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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5화 (5/75)

〈 5화 〉 5화. 긴급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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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긴급 출동

“버러지 같은 순경 새끼가 감히 누구를 협박하니!”

서봉춘은 손바닥으로 동하를 단숨에 찍어 누를 기세였다. 하지만 동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와 씨! 이거 다 보이네, 다 보여!

이진산 영감탱이! 세계 최고의 고수란 말이 뻥이 아니었던 건가?

서봉춘의 공격이 마치 슬로우 모션 화면처럼 눈에 훤히 들어오자, 동하도 이진산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선족 깡패의 손바닥이 머리에 닿기 직전, 동하의 로우킥이 벼락처럼 서봉춘의 정강이에 꽂혔다.

빠가악!

“크흑!”

장작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서봉춘의 무릎이 꺾이자, 동하는 자신과 높이가 같아진 서봉춘의 안면에 정권을 쑤셔 박았다.

쯔거억!

“우웩!”

코뼈가 무너진 서봉춘이 피를 뿌리며 넘어갔다. 동하가 그런 서봉춘을 올라타고 이미 피범벅으로 변한 얼굴에 미친 듯이 양손 주먹을 내리꽂았다.

“지구대에서 깝치면 피똥 싸지르게 된다고 했지? 엉?! 엉?! 엉?!”

쾅! 쾅! 쾅! 쾅! 쾅!

“저, 저 인간 저거 강 순경 맞아?”

“쟤가 언제부터 저렇게 강해졌지?”

김인철과 신영우 그리고 박대식이 입을 떡 벌린 채 서봉춘을 박살내고 있는 동하를 바라보았다.

잠시 충격에 빠져 있던 서봉춘의 부하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들고 동하에게 달려들었다.

“우와악! 강 순경 간나새끼 죽인다!”

“그래, 귀찮으니까 싹 다 덤벼라. 큭큭큭큭!”

독한 살기를 풍기며 달려드는 조폭들을 바라보는 동하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었다.

“와 씨……!”

“쩐다 쩔어……!”

시퍼런 사시미를 휘두르며 악귀처럼 덤벼드는 조선족 조폭들을 딱 한 방에 한 놈씩 때려눕히는 동하를 지켜보며 김인철과 신동우, 박대식은 감탄사 밖에 뱉을 수 없었다. 동하는 지금껏 선배들이 알고 있던 그 어리숙한 신참 순경이 아니었다.

마치 무협영화에 등장하는 절정의 고수처럼 조폭들이 찌르고 휘두르는 칼날을 현란한 몸놀림으로 피하며 정확하게 급소를 가격하는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끄어어어……!”

“으아악! 내 팔! 팔이 부러졌어!”

공격이 시작되고 채 일 분도 지나지 않아 서봉춘의 부하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지구대 바닥을 뒹굴었다.

그런 조폭들을 지켜보며 김인철과 신동우가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이거 실화냐? 강 순경 저거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무림고수라도 빙의됐나?”

“그, 그러게요. 저 새끼 저거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됐어요.”

안면이 함몰된 채 완전히 뻗어 버린 서봉춘과 고통스럽게 뒹굴고 있는 조폭들 한복판에 우뚝 서서 동하가 싸늘하게 선언했다.

“너희 길림파는 이제 끝났어!”

“……!”

김인철과 신동우 그리 박대식이 그런 동하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김인철 소장님.”

“네? 저, 저요?”

동하가 낮게 깔리는 소리로 부르자, 김인철이 얼결에 존댓말로 대답했다.

동하가 김인철과 두 선배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하루 종일 설치고 다녔더니, 굉장히 피곤하네요. 집에 들어가서 잠시 눈 좀 붙이고 나올 테니, 여기 쓰러져 있는 서봉춘과 길림파 애들도 리길상과 함께 입감시켜 주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내가 다 알아서 뒷정리를 해놓을 테니까, 강 순경은 어서 들어가 쉬도록 해. 어서!”

“흐음…….”

동하가 비굴하게 웃는 김인철의 얼굴을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았다.

더 이상 가타부타 말이 없이 지구대 문을 열고 나가는 그의 한쪽 입술이 슬쩍 올라가 있었다.

‘우리 소장님이 아주 똥줄이 타셨네, 똥줄이 타셨어. 흐흐흐흐!’

* * *

“흐흑! 어머니……!”

좁은 다세대의 문을 들어오자마자 동하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좁은 거실의 주방에 설치된 가스레인지 위에는 커다란 솥이 놓여 있었다. 그 솥에 들어 있는 것이 바로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끓여놓은 육개장임을 알고 있는 동하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엄마, 미안해요. 나 때문에 정말 미안해요. 어흐흐흑!”

식탁 의자에 걸려 있는 어머니의 가디건을 끌어안고 동하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가디건에는 아직 어머니의 체취가 남아 있었고, 그 그리운 냄새는 동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풀썩!

한참을 울던 동하가 거실 창가 쪽의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만사가 귀찮았다.

아, 그때 나도 차라리 엄마를 따라갔더라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스르륵 눈을 감는 동하의 귀에 이진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의 어머니도 네가 살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라.

‘…….’

[이놈이 어른이 말을 하는데 쌩을 까냐?]

‘영감도 알다시피 피곤한 하루였잖아. 일단 눈 좀 붙일 테니까 방해 좀 하지 맙시다.’

이진산이 웬일로 순순히 물러섰다.

[그래, 목숨이 걸린 생사투를 하루에 두 번씩이나 치렀으니 피곤할 만도 하겠지.]

‘내 말이! 이제부터 아침까지 죽은 듯이 잘 테니까 절대 깨우지 마쇼.’

[오냐! 나도 간만에 눈 좀 붙이련다.]

부우우! 부우우우!

이른 새벽에 동하는 핸드폰이 끈질기게 진동하는 소리에 깨어났다.

“아 쫌! 꼭두새벽부터 누구야?”

그가 짜증을 부리며 전화를 받자마자 박대식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 순경, 큰일 났어! 리길상 이 새끼가……, 이 새끼가…….”

“왜요? 유치장에서 탈출이라도 했습니까?”

“어, 그걸 어떻게 알았어?”

동하의 반문에 오히려 박대식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으이그~ 인간들아! 어쩜 그리도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질 못하냐?

동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지금 그쪽으로 갈 테니까 꼼짝 말고 기다리고 계십시오.”

“아, 알았어.”

“후우우우……!”

통화를 끝내자마자 동하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새삼 리길상에 대한 적개심과 선배들에 대한 울화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동하가 퉁명스럽게 이진산을 불렀다.

‘영감님, 거기 있어요?’

[…….]

“아, 영감님!”

[…….]

이진산이 아무 대답도 없자, 동하의 목소리도 초조하게 변했다.

‘영감! 아니, 영감님! 아니, 어르신! 설마 내 몸에서 떠나 버린 건 아니죠?’

[이놈아, 잠 좀 자자! 잠 좀! 왜 꼭두새벽부터 사람을 깨우고 지랄이야?]

‘휴우우우……. 아직 거기 있었군요.’

동하가 안도하며 말했다.

‘저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뭔데?]

‘지금 내 실력으로 조폭들을 몇이나 상대할 수 있을까요?’

[자다 말고 웬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

의심이 가득 배인 목소리로 묻는 이진산을 향해 동하가 심각하게 대답했다.

‘아마도 내가 곧 길림파 전체와 맞짱을 뜨게 될 것 같아서 그래요.’

[그건 또 뭔 소리야?]

‘지구대 유치장에 갇혀 있던 리길상이 탈출했답니다. 십중팔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길림파 아지트로 도망쳤을 테고, 리길상을 잡으려면 조폭들이 득실거리는 그곳으로 쳐들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흐음……, 상황이 제법 심각하구나.]

‘네, 완전 심각하죠. 흐흐흐!’

[그런데 너 은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네놈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선배들이 리길상을 풀어 주리라 예상하고 있었더냐?]

‘뭐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이야 했죠.’

[도망친 리길상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길림파 전체를 탈탈 털어 버리는 게 네놈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일 테고?]

‘와! 그 안에 짱 박혀 있으면 내 생각이 훤히 읽히나 봐요?’

[네놈의 얄팍한 잔머리를 예상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지. 어쨌든 제법이구나? 미련곰탱이 같은 놈인 줄만 알았는데, 그럴싸하게 일을 꾸밀 줄도 알고. 큭큭큭큭!]

‘그래서 묻고 있는 거 아닙니까. 내가 길림파 아지트로 쳐들어가 맞짱을 뜰 실력이 되는지!’

[으으음…….]

신음을 길게 흘리던 이진산이 불쑥 물었다.

[거기 길림파 애들이 모두 몇이나 되는데?]

‘한 오십 명쯤?’

[오십이라……, 확실히 적지 않는 숫자로구나.]

‘게다가 길림파 보스 김철은 리길상이나 서봉춘과는 비교불가의 싸움꾼이라더군요. 대림동으로 오기 직전까지 활약했던 길림성 장춘에서도 대단한 싸움꾼으로 명성을 날렸다나 뭐라나.’

[그게 사실이라면 힘든 싸움이 되겠다.]

‘역시 안 될까요?’

[글쎄다…….]

잠시 더 뜸을 들이던 이진산이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반이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도 아니고 웬 반반입니까?’

[확실히 네놈 몸속에는 노부의 어마무시한 내공이 쌓여 있다. 하지만 아직 그걸 백분의 일도 활용하지 못하고, 내공을 주먹에 싣는 발경조차 채 삼 할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그 상태로 김철이란 희대의 싸움꾼과 오십이 넘는 조폭들을 상대하게 된다면 네놈이 이길 확률이 반 그리고 네놈이 뒤질 확률이 반 정도 된다고 본다.]

‘나 참! 좀 긍정적으로 얘기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이것도 많이 긍정적으로 봐준 거다.]

‘아 진짜! 반반이면 너무 애매한데.’

[역시 그렇지? 차라리 좀 더 시간을 두고 준비를…….]

‘아니, 지금 당장 길림파의 아지트를 치러 갈 겁니다!’

동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자, 이진산이 황당한 듯 물었다.

[이놈아, 반반이라니까!]

‘그러니까요! 내가 원래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엄청 좋아하거든.’

투지를 끌어올리는 동하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의 황당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허……! 이 자식 이거 완전 꼴통일세!]

* * *

“아이고오~~ 강순경아, 왜 이제야 왔니?”

동하가 지구대의 문을 밀치고 들어오자마자, 김인철이 울상을 지으며 달려왔다. 누군가에게 처맞은 듯 소장의 한쪽 눈탱이가 밤탱이로 변해 있었다.

“한 시간 전쯤에 리길상 이 새끼가 창자가 터진 것 같다며 데굴데굴 구르는 거야! 그 새끼 그거 우리 강 순경한테 지대로 처맞았잖냐. 혹시라도 잘못되면 우리 강 순경한테 피해가 갈까 싶어 급하게 유치장 문을 따고 들어갔는데…….”

자신의 팔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김인철의 얼굴을 가리키며 동하가 히죽 웃었다.

“리길상이 발딱 일어나 소장님의 눈탱이에 한 방 먹이고 탈옥을 했군요?”

“어! 그, 그걸 어떻게 알았어?”

벌쭘한 표정을 짓는 김인철을 보며 동하가 태연하게 답했다.

“제가 리길상을 한두 번 상대해봤습니까? 당연히 그럴 줄 알고 있었죠.”

그러면서 동하가 김인철과 똑같이 한쪽 눈이 시퍼렇게 멍든 신동우와 박대식을 가리켰다.

“선배님들도 최선을 다해 리길상을 막으려다가 당했을 테고요?”

“그, 그렇지!”

“역시 강 순경은 상황 파악이 빨라.”

동하가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쩌겠습니까? 선배님들이 고생 많으셨습니다.”

동하가 이해해주는 듯하자, 김인철과 나머지 두 선배의 목소리도 한결 편안해졌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쩌겠냐?”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몰라요. 길림파 새끼들 붙잡고 있어 봐야 우리만 골치 아프거든.”

“이제 툴툴 털어 버리고 일상으로 복귀하자고!”

동하가 입 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어. 그런데 누구 마음대로 일상으로 돌아가.”

“그, 그건…….”

동하의 눈빛이 변하자, 김인철과 선배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인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동하가 힘주어 내뱉었다.

“소장님, 긴급 출동 준비합시다!”

“긴급 출동이라니? 대체 어디로?”

“어디긴요? 지금 즉시 길림파의 아지트로 리길상을 체포하러 출동해야죠.”

“……!”

벙찐 눈으로 동하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김인철이 가까스로 되물었다.

“강 순경……, 방금 뭐라고 했어? 어디를 출동을 하겠다고?!”

“못 들으셨으면 다시 말씀드릴게. 도주한 리길상을 체포하러 중앙시장 차이나타운에 있는 길림파의 아지트로 출동하겠다고 했습니다!”

“헐……, 너가 드디어 미쳤구나……?!”

김인철과 두 선배는 당장 기절이라도 할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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