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4화 〉 블러디 메리
* * *
"이크사르토스?"
"네, 이크사르토스 바르타테우스 성 브란디오르 3세입니다.
이렇게 먼 타지까지 친히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서 들어가 쉬시지요."
"이름이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그와의 대화는 짧게 끝났다.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넓은 방이었는데,
넓은 침실에 방이 두개가 딸려 있었고,
식탁을 포함해서 요리를 할만한 도구가 마련되어있었으며
화장실은 양쪽으로 두 개 있었다.
이크사르투스는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세개펼쳐 보였다.
"여기서 지내시는 동안에 세 가지의 규칙을 따라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디까지나 권유이지, 강요는 아닙니다만 지키지 않을 경우에 신변에 위협이 생길 수 있고,
그 경우 교국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며 각종 불이익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래요 들어나 보죠."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늦더라도 밤 10시에는 이곳으로 돌아와 주시죠.
그리고 저희측에서 준비한 신변을 보호할 보디가드와 상시 동행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는 부디 허가되지 않은 공간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주십시오.
국가기밀이 담겨있는 구역을 제외하면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렇게 하시죠."
내가 어디 그런다고 못돌아다닐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나는 정식으로 증거를 채서 교국을 무너뜨리거나 적어도 메리의 비밀을 알아내야 했으니까.
그다지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언제 성제를 앞세워서 젤렌지가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빨리 플로라에게 명분을 만들어줘야 하는 입장에서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거기에 알 수 없는 정보가 섞여 혼란스럽기도 했으니
어쩌면 잠시의 휴식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후우..."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보디가드로는 이 친구를 데려가시죠.
아주 성실한 친구니까요."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한 남자를 데려왔다.
처음에는 여자로 오해할 뻔 한 남자는 상당히 곱상한 얼굴에 머리가 길었고
그 머리를 뒤로 올려 하이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는데,
찰랑찰랑한 머리는 웨이브가 져 있었고
화장을 따로 하지는 않은 것 같았음에도 속눈썹이 길고 뺨에는 약간의 발그레한 혈색이 돌았다.
"그... 안녕하세요... 저는 버르너라고 하는데요..."
딱 봐도 보디가드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남자아이는 왜인지 흘끔거리며 날 올려다보았다.
왜소한 체구, 그리고 근육이라고는 보이지도 않는 호리호리한 팔은 금방이라도 똑 부러질 것 같았고
허리는 군살없이 매끈해보였다.
옷은 타이트하게 몸에 딱 달라붙는 전신 레깅스를 입은 위에 하늘하늘한 사제복을
나름 어레인지 한 것으로 보이는 옷을 걸치고 그 위로 천에 색을 칠한 것을 둘렀다.
"반가워요 버르너."
"아... 저도 반갑습니다..."
"듣자하니 보디가드 역이라던데,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오히려 내가 지켜줘야 할 판인데?"
"아... 네... 저 이래뵈도 꽤 강하거든요..."
"강하다고요?"
"그런게 있어요..."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있으면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고 말하고
나이든 노인은 빠져나가버렸다.
나는 끽 해야 이제 열 대여섯쯤 되어 보이는 작은 아이를 사이에 두고
어디로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채로 방에서 벙 쪄버렸다.
"그, 일단은 나는 나가서 주위를 좀 둘러보려고 하는데..."
"아, 네... 따라 갈 수 있어요..."
그가 머뭇거리고 있으면 내 등에 업혀있던 삐삐가 쏘옥 얼굴을 내밀고 물었다.
"안뇽! 나 앨리쑤!"
"으앗!"
툭 튀어나온 삐삐에 놀란 듯 뒤로 엉덩방아를 찍는 모습에 삐삐는 꺄르르 웃었다.
삐삐는 그제서야 등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오더니 손을 흔들었다.
"어어... 그 애는... 따님이신가요...?"
"바로 알아 보시네요."
"아... 그 머리색이 비슷하니까..."
"머리 색이요?"
"네... 저 안면 인식 장애가 있어서요... 목소리를 듣거나 특징적인 요소를 기억해야 하거든요...
사실 기억력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요..."
이건 특징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나가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계속 이야기 하면 어떨까요?"
내가 자연스럽게 그를 유도해 밖으로 나가면 그는 조금 당황한 듯 하면서도
결국 내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착각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내 뒤통수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거리를 걸으면서 내가 느낀 첫번째 감정은 위화감이었다.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과 거리. 무언가 미묘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게 뭔지 깨닫지 못했다.
내 앞으로 나서지는 못하면서 뒤에서 길을 알려주고 있는 버르너는 왠지 불안해 보였다.
"버르너?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아니에요..."
"거짓말 나빠!"
삐삐가 삑 소리쳐도 버르너는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을 고수할 뿐이었다.
식당 골목은 군데군데 분포해서 고소한 냄새부터 매콤한 냄새 따위의
강렬하고 자극적인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골목골목을 돌 때마다 새로운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선 곳은
마치 정겨운 이미지가 진하게 덮힌 느낌이었다.
이곳이 정말 교국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그리고 순간의 방심을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골목에서 순간적으로 느껴진 마력반응.
그 순간 귀를 찢는 것 같은 비명이 울렸다.
"끄아아악!!"
옆을 돌아보면 어느새 버르너가 다리를 감싸안고 쓰러져있었다.
날카로운 형태로 가공된 마력에 다리가 꿰뚫린 모양이었다.
다리에 콩만한 구멍이 뚫려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게...!"
"아으윽..."
"조금만 참아봐요."
나는 그에게 곧바로 가방에서 상처 치료용 포션을 꺼내 뿌려주었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아직 통증이 느껴지는 다리를 절뚝이면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를 주변으로
얇은 방어막을 펼쳐주었다.
그리고 곧장 주변을 경계하며 삐삐를 가방에 들여보내고 버르너를 피신시켜 골목 사이로 숨었다.
"보디가드라면서 먼저 당하면 어떻게해요!"
"죄송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른 골목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어디있니 버르너! 너를 찾으러 왔단다!"
"아, 다행이네요! 교회에서 절 데리러 온 모양이에요!
이제 우린 안전할거에요!"
버르너는 안심한 듯 표정을 풀고 절뚝이는 다리를 어떻게든 지탱하며 일어섰다.
알수 없는 위화감이 순간적으로 목 뒤를 쓸고 지나갔다.
나는 곧장 그의 손목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아야!"
그가 다시 맨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그는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왜그러세요 무령님! 교회 분들이랑 합류하면 더 안전할텐데!"
"아냐... 어딘가 이상해..."
그제서야 나는 내가 골목 사이에 숨어있다는것을 깨달았다.
음식점을 찾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너무 이 동네는 골목이 많다.
이 주변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길을 잃는 구조였고
실제로 나는 버르너에게 안내를 받으며 골목에 들어왔었다.
너무 골목이 많다.
골목 사이에 몸을 숨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공간을 쉽게 빠져나갈 수는 없다.
그렇게 여기고 나니 아까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가 느껴졌다.
"이 마을에 혹시 남자는 없어요?"
"아, 이 마을은 수녀 양성시설과 연관된 마을이라서요. 신탁을 받기 전까지 예비 수녀들이
이곳에 모여서 살아가곤 한답니다. 그래서 다들 수녀가 되기 이전까지는 이곳에서 살아요.
지원도 상당한 편이고 조용해서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평도 있어요."
"그거 이상하네요."
안면 인식 장애가 있다는 사람을 보디가드로 붙인다.
그리고 여자뿐인 마을에 보냈고, 마침 그 마을은 골목이 비정상적으로 많다...
마치 이래서는...
"버르너 다미아! 들리면 대답해다오!"
"네! 신부님!"
아. 이 상황에서 저 신부와 마주치는 것은 뭔가 불길했다.
그러나 그보다 흘려듣기 어려운 말이 있었다.
"다미아...?"
"아, 제가 말씀을 안드렸나요? 제 이름은 버르너 다미아에요."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물었다.
"이 나라에 다미아라고 하면..."
"네, 저는 다미아 가문의 삼남이에요."
그제서야 맞춰진 것 같았다.
애초에 나는 불사라는 사실이 만연히 알려진 상황에 내 신변을 보호한다고 한 시점부터 의심했어야 한다.
이건 정치적인목적으로 의도적인 짐을 붙인 것이다.
저들이 노리는 건 이 철없는 아이였다.
길을 잃도록. 그리고 나와 떨어지게 해서 내가 이 작은 아이를 찾지 못하도록.
일부러 이 마을에 우리 일행을 고립시킨 것이다.
안면 인식 장애가 있는 아이이니 만큼 길을 알아도 나를 알아보지 못해 난처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면 구분도 쉽지 않다.
그리고 만약 여기서 이 버르너가 죽기라도 한다면...
가정을 시작했다. 타국의 귀빈과 함께 보낸 사절이 죽는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이미 이 아이를 보디가드로서 판단하고 상당한 실력자로 규정했다.
실제로는 힘도 없는 아이는 마침 다미아라는 유력 가문의 막내였고, 그 위로는 성연이 있다.
범인이 간단히 추려지고 성연의 목표를 한정하면서 국가적으로 명분을 만든다.
대의적으로는 미리타엔을 적대하게 할 수도 있겠지.
그걸 구실로 미리타에네게 국경을 봉쇄하고 일방적으로 전쟁을 걸어온다면
국가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유레크로스에게 양각을 잡힐 수 있었다.
아니, 이런 상황이라면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것 같았다.
최고의 변수가 철없는 꼬마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아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그런 조건을 붙였던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보디가드를 동행시킨다는 것'은 다시말하면
아이의 사망에 용의자를 극도로 한정시킬 수 있다는 의미였다.
더욱이 신부들이 입을 맞추기라도 하는 날에는 변명도 의미가 없겠지.
이건 제대로 만들어진 함정이다.
결코 남은 두가지 조항도 단순히 만들어진 것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버르너, 빠릴 나가는 길을 알려줘요. 숙소로 돌아가야겠어요."
"네? 하지만 식사가 아직..."
"그럴 시간 없어요!"
"그럼 어쩔 수 없죠. 급한 일이라도 생기신 모양이네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추기경님께서 주신 간이식 전이 주문서가 있거든요.
이걸 찢기만 하면..."
그가 웃으며 그 종이를 찢는 것을 보고 나는 경악했다.
순간적으로 뻗는 녹색 마력과 쓰여진 주문, 그리고 마력식.
"멈춰!"
나는 빠르게 발동되는 마법진에 내 마력을 흘려 강제로 주문을 부쉈다.
순발력이 필요한 일이기도 했고, 주문식에 마력을 흘려 결을 반대로 돌려 부수는 형식은
아무래도 실전에서 잘 쓰이지 않는 형식이라 순간적으로 긴장한 근육이 땡기고 있었다.
"네? 왜 갑자기..."
"그거 1인용 주문서에요."
"1인용 주문서라고요?"
"그거 쓰는 순간 우리랑 영영 이별하게 될 거라고요."
"그럴리가요. 분명 추기경님께서 필요할때 사용하라고 하셨단 말이에요."
머리가 아득해진다.
이 버르너는 너무 머리가 순수했다.
꽃밭을 데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제발 돌발행동하지 말아요. 모든 행동을 하기 전에 허락부터 받아요."
"그... 죄송합니다..."
"알면 됐ㅇ..."
"하지만, 보디가드는 저에요. 전 저 나름대로 무령님, 그러니까...
성함이 어떻게 되셨죠?"
"후우... 에리아요. 그리고 사실 난 보디가드같은건 필요가..."
"여성분을 혼자 돌아다니게 둘 수는 없어요!
저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에리아씨를 지키고 있는 거라구요.
제 말에 따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신 차려요. 지금 누가 누굴 지키고 있는데?
지금 고집부릴 때가 아니라고요. 빨리 숙소로 돌아가야한다니까!"
"그래서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교회 분들에게 지원을 받자고 하는 거라고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상대로 지칠 것 같아서 차라리 실체를 보여주는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할 때쯤
벽 사이에서 인자하게 웃으며 신부로 보이는 사람 넷이 나타났다.
"신부님들!"
"아, 버르너. 함께 갑시다. 찾고 있었거든요."
"역시 신부님들께서는 자상하세...어...?"
버르너가 천진하게 그들에게 다가가면 동시에 그들 모두가 한손에 날카로운
송곳과 같은 것을 들고 버르너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지 버르너는 덜덜 떨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삐삐를 가방 안으로 숨기길 잘했다고 느꼈다.
삐삐는 최근 가방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는 말을 유독 잘 들었다.
가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생기는 일을 너무나 잘 아는 탓이다.
연이은 사고에 스스로도 두려움을 배운 것이겠지.
덕분에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하지만 문제라면 차라리 다 정리할 수 있으면 몰라도
지금의 나는 누구 하나도 상처입히지 않고 이 상황을 벗어나야하는
타국에서 온 손님일 뿐이었다.
"신부님들...? 왜... 그런걸... 들고..."
머뭇거리던 버르너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올려들고 말했다.
"아! 걱정 마세요! 에리아씨는 제가 잘 지키겠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쁜 사람도 아닌 것 같고요."
"아아, 그래그래. 알고 있어. 저 사람은 호위가 없어도 무사할 사람이니까."
"네! 믿고 맡겨주세요."
휙 하고 그어지는 송곳에 나는 순간적으로 마력을 뻗어 버르너의 아킬레스건을 노렸다.
마력으로 끌어당기자 발목을 붙잡혀 균형이 무너진 버르너는 그대로 넘어졌다.
"아이고, 오늘 엉덩이만 몇 번이나 찧은건지...어라? 신...부님...?"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것 같은 버르너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팔로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이럴 줄 알았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모든 무기를 망가뜨릴 작정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생명의 마력이라는 것은 곧 그것의 근원이며 근원은 성질과 운명을 부여한다.
유기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말이다.
마을의 흙바닥을 일으켜 골렘으로 만들었다.
"사고치지 말라는 법은 없었지."
지축을 울리며 일어선 거대한 골렘은 형태에 집중하지 않은 거대한 구체와도 같았는데
위에서 흙따위가 굳지 않아 투둑거리며 흘러내리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 버르너가 앉아있었다.
"어어... 으아아!!! 이건 또 뭐야!!"
가만히 앉아있을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지만 집중이 전혀 되지 않는다.
나는 흙골렘 위에서 신부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대강 계획은 파악했습니다.
가서 전하세요. 선을 넘으면 이쪽에서도 강경대응 하겠다고."
"눈치가 빠르시군요."
"너도 마녀사냥 몇 십년 당해봐. 눈치짬 없었으면 말라뒤졌어."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교토삼굴이라고 들어는 보셨습니까?
굴 하나로는 안된다는 말이지요."
"교토삼굴...?"
"교국에서 흔히 말하는 속담으로는... '왕을 죽이는 것은 총검만이 아니다.' 정도겠군요."
알고 있었다.
왕을 죽이는 것은 총검만이 아니다.
그를 따르는 백성의 등을 돌리고, 그가 가지는 재화가 마르고, 충신이 사라진다면
왕은 자연히 죽게 되리라는 속담이었다.
젤데리스에서 유래된 것이었다.
그 뜻이라고 함은...
그가 어찌할 방도도 없이 말라죽게 만드는 수가 있다는 것으로,
상대의 모든 도피로를 차단하라는 의미였다.
그제서야 옆에서 조용히 버르너가 말했다.
"수주대토는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개 판다는 의미에요..."
"굴이 세개... 그럼 지금 내게 퇴로가 없다고 말하는 건가?
다 막았다는 의미로?"
분명 사고를 치기는 했지만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국제적으로 문제가 될 일은 없을것이다.
미리타엔에 심각한 타격이 될만한 일은...하지 않았다.
"아직 잘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여기서 어떤 증거를 찾아내시려는지는 몰라도!
절대 간단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간이 얼마나 버텨줄지 모르겠군요!"
내가 아는 교황 메리는 영악한 여자다.
분명 무언가 꼼수를 펴 놓았으리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