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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24화 (24/75)

〈 24화 〉 24화. 뜻밖의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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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뜻밖의 자질

쩌어어엉!

동하와 최룡의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영혼이 갈가리 찢기는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래서 이진산은 먼지처럼 흩어지려는 자신의 영혼을 수습하며 이렇게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도망치라고 했잖아, 이 미련곰탱이 같은 새끼야! 흐어억!]

이진산이 악을 지르지다 말고 숨을 훅 들이마셨다. 입과 코로 피를 뿌리며 너울너울 날아가고 있는 장본인이 동하가 아니라 최룡이란 사실을 그제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쿠우웅!

한참을 날아가던 최룡이 폐차장 바닥에 세차게 등을 처박았다.

동하는 주먹을 내뻗은 자세 그대로 어깨를 들썩이며 서 있었다.

우우웅!

그의 주먹에는 아직도 시퍼런 기광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허억…… 허어억……!”

온몸이 피투성이로 변한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동하의 몸 구석구석을 훑어보던 이진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너 설마 임독양맥이 뚫린 것이더냐……?!]

동하가 착 가라앉은 소리로 대답했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몸의 대칭되는 좌우 지점을 가로막고 있던 벽이 뚫린 것 같긴 합니다.‘

[어찌……, 어찌 이런 일이……?!]

이진산은 동하가 임독양맥을 뚫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임독양맥이 뚫렸다는 것은 그야말로 한 무인이 본격적으로 고수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현재 동하의 상태로는 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갑자기 어떤 계기로?

평생을 무공을 연마하며 살아온 이진산이었지만 방금 동하가 벼락처럼 이룬 성취에 대해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한동안 통박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던 이진산이 방금 전보다 더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너, 이 미련곰탱이 같은 자식……, 설마 맞으면 맞을수록 강해지는 뭐 그런 특이체질인 것이냐……?]

‘…….’

동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이진산이 묻고 있는 그런 체질인지 아닌지 스스로도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그를 대신하여 이진산이 요란하게 웃어젖히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네놈이 바로 그 굼벵이인 줄은 몰랐구나! 하긴 무림을 떠돌다보면 가끔 너 같은 별종을 만나게 되느니라! 겉으론 아무 재능도 없는 천하의 둔재처럼 보이지만 갑자기 특출한 능력을 발휘하여 짠하고 고수로 둔갑하는 그런 놈들 말이다! 결국 노부의 운빨이 아작 다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너처럼 억세게 운이 좋은 놈의 몸속으로 기어들어온 것을 보면 말이다!]

재능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미련곰탱이 같은 놈이라고 시도 때도 없이 동하를 구박했던 이진산이 이제는 그와 인연을 맺은 것이 행운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쯔쯧~ 이 영감님도 상황에 따라 태세전환 한 번 오지시군.

속으로 혀를 차던 동하가 문득 긴장된 목소리로 내뱉었다.

‘저기요! 지금 웃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응?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동하가 손가락을 들어 조선족 청년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는 최룡을 가리켰다.

“회주님, 괜찮으십니까?”

“정신이 드십니까, 회주님?”

최룡이 부하들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자신의 두 다리로 버티고 섰다.

“호들갑 떨 필요 없다.”

이를 악물고 자신을 노려보는 최룡의 두 다리가 아직도 떨리고 있는 것을 동하는 놓치지 않았다.

흐음, 충격을 받긴 받은 모양이군.

동하를 바라보는 최룡의 눈에는 의혹이 짙게 배어 어렸다. 그가 보기에 동하는 분명 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런 동하가 어디서 갑자기 그런 강한 힘을 끌어올 수 있었단 말인가?

‘우연이겠지! 분명 우연이었을 거야!’

최룡은 현재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 최룡이 한국의 순경 따위에게 밀리다니! 이건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최룡의 의혹은 곧 맹렬한 투지로 바뀌었다.

“이야압!”

최룡이 분노에 찬 기합을 내지르며 동하에게 돌진했다. 순식간에 동하와의 거리를 좁힌 그가 속사포처럼 주먹과 발을 퍼부었다.

파파파파파파팡!

최룡의 주먹과 발이 수십 개의 잔영을 그리며 동하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그야말로 질풍노도처럼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동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결코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찬 내공이 혈관을 타고 강물처럼 콸콸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의 핏줄은 이만한 내공을 실어 나를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마치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그의 혈관은 아무리 많은 내공도 거뜬히 실어 나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비포장의 좁은 국도였다면 지금은 십이 차선이 뻥 뚫린 고속도로라고나 할까?

엄청난 양의 내공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체내를 휘돌면서 온몸에서 힘이 샘솟았다. 감각 또한 무섭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동하는 사방을 압박하며 덤벼드는 최룡의 공격을 눈도 깜빡하지 않고 모조리 피할 수가 있었다.

후웅! 후웅! 후웅! 후웅!

동하가 춤을 추듯 흐느적거리며 최룡의 공격을 모조리 피했다. 피하기 까다로운 공격은 손등으로 툭툭 튕겨냈다.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주먹과 발 사이로 최룡의 일그러진 얼굴이 언뜻언뜻 보였다.

‘하긴 당황스럽겠지? 나도 이렇게 당황스러운데 직접 당하고 있는 최룡은 얼마나 황당할까?’

동하는 심지어 최룡을 동정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그런 동하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분노한 최룡이 동하의 머리 위로 차오르며 폭풍처럼 발을 내질렀다.

“강동하! 네가 지금 나를 데리고 놀고 있니?!”

너무도 빠르고 강한 공격이었기에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동하는 피하는 대신 기가 팽팽하게 실린 주먹을 내뻗었다. 마지막 순간, 주먹이 활짝 펼쳐지며 동하가 엄지손가락으로 최룡의 발등을 찍었다.

푸우욱!

“끄아아악!”

최룡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황급히 물러섰다. 동하도 이번만은 순순히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가 최룡을 쫓아 바람처럼 달려갔다.

“이익!”

파파파파파파팍!

최룡이 눈앞으로 닥쳐드는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연달아 내질렀지만 동하는 어렵지 않게 다 막아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강한 기가 실린 주먹을 어깨 너머로 화악 젖혔다.

뻐어어억!

“우웩!”

동하의 주먹이 가슴 깊이 쑤셔 박히는 순간, 최룡이 울컥 피를 토했다. 최룡이 토한 핏물이 동하의 얼굴에까지 튀었다.

경악하는 부하들을 향해 날아가던 최룡이 정신없이 나뒹굴었다.

우당탕탕!

입과 코로 핏물을 꾸역꾸역 게워내고 있는 최룡은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따거, 여기서 잠시만 쉬고 계시라요.”

“저 간나 새끼는 저희들이 해치우갔시오.”

최룡을 똑바로 앉혀놓고 나서 청년들이 전기톱과 해머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동하가 맹렬한 살기를 발산하며 다가오는 청년들을 가리키며 경고했다.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물러서라.”

동하의 그 한 마디는 오히려 청년들의 투지에 불을 지폈다.

“닥치라우!”

“모가지를 따 버리갔어, 종간나 새끼!”

살벌한 욕지기를 내뱉으며 청년들이 전기톱과 해머를 붕붕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기어이 피를 보겠다면 어쩔 수가 없지!”

동하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청년들을 향해 쇄도했다. 청년들과 동하 사이에 곧 무시무시한 육박전이 벌어졌다. 예전의 동하였다면 최룡을 상대하느라 탈진한 상태에서 스무 명이 넘는 난폭한 청년들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동하는 신기하게도 온몸에서 새로운 힘이 끊임없이 샘솟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자신이 전혀 다른 경지에 들어섰음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임독양맥이 뚤린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였구나!

이진산 영감님이 하단전에 쌓아놓은 거대한 내공을 얼마든지 혈관을 통해 흘려보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힘은 고스란히 그의 주먹과 발에 맺혀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한방에 때려눕힐 수가 있었다.

“으악!”

“커허헉!”

“끄아아악! 내 팔! 팔이 부러졌어!”

무지막지한 기세로 덤벼들던 청년들이 오래지 않아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날아갔다. 전기톱으로 동하의 목을 노리던 청년은 팔이 부러졌고, 해머로 머리를 내리치려던 청년은 정강이가 으스러졌다.

“이런 씨발! 강 순경 저 새끼가 저렇게 강했었나?”

한 방에 딱 한 놈씩 청년들을 때려눕히고 있는 동하를 지켜보며 리길상이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리길상과는 대조적으로 은서는 환호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 강 순경님! 동하 씨라면 해낼 줄 알았어요!”

퍽! 퍼억! 퍼억! 퍼어억!

동하는 이제 청년들의 머리 위를 훨훨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동하가 발을 내지를 때마다 청년들이 피를 뿌리며 고꾸라졌다. 청년들이 굶주린 승냥이 떼라면 동하는 한 마리 호랑이었다. 성난 호랑이가 승냥이들을 무참하게 응징하고 있었다.

“이 간나 새끼야아! 그만 설치고 뒤지라우!”

위이이이잉!

마지막 남은 청년이 전기톱을 발악하듯 휘두르며 동하에게 달려들었다. 동하가 밀영환보로 가볍게 톱날을 피하며 오히려 청년에게 바싹 다가들었다. 그리고 힘이 가득 실린 주먹을 섬전처럼 내뻗어 청년의 콧잔등을 무너뜨렸다.

으적!

“크아악!”

얼굴이 피투성이로 변한 청년이 무참하게 허물어졌다.

“끄어어어! 내 팔…… 내 팔이……!”

“으아아아! 내 다리…… 다리가 부러졌어……!”

하나같이 팔다리고 부러지고 얼굴이 만신창이로 변해 꿈틀거리고 있는 스무 명의 청년들 한복판에 버티고 서서 동하가 아직도 눈을 파랗게 빛내며 가슴을 들썩이고 있었다.

“후욱…… 후우욱……!”

동하의 시선이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버둥거리고 있는 최룡에게로 향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동하가 최룡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최룡의 얼굴을 말없이 들여다보았다.

“이 종간나 새끼……!”

동하를 쏘아보며 이를 갈아붙이던 최룡이 퉁퉁 부은 입술을 달싹여 가까스로 내뱉었다.

“내 아우 광성이를 만나러가야겠다. 빨리 죽이라우!”

“…….”

하지만 동하는 입을 꾹 다문 채 최룡의 눈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다.

“더 이상 욕보이지 말고 빨리 죽이라고 하지 않니!”

최룡이 악을 썼지만 동하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난 최룡 당신을 죽이지 않을 거요.”

“뭐이 어드레?”

“내가 상대해본 최룡은 퍽이나 괜찮은 남자였소. 그러니까 헛되이 죽을 생각하지 말고 꼭 살아남으시오. 당신 동생 박광성의 일은 진심으로 유감이오. 나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웠을 뿐, 당신 동생의 목숨까지 빼앗을 의도는 없었소. 동생의 일은 다시 한 번 사과하겠소.”

“하……! 이 개새끼가 지금 뭐라고 씨부리니?”

황당한 듯 동하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최룡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레 너는 물론 네 여자까지 죽이려고 했어! 그런데 왜 안 죽이니? 대체 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최룡을 남겨두고 동하가 양손으로 무릎을 짚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끄으응~ 솔직히 내가 죽여 버리고 싶은 인간은 따로 있거든.”

동하가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자 리길상이 식겁했다.

“허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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