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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이야기-258화 (258/303)

〈 258화 〉 슬픈 귀족의 이야기 ­ 두 경찰

* * *

둘의 재회는 상당히 오랜만에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서로 깊어진 감정의 골은 전혀 해소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어디라고 말할 것도 없이 둘의 재회 장소는 베어핏 카페 지하 도나텔리의 술집이었다.

그리고 먼저 동전 따위를 굴리던 모건이 입을 열었다.

"난 이제 잘 모르겠어. 내가 뭘 하고 있는건지."

"그게 무슨 소리야?"

"얼마 전부터 반 가문의 그레고리 공작님께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아마 공작님은 우리가 뭘 조사하고 있는지도 이미 알고 계실거다.

진범이 누군지도 아실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네가 범인을 알아내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네."

"우리가 범인을 알아낸다고 한들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니잖아?"

"아냐, 넌 그저 찾아내기만 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그래서 네가 알아낸게 대체 뭔데?"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말이야, 에스테릭스 공작을 묻어버리기위해서 의도적으로 계획된 살인 같던데.

아마 범인은 6귀족의 연합일 거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당시 브리깃 가에서 물건을 의도적으로 빼 올수 있는 사람을 범인으로 한정지으면

시그릿 공작은 아마 확실하다고 봐야겠지.

에스테릭스 공작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체념한 상태였어.

이미 너도 여러 번 봐서 알고 있겠지만. 그런 일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둘 이상의 수뇌부가 필요할거고.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순히 두 세명의 귀족이 결탁한다고 왕을 죽이는 건 너무 무모해."

"그럼?"

"아마 페테이어 국왕도 한패라고 봐야겠지."

모건의 말이 끝나면 헤럴드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야?"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을 할 정도로 재미 없는 사람은 아니야."

"그 이야기도 그레고리공작한테서?"

"내 나름의 추측이야. 아마 확실해질거라고 생각하지만."

헤럴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연루된게 누구누구야?"

"아마 조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확실한건 시그릿 플뤼네 정도일거야."

"나한테 숨기는게 있다면 바로 너부터 죽여버릴거야."

그렇게 말하고 헤럴드는 도나텔리에게 지폐다발을 주고는 입단속을 시키고 나가버렸다.

"저 재수없는 새끼 보게. 모건씨, 괜찮습니까?"

도나텔리가 그렇게 물으면 모건은 지친 듯 안경을 벗어 내려놓고 머리를 한껏 뒤로 넘겼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제일 독한 걸로 한잔만 더 줘요."

"그렇게 하시죠."

한편 주점을 떠난 헤럴드는 그날 이후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 대신 6귀족과 이어질 접선책을 생각할 뿐이었다.

제일 성격이 좋다고 전해지는 케이 겔데어스가 그의 타겟이었다.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성격좋은 넉살 덕분이었다.

"그쪽이 날 보고 싶다고 하셨다고? 사업 건으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는 아니라고 해서 나온건데.

용건은?"

"그냥 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요."

"친하게 지낸다고 뭐가 달라지나? 사업을 빼면 이야기할게 그닥 없을텐데."

"그냥 6귀족이랑 친구 먹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대화나 좀 하시죠.

물론 이쪽은 솔직히 말하면 아무 대책도 없고 용건도 없지만."

"재밌는 형씨네. 용건도 없으면서 날 불러? 뭐 그렇게 합시다.

뭐라고 부르면 될까?"

"ㅎ...헤..."

"헤?"

"아니, 해피. 해피라고 불러줘."

"해피라... 그래요, 해피 좋네."

둘의 접선은 그것이 시작이었다.

워낙에 성격이 털털했던 케이는 그의 말을 잘 들어주었고 순순히 생각을 나눌수 있을 정도로 단순했다.

사업 외적인 부분에서는 그다지 남을 속이거나 하지도 않았고, 멍청하다고 느낄 정도로 순수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단점이라면 장난스러운 성격에 외설적인 농담을 즐긴다는 정도였다.

덕분에 헤럴드는 그와 친해진 것을 조금은 후회할 뻔 했다.

그다지 의미있는 정보를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결국 빛을 보게 되었다.

케이 겔데어스는 헤럴드의 카드 점을 좋아했고,

그들은 종종 카드게임이나 점을 보겠다는 이유로 만나곤 했다.

그렇게 어느 날 케이 겔데어스의 무역에 헤럴드가 따라나가게 된 날이었다.

둘이 같은 배에 올라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은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주기적으로 유레크로스에서 미리타엔, 엠페레스와 아라카스트를 도는 무역선박.

그 소유주인 겔데어스 가문의 무역상단에서 경호를 의뢰했던 것이다.

경찰로서는 마땅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 이를 승낙한 것이었다.

공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한다는 것 자체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시되긴 했지만,

왕의 명령으로 허용하게 되었다.

국가 산업의 상당수를 담당하는 겔데어스 가의 무역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덕분에 겔데어스와 헤럴드는 바다 한가운데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덕분에 이번 무역은 좀 쉽게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뭐, 어차피 나라 뜨면 나나 너나 다 똑같은 사람이지 뭐.

엠페레스에서나 경찰이고 형사지 나라 뜨면 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설 경호원 보다도 못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나름 비싼 물품이 많아서 거래하는데 부담이 있었거든.

형이 알아서 잘 커버하겠지만 말이야. 아라카스트 쪽에서 페마르를 대량으로 거래하기로 했고,

그걸 고가에 유레크로스로 팔거야. 그럼 그 차액이 상당하겠지."

"유레크로스가 아라카스트랑 더 가깝잖아?"

"아, 모르는구나. 아라카스트에 있는 엘프들은 그 땅을 잘 벗어나지 못해.

대부분은 심각한 마약 중독이거든. 페마르를 자체 생산하는 대신에 그 땅을 떠나면

페마르를 구하기 어렵다는 걸 스스로도 아는거겠지.

이미 대부분 표정부터 박살난 상태야. 그런 사람들이 국경에 자리한 산맥을 넘는건 어려운 일이지."

"그렇다고 배에 탈 수 있는 기회를 버린다고?"

"물론 배에 타는 사람도 있기야 하지. 그런데 그건 인간이야.

아라카스트로 넘어들어간 인간 상인들.

엠페레스 출신도 있고, 유레크로스 출신도 있어.

종종 엘프도 타기는 하는데, 대다수는 중간 쯤 갔을 때 발작하거나 해.

돌아가겠다고 물에 뛰어들려는 놈들도 있고.

그럼 뭐 어쩌겠어. 그대로 타고 가다가 적당히 미리타엔 쯤 가면 노예상들한테 코 꿰여서 끌려가는거지.

간혹 가다가 진짜 정상적인 엘프도 타기는 하거든? 근데 그런 애들은 페마르 거래를 안해.

뭐가 진짜 무서운지 아는 녀석들이거든."

"까다롭네. 엘프는 다들 그런거야?"

"그렇지 뭐. 그런 주제에 선민사상은 담뿍 담겨있다고.

말 서너마디 섞으면 구역질이 쏠려."

"그렇군."

"혹시 알아? 이미 엠페레스에도 상당한 양의 마약이 보급되고 유통된다는거."

"불법이잖아?"

"그렇긴 한데, 일부 사노예 같은 경우는 또 달라. 국가에 신고하지 않고 노예를 다루는 귀족은 많으니까.

그런 이들에게 임금을 줄이고 노동효과를 내기 위해 매일 소량의 마약을 투여하는거야.

그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돈보다는 마약에 눈이 돌아간 노예가 생기지.

또, 누군가는 개인의 쾌락을 우선시 하기도 하고."

"하아... 그런걸 경찰한테 말해도 되나?"

"뭐 어때, 그래봐야 노예 이야기인데.

노예 한둘 죽는게 뭘 대수라고."

그 말이 너무 태연하게 나왔던 것을 보고 헤럴드는 순간적으로 이 얼굴이 두려워졌다.

역겨움을 꾸역꾸역 삼켜내고 있으면 픽 웃으며 케이 겔데어스는 말했다.

"뭐, 안그래도 신경쓸게 많아서이젠 그런거 일일히 따지기도 뭐해.

얼마 전에는 정권 교체도 있었고. 난 하다하다 그렇게 픽 왕이 죽을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에스테릭스 아저씨도 나름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말이지."

"...."

아직 아니라고 되뇌며 헤럴드는 주머니 속의 권총을 꾹 붙들었다.

"아무튼 솔직히 말해서 이번 페마르 거래도 실질적으로 따지면 마약 거래지.

국가에서 공인한 마약.

꽤 수입이 좋아서 거래 품목으로 넣었어.

요 몇달간 급격히 가격이 뛰기도 했고.

차익으로 챙기는 이익이 쏠쏠하거든."

"너도 진짜 쓰레기구나."

"아니 뭐, 예술은 원래 늘 어딘가 미쳐있는 거라며?"

"예술이라고 생각해?"

"음, 적어도 내가 엘프들처럼 약에 쩔어있지 않은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야."

헤럴드는 고갤 저었다.

이후로는 왠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헤럴드는 그 옆에서 침묵할 뿐이었다.

아라카스트에서 거래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라카스트의 엘프들은 정말로 맛이 간 눈을 하고 실없이 웃으며 종종 훌쩍거리는 코를 붙들 뿐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큰 짐수레 네 닷 개는 될 법한 엄청난 양의 페마르를 싣는 것을 보면서

그는 모든것이 무색하다고 느꼈다.

유레크로스에서 또 한번의 정박이 있은 후에 한 남자가 그곳에 도착했다.

그 뒤로는 젊은 여성이 따라 왔다.

"오랜만이군 케이 겔데어스."

"그러게 루나르."

"이번에도 페마르는 잘 챙겨왔지?"

"그렇지 뭐. 그나저나 뒤에 있는 사람은?"

"롬이라고 이번에 새로 사업자 조합에 들어왔다는데 내 뒤를 따라다니면서 감시하는 중이지.

아주 떨궈내느라 지칠 지경이야."

그렇게 대화하는 사내들의 사이로 롬이라고 불린 여자가 말했다.

"페마르의 구입 목적에 비해 너무 많은 양을 거래하시기에 직접 확인하기 위해 따라온 겁니다.

유통되는 페마르는 환각증세가 있기 때문에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게 되면 위험할테니까요.

루나르씨. 당신이 존경받는 사람임을 알고 있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그들은 거래를 이어갔다.

롬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케이는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루나르. 페마르는 어디에 쓰려고 이렇게 많이 준비해달라고 한거지?"

"뭐 다른거 있나? 몰라도 돼. 그냥 사업 수완이야. 날파리들이 기가 막히게 달려들거든."

"날파리?"

"아, 너희쪽에는 길드가 없다고 했었지 참. 아니다,

설명해봐야 이해도 못하는 미개한 새끼들한테 입아프게 말할 필요도 없지."

"뭐 그렇기는 해. 나야 뭐 물건만 팔면 그만이니까.

그렇긴 한데, 그래도 말이야. 나보다 나이도 어린 쥐콩만한 애새끼가 건방지게 말 놓는 꼬락서니는 못보겠는데."

"평소에는 성격도 좋더니 오늘따라 왜 이러실까."

콱 멱살을 붙들은 케이 겔데어스가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내 사업장에서 개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말라고. 우리 상단은 신용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헛짓거리 했다고 내 귀에 들어오는 순간 거래 끝이야.

인맥을 동원해서 묻어버릴 거라고."

"그래, 뭐. 들키지 않도록 하지."

"재수없는 새끼가."

유레크로스의 거래가 끝나고 미리타엔의 거래는 별 볼일 없었다.

한무더기의 사람이 내리고 한 무더기의 상인이 올랐다.

헤럴드는 그 사이에서 초라한 눈빛을 한 여자 하나가 섞여든 것을 애써 모른 척했다.

여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짐더미 사이로 숨어들었다.

물론 오래 가지못해 붙잡히긴 했지만.

"살려주세요! 죄송해요! 도와주세요!"

그런 말 따위를 연신 외치는 그녀에게 쏟아지는 시선 같은건 없었다.

이 상황이 썩 낯설지는 않은 모양이다.

"케이, 나 저 여자 사 줄 수 있어?"

"노예인것 같기는 한데 뭐하러?"

"그냥, 억울하고 불쌍한 젊은 여자만 보면 기분이 더러워서."

"뭐 얼마 하는지 봐서. 일단 도와준 것도 있으니까 그렇게 할까."

케이는 그렇게 말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붙잡힌 여자를 가리키고 험상궂은 남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남자의 표정은 그와 대화를 할수록 누그러지더니 나중에 가서는 아부를 떠는 생글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케이는 풉 웃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돌아와 더러운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휙 내밀었다.

"얼마 안해서 사주기는 하겠는데, 어디다 쓰려고?"

"쓰다니?"

"아, 쓰는거 아니었어? 아니면 말고. 아. 도착했다. 엠페레스네. 내리자고.

오늘은 고마웠어."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한참을 헤럴드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 그의 손에 붙들린 여자가 멍하니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보며 말했다.

"ㅈ...죄송해요.... 때리지 마세요..."

헤럴드는 괜히 짜증이 났지만 그녀를 내려보며 말했다.

"안때립니다."

"그... 해피... 라고 하셨죠?"

"아니, 헤럴드 네빌리온이오."

"거짓말. 어떻게 사람 이름이 네빌리온이에요?"

"...."

"미안해요."

"하아..."

"왜 절 사주신 건가요... 몸도 약하고, 저 가사도 못해요... 글도 모르고..."

"됐어요. 그냥 거기서 끌려가는게 보기 싫어서 그랬으니까."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울었다.

그러면서도 배를 살살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중얼댈 뿐이었다.

"아이가 있어요?"

헤럴드가 물으면 그녀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후... 우리 집으로 갑시다. 다른건 몰라도 쉴 곳은 있어야지."

그녀의 눈빛에 불안한 기색이 보이면 헤럴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별 짓 안한다니까. 그리고 내가 샀는데 좀 데리고 갈 수도있지.

그냥 따라와요. 험한 짓 안할거니까."

헤럴드의 빈 집에 여자 하나가 새로 생겼다.

여자는 말랐지만 음식을 먹고 생활을 하며 점차 정상체중을 찾아갔다.

헤럴드는 원래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다 보니 집에 음식이 많았다.

그녀는 그와 지내며 점점 요리에 재능이 붙었다.

3주쯤 지내고 나서 사실상 가정부와 다름이 없는 일을 자처해서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헤럴드는 그녀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먹을 것과 쉴 곳을 제공할 뿐이었다.

그건 엘리마네에 대한 돌아오지 못할 후회였고

그 빈자리를 대체하고 싶은 미련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볼 수록 그의 후회는 점점 커져갔다.

그녀는 들어온지 한 달이 되어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 헤럴드에게 의문을 가졌다.

"내가 누군지 안 궁금해요? "

"어."

"나한테 왜 잘해주는거에요?"

"몰라."

그녀는 결국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들의 동거는 편안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래야 했기에 그렇게 한다는 느낌.

헤럴드는 그녀의 병원비, 식대, 옷 등을 챙겨주었지만 결코 그녀에게 먼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답은 늘 단답이었고 그녀또한 헤럴드에게 관심을 꺼 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나 아이가 곧 나온대요."

그제서야 헤럴드는 그녀의 배를 보았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지낸 기간은 5달이 넘어있었다.

"아이 이름, 뭘로 할까요..."

"몰라."

"나, 미리타엔의 노예였어요. 애 아빠도 누군지 모르고요.

사실 내 엄마도 누군지 몰라요. 날때부터 버려져 있었는걸."

"어쩌자고."

"알았어요. 동생이 있었다면서요."

"거기까지 해."

".... 알았어요. 그냥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어서요."

그녀는 힘 없이 돌아섰다.

"미안."

"네?"

"넌 엘리마네가 아닌데, 자꾸 엘리마네를 겹쳐보려고 했어. 내 실수인데 말이야."

"아..."

"돈은 넉넉하게 줄게. 엠페레스를 떠나. 유레크로스로 가서 살아.

그리고 아이 이름은... 캐스빅으로 하자. 그게 좋아보이네."

"...고마워요... 해피..."

"고마우면 빨리 꺼져. 이제 나 혼자 살기도 팍팍하니까.

자꾸 널 보면 엘리마네를 잊을 것 같으니까.

자꾸...행복할 것 같으니까."

"기억할게요. 해피."

"헤럴드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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