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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8화 (8/75)

〈 8화 〉 8화. 용호십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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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용호십삼권

“감히 내 말에 토를 다는 거니? 리길상 니가?”

김철이 눈을 치켜뜨며 돌아보자, 리길상은 급 당황했다.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시끄러! 조용히 짜져 있으라.”

“하지만 형님!”

억울해하는 리길상을 깨끗이 무시하고, 김철이 동하를 향해 씨익 웃었다.

“한 마디로 강 순경 너와 내가 함께 대림동의 지배자가 되는 거야. 어떠니? 나랑 손잡고 이 풍요로운 대림동에서 꿀 빨지 않을래?”

“흐음…….”

동하가 고민하는 듯하자, 김철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이 손을 잡으면 우리는 의형제가 되는 거다.”

“…….”

동하는 여전히 고민스런 표정으로 김철이 내민 손을 빤히 보고만 있었다.

“야, 강 순경! 뭐하고 있어? 빨리 그 손 잡아!”

“그 손을 잡는 순간 넌 돈방석에 앉게 되는 거야, 인마!”

동하의 등 뒤에서 김인철과 박대식이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재촉했다. 결국 동하도 선배들의 충고를 따르겠다는 듯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길림파 보스 김철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꽈아악!

“하하하! 너라면 말이 통할 줄 알았다, 강동하 순경!”

동하의 손을 흔들며 김철은 자신이 이 젊은 경찰관을 회유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가 경험한 한국 경찰들은 너무 물러 터져서 저승사자 같은 중국의 공안과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한국 경찰은 겁이 많았고, 무엇보다 돈에 약했다. 용돈을 아주 조금만 찔러 넣어줘도 그들은 알아서 허리를 숙였다.

그런데 고작 순경에 불과한 애송이에게 선배들의 열 배가 넘는 거금을 약속했다. 어찌 자신이 내민 손을 잡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응?”

순간 동하의 손아귀에서 필요 이상의 힘이 느껴지자, 김철이 씰룩했다.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니, 동하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손아귀의 힘은 점점 강해져 김철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꾸우우욱!

김철과 동하가 서로의 얼굴을 응시하며 힘 대결을 벌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해가는 두 남자를 지켜보며 김인철과 신동우 그리고 박대식과 양 순경의 표정도 심각하게 변했다.

김철이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힘을 쓰며 억지로 웃었다

“강동하 순경……, 내가 내민 손을 잡기로 한 거 아니었니?”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내가 아까전에 말하지 않았니? 나와 손을 잡으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부와 권력을 누리게 될 거라고?”

“어머니.”

“뭐시기?”

“어머니만 돌아가시지 않았어도 어쩌면 너희들이 내민 손을 잡았을지도 모른다고.”

입가에서 웃음기가 싹 가시는 동하를 향해 김철이 달래듯이 말했다.

“니 어머니 일은 나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니? 하지만 이미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이고…….”

“아가리 닥쳐, 깡패새끼야!”

화아아악!

순간 동하의 김철의 팔을 확 끌어당기며 안면을 노리고 주먹을 날렸다.

아주 짧은 거리에서 날린 기습적인 일격이었지만 김철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비틀어 피했다.

“강 순경, 이 새끼야! 넌 이제 내 손에 뒤졌어!”

그리고 이번엔 김철이 동하의 팔을 끌어당기며 주먹을 내쏘았다.

피이잇!

“으윽!”

동하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틀었지만, 주먹이 어찌나 빠른지 그의 뺨에 가는 혈선이 그어졌다.

김철이 동하에게 잡혀 있던 손을 빼내며 속사포처럼 양손 주먹을 날려 왔다.

슈슈슈슈슈슈슈슉!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강한 주먹이 줄줄이 날아들자 동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 씨! 뭐가 이렇게 빨라?!

그는 계속 뒷걸음질을 치며 주먹을 막거나 피하기 급급했다.

‘확실히 리길상과는 비교불가의 싸움꾼이다! 하지만 발경이 된 주먹을 한 방만 제대로 꽂으면!’

오른 주먹에 기를 불어넣은 동하가 김철의 급소를 노리고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김철은 피하는 대신 자신도 주먹을 내질렀다.

빠아아악!

“크흡!”

두 개의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 김철이 아닌 동하가 신음을 터뜨리며 주르륵 밀려났다.

“어! 이, 이게 뭐지……?!”

여유만만인 김철을 바라보며 동하는 급 당황했다.

김철의 주먹에도 기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설마 김철도 무공을 배운 건가?’

당황하는 동하를 향해 김철이 피식 웃었다.

“강동하, 너도 무공을 익혔었니? 그래서 그렇게 설쳐댄 거였니?”

“그, 그건…….”

충격에 빠져 대답도 못하는 동하를 향해 김철이 빠르게 쇄도했다.

쉬이이잇!

“하지만 내 상대가 되려면 아직 멀지 않았겠니!”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김철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양손 주먹을 내질렀다. 동하도 정신없이 주먹을 날리며 맞붙었다.

팡! 팡! 팡! 팡! 팡! 팡!

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칠 때마다 시퍼렇게 불꽃이 튀기는 것 같았다. 둘 다 이를 악물고 한 치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세하게나마 동하 쪽이 조금씩 밀리는 느낌이었다.

찌릿…… 찌릿……!

주먹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그는 당황하고 있었다.

‘영감! 영감!’

[아, 왜 자꾸 불러?]

‘솔직하게 말해 봐요. 김철 이 새끼가 나보다 세지?’

[물론 네 하단전에 쌓여 있는 내공이 저 깡패 놈의 내공보다 백배는 많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거늘.]

‘으아 씨! 푸념 좀 그만하고 김철을 때려눕힐 방법이나 알려줘요. 이러다 내가 먼저 죽겠어.’

[지금 현재 기의 운용은 김철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그래서 네놈이 밀리는 것이지. 하지만 김철의 주먹질은 그냥 길거리 깡패의 주먹질일 뿐이야. 지금부터 노부가 평생 동안 수련한 독문권법 용호심삽권을 네놈 머릿속에 펼쳐 보일 테니, 그걸 잘 보고 그대로 따라 하도록 해라. 그럼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니라.]

‘용호가……, 뭐시기?’

[휴우우우……! 아가리 닥치고 그냥 노부가 머릿속에서 시키는 대로만 따라 움직여, 이놈아!]

‘에잇 정말! 왜 성질을 부리고 그래요?’

동하가 투덜거리고 있을 때, 김철이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무슨 혼잣말을 그리 궁시렁거리니?”

퍼어억!

“허억!”

김철의 주먹이 옆구리에 꽂히며 동하가 입을 떡 벌렸다. 절로 양팔 가드가 내려가는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김철이 주먹을 날렸다.

퍼퍼퍼퍼퍽!

“크하아악!”

김철의 연타가 정신없이 안면에 꽂히며 동하의 코와 입에서 피가 터졌다.

승리를 확신한 김철이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강하게 휘둘렀다.

“이제 그만 재워주갔어, 순경!”

샤샤샤샥!

순간, 동하가 특이하게 발과 발을 움직여 김철의 주먹을 피했다.

동시에 엄지로 김철의 빗나간 주먹의 손등을 강하게 찍었다.

푸우욱!

“크흑!”

“김철 너야말로 그만 잘 시간이다!”

손등을 움켜쥐고 뒷걸음질 치는 김철의 얼굴을 노리고 이번엔 동하가 정권을 강하게 내쏘았다.

“흥! 주먹끼리 부딪치면 어차피 네놈이 밀리는데 또 주먹질을 하고 있니?”

김철도 동하의 주먹을 노리고 주먹을 날렸다.

슈아아아악!

하지만 이번만은 동하가 주먹의 궤적을 살짝 비틀어 충돌을 피하고, 김철의 텅 빈 턱을 노리고 계속 내질렀다.

꽝!!

“크아악!”

김철의 턱이 박살나며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내, 내가 한국의 순경 따위에게 당하다니……!”

쿠아앙!

뒤쪽으로 천천히 넘어가던 김철이 옥상 바닥에 세차게 뒤통수를 처박았다.

“후욱……, 후우욱……!”

주먹을 내뻗은 자세 그대로 숨을 헐떡이던 동하가 배시시 웃으며 내뱉었다.

“이진산 영감이 자랑하는 용호십이권 중 제 일초 광룡승천……! 이거 제법 쓸만하네. 흐흐흐흐!”

동하 앞에 널브러져 있는 김철을 바라보며 김인철과 신동우 그리고 박대식은 멘붕에 빠져 있었다.

김철이 누구인가? 길림파의 보스로서 실질적으로 대림동을 지배해온 무시무시한 폭군이 아니던가.

“그런 김철마저 때려눕힌 강 순경 저 자식은 대체 뭐지……?!”

김인철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신동우와 박대식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강순경 저 새끼 우리 모르게 약이라도 빨고 있는 걸까요?”

“저는 이제 강순경 얼굴만 봐도 오금이 저려요.”

충격을 받기는 리길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옥상 바닥에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것이 동하가 아니라 김철이란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형님까지 때려눕힐 수가……?!”

동하가 그런 리길상을 향해 돌아서서 손가락을 까닥까닥했다.

“길상아, 이제 대림지구대 유치장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좆 까라, 이 간나 새끼야!”

리길상이 이판사판이란 식으로 사시미를 휘두르며 동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동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른 주먹을 지그시 움켜쥐었다.

“우리 길상이가 아직 덜 맞았구나, 응?”

꽈아악!

“씨발 짭새 종간나 새끼야, 제발 좀 뒤져어!”

리길상이 자신의 목을 노리고 칼을 휘두르는 순간, 동하도 그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날렸다.

쯔거억!

“케헤엑!”

동하의 주먹이 경쾌하게 안면에 꽂히며 리길상의 고개가 휙 젖혀졌다.

“으아아! 멱을 따 버린다, 개새끼!”

얼굴이 또 다시 피범벅으로 변한 리길상이 마구잡이로 사시미를 휘둘렀지만 동하는 힘들이지 않고 전부 피했다.

그리고 이진산 영감에게 최초로 배운 권법을 조선족 조폭의 얼굴에 무차별적으로 퍼부었다.

“광룡승천! 광룡승천! 광룡승천! 광룡승천!”

쩍! 쩍! 쩍! 쩍!

제대로 격식을 갖춘 주먹이 연이어 꽂히며 리길상의 얼굴은 만신창이로 변해갔다.

“끄어어어……!”

“에이이~ 벌써 쓰러지려고 하면 섭하지. 우리 길상이 형한테 조금만 더 맞자, 응?”

리길상이 쓰러지려고 할 때마다 동하는 주먹을 늦추거나, 강도를 덜어 리길상이 버티도록 배려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얼굴은 물론 온몸이 피투성이로 변한 리길상이 사시미를 붕붕 휘두르며 한사코 덤벼들었다.

“우와아악! 죽일 거야! 니는 꼭 내 손으로 죽일 거야!”

“그렇지! 그렇게 독하게 덤벼야 리길상이지!”

쩌저저저저저저적!

이미 반쯤 정신줄을 놓은 리길상을 샌드백처럼 두들기고 있는 동하를 김인철과 신동우 그리고 박대식이 질린 듯이 쳐다보았다.

“허허! 우리 강 순경이 리길상보다 더 잔인한 것 같지 않냐?”

“그러게요. 리길상이 오히려 불쌍해 보일 정도네요.”

“우, 우리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그때 동하가 때리기도 귀찮다는 듯이 리길상의 얼굴에 정권을 깊숙이 쑤셔 박았다.

꽈앙!

“꾸웨엑!”

얼굴이 처참하게 망가진 리길상이 붕 날아가다가 김인철 소장의 발밑에 처박혔다.

쿠아앙!

“끄극……, 끄그그극……!”

핏물을 게워내며 푸들푸들 경련하고 있는 리길상을 김인철과 신동우 그리고 박대식이 경악의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으으……! 아무리 범죄자라고 해도 사람 몰골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다니!”

“강 순경 저 새낀 사람 새끼도 아닙니다, 소장님.”

“저 새끼 저거 사이코패스 뭐 그런 거 아닐까요?”

“선배님들!”

동하가 충격에 빠진 선배들 앞으로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히익! 뭐, 뭔데?”

“길림파도 간판을 내렸으니, 이제 선배님들도 감사과로 가셔야죠?”

“우, 우리가 감사과는 왜……?”

“그날 밤 너희들이 나를 리길상에게 팔아넘긴 걸 모를 줄 알았냐, 씨발놈들아……?!”

동하가 입을 떡 벌리는 선배들의 눈앞에서 주먹을 흔들어 보이며 살벌하게 씹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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