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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이야기-221화 (221/303)

〈 221화 〉 스토커

* * *

안녕? 나 앨리스.

삐삐인데 앨리스야. 마마가 그랬거든.

오늘은 아침부터 마마가 나갔어.

바쁜 일이 있다고 한 것 같았는데 그게 뭔지는 몰라.

아무튼 그래서 이모가 나랑 같이 가게를 보자고 했어.

맨날 이모나 마마가 가게를 보면 사람들이 와.

와서 돈이라는걸 주고 마마랑 이야기를 해.

이모가 그랬어. 마마는 일을 하는 거라구.

왜 이야기만 하는데 돈을 주냐고 물어봤거든?

근데 그런 일을 한대.

삐삐도 하고 싶다고 했어. 아 실수했다.

삐삐는 앨리스야. 삐삐는 친한 사람만 부를 수 있어.

그랬는데 이모가 안된다고 했어.

그래서 왜 안되냐고 화냈어.

이모가 앨리스는 아직 어려서 안된다고 했어.

앨리스는 이제 다 컸다구 했더니 다 컸으면 사탕을 안준대.

아가라구 했어.

그랬는데 오늘은 마마가 아침일찍 나갔어.

'영구실?'이라는데를 간다고 했는데 거기서 할게 있나봐.

그래서 오늘은 이모랑 앨리스랑 둘이 가게를 본대.

이모가 옆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커피 준다구 했어.

그래서 이모 옆에 가만히 앉아있겠다구 했더니

이모가 작은 의자를 하나 꺼냈어.

삐삐는 그 위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된대.

그래서 삐삐는....어! 아니 앨리스는... 가만히 앉아있었어.

그리고 커피를 받으니까 이상한 사람이 왔어.

울퉁불퉁한 사람이야. 신기하지?

"어서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이모는 이거 많이 해봐서 잘해.

앨리스도 하고싶다...

"럼블러 위니."

울퉁불퉁이 말했어.

럼불러위니가 뭔지 앨리스는 몰라.

근데 이모는 똑똑해서 바로 만들어줘.

"혹시 그 유레크로스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길에 대해서 아나?"

"유레크로스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면... 절망의 산맥인가요?"

"아니, 그 길이 아니라... 작은 섬으로 이어지는 길 말이야."

"작은 섬... 들은 적은 있습니다. 눈이 쌓인 섬 말이죠?"

"아아 그래! 그거 말이야!"

울퉁불퉁 신났어. 이모도 긴장한 얼굴이었는데 조금 풀렸나봐.

조금 웃었어. 삐삐는... 아니, 앨리스는 이거 알아. 친절이라고 하는거야.

울퉁불퉁은 만들어준 음료수 안먹는것 같아. 이모가 만들어주는건 맛있는데.

음료수를 손에 들고 말만 해.

"그거 안머거?"

빨리 안먹으면 다 식는데.

그럼 맛없어.

"응? 넌 뭐야?"

"앨리쑤!"

"삐삐! 그러면 안돼요! 손님이잖아요! 가만히 앉아있어야 한다고 했죠!"

"가마니 안자이써!"

"삐삐, 쥐포 구워줄 테니까 조용히 그거 먹어요. 알았죠?"

"웅..."

맨날 어른들은 지뽀로 모든걸 해결해.

나쁜데 착해. 앨리스를 방해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는

지뽀를 준대. 삐삐가 착하니까 참아야지.

"하하하! 꼬마, 그런데 숨어있었구나. 왜, 이거 마셔보고 싶냐?"

"줄꺼야?"

"아, 줄 수 있지."

"진쨔?"

"그럼, 그 가방안에 뭐가 들었는지 보여주면 말이지."

"가방...?"

가방은 안되는데.

가방은 삐삐 보물이야. 사탕이랑 비늘이랑 마마 나오는 종이 있어.

"그럼 안 죠도 대."

"응? 안줘도 된다고?"

"응. 안죠도 대."

"하... 나 이 쪼막만한 놈이...당돌하네..."

"쪼망마내?"

그게 뭐지? 궁금했어. 궁금하다 그치?

"손님, 아이 앞에서 말씀을 순화해주시길 바랍니다."

"아? 내가 좀 그랬나? 미안미안. 거 사람이 실수 한번은 너그럽게 용서할 수 있지?

한번씩 말이야. 이 꼬마가 귀여워서 장난 좀 친거야. 알지?"

"알겠습니다..."

"표정 풀어. 손님한테 정색하고 얼굴 구기면 안되지. 안 그래?"

이모는 화가 많이 난 것 같았어.

얼굴은 웃는데 반짝반짝한게 없어.

그리구, 커피 만드는 주전자 꽉 잡고 있어.

삐삐가 또 잘못했나봐....

"삐삐, 미안한데 쥐포들고 뒤로 올래요?"

"응..."

지뽀들고 이모 뒤로 갔어.

울퉁불퉁이 삐삐를 쳐다봤어.

눈이 무서워.

"앨리스? 앨리스야! 친하게 지내자? 알았지?"

울퉁불퉁이 친하게 지내쟤.

삐삐는 무서운데...

"알겠지? 야! 대답해! 쥐방울!"

"시러!"

울퉁불퉁이 자리에서 일어났어.

울퉁불퉁은 눈이 무서워. 몸이 초코사탕 색깔이야.

머리카락은 주황색이고. 화가 난 것 같아.

"진짜 쥐방울만한게 웃어줬더니 기어오르고 말이야.

내가 우습냐 너?"

"히이익..."

안 웃겨... 무서워...

"손님, 그만하시죠.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계속하신다면 사람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에이 씨... 하나같이 진짜 사람 우습게 알고 말이야.

너 여기서 커피 타면서 사람 깔보는 걸로 돈 받으면서... 지금 나한테 명령하냐?"

"삐삐, 듣지 마세요."

이모가 양 손으로 내 귀를 가려줬어.

근데 그래도 들려...

"이런 개새끼들이 이거나 저거나 사람을 무시하고...

곱게 음료수나 먹고 가려고 했는데, 그러면 좋았잖아?

불러 사람. 내가 무서워할 것 같냐? 진짜 확 다 죽여버릴까?"

"후우... 손님으로 대해드리려고 했더니 안되겠군요.

요즘 선생님도 겸하고 있어서 말이죠.

몇 대 맞으시겠습니까? 몇 대 맞으셔야 정신을 차리실까요?"

눈을 감았어. 마마가 무서울때는 눈을 꾹 감고 있으면 다 해결해준댔어.

싸우면 안되는데... 싸우면 나쁜 사람인데...

마마가 없는 동안 가게를 잘 지켜야 된다고 했는데...

마마는 바쁘다고 했고... 도와줘...

마마 보고싶어... 파파 도와줘...

"우리 점원이 뭔가 실수라도 했습니까?

어쩐 일로 우리 딸이 이렇게 겁에 질려서 아빠를 찾는지 모르겠네요.

우리 종업원이랑 딸이 왜 저기서 떨고 있는지 설명해 보시지.

대답 잘 해. 곱게 돌아가고 싶으면."

파파 목소리가 들렸어.

"발레리아, 삐삐 잘 안고 계십시오. 금방 정리할테니까."

"에스트로님, 죽이시면 안됩니다."

"에이, 저도 그정도 센스는 있습니다.

자, 그래서 일단 이름부터 말해주시죠."

나도 빼꼼 눈을 떴어.

진짜 파파야. 파파가 왔어.

마마가 말한대로야. 눈을 꼭 감고 있으면 해결해준댔어!

"엘 블로프니거 에스트로...?"

"절 아시는걸 보니 죄 지을 짓을 많이 하신 모양입니다?

착한 사람은 절 만날 일이 잘 없는데."

"그 새... 결혼을 해서 딸이 생겼다고...?

미친...미친... 말도 안된다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너 그렇게 날 버리고..."

"아... 아! 기억이 났습니다. 당신 분명히 이름이 베르가였나요?"

"그래, 베르가 모트다. 널 찾아다녔지."

"네, 기억이 났습니다. 결혼해 달라고 따라다니던 스토커.

말씀드렸을텐데요. 질척거리지 말아달라고. 남자에겐 관심 없거든요."

"너... 이제껏 남자인 줄 알았던 거냐? 나를?"

"아닙니까?"

"이런 개 씨발 네일아트 안보이냐고!!

안에 브래지어도 찼잖아! 왜 관찰력이 그렇게 없어?!

사람을 우습게 보고 말이야! 날 개무시하는 그 태도... 하아.... 씨발...

존나 좋아. 애딸린 유부남이라도 받아줄게. 나한테 오라니까?"

"거절합니다... 전 그냥 여자 속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변태인 줄 알았거든요."

파파 얼굴이 많이 화났어.

발레리아 이모가 내 귀를 양 손으로 꼬옥 막아주고 있는데

이모 심장소리가 콩콩 뛰는게 들려.

"반네리이모."

"왜요 삐삐..?"

"뵨태가 머야?"

"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부끄러운 짓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럼 쪼망마난건 머야?"

"조그마하고 아기자기해서 귀엽다는 의미에요."

이모 반짝반짝해. 진짠가봐.

근데 금방 반짝반짝 없어졌어.

"삐삐, 저런거 들으면 못써요. 듣지 마세요."

"드르면 못써?"

"네. 들으면 안돼요."

"아라떠...지뽀 머거두 대?"

"삐삐... 지금 쥐포 먹을 수 있어요? 무섭지 않아요?"

"파파 엄청 쎄. 안 무셔."

"그럼 우리는 안쪽에서 조용히 쥐포 먹을까요?"

"시러. 파파 보구시퍼."

"흐음... 에스트로님. 들으셨나요?"

"네, 최대한 그쪽으로는 피해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파파는 울퉁불퉁을 한손으로 앉혔어.

어깨를 누르면 울퉁불퉁이 주저앉아.

삐삐도 저거 하고싶어!

"그만 찾아오시죠. 지겹습니다. 저는 당신같은 사람은 딱 질색이기도 하고요.

민폐라는걸 모르시는 겁니까?"

"어떤 년이야?"

"무슨 소리죠?"

"너랑 결혼해서 새끼 깐 썅년. 어떤 년이냐고.

대가리부터 갈아버릴거야. 오독오독 씹어버릴 거라고."

"말로 하면 알아듣질 못합니까?"

둘 다 많이 화가 났나봐.

"이모, 쌴녀니 머야?"

이모가 또 얼굴이 하얘졌어.

그래서 파파를 봤는데 파파는 얼굴이 빨개졌어.

"맙소사... 삐삐, 이모는 여기 기절해 있던 거에요. 알았죠?

삐삐는 아무것도 못본거고요?"

"삐삐 아무고또 모빠?"

"못본 거에요. 알겠죠?"

"삐삐는 파파 밧는대..."

"이건... 틀렸네요... 하아...."

이모는 삐삐를 꼭 안아줬어.

헉! 앨리스라구 해야되는데!

앨리스 완전 삐삐라고 했어!

"삐삐?"

파파가 불렀어.

"응?"

"이모 데리고 집에 들어갈래? 그러면 아빠가 쥐포 가지고 갈게."

"지뽀 이미 잇는대...?"

파파가 발레리아 이모를 쳐다봤어.

저건 무슨 눈이지? 슬픈 눈인가?

아! 알았어! 앨리스 저거 알아!

마마가 맨날 '대체 왜 그런 짓을 한거야...' 라고 말할때 표정이야!

이모가 삐삐한테 귓속말했어.

"삐삐, 여기 있다가 가방망가지면 안되죠?"

"가방? 망가져?"

"네, 여기에 이제부터 나쁜 사람이 가방을 망가뜨리러 온대요."

"헉!"

"빨리 도망갈까요?"

"응! 파파! 나뿐 사람 혼내져야대!"

발레리아 이모랑 방에 들어갔어.

방에서 이모가 삐삐를 쳐다보다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어.

"삐삐, 원래는 삐삐가 좀 더 크고 나면 주려고 한 거였는데

어쩔 수 없네요. 오늘만 특별히 주는 거에요?"

"먼대?"

이모가 서랍에서 하얀거 꺼냈어. 동글동글한데 네모야.

"삐삐, 이전에 이런 모양 배웠는데 기억나요?"

"모양?"

"네. 이런 동그라미가 기둥으로 된 모양을 뭐라고 한다고 했죠?"

"언!"

"동그라미는 원이 맞아요. 그런데 기둥이잖아요."

"언기둥?"

"맞아요. 원기둥이에요. 자, 이걸 이렇게 꼬챙이에 끼워서..."

"끼어?"

"네, 이제 이걸 구울거거든요."

"꼬기야?"

"아뇨, 고기가 아니에요. 이건 마쉬멜로우라고 하는 거에요."

"마시...메?"

"마쉬멜로우요."

"마시마로!"

"네, 마쉬멜로우에요."

이모가 작은 라이터 치익해서 마시마로를 구워줬어.

"뜨거우니까 호호 불어서 먹어요?"

"이상하개 생겨써..."

"맛있는건데, 안먹을거에요? 그럼 제가 다 먹을게요."

"시러! 삐삐꺼야!"

마시마로 먹었어.

어...? 마시마로 맛있어!

말랑말랑이야!

"맛있죠?"

"응!"

"밖에서 에스트로님이 열심히 나쁜 사람들 혼내줄 동안 우리는 이거 먹으면서 책 볼까요?"

"책?"

"읽어줄게요."

"죠아!"

"어떤 책 읽어줄까요?"

"저거!"

"신문이요?"

"응. 마마 나오는거."

"아... 그래요. 읽어줄게요!"

"근데 이모."

"네?"

"쌴뇨니 머야?"

"어.... 그건 아주 나쁜 말이에요.

나쁜 말이니까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거에요."

"나뿐말이야?"

"네. 나쁜 아이들이 쓰는 거에요."

"구루꾸나...."

반네리이모는 착해!

그래서 책을 읽어줬어.

신문 일곱 번이나 읽어달라고 했어.

그거 다 읽으니까 이모가 마시마로 하나 더 줬어.

"삐삐가 꾸울래!"

"라이터는 아주 위험한 물건이에요."

"삐삐 할수이써!"

"위험하다니까요."

"바바?"

마시마로 막대기에 호 했어.

삐삐 알아.

호 하면 따끈따끈한거 할수있어.

마시마로 잘 구운거같아.

"삐삐... 브레스 쓰는 거에요?"

"부래쑤?"

"아니에요. 잘했어요 삐삐. 이따 무령님 오시면 보여드릴까요?"

"응!"

마시마로 맛있어.

그래서 일부러 마시마로도 가방에 넣었어.

이따 파파랑 마마한테 나눠줄거야.

분명 좋아하겠지?

책을 몇 번 더 읽었더니 파파가 왔어.

"아, 오셨어요?"

"안녀이 다녀오셔떠요!"

"아구구... 아구 이쁘다... 응, 다녀왔어."

"에스트로님, 베르가씨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그제서야 파파는 나를 안아주다가 고개를 돌렸어.

"아, 흠흠... 일단 돌려보냈습니다.

살려서 보내기는 했는데 언제 또 찾아올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예상이 안되는 인물이다 보니까 좀 대처하기가 힘들더라구요."

"베르가라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은 있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베르가 모트. 사성의 극성신입니다. 아주 까다롭고 골치아픈 사람이죠.

이기적인 부분은 그렇다고 쳐도 발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분노 조절 장애와 쾌락주의적 모습을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과격하고 통제가 안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사성으로 있을 수가 있나요?"

"룰은 룰이니까요. 이전 극성신의 목을 한 창에... 흠흠... 삐삐가 있군요."

"네, 이해했습니다."

"나중에 그 이유를 물으니 그저 그 창이 가지고 싶어서였다고 하더라는 후문이 있었죠.

일단 사건도 있었으니 오늘은 가게를 접으시는게 어떠신가요?

일단 오늘 업무는 저도 여기서 중단하고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파파!"

파파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날 봤어.

"삐삐 왜?"

"이거 머거."

가방에서 마시마로를 빼줬어.

"아... 고마워. 잘 먹을게."

파파는 마시마로를 들고 바깥에 나갔어.

"삐삐, 마쉬멜로우는 가방에 넣었다가 주면 안돼요.

더러워진단 말이에요."

"그래?"

"다음부터는 꼭 이모한테 봉지 달라고 하세요."

"아라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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