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7화 〉 슬픈 귀족의 이야기 두 경찰
* * *
모건은 사건이 종결된 이후에도 꾸준히 현장을 돌며 정보를 모았다.
에스테릭스가 점차 말라갈 때에도 그는 꾸준히 그곳을 방문했다.
그가 더는 귀족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피폐해지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도
그는 섣불리 마음을 열지 않았는데, 엘리마네를 결국 죽음으로 몰고간 일차 원인 제공자가 에스테릭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은 다름 아닌 하나의 책 때문이었다.
그가 여느때와 같이 브리깃 저택을 찾았을 때 어김없이 오늘도 별다른 기삿거리는 없노라고 단정한 에스테릭스는
이제 지친 얼굴로 차라리 자신이 죽였다면 억울하지나 않았을 것 같다며 허탈하게 웃어보였다.
오늘도 진전이 없다고 느끼며 모건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에스테릭스가 그에게 말했다.
"챙겨갈게 있지 않나? 뭔지는 몰라도 대강 짐작은 하고 있네.
엘리마네와 자네가 각별한 사이였다는 것도 말이야.
내가 차마 그 모두를 위로해 줄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나도 본의 아니게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진 남자로서 도움이 되어주고 싶군."
"공작님께서 신경쓰실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가. 미안하게 됐군. 언제든 편할 때 다시 오게나."
"그러겠습니다."
모건은 그저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지만 에스테릭스의 눈에 실린 우울한 감정을 읽어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모건은 대답을 그저 단답으로 돌리고 자리를 피했다.
헤럴드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는 도무지 에스테릭스나 모건을 볼 낯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실책에 괴로워하며 자살기도를 반복할 뿐이었다.
빈번히 실패한 그의 자살시도에 결국 경찰서에서는 그를 위하여 정신치유를 위해
예술품을 비롯해서 각종 유흥거리를 준비해주었다.
이전의 헤럴드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라기 보다는 이제 단지 그가 눈 앞에서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던 탓이리라.
그렇게 에드먼드와 헤럴드가 더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모건이 그를 떠났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는 더 빠르게 에드먼드와 가까워졌다.
그들이 처음 시선을 마주했을때 에드먼드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새 살이 더 쪘네."
"어, 그렇게 되어 버렸지."
"운동은?"
"그냥 이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죽겠지. 나도 잘 모르겠어."
"저번에 봤을 때 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잖아?"
"네가 몰라도 되는 이야기야. 아니,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렇지. 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보통 정말 나쁜 사람은 자책하지 않아.
넌 좋은 사람이야. 그래서 힘든거고."
"그걸 내가 몰라서 이렇게 괴로운건 아니야."
"넌 경찰이잖아."
"경찰은 힘들면 안된다는 법은 없어 에드먼드. 더 까다로운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수는 있겠지만,
그게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아니, 넌 나쁜 사람을 잡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잖아.
적어도 문제를 해결한 후에 자신을 미워해도 늦지 않다는 거지.
나도 일단 여기 놀러 온 것만은 아니야.
너의 치료를 돕기 위해서 온 것도 있다고."
"아, 그래. 그렇게 낙관적인 말 좋지.
그래서 어떻게? 내가 뭘 어떻게 그 놈들을 체포해야 할까?
증거도 없고, 이미 저쪽에서는 제들 마음대로 수사를 종결해버리려고 해.
게다가 처벌받지 않는 사람도 있어. 내가 지금 미워할 수 있는 범인은 나 뿐이라고."
"일단 진정해. 지금 상황이 변하는게 없다는건 알지만 적어도 널 이대로 놔둘수도 없으니까.
우선은 멘탈적인 부분을 먼저 회복하고 나서 그 다음에 계획을 생각해보자고."
"그런걸로 고쳐질거라는 생각은 안드는데."
"어쩔 수 없잖아."
"됐어. 괜한데 힘 빼지 말고 적당히 시간 떼우다가 돌아가."
헤럴드는 그렇게 말하고 담배를 물었다.
담배는 생각보다 빠르게 타들어갔다.
그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에드먼드는 그의 수 차례의 만류에도 꾸준히 그를 찾았다.
경찰서로 오기를 2주, 지친 헤럴드가 마지못해 그와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이 그 이야기를 입에 담았을때, 둘은 이전보다 조금 더 진정된 상태였다.
"그래서 에드먼드 네 말은 지금 그 사건을 다시 원래대로 돌릴 방안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에스테릭스 공작도 그렇고 그 저택에서 붙잡힌 하녀도 그렇고 확실히 범인이라고 결정된 사안이 아니니까.
왕을 죽인 사람은 분명 다른 사람일거야. 그리고 6귀족 중에 하나겠지.
그 사람을 찾아내면 적어도 눈을 감은 사람이 편히 쉴 수 있겠지."
"말은 쉽지. 그게 그렇게 빨리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증거도 대강 다 수습된 사항이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건자료들이 모두 위쪽으로 넘어가있어서 나같은 말단은 보기도 어려워.
좌천이 된 상태라고."
"그래, 그럼 우선은 그 자료를 볼 수 있는 수준까지 승진을 해 보면 어때?
꽤 긴 기간동안 삶의 목적이 되어주지 않을까?"
"그게 해결이 될거라고 생각해?"
"뭐, 자료를 단기간에 폐기하지는 않을 것 아냐?"
"그게 경찰서에서 구한 자료뿐인데, 사실상 사건이 종료되면서 그 이상은 자료를 구하지도 않았고,
이제 내게는 수사권도 없다고. 아직도 그런 정보들을 꾸준히 모을 수 있었다면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봤겠지."
"일단 해 봐. 이대로 있는 것보다는 낫잖아."
"오지랖은. 그래, 알겠어."
그렇게 헤럴드가 다시 형사로서의 일을 시작했고 그 동안 에드먼드는 주변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취직했다.
주된 과목은 미술이었지만 마땅히 인기는 없었다. 그저 매달 투고하는 그림으로 신문사에서 돈을 받는 정도였다.
그 그림 역시 왠지 모르게 자신에게 흥미를 보이는 젊은 기자의 열정에 밀려 마지못해 보내는 것이었다.
모건은 사건을 놓지 않았다.
엘리마네는 그에게 전부였다.
그는 점차 기사를 쓰며 6귀족에 대해 알아갔다.
자극적인 기사를 내려고 할 때마다 반려하던 상사가 일을 그만두고 나서는 그의 기사는 꽤나 자주 채택되었다.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기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은 사회 고발 및 현상타파의 목적이 강했다.
그를 밀어주었던 사람들은 그 책임을 지게 되었고, 결국 그는 조금씩 사람들로부터 멀어졌다.
그런 그를 끝까지 믿어준 것이 당시 널스페이지의 사장이었던 재뉴크라즈였다.
재뉴크라즈는 호쾌하게 웃으며 늘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 뭐 신문사가 하고 싶은 말도 하고 그래야지. 자극적으로 쓰게.
사람들이 우리 신문을 많이 찾아보도록 말이야."
물론 그는 좋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만 그래도 그가 모건을 밀어준 이유라면 신문의 판매 부수에 따른 수입에 눈이 돌아간 것이겠지.
그랬던 재뉴크라즈마저 세상을 떠난 것은 고작 1달 후였다.
30일간의 신문에서 6귀족에 대해 의심하는 기사만 24편이 나왔다.
조용히,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버린 재뉴크라즈의 소식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며칠 후쯤 엠페레스 시내에서 거적데기에 둘러싸여 깡마른 얼굴로 죽어있는 그를 발견했다는 기사가
새로이 1면을 장식할 뿐이었다.
모건에게도 그 여파가 확실히 전해졌는데, 그가 취재를 위해 돌아다니던 와중에 그의 앞으로 선 흰 자동차가 그것이었다.
그안에서 내린 것은 그레고리 반 데어믹스였는데 그는 모건을 보자마자 외투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반갑군, 나는 그레고리 반 데어믹스라고 하네. 현재 엠페레스의 공작 작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네.
자네가 모건 제이미 기자인가?"
"아... 그렇습니다. 저를 아십니까?"
"자네를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을거네. 지금의 엠페레스에 자네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는지 자네는 모르고 있어.
뭐, 그건 중요하지 않지, 내가 자네를 찾은 이유는 부탁할게 있어서라네. 잠시 시간을 좀 내 줄수 있나?"
"아, 예... 당연하죠..."
그리고 그들은 베어핏 카페 지하의 펍을 찾았다.
아직 낮이었음에도 펍은 문을 열었는데, 바텐더인 도나텔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같은 차를 타고 온 그레고리의 하인으로 보이는 자가 바 테이블에 들어가 위스키 따위를 잔에 따라 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내 딸을 위해 일하지 않겠나?"
"따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자네는 아주 유능한 기자라고 생각하네. 우리 쪽에서 상당히 골치아프게 됐거든.
피의 장미 사건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는 것 알고 있네. 아마 엘리마 네빌리온 때문이겠지.
자네의 심정은 이해하고 있네."
모건은 침을 삼켰다.
식도를 타고 지나가는 침이 왠지 쓴 것 같았다.
"그건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내가 모르는 건 그리 많지 않아. 적어도 이 나라 내에서는 더욱 그렇다네.
나는 자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네.
원래대로라면 그건 허가되지 않은 일이야.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6귀족이 종결시킨 수사를 일개 기자가 파헤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지.
그걸 우리가 가만히 좌시하고 있는 이유는 대처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자네의 안타까운 신세를 어느 정도는 참작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내가 이 자리에 나온 거라네. 알겠나?"
"아... 그렇다는건..."
"나는 사실 6귀족이 왕을 죽였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대략적인 사건의 전개도 모두 짐작하고 있네.
물론 그걸 자네에게 전부 말해주지는 않을거고. 섣불리 입을 열면 우리 둘 다에게 위험해질테니까 말이야.
내 밑에서 배우게.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 그리고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상대를 끌어들이는 능력 말이네.
정보처리 능력 하나만 가지고 기자를 하겠다는 건 용감하지만 너무 무모한 일이라네.
나는 자네에게 정보와 기술을 제공하겠네. 대가는 오직 하나일세."
"무엇입니까."
"내 딸의 부탁을 세 가지만 들어주면 되네. 단 세가지."
"....."
"딸을 만나보겠는가?"
모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그에게는 엘리마네의 누명을 푸는 일이 중요했다.
그런 그에게 그레고리는 작은 편지를 내밀었다.
"이건..?"
"사건 현장에서 사라진 왕의 칙서라고 하는 물건이네."
"이걸 저에게 주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게 대체 왜 여기 있습니까?"
"그건 자네가 알아내야 할 문제라네. 이 편지는 내가 6귀족 중 누군가에게 받아낸 물건이야.
불에 태워 처리하려고 한 것을 반 쯤 남겨 가져왔지. 재밌지 않은가? '반' 쯤 남겼단 말이야."
"아... 예... 재미 있습니다..."
"됐네, 거 사람 참 개그 센스가 없어."
"죄송합니다."
"딸을 만나 보게."
그렇게 말하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머지 않아 그의 딸, 제인 반 데어믹스가 찾아왔다.
그레고리의 자리를 대체한 것 치고는 상당히 왜소해보이는 여성이었지만
눈은 전혀 꿀리지 않는다는 기백을 보이고 있었다.
"당신이 그 반 가문의 따님, 제인 반 데어믹스 이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모건 제이미 입니다."
그녀는 대답 대신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보다 나이가 꽤 많아 보이긴 하는데, 대접이 필요하지는 않지?"
"네, 편하신대로 하시죠."
"세 가지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일단 조건을 받아들인 모양이니까 이야기를 해 보자고.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우리와 함께할수밖에 없어.
거절하면 그대로 여기서 나가지 못하게 되겠지. 뭐, 어디까지나 두 발로 말이야.
들것에 실려 나가는걸 막을 수는 없고."
"본론이 뭐죠?"
"싸가지 없어. 뭐, 됐네요. 첫번째는 내 정보원으로 일하라는거야.
넌 우수하니까 다른 쓰레기들 보다는 낫겠지."
"정보원?"
"반 가문은 오래 전부터 정보상을 하고있어.
아마 들어는 봤겠지. 세계적으로 정보를 거래하는 집단이 있다고 말이야.
나는 그 차기 후계를 맡은 입장에서 모든 정보를 수합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가문에서는 그 연산처리나 정보 저장을 다른 것에 의지하고 있어.
또 하나의 뇌. 그러니까 병렬 연결된 거대 두뇌라는 시스템이지.
믿기지 않겠지만 기술로 설명하지 못하는 마법의 영역이야."
"그래, 받아들이죠."
"간단히 받는구나? 생각외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두번째로, 연애 기술을 전수해줘."
"네?"
그녀는 얼굴이 붉어져서 모건에게 말했다.
"들은 그대로야. 너, 연인이 있었다면서?
유명한 여자였지 엘리마 네빌리온. 집 밖을 고사하고 방 밖으로도 나오지 않던 그 음침하고 불길한 년을 꼬셔서
기어이 취직을 하고 웃게 만들었어. 그런 기술이라면 사람 하나 꼬시는 정도는 일도 아니겠지.
난 그런 풋풋한 느낌을 알고 싶어."
"그레고리 공작님께서도 이 일을 알고 계십니까?"
"뭘?"
"당신의 부탁이 이런 것이라는 걸."
"아, 모르지. 그냥 조건 3가지는 임의로 내가 정하겠다고 했어."
"하아... 뭐 그렇게 하십시오."
"마지막은... 음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나중에 쓸게. 아껴둬도 되지?"
"그렇게 하십시오."
그렇게 모건은 제인과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그리고 모건은 제인과 함께 반으로부터 수업을 받았다.
물론 제인에게는 병렬의식이라는 능력이 있었기에 둘의 역량 차이는 확연했지만,
그럼에도 모건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해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모건은 단순히 과감하게 터트리는 것보다 몸을 사리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가 내던 기사는 점차 차분해졌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널스페이지를 구독하게 만들었고,
6귀족의 안건을 조사하고 있으면서도 티가 나지 않게 행동하는 법도 배웠다.
그의 기사는 점차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그는 한번에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했고,
문드러지는 속을 억지로 달래려다 정신병을 얻었다.
밤마다 자신을 찾아오는 것 같은 엘리마네의 환각이 자신의 목을 조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정신과를 종종 찾았지만 처방되는 약으로는 그의 고통은 덜 수 없었다.
그가 마약에 손을 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잠들 수 없었고 불법임을 알면서도 둘러 약을 구매하고는 했다.
당연히 중독성은 나날이 심해져만 갔다.
처음에는 단지 패치로 끝내던 것을 점차 섭취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주사의 형태로도 나아갔다.
익숙해지기 시작한 마약이 두렵지 않았다.
그 마약이 사라지고 홀로 남을 자신이 더 두렵다고 느꼈다.
모건은 늘 죄책감을 안고 있었고, 점차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아갔다.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비즈니스 마스크, 점차 사람을 일적으로 대하고 감정을 배제해갔다.
이렇게 변해버릴 거라고는 스스로도 몰랐다. 그리고 그의 중독 증세를 눈치챈 것은 에스테릭스 뿐이었다.
여전히 저택을 들릴 때면 에스테릭스는 그에게 따뜻한 물과 빵을 내 주었다.
"얼굴이 좋지 않군. 약은 그만 끊는게 어떤가?"
"알아 보시는 겁니까?"
"그래."
"왜 저에게 그렇게 잘 해주시는 건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말했잖은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분을 조금은 이해하겠다고.
그리고, 내게 꼭 자네 또래의 아들이 하나 있거든."
"에드먼드 브리깃 말입니까?"
"하하, 알고 있나?"
"네, 현재 저희 신문사로 그림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 자네라도 그 아이에게 잘 대해줬으면 좋겠네.
요즘 말이야, 느끼고 있단 말일세. 나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제 몇 달이면 아마 나는 병실 침대에 누워 거동도 불편한 몸이 되어버릴 걸세.
내 몸은 내가 잘 알지. 그러면 그때 내 아들을 돌볼 사람은 아무도 없어지지.
물론 아버지로서 좋은 일을 했던 것도 아니고, 아들에게 존경받지도 못했다네.
하지만 그럼에도 난 그애 아버지잖은가."
"왜 당신같은 사람이..."
"허허..."
"편지를 찾았습니다. 당신이 받았던 왕의 칙서 말입니다.
에스테릭스 공작님. 이걸 가지고 가시죠."
모건이 내민 편지를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
"됐네. 이제 그걸 가져가도 의미가 없네. 먹여살릴 가족도 없고, 그랬다가는 정말 자네가 사랑한 여자의 단독 소행이 될 걸세.
알다시피 6귀족의 힘은 상당하니까.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건 조작된 사건 같아보이네.
살인인지, 아니면 사고인지는 모르지만, 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네.
그리고 필시 거기에는 6귀족이 이어져 있겠지.
이런 시점에서 내 목숨을 구하겠다고 그 편지를 쓴다면 말이야, 진범이 잡혀주겠는가?
아니야. 그저 자네가 사랑했던 여린 아가씨가 독박을 쓰게 될 걸세."
"그럼 이 편지는..."
"자네가 분명 더 좋은 일에 쓸 수 있겠지.
내가 다 지고 갈테니까, 자네는 내가 죽은 후에 어떻게 엘리마 네빌리온을 구할지만 생각하게."
"엘리마의 이름을 아시는군요?"
"안타까운 피해자일 뿐이었지. 이미 알고 있겠지만 굳이 덧붙이자면, 내 아들 이름은 말이네..."
"에드먼드 브리깃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런 이름이라네. 부디..."
"다시 없을 친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오늘은 이만 쉬게 내버려 둘 수 있겠나?"
그 말에 모건은 그의 집을 나왔다.
그리고 자신이 추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건의 진상에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모건은 그 정보를 은연중에 기사에 조금씩 흘렸다.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추측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의 불신이 정부로 고개를 돌리도록 말이다.
그 독자에는 당연히 헤럴드도 있었는데, 헤럴드는 이 신문을 읽으면서 모건과 다시 접선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간 헤럴드는 형사의 자리를 다시 꿰찬 것은 물론이고, 점차 성장해 밑으로 팀원까지 생긴 넉살 좋은 형사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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