다.
유흥만 쫒으면서 번번히 성공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그녈 더러 가장 성공한 창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신을 안은 창녀라는 별명도 있었고요."
"흥미가 생기기는 하네요. 그런데 신부님께서 그런 여자를 왜 만나려고 하시는거죠?"
"저도 만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녀가 술김에 골동품점에서 구입했다고 하는 물건이
교회에서 수십년간 찾아 헤매던 유물일지도 모른다라는 점이 절 피곤하게 만들 뿐이죠."
"골동품점에서 구입한 물건이라뇨?"
"왜 그런 것 있잖습니까. 오르골이요. 낡은 오르골.
태엽을 감아줘야 돌아가는."
"교회에서 오르골을 찾는다고요?"
"모르시겠지만 교회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작게는 골동품부터 넓게는 아티팩트까지요.
성물이라고 불리기도 하고요. 역사적으로 그렇지 않았습니까.
정치와 종교는 다른 것임에도 붙어있게 되었고,
때로는 정치보다 종교가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는 것을요.
그리고 유일한 종교가 다른 세력으로부터 견제를 받지 않고 국가를 만들어버린 것.
그게 교국입니다. 그렇다면 교국에서는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다음 견제를 대비하고
이 시대가 막을 내리기 전에 황금기를 늘려두고 싶은 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게 의미가 있나요?"
"뭐 저도 잘은 모릅니다. 교회에서 시키면, 할 뿐이지요."
"그럼 그 오르골은 어떤 의미가 있는 물건인데요?"
"그건 교황께서 판단하시겠지요. 아직 확실히 정의된 것은 아니기에..."
미친놈들.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구하란다고 구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교회의 입맛대로 누군가의 사유재산을 빼앗으려 든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 와서 뭐라고 하기도 지겹다.
"그거 안대! 지지야!"
"?!"
피터가 고개를 돌렸다.
삐삐가 서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당연히 내 딴에는 뭔가 혼자 새로운 놀거리를 찾았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다룬! 사라매! 물거늘! 빼아스면! 안댐니~다!"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려 버렸다.
아이 특유의 2박자 샤우트.
삐삐는 내가 저지하기도 전에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사상교육을 시킨 기억은 없는데 과연 내 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빼앗는게 아니란다 꼬마야. 교회에서는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삐삐는 사탕 죠아!"
갑자기 그의 말을 자르는 소리에 피터는 당황한 듯 말을 멈춘다.
"삐삐는 도니랑 사탕 안바까!"
움찔.
순간 내가 삐삐에게서 본 것은 상당히 정론이었다.
다소 멍청해보일지 모르지만 분명 돈이 있으면 얼마든지 비슷한 물건을 다시 구할 수 있음에도
굳이 그것에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에게서 그 하나를 빼앗는 것에 대한 대가는
절대로 정당한 값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음..."
피터는 잠시 생각을 고르고 말했다.
"어린 아이가 보는 순수한 눈에도 썩 옳은 일은 아닌 것 같군요."
"그런데 왜..?"
"저는 신부니까요. 때로는 제 개인의 생각과 사상보다 단체와 종교를 우선시 할 때가 있는 법이지요.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결국 제 의견일 뿐이니까요. 그분의 의지는 다르실지도 모르지요."
"저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교회랑은 친해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하..."
"그래서, 왜 제 방을 찾아오신건지 이제 슬슬 본론을 말씀해주실래요?"
"아, 그러지요. 조금 전 성상에서 난동을 피웠던 남자, 엘 블로프니거 에스트로를 아십니까?"
"네, 알아요."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녀석은 인간이 아닙니다. 교회에서 오랜 기간 쫒고 있는 흉악 범죄자이기도 하지요."
"교회에서 쫒는다는건 알아요."
"신께서도 분명 분노하시겠지요."
그의 말을 듣다가 멈칫했다.
신은 아르간티아일텐데...
아르간티아가 그에게 분노해 에스트로를 잡으려고 한다는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친우라면 친우일 둘이 수면 아래에서 물고 뜯는다면
그 이유가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가 둘을 만났을 때 서로 적대심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아닐지도 모르죠."
"음, 인간의 잣대로 신의 감정을 재단하려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마녀...라고 하셨었지요... 신을 믿지 않으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쪽에서는 상당히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교회랑 친하지 않은건 사실인데요,
아마 신이랑은 거기 교회사람들 다 합쳐놓은 것보다 내가 친하지 않을까요?
그런 말을 겨우 참았다.
"마마는 다 아라! 마마는 안틀려!"
삐삐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걸보고 피터는 삐삐를 다시 슥 바라보았고, 삐삐는 주춤 뒤로 물러서 내 뒤로 숨었다.
"안타깝네요. 교회에서 훌륭한 신도로 자라기에 최적인 시기인데."
"아, 저희집은 대대로 불신이라서요. 신이랑 엮여서 좋은 꼴을 못봤거든요."
"하하... 그러시군요. 아무튼 그래서 제가 드릴 말씀은, 에스트로와 너무 가까이 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나중에 교회에서 책잡힐 일을 하는 것은 서로에게 그다지 좋지 않을 테니까요."
"그 책잡힐 짓을 제가 해본건 아닌데요, 그래도 잡겠다고 죽어라 쫒아는 오던데요?"
"시대가... 변했잖습니까?"
"사람이 변했나요?"
"변해 가겠지요. 몇 대를 거치면서."
"그럼, 교회는. 변했나요?"
"그건... 아니겠지요. 변해서는 안되는 곳이니까요."
"그러면 저는 여전히 교회에서 미움받는 사람 아닌가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경계 대상이죠."
경계 대상이라는 말은 어디서나 들어왔던 말이었기에 그러려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교회에서 그렇다고 하니 솔직히 불쾌했다.
"그렇게 표정을 구기시는 것도 당연하지요.
이해합니다."
"아무튼 뭐 말씀해주신데 대한 대답부터 할까요?
저는 제가 알아서 제 주관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어요.
이걸 뭐 권리라고까지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일단은 그렇거든요?
그리고 최근들어서 사람들이 저를 이레귤러로 보는건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미리타엔에서 나온 고위 귀족 치고는 나름 자비롭다 상냥하다 하는 이야기도 알고 있고요.
실제로도 여기 보이는 귀여운 딸내미 키우느라 성질도 많이 죽인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그렇게 누그러뜨리고 살았다고 해서 잊어버릴 정도로 제가 바보가 아니라서요.
열받는거 다 죽이고 사는거지. 수틀리면 다 헤집을 능력은 충분히 됩니다.
제가 뭐 어디 굴러다니는 잡병도 아니고 나름 꼴에 불사의 마녀라는 말도 들었고
피의 마녀라는 말도 들었던 사람인데 저를 앞에두고 편하게 생각하시는건 좋다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은 있지 않을까요? 신이 좋으신거 알겠는데 저도 교회랑 친하지 않다고 말씀 드렸어요.
절 죽이려고 한 집단을 앞에 두고 참고 있는건 결코 제가 사람좋아서가 아니라는건 교회에서 안 가르쳐 주시던가요?"
피터는 내 표정을 바라보더니 표정에 웃음을 띄우고 허허 웃었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많이 불쾌하셨나보군요. 사과드리지요.
실언을 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웃음은 결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웃음이 아니었다.
그 뒤로 느껴지는 어딘가 깊고 넓은 여유로움이 있었다.
이 사람도 폼으로 에스트로를 따라다닌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겠지."
"그래서, 두 분은 어떤 관계이신지 물어도 괜찮을까요?
듣자하니 에스트로와 꽤나 긴밀하신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쉰다.
이제 안들어도 되는 말인줄 알았더니 결국 어떻게서든 여기서 매듭을 짓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하아... 그러니까...."
"파파!"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확 돌린다.
삐삐가 멋대로 그렇게 말해버린 것이었다.
"아... 하긴... 수명의 문제도 있으니... 일반적인 사람으로는 어렵긴 하겠군요...
그... 객관적으로 보면 그 에스트로도... 참 잘생기긴 했지요..."
"아니...! 아니에요! 삐삐야 너 무슨 소릴 하는거야! 빨리 아니라고 해!"
내가 말을 할수록 더 이상해지는 분위기에 피터가 나를 보는 눈초리가 가늘어진다.
"파파 아냐."
다시 삐삐가 정정하고 나서야 나는 겨우 숨을 돌리려고 했다.
"이온해써."
삐삐의 다음 말에 나는 이마를 탁 쳤다.
어질어질한 분위기 속에서 겨우 먼저 말을 꺼낸 것이 피터였다.
"어... 그... 실례... 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날이 좋지 않았네요...
좋은 여행 하시죠...."
그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버렸고 방에 남겨진 나와 삐삐는 말 대신 허탈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삐삐 교육을 잘못 시켰나? 망연자실해서 나는 더 이상 한 마디도 꺼내고 싶지 않았다.
진이 빠져 앉은 내 어깨위로 조막만한 손을 얹으며 삐삐가 말했다.
"마마 어디 아파?"
차마 너 때문이라고 말은 하지도 못하고 나는 끄응 하고 머리를 짚었다.
"삐삐야..."
"응?"
"한동안 간식 없어."
"왜에에?"
삐삐는 못들을 걸 들었다는 표정으로 뒤로 콩 엉덩방아를 찧었다.
엉덩방아를 찧으면 동시에 뿔도 뿅 하고 튀어나온다.
"엄마도 삐쳤어. 삐삐가 말 안들어서."
"에에... 마마 쪼자내..."
"야!"
대체 얘한테 누가 이런걸 가르친거지...?
주변에 이런걸 배울만한 곳이 있던가 생각해보니
상담소가 아무리 잘 만들어진 환경이라고 해도 미리타엔에 살면서 그런걸 기대할 수는 없는 거였나보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정도로 조절하는 삐삐가 대단할 지경이었다.
아마 스스로도 엄마 앞에서 해서는 안되는 말이 있다는걸 구별해낸게 아닐까?
뭐 자세히는 몰라도 나는 애 엄마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어쩔 수 없어. 그래도 간식 안줄거야."
"삐삐가 잘모태써..."
"이럴때만?"
"그래도..."
삐삐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삐삐도 파파 이써쓰면 조캐딴 마리야..."
"아..."
"으아아앙!!"
삐삐가... 울어버렸다...
한번도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해 보지 않아서 몰랐다.
난 삐삐가 있어서 행복했으니까 몰랐는데,
삐삐는 아빠가 없어서 얼마나 외로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삐삐는 왜 파파 업셔어...?"
먹먹했다. 다른 가정에 신경쓰고 말고 할 일이 아니었는데...
정말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수명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인 연락도 가능하면서
스펙으로도 어디 꿀리지 않는 건 인정하기 싫지만 에스트로가 최적이긴 했다.
"아빠 있었으면 좋겠어?"
"응... 파파랑 치내질 쑤 이써! 삐삐 파파 안 시러하께!"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알았어. 에스트로한테... 물어볼게..."
언젠가 결국 그런 양상을 띄게 될 것이라는건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작점이 삐삐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 씨, 내가 먼저 고백하긴 좀 김새는데..."
뒷머리를 박박 긁고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요즘 삐삐의 눈물이 많이 늘었다.
더는 울리지 말아야지. 그런 다짐을 하면서 나도 결정을 내렸다.
"나가자 삐삐야. 꽉 잡아."
나는 삐삐를 등에 업고 후드를 포대기처럼 둘러 맸다.
삐삐는 내 등에 업힌 채로 훌쩍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방을 나왔다.
아직 선상에는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사람들이 겁에 질려 서로 모여있었다.
엘 블로프니거 에스트로와 같은 배를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들을 겁내게 만들었나보다.
나는 그들 사이를 헤치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 섰다.
"삐삐, 물고기 보고싶다고 했나?"
"물꼬기...훌쩍... 보고시퍼..."
"왜?"
"마시짜나..."
"보여줄게."
나는 바다위로 마력을 흩뿌렸다.
강한 생명력을 꾸준히 뿌려주며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 부드러운 마력이어서는 안된다.
강하고 질긴 거친 생명이다. 이렇게 신호를 보내서 모을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다.
일반적인 어류는 자신보다 존재감이 큰 생명력에 압도되어 도망치기 마련이다.
"찾았다."
그리고 동시에 배 뒤편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번지기 시작했다.
"고래다!"
"고래라고?"
"진짜다! 엄청 크다!"
"이쪽으로 온다!"
"뭐야? 저거 왜 이리로...?"
"으아아!!"
"충돌한다!!"
곧이어 거센 물보라가 휘날렸고 고래가 뿜어낸 분수가 배 위에 후드득 쏟아졌다.
"으아아!!"
"다 젖었다!!"
"꺄아악!"
"내 옷이..!"
그런 사람들을 뒤로하고 나는 고래를 마주하고 물었다.
"삐삐야, 물고기 맘에 들어?"
삐삐는 눈물을 슥슥 닦고 말했다.
"죠아!"
나는 과감하게 가방에 방수마법을 걸고 고래의 등 위로 뛰어올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