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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이야기-212화 (212/303)

〈 212화 〉 마녀의 각성

* * *

"오랜만이구나."

엔시온의 인사에 고개를 드는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고 눈을 가늘게 치켜뜨며 되묻는다.

"그렇네요. 저한테 무슨 볼일이시죠?"

"반가워서."

"허어... 아무튼 지금은 전시중이 아니니까 서로 눈에서 힘 좀 풀죠."

"건방지긴 하지만, 네 말이 맞아."

그제서야 엔시온은 상대를 떠올렸다.

어디서 본 건지 깨달았다.

분명 전쟁중에 제 아비의 갑옷을 받아 나왔다고 했던 빈포드의 아들이다.

"여기는 어쩐 일이지?"

"아무리 봐도 여기서 흔적이 이어지질 않아서 잠시 찾는 중입니다."

"찾고 있다? 뭘 말이지?"

"흔적이요. 어차피 말해도 모르실 겁니다."

"우연이구나, 나도 마침 찾고 있는게 있어서."

그 말에 자신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본 남자는 곧 아니겠지 하는 눈으로 고개를 돌린다.

"여기서 낭비할 시간은 없으니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 흔적은 이 나라에 있는게 확실하겠지?"

"그러길 바라야죠."

그렇게 류해백은 발을 돌려 새로운 거리로 걸었다.

그 뒤를 멀찍이서 따르는 엔시온은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면 조금은 귀찮은 듯 홱 돌아서며 해백은 화를 낸다.

"왜요, 왜 그러는데요? 그만 따라오세요."

"그냥 가던 길이 겹친 모양이구나."

"그걸 믿으라고요?"

"믿으라고 한 기억은 없는데."

"하아... 좋아요. 그럼 아줌마는 뭘 찾는데요?"

"아줌..마... 내가 그렇게 늙어보이나?"

"그러면 그 나이에 누님이라고 불러드리길 바라는건 아니죠?"

"누님...도 좋은 것 같기는 하구나."

"됐네요."

"이 쥐방울만한게..."

"됐고, 하나만 물어볼게요. 이 시대에서 제일 위대한 일이 뭐에요?"

"위대한 일?"

"종교적으로요."

"종교적이라고 하면 짚이는게 없는데."

"그런가요."

둘은 그런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굳이 거짓을 고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숨기는 것이 있어보인다는 것을

서로 의식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묻지. 이 근처에서 여자애 하나 못 봤나?

금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당돌한 꼬마인데."

"못봤는데요."

쾅 하는 소리가 그의 말을 가른다.

머리 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둘은 화들짝 놀라 하늘로 시선을 돌린다.

그곳에는 거대한 장벽 위로 무언가 부딫혀 터진 것 같은 붉은 색 피가 퍼져있었다.

둘의 얼굴은 제각각의 이유로 일그러진다.

"씨발... 뭔가 시작된 것 같은데..."

"이럴 시간이 없었군."

그렇게 말하고 류해백은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러나 엔시온은 해백이 사라지는 방향 쪽으로 뒤따라가면서 분명히 보았다.

종교적으로 큰 문제이면서 이 상황에 어울리는 인물을.

류해백은 한참을 달리다가 멈춰서서 말했다.

"뭔가 이상한데..."

"너도 느꼈나?"

엔시온의 말에 둘은 서로 마주보며 말했다.

"같은 여자가 너무 많아요."

"엘 블로프니거 에스트로가 있어."

"....."

"잠깐이라도 너랑 맞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군."

"저야말로요."

엔시온은 뒤로 돌아서서 해백을 뒤로하고 다시 다른 구역을 찾으려다가 말했다.

거리에 보이는 여자는 치밀함이 없다. 오히려 약간은 어색해보이는 몸놀림으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킬레리가 아니라고...?"

그리고 그 순간의 정적.

류해백이 빠르게 고개를 돌리고 묻는다.

"잠깐! 뭐라고요? 킬레리?"

"네가 킬레리를 어떻게 알지?"

"그러는 아줌마는요? 아줌마가 킬레리를 어떻게 알죠?"

"난 아줌마가 아니야 꼬맹이. 요즘 들어 버릇 없는 애들이 많아졌단 말이야.

그리고 놀아주는건 여기까지다. 뭔가 문제가 생겼거든."

엔시온은 숨을 고르고 발로 바닥을 굴렀다.

그러면 하늘에서 창이 쿵 하고 떨어져 그녀의 앞에 박힌다.

엔시온이 창을 들고 달려 눈 앞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면

해백은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엘 블로프니거 에스트로, 킬레리, 여자...

찾고 있는 것...."

어쩌면 저 여자가 찾는 것이 자신이 찾는 것과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런 결과가 이어지면 해백은 빠르게 그녀를 따라 달렸다.

엔시온은 그런 해백에게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길거리의 여자를 붙들고 물었다.

"누구냐 넌."

"그...그으냥... 지나가는 시민인데요..."

"시민이라...?"

"하하..."

"그럴리가. 거리에 온통 네가 만연하다. 제대로 해명하시지.

제국의 모귀드 클론 배양 시설에 무슨 일이 생겼지?"

"누구신데 그런 이야길 하세요...?"

글렀다. 그런 생각이 든 그녀는 곧장 모귀드의 클론을 만드는 연구소로 향했다.

못해도 40분은 달려야 할 거리였다.

거기에 무슨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거리가 이 모양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왠지 느낌이 온다. 계획적으로 클론 배양 시설을 점거하고 거리에 혼란을 야기하며

인파 사이에 숨어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집단이 이번 납치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그녀는 그래서 즉시 연구소로 향함과 동시에 자신의 가택에서 자신의 갑옷을 꺼내입었다.

아무래도 어린 아이 하나의 납치극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녀가 연구소의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변해있었다.

연구소의 직원들은 이미 진작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고,

그 가운데 클론 배양 캡슐 속에는 거리에 보이던 여자가 들어있었다.

영양액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투여하면서 생산되는 클론들은

하나같이 연구소 주변으로 쏟아져나오며 텅 빈 눈으로 기어나와

거리의 노예들을 붙들고 난교를 하고 있었다.

"이건 또 뭐야 씨발..."

캡슐 내부에 갇힌 여자를 바라보면 이미 신체가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이건 지가 흥분을 한건가? 아니면 과정중에서 흥분을 당한건가 모르겠네.

에휴, 나부터가 제국을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미지 개선이 될리가 있나."

그녀는 덤덤한 눈으로 한숨을 쏟아내며 나체의 여성이 든 캡슐을 부순다.

콰직 하는 소리를 내며 부서진 캡슐에서 영양액이 쏟아지면 기계를 멈추고

캡슐 내부에 든 여자를 빼낸다.

"야, 일어나. 물어볼게 많으니까."

여자의 뺨을 치며 깨우자 마자 그녀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음담패설을 외치면서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이젠 하다하다..."

"이런 사건이 전에도 있었습니까?"

엔시온이 고개를 돌리며 아니라는 기색을 비춘다.

"너 아직도 따라왔었냐?"

해백은 고개를 잠깐 끄덕이고는 주변의 시설을 둘러본다.

"대체 이런 클론 배양시설이 왜 있는 겁니까?"

"그건 네가 알것 없고. 난 이제부터 주모자를 잡으러 간다."

"대답해주시죠. 이 시설은 뭡니까?"

그제서야 자신의 퍼즐에 들어맞는 조각을 찾아낸 류해백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얼굴이 똑같은 여자. 아니, 얼굴뿐만이 아니라 목소리와 신장, 그리고 아마 모든 것이 똑같을 사람을

이곳에서 만들어낸다. 마치... 카르고르 사건때 그랬던 것처럼.

"내가 그걸 왜 말해줘야 하지?"

"그럼 질문을 바꾸죠.

킬레리가 뭡니까?"

"너 이 새끼가... 안비켜?"

"못 비킵니다. 죽어서라도 알아내야 하거든요.

유레크로스에 혹시 같은 시설이 있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이곳의 클론을 유레크로스로 보낸 적이 있습니까?"

"그래, 대답해줄게."

"감사합니다."

"대신, 내가 찾는 아이를 먼저 찾으면 말이야."

"찾는 아이...?"

"삐삐라는 아이가 납치됐어. 그리고 아마 이 사건은 거기 얽힌 것 같은데.

빨리 찾아내지 못하면 많이 위험해."

"알겠습니다. 협력하죠. 그 삐삐라는 아이가 금발머리 여자애 맞겠죠?"

"그래."

해백이 연구실을 떠나면 그녀는 연구실에 남은 흔적을 조사했다.

"이건...?"

바닥에 떨어진 금빛 비늘 하나.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왠지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위화감이 든다.

아무리 봐도 크기가 작은 생물은 아니다.

꽤나 딱딱하고 단단하면서 반짝이는 비늘이다.

묘한 마력이 감돌고 있는 비늘을 주워든 엔시온은 그 끝에 피가 묻어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

이질적인 감각. 그리고 깨달았다.

냄새였다.

주워든 비늘에서는 옅은 향수냄새가 났다.

"여자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비늘, 이 향수냄새... 드래곤인가...!"

여자아이 하나의 납치와 드래곤의 납치.

문제의 차이가 크다. 여자아이가 아니라 드래곤의 납치로 본다면

정말 이 제국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맙소사...

그냥 동네 아줌마로 도와주려고 했는데..."

엔시온이 주먹을 꽉 쥔다.

바닥에 떨어진 비늘과 거기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핏방울의 흔적.

어디로 도망쳤는지도 알 것 같았다.

용, 마력, 국가적인 문제. 그리고 방향. 짚이는게 있다.

기억의 미로쪽이었다.

엔시온은 연구소의 전화기를 들어 에리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리아의 상담소의 전화기. 원래는 받을 일이 없어야 할 그 전화기를 누군가 받았다.

"무령님! 알아냈습니다! 기억의 미로입니다! 기억의 미로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확실합니까?"

전화 너머로 돌아온 목소리는 남자의 목소리다.

엔시온은 침을 꿀꺽 삼키고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중에 반드시 사례하겠습니다."

전화는 끊어졌다.

이 목소리를 모를리가 없다.

"엘 블로프니거 에스트로..."

이 자가 왜 상담소에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어째서인지 그가 우리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종교적으로 큰 사건을 일으킬 인물이자, 어쩌면 마녀와 비견해도 승패를 짐작하기 어려운 자이기도 했다.

"후우... 이거 말도 안되는 일에 휘말린 것 같은데..."

"동감이야."

옆을 돌아보면 플로라가 지친 기색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애니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녀의 손등에 적힌 숫자는 어느새 6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황제께서는 일이 이리 되실 줄 아셨습니까?"

"내가 그런 것도 다 알았으면 이런 일 자체가 생기질 않았겠지.

연구소 습격 자체도 몰랐어 난."

"그럼 어째서 이 일을 수락하신 겁니까?"

"그냥... 애들은 엄마 품에서 커야 하니까."

"야옹."

애니가 그렇게 울면 엔시온도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달려오기는 했는데, 어떻게 네가 상황정리는 한 모양이네."

"전 한게 없습니다. 그저...."

"아냐, 충분해. 잘 했어."

"네?"

"애 아빠한테 연락 했으면 다 한거지 뭘."

"애...아빠요...? 예...예...?!"

"어머, 몰랐어?"

"그으...걸 제가 알 방법이 없었던 지라... 어떻게 아셨습니까?"

"흠흠... 다 방법이 있느니라..."

에리아의 가방에 슬쩍 도청기를 붙였다고는 말하지 않는 플로라였다.

그리고 그 시각, 데레코즈는 피드 린을 가택으로 데려와서 치료를 하고 있었고,

게비디는 킬레리들과 도중에 합류해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으며,

어머니 에리아는 연락을 받고 지하에 있던 거대한 복도 끝의 구멍을 따라 안쪽으로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밖으로 나왔을 때는 그 앞에 기억의 미로가 있었다.

구멍은 깊게 이어져 기억의 미로로 이어져 있었는데,

기억의 미로를 찾는 발길이 뜸해지다 보니 아무도 그 통로의 존재를 몰랐던 것 같다.

더 정확히는 기억의 미로 내부로 까지 들어와 있었는데,

이상하게 주변의 연기가 걷혀 있었다.

연기가 마치 그 주변으로 침투하지 못하는 것처럼 멀리서 부유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변에 퍼진 마력의 순도가 너무나 높아 고밀도의 순도높은 마력을

연기에 섞인 마력이 뚫지 못하는 것이었다.

"여기구나."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무령께서는 뒤로..."

"아니, 넌 돌아가."

발레리아의 말을 자르고 에리아가 말했다.

발레리아는 무언가 대꾸하려 했으나 에리아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 앞은 위험해 발레리아. 언제 이 마력이 걷혀서 안개가 덮칠지도 모르고.

차라리 게비디와 합류해서 이곳이라는걸 전하고 철거반을 데려와."

"알겠습니다."

발레리아는 다시 구멍 안으로 몸을 던진다.

구멍의 입구를 쾅 하고 닫아 막으면서 에리아가 말했다.

"좋아, 험한 꼴 보여줄 사람 없음."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그녀의 주위로 억눌려있던 마력이 흘러나온다.

그 마력이 순수한 마력은 물론이고 안개마저 밀어내고 있다.

"나는 이제 천사도 아니고, 마녀도 아니야.

언젠가 이곳으로 돌아올거라 생각했지만 이런 식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여기서 뭐든 끝을 봐야겠어."

그렇게 말하고 발을 옮긴 그녀의 앞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잘 왔어요. 올 줄 알았고요."

"삐삐를 내놔."

"혹시 그거 아시나요? 엘타리스의 반신인 탈린이 이곳에 잠들어있다는걸.

반신을 봉인하기 위한 미로로 설계된 공간에 도르테우스는 누구도 침입하지 못할거란 걸 알았어요.

그래서 이곳에 제단을 세웠죠. 각 제단에는 금제가 걸려있어요.

접근한 사람이 쉽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말이에요."

"지금 도르테우스한테 기도라도 해놔. 뒤지기 전에."

"첫 번째! 백색의 고원의 동굴. 파괴하기 위해서는 생명을 바쳐야 했어요.

거기서 난 생명을 바쳤고, 피드 린을 살려냈죠."

"...."

"두 번째! 기억의 미로. 망각의 미로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이곳은

말 그대로 들어오는 사람의 기억을 뺏어요.

그래서 이 마력을 밀어낼 순수한 마력을 가진 존재가 필요하죠."

그렇게 말하며 셰릴 린은 삐삐를 들어보였다.

군데군데 비늘이 벗겨지고, 마력을 강제로 뽑힌 삐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기절한 것으로 보였는데, 이대로 가면 실시간으로 미궁의 마력을 밀어내는데

마력을 다 소진해서 죽는것은 시간문제였다.

"너도 엄마라며? 내 친구 뺏어가서 엄마노릇 한다며?

그럼 적어도 남의 자식 함부로 건들면 안 되잖아?"

"그래서 준비했어요. 미리타엔의 클론 배양 장치. 이 꼬마용을 거기 넣죠.

복제해드릴게요. 클론 정도면 충분하잖아요. 당신이 필요한건 애정을 쏟을 존재 아닌가요?

난 이 꼬마 용의 마력이 필요하다고요. 그러니ㄲ...."

빠악.

셰릴 린의 얼굴에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다.

셰릴 린은 그대로 벽에 밀쳐져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어차피 진짜 자식도 아니잖아!

나처럼 배아파 낳은 새끼도 아니잖아 넌! 자꾸 인간을 따라하려고 하는 더러운 년!"

"안...ㄷ..어..."

셰릴 린의 눈이 커진다.

"마마....안더러..."

삐삐가 정신을 차리고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삐삐야! 반짝반짝한거 전부 그만해!"

"아... 이제...아내두 대는구나... 아라떠... 삐삐... 쫌 힘드러... 아파...

마마... 삐삐 오느른 공부 아내두 대...?"

"응...안해도 돼..."

에리아는 달려가 셰릴 린을 밀쳐냈다.

삐삐가 그녀의 손에서 튕겨져 바닥에 떨어진다.

에리아는 이미 그녀를 잡을 수 없었다.

멀기도 너무 멀었고, 마력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이미 삐삐가 마력을 거둔 탓에 안개가 어느새 다시 주변을 덮고 있었으니까.

그런 삐삐가 바닥에 구르기 직전에 잡아낸 것은 한 검은 장신의 남자였다.

"후... 누가 우리 삐삐를 이렇게 만들었어?

너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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