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25화. 공안의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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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공안의 개입
“어어……!”
동하가 자신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자 리길상은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저 간나 새끼한테 잡히면 그냥 뒤지는 거이야. 살고 싶으면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동하에게 이미 두 번이나 초죽음이 되도록 처맞았던 기억이 있는 리길상은 황급히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그런데 은서가 그런 리길상의 발을 슬쩍 걸었다.
“어이쿠야!”
쿠당!
리길상이 은서 바로 옆에 볼썽사납게 고꾸라졌다.
“이런 종간나 에미나이를 그냥 확!”
콰아악!
“꾸웩!”
고개를 번쩍 쳐들고 은서에게 쌍욕을 퍼붓는 리길상의 뒤통수를 동하가 사정없이 짓밟아 버렸다.
“고마워요.”
“천만에요.”
동하와 은서가 신뢰가 가득 담긴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이 간나야! 이 발 안 치우니? 너 정말 내 손에 뒤지고 싶니?”
동하가 미소를 싹 지우고 자신의 발밑에서 버둥거리는 리길상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그가 리길상의 뒷덜미를 움켜잡고 벌떡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이 박쥐같은 새끼야!”
얼굴이 흙투성이로 변한 리길상이 동하를 향해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이보라우, 강 순경! 내 말을 좀 들어보라!”
“입만 열면 거짓말인 니 말을 뭐하러 들어?”
“어찌됐든 내 덕분에 행방불명 됐던 이 경위를 찾지 않았니? 그리고 결국 무사히 구출까지 하지 않았어?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거 다 좋은 거이야! 그러니까 나한테 화를 낼 필요는…….”
퍼어억!
“흐억!”
동하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리길상의 옆구리에 기가 팽팽하게 실린 주먹을 깊숙이 쑤셔 박았다. 임독양맥이 뻥 뚫려 이전보다 몇 배 강해진 주먹이 꽂히자, 리길상은 안색이 잿빛으로 변하며 입을 떡 벌렸다.
“우웨에엑! 나 죽네! 강 순경 저 새끼가 사람을 잡는구나야!”
리길상을 옆구리를 감싼 채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죽는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동하가 그런 리길상을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내뱉었다.
“내 앞에서 한 번만 더 잔머리를 굴리면 대가를 치를 거라고 했지? 복날 개처럼 처맞으며 뼛속 깊이 반성 좀 하자, 길상아.”
퍽! 퍽! 퍽! 퍽! 퍽! 퍽!
“끄아아아악!”
동하가 역시나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기운이 실린 발로 리길상을 짓밟자 리길상은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이걸 말려야 하나? 아니지, 아니야! 리길상 저 인간은 한 번 제대로 당해봐야 해.’
너무 심하다 싶어 동하를 말리려다가 은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만큼 그녀도 리길상에게 맺힌 것이 많았던 것이다.
왱왱왱왱왱왱왱왱!
경광등을 번뜩이며 여러 대의 공안 순찰차가 폐차장 안으로 들이닥친 것은 그때였다.
“응? 웬 공안들이 떼거지로 몰려오지?”
동하가 리길상을 짓밟다 말고 의아한 눈으로 자신 앞에 급정거하는 공안 순찰차들을 돌아보았다.
“분위기가 어째 좀 이상한데요.”
은서도 불안한 눈으로 공안 차량들을 보았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차에서 뛰어내린 공안들이 동하와 은서의 주위를 빙 에워싸며 일제히 권총을 겨누었다.
“커흐흠!”
마지막으로 느긋하게 차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왕치성 공안국장이었다. 동하를 향해 똑바로 걸어오는 왕치성에게 공안들이 서둘러 양옆으로 물러서며 길을 터주었다.
동하가 자신과 마주 서는 왕치성을 향해 살짝 비꼬는 투로 말했다.
“우리 왕 국장님은 정작 필요할 때는 코빼기도 안 비치시더니, 필요 없을 때는 득달같이 달려오시는군요.”
빠아악!
“윽!”
왕치성이 번개처럼 권총을 뽑아 개머리판으로 동하의 턱을 후려갈겼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빽 소리치는 은서를 무시하고 왕치성이 동하의 이마에 권총 총구를 처박으며 으르렁거렸다.
쿠우욱!
“지금 이 시간 부로 강동하 순경과 이은서 경위의 모든 외교적 특권이 소멸되었음을 통보합니다!”
* * *
그날 오후에 동하는 장춘시 시내에 있는 공안청 지하의 취조실로 끌려갔다. 창문 하나 없이 희미한 백열등만 밝혀진 방안의 탁자 앞에 동하는 수갑이 채워진 채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힐끗 고개를 들어 보니 정면 벽에 걸린 CCTV가 그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나를 가둬놓고 감시까지 하고 있군.
그렇다면 이진산 어르신과의 대화도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겠는걸.
‘어르신! 어르신! 거기 계십니까?’
동하가 입술 최대한 움직이지 않도록 신경 쓰며 이진산을 불렀다.
곧 그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내가 네놈의 몸속에 있지 어디 갈 데나 있겠느냐?]
‘어르신,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뭐가 어떻게 돼?]
‘지금까지 형식적으로나마 우리에게 협조적이었던 장춘시 공안이 왜 갑자기 돌변했을까요?’
[큭큭큭큭! 그걸 몰라서 묻냐? 너도 왕치성을 비롯하여 장춘시 공안이 동북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건 짐작하고 있지 않았느냐?]
‘뭐 그야 어느 정도는…….’
[그런데도 저들이 너를 그냥 내버려뒀던 것은 네가 십중팔구 최룡에게 박살 나리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 그럼 제가 예상을 깨고 최룡을 쓰러뜨렸기 때문에……?’
[킥킥킥킥! 왜 아니겠느냐? 노부도 네놈이 갑자기 임독양맥을 뚫고 최룡을 격파하리라곤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거늘!]
한동안 재밌다는 듯이 킥킥거리던 이진산이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래서 저놈들도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이지. 이대로 가다간 조선족 조직을 앞세워 한국을 마약 천지로 만들려는 자신들의 계획이 동하 네놈으로 인하여 물거품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이진산의 말을 들으며 동하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한국을 마약 천지로 만든다고요? 대체 무슨 목적으로요?’
[그야 나도 모르지. 하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그런 계획을 세운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대림동의 길림파와 장춘시의 동북회를 앞세워 이번 일을 계획한 조직의 실체가 곧 드러날 것 같은 느낌이야. 그리고 이제부터 맞닥뜨릴 놈들은 더 이상 조선족이 아니라 중국인 삼합회 놈들일 것이다.]
‘중국인 삼합회 조직에서 직접 나선단 말입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최룡보다 훨씬 더 무서운 고수들이 나타날 수도 있겠군요?’
[적어도 노부의 예감으로는 그렇다.]
‘으음……!’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동하가 무척이나 궁금한 표정으로 다시 질문했다.
‘그래도 임독양맥이 뚫렸으니 저도 예전처럼 맥없이 당하지는 않겠지요?’
[운 좋게 임독양맥이 뚫려 네놈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 방심할 정도는 아니고 이제 막 고수가 될 수 있는 초입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시간이 날 때마다 운기에 집중하며 더욱더 수련에 힘써야 한다. 이미 수차례로 언급했다시피 이 광활한 대륙에는 숱한 고수들이 저 밤하늘의 별처럼 깔려 있어. 그 중에는 네가 감히 똑바로 마주 볼 수조차 없는 고수들도 많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마라.]
동하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까지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어르신께서도 팍팍 좀 밀어주십시오.’
[네놈이 죽으면 네놈 안에 들어와 있는 노부도 소멸하게 되어 있느니라. 그런데 어찌 밀어주고 싶지가 않겠느냐? 괜히 입 아프게 당연한 소리 지껄이지 말고, 그럴 시간에 수련에나 더 신경을 써라, 이 미련곰탱이 같은 놈아.]
괜한 말을 했다가 이진산으로부터 또 핀잔을 들은 동하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거참! 잘했으면 잘했다고 칭찬 한 마디 해주시면 어디가 덧나나?’
[아 됐고! 지금부터 노부가 네놈의 머릿속에 떠올리는 이 장법과 지법이나 잘 습득해놓도록 해라.]
‘장법과 지법이요?’
[그래, 이놈아! 고수들은 원래 주먹으로만 싸우는 게 아니다. 때로는 주먹보다 손바닥을 통해 상대의 더 넓은 범위를 타격하기도 하고, 손가락을 통해 더 좁은 범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기도 하는 것이다.]
‘아, 네! 그렇군요. 알려주시면 열심히 익혀보겠습니다.’
고개를 주억이는 동하의 머릿속으로 이번에도 무술 교습본에 나오는 삽화처럼 한 무인이 장법과 지법을 펼치는 그림이 연속적으로 떠올랐다.
[노부의 독문장법인 수라십팔장과 혈응지라고 한다.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도록 뼛속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네, 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동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왕치성이 들어왔다.
벌컥!
“혼자 뭘 그리 궁시렁거리고 있나?”
예상대로 옆방에서 CCTV를 통해 동하를 감시하고 있었던 듯 왕치성이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불쑥 물었다.
“내가요?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흐으음……!”
천연덕스럽게 발뺌하는 동하의 얼굴을 왕치성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한동안 뚫어져라 동하를 관찰하고 있던 공안국장이 품속에서 담배 갑을 꺼내어 동하에게 담배를 권했다.
“피곤할 텐데, 한 대 피울 텐가?”
‘담배는 피우지 않습니다. 오래 살아야죠.“
왕치성이 자신의 입에 담배를 물며 비릿하게 웃었다.
”크흐흐흐! 담배만 피우지 않는다고 과연 오래 살 수 있을까?“
동하도 왕치성을 향해 동하도 비슷하게 웃어주었다.
”큭큭큭큭! 적어도 왕 국장님보다야 오래 살지 않을까요?“
쾅!
”이 자식이 지금 나랑 말장난을 하나?!“
격분한 왕치성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동하는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이거 보세요, 왕 국장님. 저와 이은서 경위는 대한민국 경찰에서 중국 공안과의 수사 공조를 위해 정식으로 파견한 경찰공무원이라고요. 이런 저희를 불법으로 구금하고 있으면 양국 간에 외교적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말이 술술 풀린다고 생각한 동하가 손바닥으로 제 이마를 탁, 때렸다.
”아! 삼합회에서 돈을 받아먹는 재미에 푹 빠져 그런 건 아예 생각도 못 해보셨나 보다.“
”하! 네놈이 아주 지랄을 하는구나.“
기가 막힌 듯이 코웃음을 치던 왕치성이 동하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야, 강동하 순경!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응? 일단 이은서 경위는 이곳 공안청으로 끌려오지 않았어.“
”오잉? 그, 그게 무슨……?“
은서가 당연히 자신과 같이 끌려왔다고 생각했던 동하가 뜻밖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왕치성이 그런 동하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살벌하게 웃었다.
”그리고 너는 동북회와 작당해 한국에 마약을 밀반입한 혐의로 우리 공안에 체포되어 있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무리 오랫동안 널 구급하고 있어도 한국 경찰에선 끽소리조차 못한단 말이다. 알아들었냐?“
”내가 동북회와 작당해 한국에 마약을 밀반입했다고? 그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증거는 없지만 확실한 증인이 있지.“
”증인? 그게 대체 누군데?“
”동북회 회장 최룡……!“
”뭐?“
왕치성이 놀라 입을 떡 벌리는 동하의 얼굴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최룡이 방금 자신이 한국의 길림파에 마약을 공급한 총책이고, 강동하 네놈은 자신의 하수인이었다고 싹 다 자백을 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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