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 경찰-1화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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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1화. 세계 최고의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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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세계 최고의 고수

베이징 외곽에 고대 중국풍의 대장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작은 자금성이라도 불러도 좋을 만한 이 거대 장원이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인근 주민들은 잘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장원 근처에는 당국이 허가를 내주지 않아 변변한 건물 하나 없었고, 공안들이 이십사 시간 삼엄하게 경비를 서며 일반인들의 통행 자체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부우우우웅!

평범한 초여름 저녁에 그 장원을 향해 검은색 세단 열 대가 줄줄이 달려가고 있었다. 하나같이 방탄유리로 철통같이 보호받고 있는 세단마다 중국 공산당 당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끼익! 끼이익!

숨 가쁘게 달려온 세단들이 장원의 대문 앞에 줄지어 멈춰 섰다. 그리고 차 문이 열리며 위아래 검은 정장 차림의 경호원들이 뛰어내렸다. 경호원들이 세단의 뒷문을 열어주자 이번 제38차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로운 공산당 지도부가 내렸다.

시린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자 일곱 명이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장원의 대문 앞에 섰다.

끼이이익!

그때 장원의 문이 열리며 범상치 않은 기도를 풍기는 세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 중년인 장첸, 천룽, 왕챠이가 시린핑 주석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시린핑 주석님.”

“국가주석으로 추대되심을 경하 드립니다.”

시린핑이 반가운 얼굴로 화답했다.

“세 분 다 오랜만이구려. 이진산 대주께서는 안에 계십니까?”

시린핑이 대주라는 존칭을 사용한 이진산의 세 직계제자 장첸, 천룽, 왕챠이 중 맏이인 장첸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잖아도 주석님 이하 상무위원님들과의 환담을 고대하고 계십니다.”

“그러셨군요. 그럼 안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어서 드시지요.”

장첸과 천룽, 왕챠이가 길을 터주자, 시린핑과 상무위원들이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경호원들도 당연히 따라 들어가려고 했다.

순간 장첸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경호원들은 장원 안으로 입장할 수 없습니다.”

경호원들이 발끈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국가주석님을 경호원도 없이 맞으려는가?”

하지만 흥분한 경호원들을 응시하는 장첸의 눈빛은 단호했다.

“이 장원 안에 계신 분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그대들의 지도자는 중국을 다스리지만 우리 사부께서는 세계를 다스리신다.”

“이런 미친!”

이때 경호실장이 결코 저지르지 말아야 할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품속에 손을 넣어 권총을 뽑으려고 했던 것이다.

“실장, 경거망동하지 마라!”

시린핑이 다급히 만류했지만, 경호실장은 이미 권총을 뽑은 후였다.

순간 장첸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하며 오른손 검지와 엄지를 튕겼다.

피유우웃!

동시에 한 줄기 예리한 지풍이 경호실장을 노리고 쏘아갔다.

퍼억!

“끄아악!”

지풍에 손등을 관통당한 실장이 권총을 놓치며 비명을 질렀다.

“뭐야? 방금 뭘로 공격한 거냐?”

“주석님과 상무위원님들부터 보호해!”

놀란 경호원들이 황급히 권총을 뽑으며 시린핑 주석과 상무위원들을 에워쌌다.

순간 시린핑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호들갑 떨지 마라!”

“!”

우뚝 정지한 경호원들을 쏘아보며 시린핑이 쐐기를 박았다.

“경호원들은 이곳에서 대기하도록 한다!”

“하, 하지만 주석님……!”

시린핑 주석이 다시 장첸을 향해 돌아서며 빙긋 미소 지었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갈까요?”

“네, 모시겠습니다.”

* * *

대여섯 개의 대문을 더 통과해야 다다를 수 있는 장원의 깊숙한 중심부에 작은 숲을 방불케 하는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청나라 풍으로 꾸며진 정원에는 널찍한 호수를 중심으로 온갖 종류의 수목들이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한 노인이 정원에 쪼그리고 앉아 낫으로 잡초를 베고 있었다.

왜소한 체구에 땀을 뻘뻘 흘리며 잡초를 제거 중인 노인은 언뜻 보면 평범한 촌로처럼 보였다. 한동안 쉬지 않고 낫질을 하던 노인이 주먹으로 등을 두드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에구구~ 이놈의 잡초는 베어내도 베어내도 끝이 없구나.”

“사부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노인이 힐끗 돌아보았다. 그의 시야에 장첸과 천룽, 왕챠이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오는 시린핑 주석과 상무위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호오, 반가운 손님들이 오셨군.”

온화하게 미소 짓는 노인을 향해 시린핑을 필두로 상무위원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은 보잘 것 없는 시골 노인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조아렸다.

“중국 국가주석 시린핑 이하 상무위원들이 이진산 대주께 인사를 여쭙니다!”

“반가워요, 반가워.”

이진산이 사람 좋게 웃으며 바로 옆 호숫가의 정자를 가리켰다.

“귀한 손님들이 오신다기에 차를 준비해두었으니, 정자로 드십시다.”

정자 안에 마주앉은 이진산과 시린핑 사이에 잠시 덕담이 오고갔다.

“새 국가주석으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리오.”

“모두 저희의 정적들을 은밀하게 처리해주신 대주의 은공입니다.”

“이 늙은이가 무슨 한 일이 있다고요. 일단 차부터 들며 말씀을 나누시죠.”

“네, 잘 마시겠습니다.”

“잠깐!”

“!”

이진산이 손을 내뻗자, 막 차를 마시려던 시린핑과 상무위원들이 멈칫했다.

이진산이 의아해하는 시린핑의 눈앞으로 손바닥을 내밀며 씨익 웃었다.

“차가 식었군요. 제가 조금 데워드리겠습니다.”

“……!”

시린핑이 그런 이진산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정자 안에 차를 데울 만한 화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석은 이진산의 손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찻잔을 올려놓았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후우우웅!

순간 놀라온 일이 벌어졌다. 이진산의 손바닥이 마치 화구처럼 벌겋게 달아오르며 파란 불꽃같은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시린핑은 처음에는 자신이 환영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진산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는 찻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내공을 태워 불꽃을 일으킨다는 삼매진화의 경지……?!’

평소 냉철하기로 유명한 시린핑 주석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도 중국인인지라 먼 옛날 하늘을 날아다니고 주먹 한 방으로 산을 무너뜨렸다는 초인들, 즉 무림인에 대한 소설이나 영화를 보며 자랐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화일 뿐, 실제로 그런 경지에 도달한 이진산과 같은 괴물을 대면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만약 이진산과 그의 조직이 우리를 적대시하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등줄기가 축축해지는 것 같았다.

가늘게 떨고 있는 시린핑의 눈앞으로 이진산이 찻잔이 놓인 손바닥을 내밀었다.

“이제 드실 만할 겁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시린핑이 서둘러 찻잔을 들어올렸다. 아닌 게 아니라 차의 온도는 너무 차갑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고 딱 알맞았다.

이진산은 나머지 여섯 상무위원의 차도 똑같은 방법으로 데워주었다. 그리고 상무위원들도 시린핑처럼 공포심과 경외심을 느끼며 차를 마셨다.

후우웅!

마지막으로 자신의 찻잔을 데우는 이진산을 바라보며 시린핑은 생각했다.

이건 우리 공산당 지도부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만일 자신을 거역한다면 신의 경지에 다다른 저 놀라운 무공으로 우리를 모조리 쓸어버리겠다는 살벌한 경고일 것이다!

“흐음……. 온도가 맞으니 차향이 더욱 깊어지는군요.”

여유롭게 차를 음미하는 이진산을 향해 시린핑이 자세를 바로하며 머리를 숙였다.

“저 시린핑과 신임 공산당 지도부는 이 대주께 다시 한 번 약속드립니다. 저희는 전임 지도부처럼 이 대주의 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며, 오직 선린과 우호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진산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고마운 말씀이오. 저 또한 시린핑 주석님 이하 신임 지도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우리다.”

* * *

시린핑과 최고지도자들이 돌아가고, 정자 안에는 이진산과 그의 세 제자인 장첸, 천룽, 왕챠이만 남아 있었다.

이진산이 찻잔을 기울이며 나직이 물었다.

“시린핑과 신임 지도부는 당분간 안심해도 되겠지?”

장첸이 공손하게 답했다.

“전임 지도부가 대주께 도전했다가 궤멸당하는 것을 보았으니,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진산이 천룽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일본 쪽은?”

“일본의 지도자들 역시 대주께 충성을 맹세하고 있습니다.”

“좋군, 좋아.”

이진산이 마지막으로 왕챠이를 보았다.

“미국 쪽은 어떠한가?”

“이번에 새로 당선된 미국 대통령 역시 대주와의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이진산의 한쪽 입 꼬리가 올라갔다.

“흐흐흐흐! 이로써 우리 조직이 세계의 밤을 지배하게 된 셈인가? 중국이나 미국 혹은 그 어떤 국가권력도 감히 우리에게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야.”

장첸과 천룽, 왕챠이가 고개를 팍 숙이며 입을 모아 외쳤다.

“세계의 밤을 일통하심을 진심으로 경하 드립니다, 사부님!”

“오냐, 오냐! 나의 제자들아, 고맙……, 우웨엑!”

흐뭇하게 웃음 짓던 이진산이 갑자기 핏물을 왈칵 토했다.

“끄극……, 끄그그극……!”

고통스럽게 가슴을 움켜쥔 이진산이 눈, 코, 입에서 핏물을 뚝뚝 흘리며 나란히 앉아 있는 세 제자를 쳐다보았다.

“서, 설마 너희들이 찻잔에 독을……?!”

공손하던 장첸의 표정이 음험하게 변했다.

“죄송합니다, 사부. 하지만 사부님을 저희가 세운 세계 조직의 권좌에 앉혀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천룽과 왕챠이도 살기를 번뜩이며 말했다.

“세계를 지배하는 이 초월적 조직의 수장은 당연히 우리 중화인이 맡아야 합니다.”

“초강대국으로 급팽창 중인 중화인민공화국과 함께 우리 조직은 세계를 다스려나갈 겁니다.”

야비하게 변한 세 제자의 얼굴을 노려보며 이진산이 으득 이를 갈아붙였다.

“노부가……, 노부가 뒷골목을 전전하던 네놈들을 오늘날처럼 키웠거늘……!”

얼마나 지독한 독을 썼는지 온몸의 절맥이란 절맥은 모조리 끊겨 기의 운행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이진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강력한 힘을 양손에 모았다가, 세 제자를 향해 퍼부었다.

“으아아아! 이 편협한 새끼들아, 뒤져라!”

투화아아아악!

순간 무협지 좀 읽은 사람들이 장풍이라고 부르는 강력한 힘이 장첸과 천룽, 왕챠이를 향해 쏟아졌다.

“지독한 늙은이 같으니!”

“무형지독에 당한 상태로 이런 공격을 펼치다니!”

장첸과 천륭, 왕챠이가 황급히 차올랐다.

콰아앙!

동시에 정자가 폭탄이라도 맞은 듯 산산이 폭발하며 네 개의 인영이 밤하늘로 솟구쳤다.

날개라도 달린 듯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사람은 이진산과 그의 세 제자들이었다.

이진산이 쉴 새 없이 피를 흘리며 가슴 앞에서 두 팔을 천천히 휘돌리기 시작했다.

“갈 때 가더라도 혼자 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들이여, 사부와 함께 가자꾸나!”

끼우우우우웅!

점점 더 빠르게 두 팔을 회전시키는 이진산의 몸 윤곽을 따라 강렬한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독된 상태에서 이처럼 급격하게 내공을 끌어올리면 독이 더 빠르게 퍼지겠지만, 이미 죽음을 직감한 이진산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용호십삼권 제 일 초 광룡승천­­!!”

쿠와아아아아앙!

이진산이 혼신의 힘이 실린 오른 주먹을 내지르자, 한 마리 성난 용 모양의 거대한 권영이 세 제자를 노리고 날아갔다. 이진산이 자랑하는 독문권법 용호심삽권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세 제자도 일제히 주먹을 내질렀다.

“용호십삼권 제 이 초 맹호포효­­!!”

쑤아아아아악!

한 개의 거대한 주먹과 그보다 조금 작은 세 개의 주먹이 서로를 노리로 맹렬하게 날아갔다.

꽈아아앙!

주먹들이 충돌하는 순간, 밤하늘을 찢어발길 듯한 굉음이 울리며 사방으로 날카로운 파편이 흩어졌다.

평소의 이진산이었다면 세 제자가 아무리 협공을 가했더라도 한 주먹에 물리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골수까지 중독된 그는 제자들의 힘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끄어어어……!”

풍더엉!

온몸의 구멍이란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추락하던 이진산이 호수에 처박혔다.

스스스슥!

장첸과 천룽 그리고 왕챠이가 호수에 둥둥 떠 있는 사부의 주변 수면을 밟고 섰다. 등평도수! 물을 밟고 건넌다는 전설적인 신법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후우욱…… 후우우욱……!”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이진산을 굽어보며 장첸과 천룽, 왕샤이가 비릿하게 웃었다.

“잘 가시오, 사부.”

“사부의 조직은 우리가 잘 키워보겠소.”

“매년 오늘을 사부의 기일로 삼아 술 한 잔 따라놓으리다.”

순간 이진산이 한쪽 입술을 비틀며 키득거렸다.

“큭큭큭! 아둔한 새끼들아, 그렇게 가르쳐줘도 모르는구나. 끝날 때까진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노부가 늘 당부하지 않았더냐?”

“그, 그게 무슨……?”

우르르르릉!

세 제자의 머리 위 밤하늘에서 먹구름이 소용돌이치듯 몰려든 것은 그때였다.

빠지지지지지직!

“크아아악! 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벼락이 내리꽂히더니, 이진산의 가슴에 정통으로 꽂혔다. 제자들도 그 강력한 전파를 감당할 수 없었으므로 황급히 날아올랐다.

잠시 후, 다시 수면을 밟고 서는 제자들의 눈에 숯검댕이로 변해 버린 사부의 시체가 들어왔다.

“확실히 죽었겠지?”

“이 꼴로 어떻게 살아 있을 수가 있겠나?”

천룽과 왕챠이는 안도했지만 장첸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육신이 죽었을 뿐 영혼은 탈출했다.”

“영혼이 탈출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장첸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몇 해 전 사부가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며 나에게 자랑한 적이 있다. 유체탈혼환신! 도저히 목숨을 보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 과감하게 육체를 포기하고 영혼만 도망쳐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는 최후의 생존법이지.”

천룽과 왕챠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간다고? 하지만 그건 이미 사부가 아니잖아.”

“우리가 왜 그를 두려워해야 하지?”

장첸이 사부의 검게 그을린 사체를 툭툭 차며 설명했다.

“사부의 영혼은 같은 날, 같은 시에 죽었고 자신과 비슷한 한을 지닌 타인의 몸으로 들어간다. 물론 그 숙주가 일반인이라면 사부 역시 무공을 쓸 수 없는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

“그럼 된 거 아닌가?”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부가 숙주의 영혼을 갉아먹고, 숙주의 육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야.”

그제야 천룽과 왕챠이도 긴장했다.

“그 말뜻은 사부의 영혼이 만약 어떤 젊은 숙주에게 기생하고 있다면 머지않아 그 숙주의 영혼을 말살하고, 젊고 싱싱한 사부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거냐? 그 엄청난 무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래, 바로 그런 뜻이다!”

상상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듯 천룽과 왕챠이의 안색이 핼쑥하게 변했다.

“맙소사……! 늙은 사부도 독을 먹여 간신히 죽였는데, 젊어진 사부라니!”

“그런 사부가 돌아온다면 우리가 살아남을 방법 따윈 없겠군!”

장첸이 오른발을 천천히 쳐들며 이를 갈아붙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사부의 영혼이 들어간 그 숙주를 찾아내야지.”

퍼어억!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말살시켜야 한다!”

장첸이 이미 죽은 사부의 머리를 으깨며 씹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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