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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16화 (16/75)

〈 16화 〉 16화. 임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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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임자를 만나다!

철컥! 철컥! 철컥!

총알이 떨어졌는지도 모르고 계속 방아쇠를 당겨대는 은서를 노리고 조선족 청년 하나가 손도끼를 쳐들고 달려들었다.

“애미나이야! 여기가 어덴 줄 알고 기어 들어왔네?”

“흥!”

은서가 콧방귀를 날리며 로우킥으로 청년의 정강이를 가격했다.

“끄악! 내 다리!”

다년간 이종격투기를 연마한 은서의 로우킥이 제대로 꽂히자, 청년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저 애미나이 죽여!”

“멱을 따버리갔어, 썅!”

새로운 청년 둘이 가드를 들어 올린 은서를 노리고 도끼를 휘두르고, 사시미를 찔러왔다.

은서가 섬전처럼 오른손 정권을 날려 도끼를 쳐든 청년의 인중을 때렸다.

쩌걱!

“크흡!”

그리고 사사미를 찔러오는 청년을 노리고 시원하게 돌려차기를 날렸다.

꽈앙!

“우웩!”

그녀의 돌려차기에 관자놀이를 강타당한 청년이 붕 날아갔다.

“죽고 싶은 새끼들은 싹 다 덤벼!”

그때부터 은서가 주먹과 발을 마구 날리며 청년들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은서가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그녀와 동료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으흑!”

“크아악!”

“아악! 칼에 찔렸어!”

약에 취한 청년들의 도끼에 맞고 칼에 찔린 동료들이 은서의 주변에서 차례로 쓰러지고 있었다. 그렇게 싸울 수 있는 동료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청년들의 공격은 점차 은서에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촤아앗!

“으윽!”

얼굴이 꼭 넙치처럼 넙데데하게 생긴 청년이 찌른 사시미가 팔뚝을 스치며 은서가 신음을 흘렸다. 피가 흐르는 팔을 움켜쥐고 뒷걸음질 치는 그녀를 노리고 청년이 칼을 쳐들고 덤벼들었다.

“애미나이야! 너는 이제 죽었어!”

“이, 이런!”

미처 방어 동작을 취하지도 못하고 경악하는 그녀를 스쳐 동하가 바람처럼 달려나갔다.

우적!

“크악!”

동하가 내지른 주먹이 안면이 함몰되며 넙치가 뒤로 넘어갔다. 연이어 동하가 내지르는 양손 주먹에 강타당한 청년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쩍! 쩍! 쩍! 쩍!

별로 강하게 친 것 같지도 않은데 동하의 주먹이 꽂힐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는 청년들을 은서가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와, 이건 뭐 스치기만 해도 날아가네?”

동하의 개입으로 싸움의 양상은 순식간에 경찰들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었다.

“아악!”

“크흡!”

“이 간나 새끼! 뭐 이리 강하니? 끄아악!”

동하는 자신에게 몰려드는 조선족 청년들을 박살내며 나름 신바람을 내고 있었다. 사방에서 칼과 도끼가 날아들고 있었지만, 그는 이진산에게 배운 밀영환보를 밟으며 자신에게 집중되는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적에게는 멀게! 나에게는 가깝게!’

그는 비로소 이진산이 강조했던 문구의 뜻을 알 것도 같았다. 특유의 보법을 밟으며 적에게서 멀리 떨어져 공격을 피하고, 다시 보법을 밟아 적에게 바싹 접근하며 공격을 가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군! 이 원리만 터득하면 적의 숫자는 문제가 되지 않겠어!

큭큭큭큭! 그런데 이거 마음먹은 대로 싸움이 되니까 은근 신이 나는데!

“종간나 새끼, 대갈통을 쪼개 버리갔어!”

이때 씨름선수처럼 덩치가 커다란 청년 하나가 측면에서 도끼를 내리찍으며 달려들었다.

“강동하 순경, 조심해요!”

은서의 다급한 외침을 들으며 동하가 재빨리 보법을 밟아 도끼를 피했다. 그리고 덩치의 텅 빈 옆구리에 주먹을 쑤셔 박았다.

퍼어억!

“끄흡!”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입을 활짝 벌리는 청년의 얼굴을 노리고 동하가 주먹을 날렸다.

빠아악!

“꾸웩!”

핏물과 부러진 이가 어지럽게 흩날리며 덩치가 뒤쪽으로 천천히 넘어갔다.

쿠아아앙!

덩치가 큰 소리를 내며 등을 처박는 순간, 동하는 나머지 청년들을 향해 일갈했다.

“뒤지고 싶지 않으면 무릎 꿇어, 깡패 새끼들아!”

“!”

순간, 살기를 번뜩이며 덤벼들던 청년들이 거짓말처럼 우뚝 멈춰 섰다. 동하의 압도적인 기세 앞에 약 기운이 확 달아날 정도의 공포심을 느꼈던 것이다.

상황이 대충 정리됐다고 판단한 은서가 동하의 옆으로 다가와 기특하다는 듯 팔을 두드렸다.

“고생했어요, 동하 씨.”

동하 씨라고……?! 지금 내 이름을 불러준 거야? 목소리가 어찌나 다정한지 누가 들으면 여친이 남친을 부른 줄 알겠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동하가 헤벌쭉 웃었다.

”니가 강동하 순경이니?“

바로 그때 겁에 질린 조선족 청년들 사이로 누군가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당당한 덩치에 온몸으로 강렬한 기세를 발산하는 젊은 남자였다.

남자가 김철 못지않은 실력자임을 간파한 동하가 긴장된 눈으로 그의 얼굴을 주시했다.

”니가 강동하 순경이 맞지?“

남자가 다시 묻자 동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강동하다.“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래, 무공을 사용하며 싸우는 걸 보고 니가 강동하인 줄 알았다. 이제야 양씨 일가가 왜 그리 허무하게 당했는지 알 것 같네.“

양씨 일가? 그건 또 누군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동하를 향해 남자가 낮게 깔리는 소리로 말했다.

”내는 박성광이라고 한다.“

”박성광……?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널 죽일 사람의 이름이니, 똑똑히 기억해두도록.“

”뭔 개소리야?“

”무슨 말인지 곧 알게 될 거이야!“

박광성이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며 덤벼들었다.

슈와아아아악!

기를 팽팽하게 머금어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남자의 주먹을 보며 동하는 경악했다.

뭐야? 풍기는 기세가 심상치 않더라니, 이 자식도 무공을 익혔어?

일단 저 주먹은 맞붙지 말고 피하는 게 좋겠다!

동하가 빠르게 밀영환보를 밟으며 박광성의 주먹을 피했다.

파아아앙!

순간 박성광의 주먹이 꽂힌 허공에서 공기가 찢어 발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젠장! 저 주먹에 맞았다간 영혼까지 가루가 되겠다!

팡! 팡! 팡! 팡!

동하는 박광성이 연이어 내지르는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정신없이 물러섰다.

샤샤샤샤샤샥!

”헉!“

박광성도 보법을 밟으며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오자, 동하는 움찔했다.

”흥! 계속 도망쳐보라, 이 간나야!“

콰아아앗!

박광성이 내지른 주먹이 얼굴로 날아들자, 동하도 할 수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앙!

박광성의 주먹과 동하의 주먹이 충돌하며 바위가 쪼개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흐흐흑!”

충격을 이기지 못한 동하가 주르륵 밀려났다. 목구멍 안쪽에서 짭조름한 것이 넘어오고 있었다. 그것이 피라는 걸 알아차린 동하는 덜컥 겁이 났다.

’저 박광성이란 새끼……, 단순히 무공을 익혔을 뿐만 아니라 나보다 확실히 강한 것 같은데?‘

그가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는 박광성을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 박광성의 얼굴에선 동하에 대한 노골적인 비웃음과 살기가 짙게 배어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동하는 박성광이 지금껏 상대했던 어떤 상대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불안감이 먹물처럼 번지며 동하가 다급하게 이진산을 불렀다.

‘어르신! 어르신!’

[…….]

동하의 조급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진산은 오늘따라 대답이 없었다.

‘에이 씨! 꼭 급할 때면 감감무소식이더라!’

일단 시간을 끌어야겠다고 생각한 동하가 박광성을 가리키며 물었다.

“박광성이라고 했냐? 너도 길림파 소속이야?”

“나보고 길림파냐고 물었니?”

박광성의 입가에 흐릿한 비웃음이 걸렸다. 그가 동하의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저기 리길상 같은 아새끼들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는 훨씬 높은 조직의 간부다.”

동하가 박광성의 손가락을 쫓아 리길상을 힐끗 돌아보았다.

”응?“

순간 동하는 움찔했다. 평소 악과 깡만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리길상이 식은땀을 삐질거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건 뭐, 완전 고양이 앞의 쥐새끼 꼴이구만? 저 박광성이란 자식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겠지? 박광성이 이진산 영감님이 경고했던 대륙에서 온다는 그 무서운 고수 중 한 명인 걸까?

불안한 표정으로 통박을 굴리고 있는 동하를 향해 이번엔 박광성이 물었다.

“강동하, 너는 한국 경찰의 비밀요원 뭐 그런 거니?”

“아니, 난 그냥 말단 순경일 뿐인데.”

“한국 경찰 중에 계급이 가장 낮은 순경이란 말이니?”

“응, 맞아!”

박광성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어떻게 순경 따위가 길림파를 없애버리고, 양씨 일가까지 해치울 수 있지? 너처럼 강한 순경이 존재한다는 게 말이 되질 않잖니?”

“내가 강한 게 아니라 너희들이 약한 거겠지.”

“지금 우리보고 약하다고 했니……?!”

박광성이 동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아붙였다.

“아새끼 주제 파악을 못 하네……, 감히 우리 조직을 모욕해?”

“모욕하다니? 내가 언제?”

동하가 급히 변명하려고 했지만,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츄우우욱!

박광성이 동하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동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비틀어 가까스로 피했다.

파아앙!

“크흑!”

박광성의 주먹이 허공을 때리는 순간, 팽팽하게 실렸던 기의 파편이 폭발하며 동하의 뺨에 생채기를 남겼다. 뺨에서 흐르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동하는 정신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강동하!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니?”

슈와아아아악!

박광성이 단숨에 동하를 따라잡으며 더욱 강한 힘이 실린 주먹을 날렸다.

적에게는 가깝게! 나에게는 멀게! 아니! 적에게는 멀게! 나에게는 가깝게였나?

샤샤샤샥!

당황한 동하가 허겁지겁 밀영환위의 보법을 밞았다. 하지만 박광성도 보법을 밟으며 어렵지 않게 그를 따라잡았다.

푸우우욱!

“우웩!”

박광성의 주먹이 명치 깊숙이 꽂히는 순간, 동하는 눈앞에 캄캄해지는 고통을 느끼며 허리를 숙였다.

박광성이 그런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가차 없이 주먹을 쳐올렸다.

꽝!

“으에엑!”

안면에서 불이 번쩍하는 통증을 느끼며 동하가 붕 날아갔다. 그리고 은서 근처까지 날아가 처박혔다.

쿠우웅!

“끄극……, 끄으으윽……!”

“크흐흐흐! 간나 새끼야, 네 실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니? 그동안 시건방을 떨었던 대가는 목숨으로 받겠다.”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리며 일어서려고 버둥거리는 동하를 향해 박광성이 잔인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은서가 그런 박광성을 가리키며 주위의 형사들에게 외쳤다.

“저 자식을 막아요! 빨리!”

“…….”

박광성이 내뿜는 살기에 질린 형사들 중 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결국 은서 혼자 동하를 구하러 달려나갔다.

“으아아아!”

은서가 차오르며 박광성의 턱을 노리고 회심의 앞차기를 날렸다. 박광성이 손등으로 은서의 발을 가볍게 쳐내곤, 나머지 한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움켜잡았다.

꽈악!

“커헉!”

은서를 머리 위로 천천히 들어 올리며 박광성이 동하를 향해 히죽 웃었다.

“서로 구하려고 막 달려오고, 너희 둘이 애인이니? 흐흐흐.”

동하가 간신히 고개를 쳐들며 빽 소리쳤다.

“그런 거 아니니까 빨리 풀어, 이 새끼야!”

“흐흐흐흐! 그래? 그럼 애미나이가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이니?”

“헛소리 말고 빨리 풀란 말이야, 씨발 놈아!”

허공으로 떠오른 채 후들후들 떨리는 은서의 다리를 보며 동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컥…… 커헉……!”

얼굴에서 점차 핏기가 사라지는 은서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박광성이 살벌하게 말했다.

“내 계산에 의하면 이 상태로 이 애미나이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한 3분쯤 될 거이야. 그 안에 니가 날 쓰러뜨리면 여자는 사는 거고, 쓰러뜨리지 못하면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등지는 거이지. 어때? 나랑 마구 싸우고 싶어지지 않니?”

“이 씹새끼야!”

격분한 동하가 박차고 일어나 박광성에게 달려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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