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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7화 (7/75)

〈 7화 〉 7화. 길림파 보스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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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길림파 보스 김철

“하! 이것들은 왜 말로 하면 못 알아듣지?”

동하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조폭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씨발 새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기어 들어왔니?”

부아아악!

눈매가 쭉 찢어진 뱁새눈이 동하의 정수리를 노리고 손도끼를 내리찍었다.

“크흑!”

동하가 옆쪽으로 슬쩍 물러서서 도끼를 피했다. 그리고 기를 불어넣은 팔꿈치를 정확하게 뱁새눈의 턱에 꽂았다.

쩌걱!

“으엑!”

조폭의 턱이 으깨지며 입과 코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야! 이 종간나 새끼야!”

“대가리를 쪼개주마!”

첫 번째 조폭이 복도 바닥에 처박히기도 전에 두 번째와 세 번째 조폭이 각각 칼을 찌르고 도끼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후우웅! 후우우웅!

동하가 흐느적거리듯 몸을 흔들며 아슬아슬하게 칼날과 도끼를 피했다. 연이어 동하가 내지른 주먹이 두 조폭의 가슴과 콧잔등에 꽂혔다.

“흐억!”

“케헤헥!”

가슴에 주먹이 꽂힌 조폭은 입을 떡 벌리며 주저앉았고, 콧잔등이 박살난 조폭은 피를 뿌리며 넘어갔다.

동하가 악귀처럼 달려드는 조폭들의 머리 위로 차오르며 일갈했다.

“길림파 이 새끼들아! 오늘부로 폐업 신고하게 해줄게!”

조폭들 사이를 누비는 동하를 지켜보며 김인철과 신동우 그리고 박대식과 양 순경은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아아!”

그들의 눈에 비친 동하의 모습은 이미 말로 표현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동하가 물 찬 제비처럼 조폭들의 머리 위를 훌쩍훌쩍 타 넘으며 주먹과 발을 날릴 때마다 조폭들이 피를 뿌리며 고꾸라지기 바빴다. 그들이 쓰러지며 놓친 칼과 도끼들이 마치 파도타기 응원처럼 줄줄이 복도 천장으로 튀어 오르는 광경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선배들은 입도 다물지 못한 채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평범한 순경이었던 동하 쟤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저런 무시무시한 싸움꾼이 되었을까?’

하지만 선배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동하의 상황이 여유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조폭들을 절반 정도 쓰러뜨렸을까?

그때부터 동하의 체력은 급격하게 방전되기 시작했다.

“헉…… 헉헉……!”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있었고, 몸놀림도 눈에 띄게 둔해졌다.

서걱! 서걱!

“크흑!”

동작이 느려지자 칼날과 도끼가 팔다리를 스치며 상처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아직은 상처가 그리 깊지 않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결정적 공격을 허용한다면 이번엔 동하가 복도에 눕게 될 것이었다.

“쓰레기 같은 깡패새끼들! 싹 다 죽여 버린다!”

동하가 스스로를 독려하는 기합을 지르며 눈앞에서 도끼를 휘두르는 두 조폭을 향해 짓쳐갔다.

쩍! 쩌억!

기가 실린 동하의 주먹에 왼쪽 조폭은 코뼈가 주저앉으며 넘어갔고, 오른쪽 조폭은 가슴을 감싸며 날아갔다.

푸욱!

“끄흐흑!”

동하가 공격을 마무리하고 수비자세로 전환하려는 찰나, 한 자루 사시미가 그의 어깻죽지에 박혔다. 동하의 어깨에 칼을 박은 채 앞니가 몽창 부러진 입을 벌리고 잔인하게 웃고 있는 사람은 바로 리길상이었다.

“흐흐흐흐! 같은 칼에 두 번이나 맞으니까 기분이 어떠니? 기분이 째지지 않니?”

“끄으으으……!”

“이 간나 새끼야, 여기는 뭐 좋을 일 보려고 찾아왔니? 그러게 왜 자꾸 사람 심리를 건드리니? 그만 설치고 오마니 곁으로 가라우!”

“이 씹새끼가?!”

리길상의 입에서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오자, 동하의 눈이 돌아갔다.

“이얍!”

리길상이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칼을 확 쳐드는 순간, 동하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리길상의 텅 빈 가슴에 정권을 쑤셔 박았다.

뻐어억!

“우웁!”

가슴을 제대로 타격 당한 리길상이 대여섯 걸음을 물러났다.

“뭘 멍청히 보고 있니, 머저리들아! 죽여! 저 아새끼를 갈가리 찢어발기란 말이야!”

“와아아아악!”

리길상이 악다구니를 쓰자, 열댓 명 남은 조폭들이 이판사판이란 식으로 덤벼들었다.

핏물이 뿜어지는 어깨의 상처를 틀어막으며 동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체력이 방전되며 투지마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 새끼, 죽어라!”

“멱을 따주겠다, 간나 새끼!”

조폭들이 찌르고 휘두르는 칼날과 도끼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동하가 정신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동하가 전의가 꺾였음을 알아차린 조폭들의 공격은 점점 더 난폭해졌다. 이대로라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어머니의 복수도 못 하고 결국 이렇게 죽게 되는 건가?

이진산 영감이 반반이라고 했을 때, 역시 참았어야 했나?

죽음의 공포가 동하의 온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동하가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공포심이 커질수록 본능적으로 그의 내부에서 방어기제가 발동되어 운기가 활발해지며 몸 구석구석으로 기를 펌프질을 하듯 흘려보내기 시작했다는 사실!

동하가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사이,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게 운기가 이루어지며 그의 주먹과 발을 점점 더 강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만 죽어라, 짭새 새끼!”

쉬이이익!

꼭 산도적처럼 생긴 조폭 하나가 휘청거리는 동하수의 목을 노리고 도끼를 휘둘렀다.

촤아아앗!

동하가 발경이 제대로 이루어진 발로 복도를 차고 산도적의 머리 위로 높이 차올랐다.

빠악!

“으아악!”

그리고 허공에서 내려오며 니킥으로 산도적의 얼굴을 박살냈다. 복도 바닥에 등을 처박는 산도적을 뒤로하고 동하가 나머지 조폭들을 향해 바람처럼 달려갔다.

“으악!”

“케헥!”

“끄아아악!”

동하가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조폭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와아악! 이 간나 새끼야아!”

어느새 마지막 남은 조폭이 동하를 향해 칼을 찌르며 달려들었다. 완전히 지쳐 버린 동하가 억지로 주먹을 들어올렸다. 얼마나 많은 조폭들을 이 주먹으로 때려눕혔는지 살갗이 벗겨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뻐어어억!

동하가 고개를 살짝 젖혀 칼날을 피하는 동시에 조폭의 안면에 주먹을 쑤셔 박았다. 달려들던 가속도까지 더해져 콧잔등이 으깨진 조폭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픽 쓰러졌다.

“허억…… 허어억……!”

동하가 심장이라도 토할 듯 헐떡이며 주위에 즐비하게 널브러져 있는 오십 명이나 되는 조폭들을 둘러보았다. 자신 혼자 이 많은 조폭들을 때려눕혔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았다. 힐끗 뒤를 돌아보니, 완전히 압도당한 얼굴로 서 있는 김인철과 신동우, 박대식 그리고 양 순경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선배들의 시선에는 경외와 공포가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자, 이제 슬슬 마지막 손님을 받아야지?”

동하가 복도를 메우고 쓰러진 조폭들 너머에 반쯤 넋을 놓고 서 있는 리길상을 힐끗 쳐다보았다. 동하가 손가락을 까닥이며 조선족 조폭을 향해 절룩절룩 걸음을 옮겼다.

“어이~ 리길상! 남자답게 제대로 한 판 붙고 끝내자.”

“이 간나 새끼가 내가 누군지 알고 이름을 처부르고 지랄이니!”

이를 갈아붙이며 사시미를 뽑는 리길상을 보며 동하는 그가 끝장을 보기 위해 덤벼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리길상이 휙 돌아서더니, 4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헐레벌떡 뛰어올라 도망쳤다.

“형님! 형님! 나와 보십시오! 아새끼들이 짭새한테 모조리 당했습네다!”

동하가 살벌하게 웃으며 리길상을 쫓아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하하! 길상아~ 넌 어차피 내 손에 뒤지게 되어 있단다. 너무 애쓰지 마.”

* * *

덜커덩!

옥탑 문을 열고 나오던 동하가 옥상 한복판의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또래의 청년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보통 키에 날렵한 몸매를 가진 청년의 두 눈은 깊고 진중했다. 전체적으로 잘 벼린 한 자루 칼날 같은 기도를 풍기는 청년이야말로 바로 대림동의 지배자 김철이었다.

리길상과는 대조적으로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길림파의 이 젊은 보스를 동하는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그것도 여러 부하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을 먼발치에서 힐끗 보았을 뿐이다.

‘가까이서 보니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구나……!’

긴장한 동하가 저도 모르게 주먹에 힘을 불어넣었다.

김철도 동하를 관찰하고 있었다. 자신의 부하 오십을 모조리 쓰러뜨리고 여기까지 올라온 일개 순경의 무위를 신중하게 가늠해보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를 마주보며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동하와 김철 사이에 팽팽하게 긴장감이 흘렀다.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을 깨뜨린 사람은 김철의 등 뒤에 숨어 있던 리길상이었다. 그가 칼끝으로 동하를 가리키며 빽 소리쳤다.

“형님, 저놈입네다! 저놈이 바로 대림지구대의 강동하라는 순경 새끼입네다!”

“츱!”

김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짧게 혀를 찼다. 자신이 애지중지 키워온 조직을 거의 궤멸 상태로 몰아넣은 동하의 실력을 가늠해보고 있었는데, 리길상 때문에 방해를 받은 것이다.

“끝까지 쓸모없는 아새끼 같으니……. 닥치고 있으라!”

김철이 나직이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동하와 마주 서며 김철은 고작 순경 따위에게 자신이 무릎 꿇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순경치곤 대단한 놈이지만, 나까지 쓰러뜨릴 수는 없을 거다. 그래도 확실히 탐나는 물건이긴 해.’

은은하게 살기를 발산하며 김철이 동하에게 물었다.

“강동하 순경이라고 했니?”

“그러는 너는 김철이겠구나?”

“김철? 허허! 거 참 싸가지 없는 아새끼네? 니가 우리 길림파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고 들었는데 심리가 무어니?”

“그걸 지금 몰라서 묻는 거냐?”

동하가 실소하며 손가락을 들어 리길상을 가리켰다.

“저기 네 부하 리길상이 하구한날 중앙시장과 차이나타운을 돌아다니며 상인들에게 보호비를 뜯고, 상납을 거부하면 백주대로에서 개 패듯 두들겨 팼지. 어디 그뿐이야? 너희들은 어린애들한테까지 마약을 팔고, 대한민국 법으로 엄금하고 있는 도박업과 매춘업도 버젓이 하고 있어.”

김철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정의실현 뭐 그런 게 목적이니?”

순간 동하의 표정이 무시무시하게 변했다.

“물론 그것뿐이라면 내가 미친 척하고 여기까지 쳐들어오진 않았겠지.”

동하가 손가락을 들어 리길상의 얼굴을 겨누며 씹어뱉었다.

“리길상 저 개새끼가……, 내 어머니를 살해했다!”

“!”

동시에 김철이 눈이 커다래졌다.

그가 리길상을 휙 돌아보며 물었다.

“저 말이 사실이니?”

“그, 그게 저 새끼를 담그는 도중에 어미가 갑자기 나타는 바람에……!”

“하! 이런 병신새끼가 사고를 아주 골고루 쳤구나.”

김철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다시 동하를 보았다.

“뭐 그 일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

“큭큭큭! 유감? 그게 유감이라고 하고 넘어갈 일이냐?”

“강 순경, 네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도 할 말은 있지 않겠니?”

김철의 시선이 동하의 등 뒤에 서 있는 김인철과 신동우 그리고 박대식에게로 옮겨졌다.

“우리가 네가 말하는 그런 쓰레기들이라면 니 뒤에 서 있는 쟤들은 대체 무어니? 저기 저 아들도 우리가 상납한 돈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처자식들이랑 호의호식하며 살았다. 그게 끝인 줄 아니?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찾아와 꽁술을 처먹고, 꽁떡도 치고 갔는데, 저 아새끼들은 뭐라고 생각하니? 니랑 똑같은 경찰이니 아니면 내랑 같은 쓰레기들이니?”

“으으으……!”

동하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선배들도 분명 김철이나 리길상 못지않은 개쓰레기들이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김철 같은 조폭 두목의 면전에서 자신의 선배들이 너희들 못지않게 썩었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동하를 향해 김철이 히죽 웃었다.

“어떠니? 대답하기 참 힘들지? 원래 세상사가 다 그런 거다.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따질 수 있는 일이란 게 그리 많지가 않아요. 왜냐하면 세상은 흰색이나 검은색이 아니라 회색이기 때문이지. 우리 모두 그 회색지대에서 욕망에 취해 웃고 떠들며 한세상 살아가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존재들인데, 이런 이치를 어찌 모르니?”

“…….”

동하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김철은 그의 침묵을 조금 다르게 해석한 것 같았다.

“강동하 순경! 네 어머니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보상 겸, 네 선배들에게 상납했던 돈보다 딱 열 배의 금액을 너에게 매달 입금하겠다. 나는 너와 의형제를 맺고, 여기 리길상을 포함하여 나의 부하들 모두 너를 나와 똑같이 예우하도록 지시하겠다.”

“형님! 아니 됩니다!”

순간 김철의 등 뒤에서 리길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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