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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23화 (23/75)

〈 23화 〉 23화. 임독양맥이 뚫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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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임독양맥이 뚫리다!

아침 햇살이 환하게 비추는 폐차장 한복판에서 동하와 최룡은 서로를 향해 마주 서 있었다. 두 사람의 주변을 스무 명 남짓한 조선족 청년들이 빙 에워싸고 있었다. 전기톱과 해머를 어깨에 척 걸치고 있는 청년들은 그 자체로 위협적으로 보였다.

최룡이 동하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선수를 양보할 테니, 먼저 들어오시라요.”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쉬이이잇!

동하가 밀영환보를 밟으며 최룡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그리고 기를 머금어 팽팽해진 오른 주먹으로 내지르며 용호십삼권 중 광룡승천을 펼쳤다.

“이얍!”

파아앙!

동하로선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최룡은 뒷짐을 진 채 고개만 살짝 비틀어 어렵지 않게 피했다. 동하가 광룡승천에 이어 용호십삼권 중 맹호표호와 자룡비행 그리고 대호질주를 연달아 내질렀다.

팡! 팡! 팡! 팡!

그때마다 공기가 찢어 발겨지는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려퍼졌지만 어느 것 하나 최룡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으아아아!”

슈슈슈슈슈슉!

동하가 양손 주먹을 연달아 내지르며 최룡을 강하게 압박했다. 최룡은 여전히 뒷짐을 풀지 않은 채 허리만 살짝살짝 흔들어 동하의 공격을 모조리 피하고 있었다. 밀영환보로도 최룡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고, 용호십사권으로도 최룡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동하는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이러다 힘 한 번 못 써보고 당하는 거 아니야?

그건 절대 안 되지! 내가 당하면 이은서 경위의 목숨도 위태로워진다!

“타하압!”

다급해진 동하가 기합을 지르며 최룡의 가슴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일체의 수비를 포기한 대범한 공격이었다.

푸우욱!

‘이번엔 제대로 먹혔다!’

자신의 주먹이 최룡의 가슴 깊숙이 꽂히는 것을 느끼며 동하는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최룡의 입꼬리에 걸린 비웃음을 발견하고 환호는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헉!”

동하가 주먹을 회수하며 재빨리 물러났다. 하지만 최룡의 손은 이미 그의 손목을 낚아채고 있었다.

퍼어억!

“커흑!”

최룡이 동하의 손목을 확 끌어당기며 명치에 정권을 처박았다. 동시에 동하기 입을 떡 벌리며 뒤쪽으로 붕 날아갔다.

우당탕탕!

땅바닥에 등을 처박으며 동하가 몇 바퀴나 나뒹굴었다.

“콜록! 콜록! 콜록!”

가쁜 기침을 토하며 그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리길상의 감시를 받으며 서 있던 은서가 그런 동하를 향해 새된 소리를 질렀다.

“동하 씨, 조심해요! 입에서 피가 나고 있어요!”

그제야 동하도 기침할 때마다 핏방울이 튀어나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아마도 심각한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입가로 피를 뚝뚝 흘리며 동하가 대여섯 걸음 앞쪽에 여전히 뒷짐을 지고 서 있는 최룡을 쳐다보았다.

그는 비로소 이진산이 왜 그토록 자신에게 도망치라고 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어르신. 거기 계십니까?’

[그래, 여기 있다.]

이진산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착 가라앉아 있었다.

‘최룡은 혹시 임동양맥이 타동 된 고수입니까?’

[아니, 아직 그 경지에까진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직전 단계라고 보면 될 것 같구나.]

‘어쨌든 저보다는 훨씬 강하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이놈아!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기회를 봐서 도망을…….]

자신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은서를 곁눈질하며 동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그보다는 눈앞에 서 있는 저 자식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알려 주십시오.’

[실력 차이가 이렇게 현격한데, 방법은 개뿔 무슨 방법? 차라리 네 임독양맥이 갑자기 뻥 뚫리는 기적을 바라는 게 낫겠다.]

‘네, 네!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전 입 닥치고 계속 싸우겠습니다.’

[이런 황소고집을 봤나? 너 그러다 진짜 뒤진다니까!]

이진산의 경고를 무시하고 동하가 양손 주먹을 연달아 내지르며 다시 최룡에게 덤벼들었다. 이번에는 최룡도 뒷짐을 풀고 주먹으로 날리며 맞대응했다.

팡! 팡! 팡! 팡! 팡! 팡!

기가 팽팽하게 실린 두 사람의 주먹이 허공에서 맞부딪치며 시퍼렇게 불꽃이 튀겼다. 최룡은 태연했지만 동하의 얼굴은 땀투성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크흐흑! 주먹이 으스러지는 것 같구나!’

동하의 주먹에 맺힌 기세와 최룡의 주먹에 맺힌 기세에는 현격하게 차이가 있었다. 최룡과 주먹을 부딪칠 때마다 동하는 맨주먹으로 바위를 때리는 듯 충격을 받았다.

“으흑!”

결국 동하는 주먹을 내뻗다 말고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고, 그와 동시에 빈틈이 생겨났다.

우적!

“크하악!”

최룡의 주먹이 관자놀이에 꽂히며 동하의 얼굴이 뽑혀질 듯 돌아갔다. 순식간에 최룡의 주먹이 예닐곱 번이나 동하의 얼굴과 몸통에 작렬했다.

뻐버버버버버버벅!

“으아아악!”

동하가 고통을 참지 못한 비명을 지르며 주르륵 밀려났다. 최룡이 신형을 한 바퀴 빙글 회전시키는가 싶더니, 동하의 옆얼굴을 노리고 돌려차기를 날렸다.

꽝!!

기가 팽팽하게 실린 발등이 옆얼굴에 꽂히는 순간, 동하가 핏물을 왈칵 토하며 붕 튕겨 올랐다.

쿠아아앙!

얼굴이 피투성이로 변한 동하가 땅바닥에 세차게 처박혔다. 더 이상 일어설 힘조차 없었던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드러누운 채 가슴을 들썩이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허억…… 허억…… 허어억……!”

최룡이 그런 동하를 굽어보며 냉담하게 말했다.

“일어나라우, 강동하 순경. 니가 일어나지 못하면 이은서 경위가 죽는다고 하지 않았니.”

“끄으으으……!”

동하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사력을 다해 상체를 일으켰다. 무릎을 짚고 휘청거리며 일어서는 동하의 입과 코에선 검붉은 핏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

“큭큭큭큭! 강동하 저 새끼가 오늘 임자를 만나지 않았겠니?”

“이익!”

은서가 비릿하게 웃는 리길상을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째려보고 지랄이니? 눈깔을 확 파버려야 정신을 차리겠니, 애미나이야?”

“강 순경이 잘못되면 리길상 너만은 꼭 내 손으로 죽일 거야.”

“이야! 애미나이가 눈빛 한 번 살벌하구나, 야! 무서워서 오줌 지릴 뻔하지 않았니. 큭큭큭큭!”

자신을 비웃는 리길상에게 시선을 거두며 은서가 비틀거리고 있는 동하를 향해 손나발을 만들어 외쳤다.

“동하 씨! 내 걱정은 하지 말고 편하게 싸워요! 난 정말 괜찮아요!”

마지막에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동하가 퉁퉁 부은 눈을 간신히 치켜뜨고 자신을 애처롭게 쳐다보는 은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강해지고 싶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강해지고 싶어……!’

동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절규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저 여자만은 살리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간절한 염원과는 달리 바람 빠진 풍선처럼 그의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강동하 순경! 당신과 당신 여자는 이제 죽은 목숨이야!”

최룡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동하를 향해 끝장을 보겠다는 듯 사납게 달려들었다.

“이익!”

동하는 남아 있는 마지막 힘을 오른 주먹에 끌어모았다. 그리고 폐부에서 끌어올린 기합을 내지르며 최룡을 향해 마주 달려나갔다.

‘우와아아악!’

부아아아아악!

동하와 최룡이 서로를 향해 돌진하며 상대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폭풍처럼 휘둘렀다. 둘 다 수비를 철저하게 도외시한 난폭한 공격이었다.

퍼퍽­­!

동하와 최룡이 거의 동시에 상대의 가슴에 회심의 주먹을 쑤셔 박았다. 두 사람은 그 상태로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뚫어져라 쏘아보았다.

“흐읍!”

순간 동하의 입언저리로 핏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동하와는 달리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최룡이 싸늘하게 내뱉었다.

“강동하 순경……, 너는 이제 끝났어!”

“우웨에엑!”

핏물을 왈칵 토하며 주르륵 밀려나는 동하를 노리고 최룡이 쏜살같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십수 개의 잔영을 그리며 양손 주먹을 속사포처럼 날리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퍼퍼퍽!

“크아아악!”

그 주먹을 고스란히 두들겨 맞으며 동하가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두 팔을 들어 올려 주먹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강력한 힘이 실린 최룡의 주먹이 가드마저 뚫어 버리고 동하의 얼굴을 쑤셔박혔다.

쾅! 쾅! 쾅!

“케헤헥!”

얼굴에 쇳덩이 같은 주먹이 연달아 꽂히며 동하가 고개가 이리저리 뽑혀질 듯 돌아갔다. 밀영환보를 밟으며 피신하려고 했지만 발이 뒤엉켜 보법을 제대로 밟을 수가 없었다. 운기를 통해 몸을 보호하려고 해봤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았다. 외부에서 너무 강한 충격이 쏟아지자, 도무지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동하가 끌어올린 기는 그의 의지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퍽! 퍽!

최룡이 완전 무방비 상태에 빠진 동하의 얼굴과 온몸을 샌드백처럼 두들겼다. 최룡은 그렇게 서서히 동하를 침몰시키고 있었다.

[아아……! 노부의 권토중래의 꿈이 이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리는 것인가!]

이번에야말로 동하가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확신한 이진산이 장탄식을 내뱉었다. 동하의 몸에 자신의 영혼이 깃들었으니, 동하가 소멸한다면 그 또한 소멸하게 될 것이었다.

살 만큼 살았으니 죽는 것은 억울하지 않으나, 사부의 등에 칼을 꽂은 세 제자 놈들에게 복수하지 못하고 떠난다는 것이 못내 아쉽구나.

콰직!

“꾸웩!

순간 물찬 제비처럼 차오른 최룡이 니킥으로 동하의 콧잔등을 박살냈다. 동하의 골이 흔들리며 그 안에 깃든 이진산도 적지 않은 충격을 느꼈다.

크흑! 그래, 차라리 빨리 죽여라! 어차피 이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 없으니!

”강동하! 니가 죽어야 광성이의 영혼을 달랠 수가 있지 않겠니?!“

최룡이 정말 끝장을 보려는 듯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동하를 노리고 기가 팽팽하게 실린 주먹을 폭풍처럼 내질렀다.

”끄어어어……!“

자꾸만 감기려는 눈을 치켜뜨며 동하는 자신을 노리고 최후의 일격을 날려오는 최룡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아 씨발! 저 주먹에 맞으면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골로 가겠군!

짙은 절망감과 함께 강렬한 위기감이 동하의 온몸을 휘감았다.

순간, 몸 안에서 세찬 기의 흐름을 느끼며 동하가 덜컥 진동했다.

”흐어억!“

촤아아아아아아악!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거대한 기운이 동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그의 혈관을 따라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 흐름이 어찌나 빠르고 거센지 동하는 온몸의 핏줄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끄아아아악!“

핏줄이 터져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그가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동하의 의지를 무시하고 폭주하던 세찬 기운이 두 갈래로 갈라지더니, 그의 몸의 대칭되는 좌우지점을 향해 맹렬하게 질주했다. 그리고 두 가닥의 기운은 임독양맥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꽈꽝!!

가슴 속에서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지는 것을 들으며 동하가 입을 떡 벌렸다. 동시에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기운이 동하의 온몸을 휩쓸었다.

쿠우우욱!

그 기운을 오른손에 모으며 동하가 으스러져라 주먹을 웁켜 쥐었다.

”강동하, 이제 그만 뒤지라우!!“

그리고 자신의 얼굴로 날아드는 최룡의 주먹을 노리고 동하도 힘차게 주먹을 내질렀다.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씨발놈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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