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화 〉 영웅 이야기
* * *
시간은 덧없이 흘렀다.
이아에르가 샤르네아가 되었고, 샤르네아는 다시 젤데리스가 되었던 역사의 순간속에서
점차 각 국가는 내실을 다지고 그들의 권위를 공고히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자만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자신이 일궈냈다는 착각. 그리고 그 자만은 필연적인 것이었고
아르간티아가 그토록 기다리던 하나의 희망이기도 했다.
그는 기적을 꾸준히 그들에게 선물했고, 그들의 신념 위에 섰다.
아르간티아가 신으로 추앙받을 수 있었던 제일 큰 이유는 바로
그가 인간의 위대함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인간이 스스로 일어서는 것을 바라보고 그를 응원하지만
결코 손을 뻗어 그를 일으켜 세우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으며
자신에게 거는 믿음은 그저 용기로 돌려줄 뿐이었다.
천천히 다르말록의 신봉자들이 줄어가던 어느날,
젤데리스의 시대가 막을 내려갈 쯤 아르간티아는 마침내 발견해냈다.
테라시아의 척추 중상부의 작은 허점. 다르말록이 끝내 이루지 못한 작은 실패가 거기 있었다.
언젠가 자신이 눈 앞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작은 소녀가 거기 있었다.
그녀를 떠났을 때보다 더 어려진 것 같은 생김새에 자신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모습으로
작은 동굴에서 떨고 있었다. 벽면에는 이끼가 꼈고, 그녀는 말라 있었다.
겨우 어디선가주운 것으로 보이는 옷은 이미 해질대로 해져있었고
머리는 떡져있었으며 눈에는 날선 경계가 있었다.
그 옆에는 과일이나 재배한 것으로 보이는 채소따위가 썩어 널브러져 있었는데,
그녀는 어떻게든 그런 것들을 먹으며 연명한 것 같아보였다.
아르간티아는 그녀를 데리고 나섰다.
그녀를 씻기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비싼 옷을 입혔다.
자신과 함께할 동료이자 전우인 그녀가 온전히 인생을 살길 바랐다.
마침내 그녀가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시작했을 때,
아르간티아는 그녀를 데리고 도르테우스의 제단으로 향했다.
움직일 수 있는 동료들은 이제 모두 이곳에 있다고 믿으며.
제단에서 그들이 기도했고, 다르말록이 그것을 발견했다.
아르간티아는 도르테우스에게 빌었다.
이에 그가 응답했고, 아르간티아와 다르말록이 도르테우스의 세계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겹쳐진 꿈이라는 권능으로 만들어진 세계는 환영과도 같았다.
모두가 다르말록과 아르간티아의 전투를 바라볼 수 있었지만
다르말록과 아르간티아는 서로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닿을 수 없었다.
그건 반대로 말하면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관중의 잣대에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르간티아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다르말록의 견고했던 신앙을 무너뜨리고
그의 신전과 괴를 무너뜨렸으며 그의 첫 실패를 그의 눈 앞에 끌어왔고
그가 죽일 수 없는 육체를 가지고 그의 앞에 섰다.
그리고 그가 원한 것은 오직 하나였다.
신과의 공멸이라는 아주 단순한 하나의 목표였다.
다르말록이 그의 앞에 선 인간을 바라보았을 때, 처음으로 그는 위기를 느꼈다.
분명 발끝아래 어딘가에서 발버둥쳤을텐데.
질 것 같아서 두려운 것이 아니다. 저 밑바닥에서 나를 올려다보던 미물이
지금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 그 사실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가능성이.
언젠가 자신보다 인간이 위에 설지도 모른다는 그 찰나의 생각이 두려운 것이다.
눈을 잃고 올곧았던 그 빛을 잃은 다르말록은 이전보다 더 흉폭했으며 잔혹했다.
그것은 부담감 혹은 압박감이 전해주는 일종의 두려움 때문이리라.
아르간티아의 몸은 그에게 짓밟혀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는데,
그 때마다 그가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인간들의 의지와 더불어 자신의 옆에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지친 그에게 꾸준히 빛을 선물한 소녀 때문이었다.
신과 인간의 제일 큰 차이점. 그것은 결함의 차이다.
신은 늘 완벽해야 한다는 믿음. 그것은 최후의 보루이자 방어선이었다.
인간에게 신이라 불리는 존재가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믿음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인간이 신에게 맞서는 모습을 본다면
모두가 그렇게 믿게 된다. 인간이 기어코 신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올라선다고.
신이 마침내 인격화가 되는 순간이자, 인간이 신성화가 되는 시대.
그걸 눈으로 목격한 사람들의 기원은 마침내 최초의 인간에게 닿았다.
인간의 시대를 그 손으로 열어젖힌 남자는 오직 한 마디를 내뱉었다.
"무능한 신과 전능한 인간중에 누구를 믿을텐가!"
그리고 기어이 다르말록의 영원히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몸이
그 거대한 육신이 쓰러져 떨어졌다.
떨어지는 모래알이 마침내 사막을 이루는 것처럼 이들의 모래알같은 의지가
신을 덮었을 때, 신은 무력하게 쓰러졌고 이들의 모래가 바람에 사라질 때까지
그 속에 덮이게 되었다.
봉인된 신은 인간을 향해 외쳤다.
그것은 기괴한 울음소리 같았다.
그러나 분명히 들렸고 소름끼칠 정도로 편안했다.
"최초의 인간이여. 인간은 승리하였으나 동시에 영원히 패배하였다.
내가 주던 열락을 잊지 못할 것이고 서로를 증오하게 될 것이다.
네가 해방시킨 저 인류가 언젠가 다시 창칼을 쥐고 너희에게 달려들고
기어이 그 끝에 서로를 지배하려 들면 그제서야 후회할 것이다.
내가 건 주박을 언젠가 너희가 풀어낼 때,
진정으로 복종하던 때가 너희에게 행복이었음을 기억하리라."
아르간티아는 그 말에 답했다.
"언젠가 인간은 그 신을 발 아래 둘 것이다.
만일 정말로 신이 인간의 위에 서야 한다면 우리는 스스로 신이 될 것이다.
하나의 존재가 신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 그 자체가 신으로서 세계 위에 서리라."
"어디 그렇게 될지 두고 보겠노라. 기억하라.
너희가 오늘을 잊는 날에 나는 다시 되돌아오리라."
이것이 아르간티아가 그토록 바라던 봉인이자, 인간의 구원이었다.
아르간티아는 마지막으로 그 검을 자신이 세웠던 나라의 중심에
조용히 꽂았다. 누구도 이곳에 있는 인간의 시대를 위협하지 못하리라 말하며
그 거대한 검을 내렸다.
인간들은 새로 나타난 아르간티아를 신봉하기 시작했다.
검은 하늘을 찌를 것 같이 날카롭고 높게 솟았고, 인간들은 그것을 깎아 신전을 만드니
그 이름을 성 테르도어 대성당이라고 했다.
미리타엔은 자신들이 섬기던 신의 패배를 목격하고 다르말록을 져버렸으며
교국의 왕, 네글린느 디프리온은 자신들이 섬기던 신을 등지고 아르간티아의 교단을 세웠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인간, 그리고 언제나 더 높은 곳을 향하는 인간을 위해
도전하는 인간들의 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집을 모험자의 길드라고 불렀다.
그 모습을 보고 만족한 아르간티아는 마지막이 될 소녀를 껴안아주고 말했다.
태초의 이야기를. 아주 오래 전에 테라시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신이 있었고,
그녀의 첫째 자손이 도르테우스라는 이름을 받았던 것과, 그가 인간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잘가. 엘라, 내 친구 엘라 세리타인."
그가 그렇게 말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그날, 성 테르도어 대성당에서는 흰 빛무리의 기둥이 찬란하게 빛났다.
그 이후로 아르간티아와 소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아름다울수만은 없다고 했던가.
이 땅에 더는 인간을 위협하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뒤틀린 신념.
이어져온 디프리온 가의 저주는 인간이 아닌 것들을 이단으로 규정했고
다르말록이 사라진 시대에서도 아르간티아의 이름 아래 또 한번 사냥을 시작했으니
그것이 마녀 사냥의 시작이었다.
시간은 야속하게 흐를 뿐이다. 과거는 잊혀지고 또 새로운 오늘을 맞는다.
인간의 시대를 열었던 소녀는 다시 도망치게 되었고,
태초에 다르말록에게 저항했던 영웅 다섯은 이제 전설로 내려올 뿐이다.
그리고 아직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한 과거의 망령 하나가 겨우 터를 잡았으니
그를 더러 저주받은 변절자이자 도망친 인도자라고 했다.
이것은 인간의 서사이자 인간의 이야기. 그대가 보지 못한 문명과 종족은
그들의 서사를 꾸려나갈 것이다. 다만 나는 그것을 다루지 않는다.
인간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하였고 결국 마지막에 후회로 점철된 과거를 돌아보는
그 도망친 인도자가 마지막으로 바라본 모든 일들을 여기에 적으니
이것이 내가 보아온, 그리고 그대들이 잊어온 영웅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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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최초의 천사야. 그냥 동네 북이구만."
나는 책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거나시스가 말했다.
"무슨 내용이었습니까?"
나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냥, 역사이야기네요."
"역사책 말입니까?"
"네. 그냥 그런 이야기요.
찾던 책을 찾은 것 같네요."
"그러십니까. 확실히 이곳 뼈의 저택에는 유용한 고서적들이 많으니까요.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군요."
"그 혹시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인 연구자는 혹시 누구라던가요?"
내 질문에 그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말했다.
"몇 십년 쯤 전이던가? 아마 고생물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던 사람이었을 겁니다.
이곳에서 다량의 화석과 생물기원의 원리를 알아낼 수 있을 거라면서
오크와 엘프의 접경지역에서 조사를 하다가 이곳을 찾아냈지요."
"접경지역일텐데 잘도 이런 곳에서 연구를 하셨네요."
"그렇죠. 아무래도 학회에 소속된 연구자들은 어딘가 하나 나사가 빠져있기 마련이니까요.
연구라고 하면 눈이 돌아서 다른 곳에 신경쓸 겨를이 없어집니다.
저도 물론 그렇고요."
"쉬엄쉬엄 하세요. 몸은 챙기셔야죠."
"그렇습지요. 안그래도 저는 제자를 기다리는 몸이니 그 녀석이 돌아올 때까지는 죽으면 안되는지라."
"제자요?"
"아... 자랑스러운 제자지요. 어느새 저보다 뛰어난 학자가 되었습니다.
마카 다미아라고 하는 녀석입니다."
"아... 사성의 성연이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아직 마력의 연구를 할 당시에 막무가내로 찾아와 배움을 구하던 녀석이
어느새 이 대륙에서, 어쩌면 이 세사에서 제일 강한 영기술사라니요."
"그럼 원래는 마력연구를 하시던 거네요. 거나시스씨는."
"그렇긴 한데 결국 그것도 그만두었습니다."
"왜죠?"
"마력의 편차에 관한 논문을 새로 써낸 불세출의 천재가 나타났으니까요.
제 이론과는 조금 상반되는 내용이었지만 그 논문을 반박할 수가 없어서
이제 저도 퇴물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지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머쓱한 듯 나를 바라보다 말했다.
"과거에는 마력이라는 것이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신을 숭배하지 않으니까 그와 관련해서 마력을 다루는 이들이 적어진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팔라딘들이 아직 신성 마법을 다루는 것이 아닐까 했지요."
나는 그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
"그거 아예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인간의 영역과 인간의 방식이 신의 방식을 넘어섰기 때문에
신의 영역에 몸을 담은 자가 아니라면 마력을 다루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긍정적인 연구가 가능할 것 같은데요?"
"그런 줄 알았지요. 하지만 마력의 총량이 보존되어
일부 개체가 그 마력량을 독점한다는 이론은 너무 굳건합니다.
어딘가에 그 마력을 공평하게 나누는 공간이 있다는 부분도 그렇고요.
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맞아 떨어집니다."
"그럼 두 이론을 합쳐보면요? 마력이 강한 쪽에서 낮은 쪽으로 흐르는 성질이 있음에도
불균형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마력을 모으는 특징적 요소가 또 하나 존재한다는 의미 아닌가요?
그게 신앙의 영역이라고 하면 조사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럴싸하긴 하지만, 그래서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신앙을 가지지 않은 인간이 마력을 다루는 경우가 존재하고,
마도구는 어떻게 마력을 발동시키는 건지 해결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건 인챈트계 마법의 문제죠. 사제들이 축성하는 경우도 있고요."
"기술자들이 마법을 다룰수가 있습니까?"
"아니죠. 기술자가 인챈트 마법을 다루는 경우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력적성 자체가 인챈트인 사람이 있는 거에요."
"그 혹시 그렇다면 축성은 무엇입니까...?"
"네?"
"축성이라는 개념을 들어보기는 했습니다만은 잘 모르는지라..."
축성을 모른다고?
"요즘 애들은 그런거 안해요?"
"요즘... 애들이요...?"
생각해보니까 제임스도 그런 축성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 팔라딘은 축성을 누가 해주죠?"
"아무래도 교황이나 그에 준하는 성직자들이 따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기 때문에 확신할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교회의 기밀이라고 하기도 했었고요."
고위 성직자에 한정해서 축성이 가능하다라고 말하면...
어쩌면 이단으로 인해서 이전보다 신과 멀어졌기 때문에 신성력을 다루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퍼즐이 하나하나 맞아들어가는 것 같다.
"기밀... 기밀이라... 그렇군요. 그럼 모르실 수도 있었겠네요.
하긴 아르간티아를 신봉한다면서 마녀사냥도 하는 사람들인데 뭔들 못 숨기겠어요."
"뭔가 책에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적혀있었던 모양이군요."
"아하하..."
나는 그에게 억지로 웃어보이고 말했다.
"축성은 신성력이라고 포장된 마력을 도구에 부여하는 방식이에요.
성수도 그렇게 만드는 거고요."
"성수가... 만들어지는 물건이었단 말입니까?"
"네."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잘 없다고요?"
"네. 보통은 성교회에서 금지하니까요.
사제들도 고위급이 아니라면 잘 모릅니다.
이야기만 들어보면 그 축성이 아주 특별한 것 같은데요.
어디서 그런걸 알아오신 건지 출처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한창 교회에 쫒기면서 봤으니까 확실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알았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기밀이에요. 정보의 출처는 알려드리기 어려워서요.
믿는건 자유에요."
"참... 놀랍네요. 성수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면 지금껏 치솟던 성수가격도 떨어지겠군요.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게 되면 이것도 파장을 가져올 텐데 그 말에 책임은 어떻게 지실 생각이십니까?"
"뭣하면 하나 만들어드릴까요?"
그는 눈을 크게 뜨고 꿈뻑이다가 내게 물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아니, 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엘라 세리타인이라고 해요."
그는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처음 자기소개를 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저는 아직 한참 먼 새싹이었나 보군요."
"그런...셈이죠."
"고맙습니다. 그리고 좋은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말씀해주신 주제는 정식으로 연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포기하고 있었던 연구였는데, 오랜만에 흥미로운 과제를 받은 것 같아 두근거리는군요.
이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제 의견을 긍정해주시는 분을 만났으니까요.
아무에게도 물을 수 없던 길이라 더 확신이 서지 않았었는데 말입니다.
다시 차근차근 조사해보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 그의 뒤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그 시절의 나와 같은 표정으로
해맑게, 어쩌면 조금은 멍청해보이는 표정으로 깨작이며 무언가를 먹는 삐삐가
내게 걸어왔다.
"마마 똑또캐!"
나는 삐삐를 안아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우리도 공부할까?"
"시러..."
"안돼. 어릴때 뇌가 더 활성화가 잘 된다잖아.
이럴 때 배워야 해. 마침 돈 주고도 못 사는 교재가 널렸으니까.
공부하면서 아빠 기다리는거야. 할 수 있지?"
"응!"
웃는 삐삐를 바라보며 나는 괜히 책이 꽂힌 서재를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책을 괜히 읽었어. 내가 혼자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매력있는 녀석들이 많이 있었잖아.
에스트로, 내 애인이 너여서, 삐삐 아빠가 너라서 다행이야.'
"마마, 무슨 생가캐?"
"아냐, 자! 공부 시작할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