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6화 〉 대담
* * *
"결국 이곳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
"접니다 데릭. 당신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맡겼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생각보다 너무 잘해주셨더군요. 고맙습니다."
"아니 뭘 그렇게까지... 그냥 시키신대로... 후우..."
"절 원망하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결국 제가 당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필요가 있어서, 당신이 이곳으로 돌아오길 기다렸습니다."
"이곳으로 돌아온다..?"
"당신은 저와는 다른 길을 걸었으니까요."
"그렇군요. 선조께서는 죽음을 거부하셨다고 하셨습니까?"
"뭐, 일단은 그렇습니다. 말은 편히 하시죠. 일단 둘 다 산 사람도 아닌데,
그런 것 일일이 따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 그랬지. 덕분에 말이야."
"그래서 잠깐이나마 이렇게 대화를 할 시간도 벌었습니다."
"아쉽기는 하더군. 아무래도 변변찮은 자식하나 못 낳고 왔으니."
"조금 어둡군요. 불을 밝혀 보겠습니다."
탁 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주변이 밝아진다.
텅 빈 공허한 공간, 그리고 그 위로 떠오르는 작은 탁자.
그 앞에 작은 랜턴 하나를 들고 앉은 남자는 차분하게 턱을 괴고 말했다.
"당신은 정말 잘 해주셨습니다 데레코즈."
"그럼. 더할나위 없었지, 선조님. 그래서 이 공간은 뭔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죽음이후, 영원한 안식으로 가기 전에 잠시 당신을 빌렸다고 보면 되겠군요."
"빌려?"
"설명하자면 길어집니다. 도르테우스라는 자가 있거든요.
모든 흑마법의 기초는 결국 생명이니까요. 인간은 결국 한계를 맞게 됩니다.
그 수명을 모두 바쳤으니 마땅히 가야할 곳으로 가는 겁니다."
"마땅히 가야할 곳이 이런 곳인줄은 몰랐는데."
"빌린 시간이니까요. 면회라고 생각하십시오. 그 전에 궁금한게 있는데,
당신의 인생은 어땠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
"뭐, 그닥 재미있지는 않을텐데. 그래도 듣겠다면 말해주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평범하게 자랐고,
내가 서른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님이 너무 정정하셔서 대공자리에는 이름도 못 얹었군.
그러다가 백년해로 만수무강하시던 분들이 눈 감고 나서 처음으로 대공이 되었었네."
"대공이라는 자리가 중요했던 겁니까?"
"중요하고 말고는 없었지.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게 상당히 매력있는 자리로 보였고,
그 대공이라는 위치에 내 이름을 올리고 싶었거든.
일종의 애들 오기나 치기 정도랄까."
"오기... 사실 그게 인생에 몇 없는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저도 비슷한 이유로 평생을 몰두하곤 했으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대공이 되고 나니 뭐가 크게 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지. 가정부니 뭐니 집안일은 다 그것들이 하고,
국무는 정해진 인원이 알아서 처리하고 있고, 아버지 대에서는 분명 뭔가를 했던 것 같은데,
나는 대공을 이어받고 나서도 마땅한 일거리가 없었어.
사실 그렇다고 뭔가를 굳이 더 찾아서 할 생각도 없었지.
일을 찾아서 하는 것 만큼 미련한 것도 없으니까."
"당신의 아버지였던 브레페즈 대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형식상 주어진 이단 심판이라는 명함은 달았지만, 이미 그곳에 신은 없었으니까요."
"결국 그래 요리도 못하고, 하는 일도 없는데, 돈은 남아돌더군.
어디서 들어오는지도 몰랐어. 사실상 그럴 필요도 없는 돈이었고.
편안함이 가져다주는 건 불안이라는 말을 아나?"
"편안함이 불안을 가져다 준다고요?"
"지금 너무 행복해서, 미래가 두려워지는 거야. 미래가 이럴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리고 아마 미래는 지금보다 더 추악하고 더러울 걸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렇게 됐군."
"그렇군요..."
"따지고 보면 선조님 탓인데 말이야. 반응이 미적지근하지 않으신가?"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하아... 그래, 아무튼 그렇게 나이 서른 여섯 쯤 됐을까, 아내를 처음 만났지.
연애기간은 2년 정도 했었나. 그리고 결혼했고. 아내에게 물 한방울 묻히지 않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어.
물론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 하인이 많아서 말이야.
하지만 뭔가 늘 내가 해준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나는 요리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지."
"그게 재앙의 시작이었군요."
"재앙?"
"아, 아닙니다. 말이 헛나왔습니다."
"그래 뭐 일단은 그렇다고 하자고.
어쨌든 내 인생은 그냥 그저그런 인생이었지.
나중에서는 낙도 없어서 물게 된 담배를 끊지도 못하게 됐고 말이야."
"당신은 아직 모르는 것 같군요. 아마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도 못하는 것 같지만요.
나서지 않고 조용히 흘러가는 성격이기 때문에 대공들 사이의 알력다툼이 중재되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당신의 요리로 인해서 그 존재가 곧 대공이 미리타엔이라는 국가에서
단순히 상징성을 가지는 존재가 아니라 힘을 쥐고 있으며 무시하지 못할 강자들임을 느끼게 했죠."
"내 요리가 그정도였나?"
"뭐, 훌륭한 요리이기는 했습니다."
"아쉽게 됐어. 대접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사양하겠습니다. 보시다시피 뼈밖에 남지 않아서요."
"안타깝군."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한참 생을 즐기던 순간에는 전 세계의 산해진미는 모두 먹어봤으니까요.
이 시대에서는 멸종된 생물들중에 맛있는게 얼마나 많은지 모르실 겁니다."
"그런가. 분명 그거라면 나도 환상의 요리를 만들수 있었겠군."
"뭐, 아무튼 요리를 제외하고서라도 당신의 업적은 상당했습니다.
무령 에리아의 정착을 도운 것도 물론 유효했고요.
제롬을 어렸을 때부터 돌본 점도 한 몫 할 겁니다.
더 세세하게 파고 들어가 볼까요? 당신은 심한 골초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담배를 구입해야 했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유통된 담배들이 미리타엔의 72%일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덕분에 어릴 때부터 담배를 생계로 하던 소녀는 겨우 어머니의 치료비를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무려 황제가 되어버렸죠."
"....."
"더 해볼까요? 당신이 16년 전에 요리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구한 금빛 단검말입니다."
"그거...? 날이 잘 들어서 요리할때 잘 썼었지. 식칼로 말이야."
"엔시온 플라이트 대공이 24년째 찾고 있는 부친의 유품입니다.
그녀도 안타깝지 않습니까. 당신의 요리를 기피하지 않고 한번만 더 주의깊게 관심을 가졌다면
부친께서 남기신 유품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건 또 몰랐던 사실이군."
"좋게 말하면 그 보검을 지금까지 지켜온 것도 당신이라는 말입니다."
"포장이 심하군."
"포장이 아닙니다. 아마 엔시온 그녀도 곧 그 칼을 발견하고 비싼 값을 치러서라도
그걸 받아오겠죠. 아마 당신의 장례식에서. 어쩌면 그 이후가 될지도 모르고요.
그리고는 한편으로는 허탈해하면서도
고마워할겁니다. 분명히."
"그렇다면 다행이기야 하겠군."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 냈습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제 이름을 이어서. 훌륭하게 이단 심문관으로서 일해 주셨습니다."
"이단... 이단이라... 그렇기도 하군."
"그게 제가 처음으로 암시장에서 당신을 부른 계기입니다.
재능이 보였으니까."
"그럼 내가 왜 여기 있는 건지는 설명해주지 않을 생각인가?"
"당신의 죽음은 평범한 인간과는 다릅니다. 육체를 모두 제물로 바쳤다는게 중요합니다.
일종의, 재구성이죠. 세포 하나하나까지를 마력원으로 변환시켰다는게 중요합니다.
작은 기적을 바란 만큼, 그리고 큰 기적을 바란 만큼. 당신의 욕망에 따라 충실하게 대가를 지불합니다.
그럼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있죠."
"지불된 생명은 어디로 가는가의 문제겠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오퍼링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생명을 신에게 보냅니다.
정확히는 '그 세계를 주관하고 있는 자' 에게 간다는 겁니다.
그럼 그 신은 받은 마력을 가지고 그가 원하는 소원을 기적의 형태로 이뤄주는 겁니다."
"내가 바란 소원을 해결할 기적이라는게 고작 담배와 약물에 찌든 몸인줄 몰랐는데."
"그건 뭐, 일종의 여흥이겠죠. 신 나름의."
"변변찮은 생명력도 귀하게 쓰이겠구만."
"하하, 뭐 그렇게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그 덕에 이렇게 이야기라도 나누는 거니까요.
혹시 아쉬운 것은 없으십니까?"
"아쉬운 것. 많이 있지..."
"뭐가 있으십니까?"
"일단 엔시온에게 아직 요리를 제대로 먹이지 못했고,
아내와 함께 했어야 했을 밤들이 모조리 날아가 버렸지. 오 이런.
엊그제 전쟁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아내와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담배라도 좀 줄이고 자식농사에나 힘써볼걸 그랬어.
이런 식으로 죽을 생각도 없었는데 말이야. 생각해보니 미련은 많은데
뭘 그렇게 해야한다는 강박같은건 없는 걸로 봐서 나름 괜찮게 살았던 것 같군.
뭐 그래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결국 죽었는데."
"하하, 제가 왜 이곳으로 당신을 불렀는가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시는군요?"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중요하고 말고요. 아주 중요합니다. 별표 다섯 개 체크해 두십시오."
"잔말 말고 본론을 말해 선조님. 알잖아 내 성격? 지루한건 싫어한다고."
"당신이 마지막으로 오퍼링을 시전했을 때, 당신은 죽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알고 계십니까?"
"잘 모르겠군."
"소원을 이뤄주어야 할 대상이, 죽어버렸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롬은 내 지병을 이어받았잖나?"
"하지만 그건 당신의 소원이 아니었죠. 당신도 알고 계시잖습니까."
"그렇긴 했지..."
"그리고 여기서 두번째 포인트입니다. 당신은 본디 오퍼링의 대가로 지불되는
수명보다 훨씬 많은 생명을 지불했습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지?"
"당신에게 본디 할당된 잔여 수명이라고 설명하죠.
당신에게는 재능이 있었어요. 오퍼링을 시전한 후에, 칼을 맞았죠.
스스로 죽음을 직감하고 구겨넣어버린 겁니다. 남은 생명 모두를 제물로 말이죠.
크으, 이거 또 아무나 못하는 건데 진짜 혈통이 남다르지 않습니까?
자랑스러워서 진짜 아래 위로 찔끔 했다니까요. 아 물론 이제 아래도 위도 없습니다만은."
"아, 그렇지 뭐. 뼛조각만 달그락 거리는 중이니까. 아무튼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
"아까 말씀 드렸잖습니까. 공양된 생명은 마력으로 치환되어 세계의 관리자에게 간다고.
그리고 그 관리자는 아주 어리숙한 면모가 있어서, 죽은 자를 놓치기도 하고,
죽었던 자를 눈 앞에서 빼앗기기도 하는 남자입니다. 무엇보다 아주, 정에 약하죠.
인정많고 너그러운 면이 있는. 나쁘게 말하자면, 일종의 호구입니다. "
"그래서..."
"그래서 말이죠. 그는 당신에게 받은 생명력에 비해
너무 초라한 일 밖에 해주지 못했다고 자책하고 있습니다.
웃기는 일이죠. 어떤 업무를 그렇게 정에 따라 사사로이 처리합니까?
하지만 그건 당신에게는 곧 기회입니다.
저는 이미 범죄자니까 그에게 향하는 생명력 일부를 잠시 빼돌린 것 뿐입니다.
여기서 저를 만났다는 것은 비밀로 하십시오. 그리고, 절대 제가 한 말을 발설하면 안됩니다.
절 위해 고생해준 당신에게 드리는 작은 조언이자 선물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렇군."
"분명 도르테우스는 당신에게 물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었느냐고.
절대 부활이나 영생은 들어주지 않을 겁니다. 잘 생각하시고 대답하십시오.
당신의 몸은 이미 오퍼링으로 인해 마력입자 단위로 분해되어 사라졌다는 것도 기억하십시오.
사람의 생명은 결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그 무게만큼의 마력은 엄청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내 삶이 다 끝나고 나서야 이런 특혜를 받는다니 말이야. 하하..."
"그리고 이건, 제 성의입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전 이만 가 봐야겠군요. 너무 오래 있을 수도 없으니 말이죠."
"가버렸나... 담배...구만. 참... 라이터는 주고 가셔야지."
데레코즈는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면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앉아있게. 자리가 준비되어 있는데 굳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는 없지."
그리고 그 앞으로 나타난 것은 긴 머리를 한 남자였다.
푸른, 그리고 검은 색으로 어우러진 체스터필드 코트를 입은 상태였는데,
그냥 보기에도 위협적인 장신이었다.
"아, 반갑네. 소개받은 도르테우스라고 하네.
이야기에 앞서 자네만 괜찮다면 거추장스러운 수식은 좀 떼고
편하게 대화하고 싶은데 괜찮겠나?"
데레코즈는 침을 꿀꺽 넘긴다.
"그렇게 하시죠."
"그래, 자네도 알겠지만 자네는 죽었어.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고.
일반적인 경우라면 네메시스에 합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우리는 면접도 따로 보지 않아. 아주 평등한 기업이거든.
....농담이 재미가 없나?"
"아..아닙니다. 그냥 죽었다고 하니 아무래도 진지하게 들려서..."
"내가 너무 무심했나보구만. 여하튼 자네는 어찌보면 참 특이한 케이스야.
명을 다하고 죽은게 아니라 오퍼링으로 그 생명을 다 태워버린 케이스니까 말이야.
내가 뭘 해주기도 전에 죽어버렸더구만.
자네같이 미숙한 사람에게 누가 오퍼링을 함부로 쓰라고 하던가?
참 골아픈 일이 많단 말이야."
"죄송합니다."
"미안할 건 아니고, 자네에게 기회를 주려고 생각하고 있어.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니 만큼,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라지.
40년이야. 할당된 수명 40년 만큼의 기적을 이뤄줄테니 잘 생각하고 말해봐.
나는 개인적으로 참 자네가 마음에 들거든."
"마음에 든다고 하셨습니까?"
"그래. 동생 친구니까 말이야. 어느정도는 서비스로 얹어줄 수 있어."
"그럼 우선은, 엔시온에게 제가 생전에 쓰던 식칼을 건네주고 싶습니다."
"서비스로 해주지. 다음?"
"제 아내가 홀로 남겨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 말에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도르테우스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런거라면 이미 자네가 잘 해놓고 왔어."
"예?"
"자네 와이프는 3일 전에 이미 자네에 의해서 훌륭하게 임신했지.
축하하네. 멋진 아들이야."
"그렇군요. 그럼 마지막 소원을 빌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데릭, 그 남자를 용서해주실 수 있습니까."
"이건...또 재밌는 부탁이네."
그리고는 도르테우스의 표정이 싸늘하게 얼어붙는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위압이 무겁게 짓눌렀다.
"누구한테 사주받았지?"
"그런 것 없습니다."
"그럼 그렇게 말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겠어?
안그래도 그 친구한테 당한게 한둘이 아니라서 요즘은 한창 열이 올라서 말이야."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꽤 정이 들어버렸습니다."
기세가 누그러지고 멍 한 표정으로 데레코즈를 바라보던 도르테우스가 가만히
그의 눈을 주시하다가 픽 웃음을 흘린다.
"웃기는 놈이로세. 야, 그래 네가 이겼다.
조만간 그 놈 처우는 다시 생각해서 둘이 따로 자리 마련해 볼게.
40년짜리를 그렇게 쓰다니 참 웃기는 놈이야...
그래, 고생했고, 어서와라 네메시스에. 이제 여기가 너의 집이다."
도르테우스는 팔을 벌렸고, 그 뒤로 하나둘 조명이 켜지듯 밝아오는 공간들에는
순차적으로 빛이 들어오는 모든 곳에 인간의 혼이 있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데레코즈는 저 멀리 보이는 이들 사이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