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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12화 (12/75)

〈 12화 〉 12화. 영등포 경찰서 피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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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영등포 경찰서 피습

영등포 경찰서 경비과 이종한 경장은 관내의 공원에서 조선족으로 보이는 노숙자들이 주취 후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와 함께 긴급 출동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는 여름날 오후였다.

주차장에 순찰차를 세우고 공원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과연 상거지 꼴을 한 노숙자 셋이 난장을 부리고 있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벙거지를 눌러쓴 노인은 행인들을 향해 중국어로 욕설을 퍼부으며 마시던 막걸리를 뿌려대고 있었고, 한여름임에도 때가 꼬질꼬질한 솜옷을 껴입은 노파는 사람들이 보든 말든 치마를 까고 주저앉아 노상방뇨를 하고 있었으며, 봉두난발을 한 청년은 허공을 향해 주먹을 붕붕 휘두르며 짐승처럼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이것들 봐요! 여기서 이러면 안 됩니다!”

“조선족 맞아요? 어디 여권 좀 봅시다.”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끝에 이종한 경장은 조선족 노숙자 셋을 순찰차에 태우고 경찰서로 연행할 수 있었다. 노숙자들에게서 얼마나 지독한 악취가 풍기는지 서로 향하는 내내 그는 코를 틀어막고 있어야만 했다.

경찰서로 도착한 이종한 경장은 노숙자들로부터 진술서를 받았다. 셋 다 하루 전에 중국에서 입국한 조선족으로 확인되었다. 세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까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경범죄로 들어왔으니, 술이 깰 때까지 하룻밤 경찰서 유치장에 가둬두었다가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내보내면 될 것이다.

* * *

“나 참, 재수가 없으려니!”

당직인지라 자정 넘어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이종한 경장은 유치장의 의경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고 경찰서 지하의 복도를 뛰어가는 중이었다. 자신이 직접 유치장에 처넣고는 까맣고 잊고 있었던 세 조선족 노숙자 중 노인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다고 했다. 만약 중국 국적의 노숙자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망한다면 외교적으로 마찰이 생길 수도 있는지라 똥줄이 탔다.

철커덩!

“이봐, 어떻게 된 거야?”

유치장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이종한 경장은 짜증부터 부렸다.

앳된 얼굴의 의경이 그를 노숙자들이 갇혀 있는 유치장으로 급히 안내했다.

“상태가 안 좋습니다. 아무래도 병원으로 호송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젠장! 일단 한번 보고 결정하자.”

조선족들이 갇혀 있는 유치장 앞에 서자마자 이종한 경장의 안색이 변했다.

“우웨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자신이 토해놓은 토사물이 깔려 있는 유치장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노숙자 노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노파와 청년이 노인을 진정시키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눈을 까뒤집고 거품을 베어 문 노인은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했다.

머릿속이 하얘진 이종한 경장이 의경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 지경이 되도록 넌 뭐 하고 있었어? 빨리 문부터 열어, 인마!”

“아, 알겠습니다!”

철컹!

“노인장, 왜 그래요? 어디가 아픈 겁니까?”

문이 열리자마자 이종한 경장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발작 중인 노인의 어깨를 붙잡고 자신 쪽으로 돌려 눕혔다. 그런데 다 죽어가던 노인이 누런 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니하오?”

“이, 이게 무슨……?”

황당해하는 이종한의 등 뒤에서 의경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으허헉!”

이마에 별 모양의 표창이 박힌 채 넘어가는 의경을 발견한 이종한 경장은 경악했다. 그의 눈에 또 다른 표창을 꼬나 쥐고 있는 노파와 그 옆에서 키득거리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들어왔다

“너, 너희들! 평범한 노숙자가 아니었구나!”

이 경장이 황급히 테이저건을 뽑았다.

꽈아악!

“끄흑!”

그러나 노인의 손아귀가 그의 목울대 움켜쥐는 게 먼저였다

“컥…… 커컥……!”

가래 끓는 소리를 내뱉으며 그는 어떻게든 테이저건을 발사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목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압도당해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퍼어억!

달걀이 깨지듯 목울대가 터지는 소리가 울리며 이종한 경장이 축 늘어졌다. 노숙자 노인과 노파 그리고 청년이 둥글게 서서 이종한 경장의 시체를 굽어보았다.

노인이 발끝으로 이 경장의 시체를 툭툭 건드리며 이죽거렸다.

“소문이 과장된 게 아니었네. 한국 경찰 너무 나약하지 않니?”

노파와 청년도 비릿하게 웃었다.

“표창만 충분하면 이 경찰서에 있는 경찰관들을 나 혼자 몰살시킬 수도 있겠는데. 호호호홍!”

“할망구가 욕심도 많다. 절반 정도는 나한테 념기라우. 큭큭큭큭!”

노인이 노파에게 정색을 하며 물었다

“리길상이 이 유치장에 갇혀 있는 게 확실하니?”

“확실하다 했지 않았니. 내 거짓말 한 거 본 적 있았니?”

“그럼 꾸물거리지 말고 그 새끼의 멱부터 따러 가자!”

노인이 의경의 허리춤에 채워진 열쇠 꾸러미를 뽑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노파와 청년도 건들거리며 따라갔다.

철커덩!

“응?”

설핏 잠이 들었던 리길상은 자신이 갇혀 있는 유치장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깨어났다. 눈을 부비며 쳐다보니, 웬 노숙자 노인이 막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노인의 등 뒤에는 못지않게 꾀죄죄한 노파와 청년이 서 있었다.

“오밤중에 웬 거지새끼들이 떼로 들어오는 거니?”

기가 막힌 듯 중얼거리던 리길상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제야 노인에게서 풍기는 짙은 살기를 감지했던 것이다.

“이런 옘병! 한국 경찰을 믿은 내래 병신이지!”

리길상이 반사적으로 튀어나가며 노인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날렸다. 싸움에선 선빵이 장땡이라고 믿는 그다운 공격이었다.

투욱!

“헉!”

노인이 가벼운 손짓으로 리길상의 회심의 일격을 튕겨냈다.

동시에 오른손 검지를 살처럼 내쏘았다. 그 손가락이 어깻죽지를 뚫고 박히자, 리길상이 비명을 내질렀다.

푸우욱!

“끄아아악!”

노인이 상상 이상의 고수임을 알아본 리길상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다급해진 그가 두 주먹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으아아! 덤비라, 미꿍끼같은 새끼! 다 덤비라!”

노인이 물 흐르듯 피하면서 그때마다 리길상의 몸 구석구석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었다.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한 리길상이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

“강동하 이 간나 새끼야! 날 보호해준다더니, 어디서 자빠져 놀음 하고 있는 가니?!”

* * *

“유치장 쪽이다! 서둘러!”

유치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사람은 이은서 경위였다.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약과 동료인 강영철 형사와 유치장을 한 번 둘러보려고 내려왔다가 리길상의 비명을 들었던 것이다.

“헉! 이, 이게 뭐야?”

유치장 안으로 들어서던 은서와 강 형사는 이종한 경장과 의경의 시체를 발견하고 경악했다. 경찰서 안에서 경찰이 살해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은서는 솔직히 리길상이 신변의 위협 운운할 때도 반신반의 했었다. 무슨 마피아 영화도 아니고,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경찰서 내부로 침입해 증인을 살해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그녀는 중국에 있다는 길림파의 상급 조직 동북회에서 살수를 파견할 것이란 말 자체를 믿지 않았다.

“강 형사, 권총 안전장치 풀어.”

“네?”

“죽고 싶지 않으면 권총 안전장치 풀라고, 인마!”

“아, 네!”

강영철 형사와 함께 권총을 뽑으며 리길상이 갇혀 있는 유치장으로 향하는 은서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할 수만 있다면 발길을 돌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경찰이었다. 동료를 죽인 범인들을 앞에 두고 어찌 발길을 돌릴 수 있겠는가.

“꼼짝 마! 경찰이다!”

은서와 강 형사가 리길상이 갇혀 있는 유치장 안으로 뛰어들며 권총을 겨누었다. 피투성이로 변한 채 무릎이 꿇려 있는 리길상의 미간을 노리고 손가락을 쳐들던 거지 노인이 두 사람을 힐끗 돌아보았다.

‘노숙자처럼 보이는 저 노인이 설마 청부업자……?!’

강한 의혹이 들었지만 은서는 경계심을 풀지 않고 다시는 소리쳤다.

“할아버지! 두 손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무릎 꿇으세요! 리길상 씨, 당신 아직 살아 있는 거 맞지?”

“병신아…… 뒤, 뒤를…….”

리길상이 퉁퉁 부어터진 입술을 달싹였지만 은서는 알아듣지 못했다.

“뭐, 뭐라고?”

“빠딱 뒤를 처보라고, 머저리년아!”

“헉!”

리길상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 절규했을 때에야 은서와 강 형사는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철창문 옆에 등을 찰싹 붙이고 숨어 있는 노숙자 노파와 청년의 모습이 들어왔다. 강 형사가 재빨리 총구를 두 사람에게로 돌렸다.

“당신들은 또 뭐야? 당신들도 손 들어!”

순간 노파의 양손에 들려 있는 별 모양의 표창을 발견하고 은서가 다급히 외쳤다.

“강 형사, 조심해!”

쉬이이익!

노파의 손을 떠난 표창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다 강영철의 팔에 꽂혔다.

퍼어억!

“으악!”

“강 형사!”

권총을 놓치며 무릎을 꿇는 강 형사를 돌아보며 은서가 일갈했다.

“너희들 싹 다 뒤졌어!”

격분한 은서가 권총을 돌려 노파와 청년을 겨누었다.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노파의 두 번째 표창이 손등에 박혔다.

푸욱!

“아악!”

권총을 놓치고 손등을 감싸는 은서를 노리고 노파가 새로운 표창을 확 쳐들었다.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은서는 자신이 죽으리란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경찰에 투신하면서 언젠가 현장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그렇지만 다른 곳도 아닌 경찰서 안에서 이런 꼴을 당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던 것이다.

‘강동하 순경, 나 아직은 죽고 싶지 않거든. 빨리 와서 나 좀 구해줘!’

자신을 노리고 표창을 날리려는 노파를 보며 은서는 뜬금없이 동하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뜬금없이 생각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동하가 유치장 안으로 뛰어들며 표창을 날리려는 노파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았던 것이다.

“케헤헥!”

동하의 주먹을 맞은 노파가 비명을 지르며 주르륵 밀려났다. 그러자 그때까지 구경만 하고 있던 노숙자 청년이 동하를 향해 주먹을 날리며 덤벼들었다.

팡! 팡! 팡! 팡! 팡!

공간을 찢어발길 듯한 청년의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동하는 청년도 무공을 익혔음을 알아차렸다.

“이크크크!”

청년이 열 개도 넘는 잔영을 그리며 찌르고 휘두르는 주먹을 피하며 동하는 정신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청년의 공격이 너무 빠르고 드세 도무지 반격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좁은 유치장 안에서 언제까지 도망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터억!

“헉!”

유치장 벽에 등을 부딪치며 동하가 움찔했다. 그런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청년이 회심의 일격을 내질렀다.

“이 새끼야! 너는 이제 죽었어!”

다급해진 동하가 이진산을 불렀다.

‘영감님! 나 좀 도와줘요!’

[아둔한 녀석아! 어찌 매번 그런 찌질한 놈들한테 궁지에 몰린단 말이냐? 적의 공격을 피하고, 나의 공격을 성공시키는 보법의 기본은 ‘적에게는 멀게, 나에게는 가깝게!’ 이니라!]

‘적에게는 멀게, 나에게는 가깝게? 무슨 국어시험도 아니고, 뭔 설명이 그리 어려워요?’

[어이구~ 그냥 네놈 머릿속에 노부의 독문보법인 밀영환보를 떠올릴 테니, 그대로 보고 따라하거라.]

‘에이 씨! 진작 그럴 것이지!’

머릿속에 이진산의 보법이 그림처럼 떠오르자마자, 동하는 그대로 발을 움직였다.

샤샤샤샥!

몇 발자국 움직였을 뿐인데, 동하는 거짓말처럼 노숙자 청년의 주먹을 피하며 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콰앙!

청년이 주먹이 벽을 때리는 순간, 동하가 그의 텅 빈 옆구리를 노리고 이진산의 용호십삼권 중 제 일초 광룡승천을 내질렀다.

뻐어어억!

“흐억!”

옆구리 깊숙이 주먹이 꽂히자, 청년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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